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현의 바둑경영] ‘바둑계 개척자’ 조남철의 창업가정신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한국바둑 개척
조남철 9단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척박한 환경에서 현대 한국바둑을 개척했다. 그의 개척정신은 외국에도 알려져 ‘스웨덴의 조남철’ ‘베트남의 조남철’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조남철 9단은 바둑인구가 3000명에 불과한 시절에 일본의 선진기술을 도입하며 한국바둑계의 시스템을 갖추고 바둑을 널리 보급했다. 그는 ‘기도보국(棋道報國)’ 즉 바둑으로 나라에 보은한다는 이념을 가졌으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열정적으로 바둑계에 헌신했다.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남철 9단은 바둑문화 확산 및 보급, 한국기원 회관 건립, 한국바둑 기술력 향상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어려운 여건에서 이런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바둑판과 바둑알이 별로 없어 리어카에 싣고 다니며 셋방을 전전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남철은 자신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창업가정신을 잊지 않았다. 그런 정신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설득했다. 그 결과 신문과 방송에 바둑이 등장하고 프로기사들이 많아졌으며 한국기원 회관이 건립됐다. 조남철 9단이 개척한 한국바둑계는 마침내 세계 최강 일본바둑을 함락시키고 최정상에 군림하게 됐다. 이후 한국은 바둑을 스포츠로 진입시키고 대학에 최초로 바둑학과를 만드는 등 바둑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가 됐다.
오늘날 우리 기업인들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조남철 9단의 ‘기도보국’ 이념이다. 기도보국은 바둑을 도의 경지로 승화시켜 나라를 위해 공헌하겠다는 뜻이다. 이 숭고한 정신이 바둑계를 발전시킨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것은 기업의 비전과 같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의 CEO들은 무엇보다도 비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직 구성원들의 가슴을 울리는 원대한 비전, 즉 꿈이 있어야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경영고수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단순히 돈을 벌어 개인적으로 치부하겠다는 그런 개인적 동기만으로는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기업과 기관들이 사회를 위해 기여한다는 사명을 비전으로 세우고 실천한다면 엄청난 능력을 보여줄 것이다. 매력도 높은 상품이 많이 나올 것이고 일자리 문제, 불필요한 규제 등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의 사랑을 받아 지속적인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사회를 위해 공헌한다는 생각이 없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탐욕에 빠지기 쉽다. 또한 적당히 사업체를 유지하겠다는 안일주의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
‘부자 몸조심’의 안전운행 심리 경계해야

돌이켜보면 조남철이 원대한 꿈을 가졌기에 바둑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국가원수인 대통령 앞에서도 바둑을 시연할 수 있었고 재계나 정계의 후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비유하자면 개인 음식점 수준에 머물지 않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양질의 먹거리 문화의 보급이라는 큰 포부를 가진 것이다. 이런 음식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또한 매스컴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기업에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창업가정신을 강조한다. 도전정신을 잊어버릴 때 기업은 물론 개인도 무사안일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바둑에서는 이것을 ‘부자 몸조심’에 비유한다. 부자가 되어 형편이 좋아지면 사람들은 누구나 무사하게 두고 싶은 안전운행의 심리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공격해오면 맞서서 싸우기보다 적당히 늦추고 지나가려고 한다. 이런 안전운행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부자 몸조심을 하면 역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축구에서 두 골쯤 넣으면 안전하게 지키려고 하다가 기세가 약해져 역전되는 경우가 있다.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해질 때 침체와 몰락의 어두운 그림자가 소리없이 다가오는 것이다. 바둑에서도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역전 당한 케이스가 무수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바둑고수들은 부유한 상태라고 해도 어느 정도 도전적인 자세를 가지려고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적당히 늦추어 이기려고 하는 것은 올바른 승부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정수현 - 1973년 프로기사에 입단한 후 1997년 프로 9단에 올랐다. 제 1기 프로신왕전에서 우승했다. 한국프로기사회장, KBS 일요바둑·바둑왕전의 해설자를 역임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둑 읽는 CEO』 『반상의 파노라마』『 인생과 바둑』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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