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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설득하고 싶은가' 스토리로 승부하라] 펴낸 신성진 머니 스토리텔러 - 말만 잘해도 천냥은 그냥 번다

[저자와의 대화 | '설득하고 싶은가' 스토리로 승부하라] 펴낸 신성진 머니 스토리텔러 - 말만 잘해도 천냥은 그냥 번다

사진:김현동 기자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좋은 일화가 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은 조선 업력이 전무해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도 외국 융자를 받을 길이 없었다. 누구도 정 회장의 말을 믿지 않았다. 외국 은행을 찾은 정 회장은 오백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우리는 500 년 전 이미 철갑선을 만든 민족”이라는 레토릭을 펼쳤다. 그 융자를 받아 만든 것이 오늘날 세계 최대 조선소가 된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그렇게 말 한마디에서 출발했다.

글을 잘 쓰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책은 차고 넘친다.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듯이 많은 직장인이 비책을 찾아 다닌다. 근래 들어 그런 비책의 중심 주제는 대부분 스토리텔링이다. 어떻게 쓰고 어떤 자세로 말하고 따위의 이야기를 넘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도움을 준다.

[설득하고 싶은가? 스토리로 승부하라](이하 스토리로 승부)는 스토리텔링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이미 스토리텔링 자체를 다루는 책은 많았다. 말과 글이 사람을 감동시키고 설득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좋은 스토리는 돈까지 된다. 잘만하면 평범한 물건이 대박 상품으로 변모한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에 대한 대체적인 반응은 “그래서 어쩌라고” 정도다. 어떻게 해야 할지 손을 잡아 이끌지 주진 않기 때문이다.

[스토리로 승부]는 다르다. 스토리텔링이란 뭐다는 식의 개념 정리, 그렇게 쓰기 위한 얼개나 구조 따윈 늘어놓지 않는다. 그냥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예술성 돋는 삽화를 두 아들에게 맡겼다. 자신과 가족이 만든 책이고, 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게 스토리텔링이니까. 어려운 말도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고 쉽게 전달하는 게 스토리텔링인데, 그걸 어렵게 해설해선 곤란한 일이다.

저자는 자신을 ‘머니 스토리텔러’라고 자칭한다. 그는 원래부터 글이나 말로 먹고 살던 사람이 아니었다. 금융권에서 일하던 재무 전문가다. 어려운 단어나 복잡한 이야기를 훤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되면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의미를 담아서 쉽게 풀어낸다. 보다 쉽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설득력 있는 말에 재능을 발견한 뒤늦은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금은 기업과 단체 등을 찾아 돈, 금융, 자산관리 등 어려운 이야기를 쉬운 스토리로 풀어주는 전문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스토리로 승부]는 ‘스토리텔링해서 돈 좀 벌어보라’는 내용의 강연을 쉽게 풀어 쓴 책이다. 경기가 안 좋다는 핑계만 대지 말고 각자 사업을 가장 간단하게 혁신해보란 권유다.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혁신 방법은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면 자기 사업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란다.

본지 건물을 찾아온 저자를 로비에서 만났다. 로비에는 두 개의 커피숍이 있다. ‘별다방’으로는 쉴 틈 없이 사람들이 밀려드는데, ‘야곱다방’은 파리가 날릴 정도로 한산하다. 슬쩍 곁눈질을 하던 신 머니 스토리텔러가 입을 뗐다. “인테리어나 커피 맛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거예요. 차이가 있다면 브랜드가 다른 것뿐이죠. 사람들은 그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를 사는 겁니다. 사실 커피는 덤인 거죠.” 실제 두 커피숍의 매출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별다방 이야기는 전 세계인이 잘 알고 있어요. 시애틀 어쩌고 하는 스토리지요. 그래서 가만히 앉아있어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커피를 주문합니다. 반면, 야곱다방은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입니다. 저게 뭐지? 누구도 몰라요. 야곱? 그러면 종교단체에서 만든 건가? 그저 그런 이름일 뿐이고, 그냥 커피 파는 곳입니다. 스토리가 부족한 거죠.”

저자는 진단에 이어 바로 처방을 내렸다. “제가 야곱다방 사장이라면 ‘왜 내가 다방을 시작했던가’부터 생각해 볼 겁니다. 이 커피가 다른 점은 뭔지, 이 커피숍을 자주 오는 단골은 어떤 사람이 많은지 등등을 세세하게 떠올려 보는 거죠. 그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를 간단히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괜찮은 스토리가 만들어지면 입 소문은 절로 납니다. 그게 이야기의 힘이죠.” 실제 대기업을 찾아 강연하면서 알려주는 대박상품 마케팅 비법도 이와 똑같은 처방전이라고 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저마다의 드라마가 있다. 10억명 사람에겐 10억편의 스토리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는 단조롭고 지루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스스로 말을 꺼내지 않는다. 신 머니 스토리텔러는 “자신의 속에 있는 그 스토리를 밖으로 끄집어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보라”고 권한다. 그러고 나면 자신의 이야기는 보는 각도에 따라 새로운 의미가 창출된다. 풍부해지고 감동적으로 피어난다.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일, [스토리로 승부]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걸 확인할 수 있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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