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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명품 스테이크 들여온 최채환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 코리아 대표

뉴욕의 명품 스테이크 들여온 최채환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 코리아 대표

서울 강남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가 유행하고 있다. 드라이에이징은 소고기를 일정한 온도와 습도에서 건조숙성하는 방식이다. 드라이에이징의 원조인 미국에서 최고 레스토랑 중 한 곳으로 평가 받는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가 서울 청담동에 진출했다.
뉴욕 최고의 스테이크 하우스를 한국에 개점하는데 성공한 최채환 대표가 드라이에이징을 마친 소고기를 들고 있다.
“시즐링(SIZZLING)”

주방 문을 열고 나온 웨이터가 경쾌한 목소리로 외쳤다. 한 손에 든 접시엔 포터하우스 스테이크가 올려져 있다. 빠른 걸음으로 손님 테이블로 향한다. 테이블엔 이미 모듬 씨푸드 플래터와 메쉬드 포테이토, 비버리힐스 찹 샐러드가 놓여있다. 테이블 중앙엔 작은 접시가 뒤집혀있다. 웨이터는 이 작은 접시를 이용해 스테이크 접시를 테이블에 기울여 놓는다. 870도 가량 되는 브로일러(열원이 위아래 모두 설치된 오븐)에서 스테이크는 접시에 올려진 채 구워졌다. 때문에 접시 온도만 해도 700도가 넘는다. 웨이터들이 ‘시즐링’이라고 외치는 이유도 ‘뜨거운 음식과 접시를 조심하라’는 의미인 셈이다.

접시에선 여전히 지글거리며 구워지는 스테이크에서 흘러나온 육즙과 버터가 뒤섞여 고인다. 손님은 그 모습과 소리, 스테이크의 향에 침을 한 번 삼키고 만다. 웨이터는 T자 모양 뼈에 붙어있는 채끝 등심과 안심 부위를 각각 썰어 손님의 접시로 옮긴다. 그리곤 뒤섞인 육즙과 버터를 한 숟가락 떠서 스테이크 위에 끼얹는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손님은 이미 포크와 나이프를 굳게 쥐고 어서 웨이터가 비켜주길 기다리고 있다.

‘피터 루거(Peter Luger Steakhouse)와 함께 뉴욕 최고의 스테이크 하우스로 대접받는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이하 울프강)가 한국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몇 달이 지난 8월 초, 울프강 청담점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풍경이다.

점심 피크시간이 지난 1시 정도라서 한산하리라 예상했지만 여전히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일본의 울프강은 예약 후 1~2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식사할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청담점 역시 곧 그렇게 안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채환 울프강 청담점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자신했다. 재료 공급, 요리와 맛의 일관성 등을 이유로 파트너 선정에 예민하기로 소문난 울프강을 국내에 진출시킨 최 대표에게 울프강의 국내 진출기를 들었다.

“저는 스테이크를 즐겨 먹진 않았습니다. 신혼여행 가서 울프강을 접했는데 이렇게 인연이 됐네요.” 2012년 6월, 최 대표는 신혼여행지 하와이에서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아내의 손에 이끌려 울프강 하와이점에 갔다. 그는 길게 줄지어 선 대기행렬을 보고선 “스테이크가 뭐 다 똑같지~”라며 투덜댔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자리에 앉아 스테이크 한 점을 입에 넣었는데, ‘이 맛은 뭐지?’했어요. 정말 맛있더군요.” 다음날, 최 대표는 신혼여행지에서 만난 지인과 함께 울프강을 다시 찾았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때 맛본 울프강 스테이크 맛을 잊지 못했다. “피터 즈위너(Peter Zwiener) 울프강 대표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신혼여행지에서 접하게 된 사연과 함께 솔직한 생각을 적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울프강을 맛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요. 응답이 없더군요. 다시 메일을 보냈어요. ‘올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요. 결국 답장이 왔습니다. ‘뉴욕에서 만나자’고 하더군요.”

2013년 5월, 최 대표는 뉴욕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를 찾았다.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오가며 울프강측을 설득했다. 결국 피터 대표로부터 “울프강의 한국 사업을 당신에게 맡기겠다”는 답을 들었다. 당시는 국내 식품유통업체뿐 아니라 유명 호텔, 중견 외식업체들까지 나서 울프강과 손잡으려 물밑 접촉을 하던 때이다. 대구에서 자그마한 외식업을 운영하던 최 대표가 울프강과 손잡은 것만으로 업계에선 화젯거리였다. 최 대표는 “울프강의 가치를 얼마나 지켜갈 수 있느냐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제 간절함도 물론 컸고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명사들이 검증한 미국 본연의 맛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의 대표 요리인 포티하우스 스테이크(중앙)와 시즐링 베이컨(왼쪽)
최 대표가 뉴욕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를 처음 방문하던 때로부터 1년 4개월. 이번에는 피터 즈위너 대표가 서울에 왔다. 청담점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피터 즈위너 대표는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를 설립한 울프강 즈위너(Wolfgang Zwiener)의 아들이기도 하다. 피터 대표는 방한 당시 “좋은 음식은 돈, 시간, 노력이 필요합니다. 울프강 스테이크가 그렇습니다”라며 울프강에 대한 자부심을 부쩍 드러냈다.

최 대표의 설명이다. “드라이에이징을 거치다 보면 수축되고 딱딱해진 표면을 잘라내야 하기 때문에 처음 부피와 무게의 40~50%가 줄어듭니다. 손해가 크지만 맛이 있고 또 만족도가 높으니 괜찮습니다. 울프강 스테이크야 말로 기다리고 포기한 끝에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인 셈이죠”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가 말했다. “즈위너 사장은 ‘드라이에이징 방식은 구식이다’라고 말하죠. 그는 ‘비효율적이고 끊임없이 체크해야 해서 상당히 번거로운 방식’이라고도 말합니다. 사실이에요. 그는 ‘이런 클래식한 방식을 통해 어떤 고기보다 훌륭한 향과 풍미, 부드러움을 주는 스테이크가 탄생한다’고 강조하죠”.

설명을 듣다 ‘미국 소고기를 들여올 것이 아니라 품질 좋은 한우를 드라이에이징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한우는 드라이에이징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한우는 화로에 숯을 넣고 구워 먹죠. 이때 지방이 녹으면서 육즙이 되고 고기의 맛을 내고요. 한우 1등급은 여기에 맞게 개량된 겁니다. 지방 함유량이 상당히 높죠. 한우를 드라이에이징 하면 60%이상 수축이 옵니다. 수분이 날라가도 지방이 많아 식감도 무거워집니다. 한우를 드라이에이징하려면 2~3등급이라야 적당합니다.”

울프강 청담점은 테이블 접시부터 주방 용품까지 점포 내 모든 물품이 뉴욕 본점과 동일하다. 대당 가격이 2,000~3,000만 원에 달하는 브로일러도 마찬가지이다. 브로일러를 사용하면 스테이크를 구울 때 뒤집을 필요가 없다. 수분이 날라가지 않아 질감이 부드럽고 고기 육즙이 그대로 보존되어 맛도 좋다. 이 기계를 국내에 정식으로 들여온 곳은 울프강이 유일하다. 셰프들은 본점에서 한 달간 교육을 받았고, 홀 직원 역시 뉴욕으로 건너가 울프강의 서비스와 철학을 교육받았다. 최 대표는 “보이는 것부터 보이지 않는 것까지 현지와 동일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죠. 피터 대표는 3달에 한 번씩 해외 매장을 방문해 각 매장을 일주일 넘게 머물며 울프강의 스테이크와 음식, 서비스를 체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울프강은 프랜차이즈의 개념이 아닙니다. 하나의 매장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을 뿐입니다. 저 역시 미국에서 맛본 고객들이 동일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재료는 최고, 가격은 합리적
인터뷰는 울프강 2층 프라이빗룸에서 진행됐다. 룸을 보유한 곳은 청담점이 유일하다. 최 대표는“한국 고객들의 성향을 반영해야 한다고 피터 대표를 여러번 설득해 만들었습니다. 예상대로 이 곳을 이용하는 분들이 참 많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룸의 이름은 맨하튼, 와이키키 등 지점의 이름을 따서 지었으며 6개가 있다. 최소 2명부터 20명까지 함께 식사할 수 있다. 단체 식사와 미팅이 가능해 문을 연지 채 몇 달 지나지 않았지만 대기업 오너, 각국 대사뿐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유명 정치인들도 프라이빗룸을 즐겨 찾는다.

인터뷰를 마치고 매장 곳곳을 안내하던 최 대표는 “울프강은 뉴욕과 일본 매장들과 비교해 인테리어가 가장 멋스럽기로 유명하다”고 자랑했다. 커다란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는 계단 입구는 W가 새겨진 레드 카펫이 깔려있다. 계단을 올라서면 다시 자동문이 열린다. 확 트인 매장은 짙은 갈색톤으로 꾸며져 있지만 무거운 느낌이 들지 않도록 조명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직원들 역시 몸짓이나 서비스, 안내하는 목소리가 경쾌하다.

1층 매장엔 흰 테이블 보가 덮인 30개 정도의 테이블과 그 위에 ‘W’라고 쓰여진 소스병이 놓여있다. 매장 안쪽 끝은 주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인다. 주방엔 울프강이 그토록 자랑하는, 울프강의 심장으로 불리는 ‘숙성실’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매주 인천공항에는 미국 농무부(USDA)에서 프라임 등급을 받은 소고기 1톤 가량이 도착한다. 고기는 검역을 거친 뒤 곧장 이 숙성실로 들어온다.숙성실 온도와 습도는 각각 0~3도, 70%로 항시 유지된다. 이 곳엔 대략 3억 원어치의 고기가 꽉 들어차 있다. 숙성실에 들어온 고기는 1주일 마다 자리를 바꿔가며 드라이에이징(건조숙성)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28일이 지나야 고기는 비로소 스테이크로 구워질 자격을 얻는다.

미국 소고기의 등급은 마블링, 질감, 단단한 정도 등을 고려해 프라임, 초이스, 등 여덟 등급으로 분류한다. 이 중 프라임 등급은 미국 소고기 전체의 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피터 루거와 울프강은 프라임 등급 중에서도 상위 50%를 공급받는 스테이크 전문점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재료만으로도 뉴욕 최고의 스테이크 하우스”라고 말한다.

최 대표의 설명을 듣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 정도 품질이면 가격에 대해선 각오하고 와야겠군요.” 최채환 대표가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가격은 100g당 1만 원대 후반입니다. 터무니 없는 가격이 아닙니다. 기존의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하우스는 100g당 2만 원 중반~ 4만 원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으니 울프강이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건 아니죠. 가장 합리적이라고 자부합니다.”

- 글 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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