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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에서 학대 받는 동물들

서커스에서 학대 받는 동물들

국제동물보호단체 (ADI)는 남미 서커스단에서 학대 받던 레이(왼쪽)와 심바를 비롯해 사자 33마리를 구조했다.
사자 스미스는 거세됐고 발톱도 제거됐다. 짝이던 아마조나스와 분리돼 다른 수컷의 새끼들과 같은 우리에서 지내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지난해 8월 페루에서 서커스 공연 도중 조련사가 점프를 명하자 스미스의 본능이 살아났다. 그 사자는 관객석으로 뛰어들어가 한 여성 관객을 물고 링 주변으로 끌고 다녔다. 조련사가 회초리로 때리자 겨우 우리로 돌아갔다.

그 관객은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스미스는 처형당할 운명이었다. 국제동물보호단체(ADI) 부대표 팀 필립스는 그 일로 스미스의 안락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나왔다고 말했다. ADI는 서커스에서 야생동물 사용을 금한다는 법을 위반하면서 무모하게 행동한 쪽은 사자가 아니라 사람이었다고 반박했다. ADI의 설득이 먹혀들었다. 페루 당국은 스미스를 ADI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필립스 부대표는 “무책임하고 어리석게 행동한 쪽은 인간과 서커스였는데 본능을 따른 사자를 죽인다면 세계가 경악할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페루와 콜롬비아의 서커스단에서 스미스 외에도 사자 32마리와 다른 동물 약 60마리가 구조됐다. ADI의 ‘자유정신 작전’의 일환으로 그 나라들에서 서커스에 동물 사용을 금지한 결과다. 일부는 서커스단이 순순히 동물을 넘겨 ADI와 페루 정부가 손잡고 다른 곳으로 이전시켰고, 다른 경우엔 서커스단이 동물을 내놓지 않으려고 버텨 강제로 압수했다. 약 170만 달러를 들인 1차 작전이 지난 7월 완료됐다.

그러나 그 동물들은 아직 충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여생을 보낼 적절한 장소를 찾아야 마침내 해방된다. 각국 정부가 서커스에서 동물 사용을 지속적으로 단속하면서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앞으로 이런 도전에 자주 직면할 것이다. 지금까지 약 40개국이 서커스에서 동물을 사용하는 관행을 어느 정도 불법화했다(미국은 최소한의 대우 기준을 충족시킬 경우 야생동물의 서커스 사용을 허용한다). ADI 같은 구조단체의 지원이 없다면 그 동물은 안락사되거나 적합한 시설이 없고 환경이 열악한 동물원에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당국의 여력이 없어서 서커스의 동물 사용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ADI는 필립스와 잰 크리머 부부가 1990년 설립했다. 크리머 대표의 동물 권리에 대한 열정은 1970년대 과학자들이 실험실 연구에서 개에게 담배를 피우도록 강요한다는 전단을 보면서 시작됐다. 그녀는 나중에 영국 생체해부반대모임(NAVS)의 대표가 됐다. 제품 테스트와 과학연구에 동물 사용을 막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크리머 대표는 연예산업, 서커스, 실험실, 도축장에서 동물 학대를 촬영했다. 필립스 부대표는 1981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동물 영화(The Animals Film)’를 본 뒤 은행을 그만두고 채식주의자가 돼 카메라를 들고 동물 학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약 10년 전 그들은 팀을 구성해 남미 전역의 서커스단에 은밀히 침투했다. 몰래 카메라로 촬영한 그 영상은 채찍질과 전기충격을 당하고, 쇠사슬에 묶이고, 영양실조에 걸리고, 눈알이 뽑히거나 이가 부서진 상태로 비참한 조건에서 사는 끔찍한 사례를 폭로했다. 그 영상을 계기로 볼리비아는 2009년 야생 및 가축의 서커스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금지 규정을 지키진 않았다. 그래서 ‘사자 방주 작전(Operation Lion Ark)’이 시작됐다. ADI 팀은 볼리비아에서 불법으로 순회 공연하는 서커스단을 추적해 다른 동물과 함께 사자 29마리를 구조해 그중 25마리는 미국 덴버 부근의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옮겼다.

미국 최대 규모인 2.9㎢의 보호구역에 있는 동물들은 세계 전역의 그런 곳에 사는 동물의 대표격이다. 대형 동물 약 400마리 중 대다수는 애완용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불법으로 소유하던 사람들에게서 구조됐다. 흑곰 2마리는 박제사가 도륙해 박제로 만들어 팔려고 길렀다. 암컷 퓨마는 원래 애완용이었지만 난폭하게 놀다가 주인의 야구 배트에 맞아 의식을 잃은 뒤 압수됐다. 늑대 2마리는 부부가 산악지대에서 길렀는데 그들이 이혼한 후 전처에 대한 앙심으로 남편이 그 늑대를 죽이려고 누군가를 고용했다. 다행히 고용된 사람이 신고해 보호구역으로 옮겨졌다.

덴버 부근의 야생동물보호구역을 운영하는 패트 크레이그 대표는 “우리에 갇혀 태어난 육식동물은 성격이 아주 뒤틀어져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는 가족 구성원으로 행동하는 법을 모르며, 넓은 공간에서 뛰어 놀 수 있는 근육이나 능력도 없다.” 따라서 그런 동물이 구조되면 상당한 재활 과정이 필요하다. 재정 여건이 좋은 보호구역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울타리를 친 넓은 공간이 있어야 동물은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고, 전문적인 직원이 그 동물에게 근육과 운동기술을 훈련하고 영양실조나 치아 손상을 치료하며 본능에 따르도록 가르칠 수 있다.

‘사자 방주 작전’으로 동물을 구출한 뒤 ADI는 볼리비아에서 페루(2011년 동물의 서커스 사용을 금했다)로 눈을 돌려 지난해 초 서커스단과 노변 동물원을 조사하는 ‘자유정신 작전’을 개시했다. 필립스 부대표는 “페루가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를 합한 크기이며 안데스 산맥으로 양분돼 있어 사자 2마리를 소유하고 정글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서커스단을 추적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신적 외상이 큰 동물은 겁 많아”
그런 서커스단을 찾아내도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구조팀이 다가가면 서커스 단원들이 각목으로 우리를 세게 쳐 동물이 성질을 부리도록 만들어 급습을 방해했다. 유랑 서커스단을 운영하는 한 가족은 트럭에 실은 연장과 도구 뒤에 퓨마를 가둬 놓고 압수에 저항했다. 그들은 먹고 살려면 동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자 스미스를 구하기 위해선 크리머 대표가 경찰을 대동하고 서커스 공연장에 찾아갔다. 유랑 서커스단이라 당시엔 잉카의 신성계곡과 고대 도시 마추픽추의 관문인 쿠스코에 있었다. 몇 시간 동안 대치가 이어졌다. 필립스 부대표에 따르면 서커스 조련사들은 동물구조팀이 물러서지 않으면 야생동물을 거리에 풀어놓겠다고 위협했다.

협상 끝에 구조대는 사자 3마리만 데리고 가고 새끼 2마리와 스미스, 거미원숭이는 남겨뒀다. 며칠 뒤 스미스가 서커스에서 관람객을 공격하자 구조팀은 폭동진압 경찰을 대동하고 다시 찾아가 나머지 동물을 전부 압수했다. 구조팀이 페루 리마의 임시 보호시설로 돌아가는데는 무려 35시간이나 걸렸다. 필립스 부대표는 “이 동물을 구하느라 아주 고생했다”고 말했다.

결국 페루와 콜롬비아에서 구조된 사자, 원숭이, 킹카주, 호랑이, 거북 등 동물 약 90마리가 리마의 임시 보호시설에 수용됐다. 콜로라도 주민 브렌다 리는 2주 동안 그곳에서 자원봉사하며 사자와 원숭이를 돌봤다. 그녀는 “정신적 외상이 큰 동물은 겁이 많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다음 과제는 페루 이키토스 부근에 그 동물의 영구 서식지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도로로 접근할 수 없는 천연 요새 같은 곳이다. 아마존 우림의 열기와 폭우를 뚫고 수 차례 그곳을 오가며 울타리를 세웠다. 드디어 지난 4월 동물들은 페루 공군 화물기를 타고 960㎞를 이동한 다음 다시 육로를 이용해 해군 기지로 가서 배로 갈아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했다. 문명에서 멀리 떨어진 정글 서식지였다.

지난 10월 말 스미스를 포함해 사자 33마리는 전세 보잉 747기를 타고 그곳에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가서 에모야 사자 보호구역으로 향했다. 스미스를 이전의 짝 아마조나스와 재회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곳은 남아공 북단의 사유지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다.

이 사자들을 위해 거대한 자연 서식지를 조성하고 울타리를 세우는 일이 아직 남았다. 필립스 부대표는 아무리 돈이 많이 들고 힘들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스미스가 활발하게 뛰노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그냥 뒀더라면 그 서커스 우리 속에서 살다가 죽었을 것이다.”

- SENA CHRISTIAN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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