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코카콜라 누른 왕라오지가 자둬바오로?
- [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코카콜라 누른 왕라오지가 자둬바오로?

대규모 기부로 네티즌 마음 사로잡아

‘전국재해방지 및 감소의 날’이 중국에서 정해진 것은 2009년부터다. 그 계기가 된 것이 원촨이 진원지인 쓰촨성 대지진이다. 리히터 규모 8.0의 지진이 2008년 5월 12일 오후 2시 28분에 발생했다. 사망자만 6만9000명이 넘었다. 5월 18일 저녁 중국 CCTV에서 주최한 ‘사랑의 공헌-‘08 대지진 모금 연회’에 나온 자둬바오는 1억 위안을 쾌척했다. 행사장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광동지방의 지역 음료회사에 불과한 자둬바오는 중국에 진출한 세계적인 기업을 제치고 최고 지원금을 기부했다. 그 후 ‘왕라오지를 판매대에서 모두 없애버리자’는 글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14억 중국 인민을 향해 ‘왕라오지를 보이는 대로 모두 마셔버리자’라고 5억 네티즌이 외쳤다. 네티즌의 뜨거운 방문으로 자둬바오의 홈페이지는 즐거운 비명 속에 다운됐다. 코카콜라 브랜드 가치의 800분의 1에 불과했던 왕라오지는 단일 품목으로 그 해 여름 100억 위안 판매를 돌파하며 코카콜라를 2위로 밀어냈다. 바이럴마케팅을 통한 애국심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왕라오지의 원조인 왕저방이 전염병에 걸린 많은 생명을 량차로 구했듯이 자둬바오도 기부천사가 되어 중국인의 마음을 훔쳤다. 상술에서도 공자의 인애사상을 존중하는 중국인의 마음을 감동시킨 자둬바오의 기부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2010년 칭하이성 위수 대지진 복구를 위해 1억1000만 위안을 기부했다. 2013년 쓰촨성 야안시 루산현에서 규모 7.0의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3억 위안을 기부했다. 대재난 때마다 통 큰 기부를 하는 자둬바오를 무한 신뢰하는 중국인들은 코카콜라의 전 세계 연간 소비량보다 훨씬 많은 2500만t의 왕라오지를 마셨다.
지방의 음료에 불과했던 왕라오지를 중국의 국민 음료로 키운 자둬바오는 중국 내 상표소유권자인 광야오집단과 소송에 휘말렸다. 중국 역사상 최대 상표분쟁의 씨앗은 두 회사의 이익 다툼과 감정싸움 이전부터 존재했다. 국유기업인 광야오집단과 자둬바오를 밀어주는 왕라오지의 5대 계승자인 홍콩의 왕지앤이 지분이 아닌 중국 대륙과 그 외 지역을 달리한 소유권자라는 특수한 사실이 분쟁의 출발점이다. 여기에 코카콜라의 매출을 앞지르는 대성공이라는 자양분이 공급되면서 분쟁은 자연 발아한 것 뿐이었다.
국유자산 유실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운 광야오집단은 2002년과 2003년 사이에 3차례에 걸쳐 광야오집단의 총경리였던 리이민에게 자둬바오가 뇌물을 주고 계약기간을 2020년까지 연장한 보충계약이 무효라 주장하며 2011년 4월 중국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CIETAC)에 중재를 신청했다.
기업의 제일 큰 자산은 브랜드임을 잘 아는 자둬바오는 국유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할 수 없음을 이미 감지했다. 재판의 결과보다 국민 브랜드 왕라오지에서 신생 브랜드 자둬바오로 브랜드 변신이 진짜 승부처임을 빨리 깨달았다. 자둬바오를 브랜드로 각인시킬 시간을 벌어가며 기존의 판매상을 안심시키는 전략을 구사 1만명이 넘는 판매상 가운데 단 1명의 이탈자도 없도록 만들었다. 2012년 5월 9일 중재위원회가 자둬바오에 왕라오지 상표 사용을 중지하도록 판정했다. 왕라오지에서 자둬바오로 변신할 시간이 필요했던 자둬바오는 5월 17일 북경시 제1중급인민법원에 중재 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광야오집단은 생산시설·판매망 미비
브랜드 가치 1100억 위안에 달하는 왕라오지 상표를 법의 이름으로 빼앗아온 광야오집단은 생산시설도 미비했고 판매망도 미약했다. 얼마 전까지 짝퉁 왕라오지를 만들던 공장에조차 OEM으로 왕라오지 생산을 부탁할 정도로 승소 후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파워는 상표만으로는 부족함을 뒤늦게 실감하는 동안 질 것을 미리 대비한 자둬바오에게 기선을 빼앗겼다. 왕라오지에서 자둬바오로 변신에 성공한 자둬바오는 중국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 [보이스 오브 차이나]의 네이밍 스폰서가 되어 프로그램을 홍보할 때마다 ‘자둬바오 보이스 오브 차이나’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만들어 신생 브랜드 자둬바오를 시청자에게 각인시켰다. 아직도 디자인 특허, 허위과장 광고 등 10여건에 달하는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자둬바오는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서영수 -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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