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수입차 브랜드별 기상도] 벤츠·푸조·캐딜락(맑음) 인피니티·피아트(구름)
[2015 수입차 브랜드별 기상도] 벤츠·푸조·캐딜락(맑음) 인피니티·피아트(구름)
2015년 수입차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입차 브랜드는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21만9534대를 팔았다. 11월까지 판매량이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을 앞질렀다. 국내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2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22.5% 성장했다.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이후 10월 판매가 잠시 주춤했지만, 11월 다시 판매량을 회복했다. 자동차 브랜드의 마지막 판촉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12월의 결과에 따라서 연간 수입차 판매량 25만대 시대가 열릴 수 있다. 모든 수입차 브랜드가 웃은 건 아니다. 기대 이상의 성적표로 크게 웃은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겨우 현상 유지에 그친 브랜드도 있다. 일부 브랜드는 시장 파이가 커진 가운데서도 판매량이 줄며 울상을 지었다. 수입차 브랜드 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수입차 전체 시장점유율 67.2%를 독식하고 있는 4개의 독일 브랜드(BMW·메르세데스-벤츠·폴크스바겐·아우디)는 올해도 아성을 구축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BMW는 다소 주춤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약진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 1위를 기록한 BMW에 메르세데스-벤츠가 도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10월까지 판매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근소하게 앞섰으나, 11월 BMW가 다시 역전했다. 12월 판매 결과에 따라 올해 최고의 브랜드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판매 순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1~6위와 달리, 중 하위권 브랜드 판매 순위는 심하게 요동쳤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미미한 인지도 탓에 어려움을 겪던 숨은 강자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푸조와 캐딜락의 판매량 증가가 눈에 띈다.
독일 4개 브랜드 중 2015년을 가장 알차게 보낸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다. 11월까지 4만2044대의 차를 팔았다. 지난해 동기 대비 29.4% 늘어난 수치다. 절대적인 수치가 늘어난 것도 반갑지만 전체적인 포트폴리오가 좋아졌다. 올해 수입차 시장의 베스트셀링 모델 중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량은 E클래스 220 블루텍(9위) 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체 판매량에서는 BMW와 1, 2위를 다툰다. 그만큼 여러 차종이 고르게 팔렸다는 뜻이다. 올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 차종은 E클래스와 C클래스, S클래스다. 판매 가격이 1억원 전후인 E클래스가 가장 많이 팔렸다. C클래스는 소형차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럭셔리 대형 세단 S클래스도 견고한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11월까지 9458대를 팔았는데, 이는 수입차 판매 순위 5위인 포드의 전체 판매량보다 많다. 기본 가격이 1억원을 훌쩍 넘는 차로 월 평균 850여 대를 팔았다. 비싼 차일수록 브랜드가 남길 수 있는 마진이 높다. 비싼 차를 많이 팔았으니 여러모로 웃을 일이 많은 메르세데스-벤츠다.
판매량 중위권 브랜드 중 가장 돋보인 업체는 9위에 오른 프랑스 푸조다. 실용적인 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이 빛을 발했다. 푸조의 올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4.7% 늘었다. 23개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소형 해치백 2008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깔끔한 디자인에 높은 연비(17.4km/L)가 강점인 차다. 2690만~3090만원으로 형성된 가격도 매력적이다. 푸조는 2008을 출시하면서 ‘연간 4000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밝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8이 목표로 잡은 4000대는 지난해 푸조의 전체 판매량(3118대)보다 많은 대수다. 2008은 올해 10월까지 3584대가 팔렸다. 푸조 전체 판매량의 60% 가까이를 책임졌다. 폴크스바겐의 티구안이 디젤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주춤했던 10월에는 월간 수입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의 페이스를 연말까지 유지한다면 목표로 한 4000대를 파는 것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국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캐딜락은 오랜만에 웃었다. 준중형 세단 ATS와 중형 세단 CTS를 앞세워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캐딜락은 올해 11월까지 총 760대의 차를 팔았다. 지난해 대비 7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실 760대라는 숫자 자체는 크지 않다. 잘나가는 수입차의 월 판매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그러나 캐딜락 브랜드에는 의미가 크다. 캐딜락이 선보인 ATS와 CTS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검증을 마친 잘 나가는 자동차다. 유독 국내에서는 힘을 못썼다. 캐딜락의 세단이 위치한 가격대에서는 BMW 3시리즈와 5시리즈, 아우디 A4와 A6와 같은 독일 디젤 세단이 버티고 있었다. 가솔린 세단이라는 카테고리로 볼 때는 국산 중형 세단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다. 실제 본지가 해마다 실시하는 ‘신차 목표 대비 실적 분석’에서 2013년 꼴찌가 ATS, 2014년 꼴찌가 CTS였다. 2015년은 약진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해로 기록될 듯하다. 시간이 갈수록 캐딜락 세단의 품질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있다. 작지만 매니어층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 캐딜락 입장에서는 반갑다.
수입차 열풍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한 브랜드도 있다.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반 토막 난 이탈리아 브랜드 ‘피아트’가 대표적이다. 피아트는 1990년 한국에 진출했다가 외환위기의 한파가 닥친 1997년 판매 부진으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2013년 한국 시장에 재도전했지만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2013년 개성 강한 디자인의 소형차 친퀘첸토(500)와 친퀘첸토C(500C)를 앞세워 한국에 다시 진출했다. 이어 묵직한 이미지의 SUV 프리몬트까지 라인업에 추가했다. 그러나 판매는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가격이 문제였다. 친퀘첸토의 독특한 디자인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실용성에서는 물음표가 달렸다. 3000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책정되자 소비자가 눈길만 주고 지갑은 열지 않는 차가 됐다. 이후에 대응은 더욱 아쉽다. 피아트는 지난해 친퀘첸토와 프리몬트의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덕분에 2013년보다는 판매가 늘었지만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제값에 차를 산 사람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그 결과 2015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피아트는 조만간 친퀘첸토의 CUV 모델을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그 전에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판매량이 줄어든 브랜드는 또 있다. 일본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다. 인피니티는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가 3.4% 줄었다. 사실 인피니티는 올해 적게 팔았다기보다 지난해 많이 팔았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2월 출시한 중형 세단 Q50이 돌풍을 일으킨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일본차 브랜드가 취약하다고 알려진 디젤 세단을 앞세워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지난해 본지가 실시한 ‘신차 판매 대비 분석’에서 ‘뜻밖에 잘 팔린 차’에도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Q50을 대체할 뚜렷한 신차가 없었다. 올 2월 Q70을 출시했지만 부분변경에 그쳤고 그나마 볼륨 모델도 아니었다. Q50S 하이브리드(라인업 추가), Q502.2d(연식변경)도 있지만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일에는 이를 시기하는 귀신이 많아 훼방을 놓는다’는 뜻이다. 2015년 수입차 시장에 가장 어울리는 사자성어가 아닐까 싶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는 사건사고가 많았다. 그 중심에는 잘 나가는 차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폴크스바겐의 SUV 티구안이다. 지난해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올랐고, 올해도 10월까지 판매 1위를 달렸다. 티구안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9월 터진 폴크스바겐 디젤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논란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도 폴크스바겐을 중심으로 한 독일 디젤차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졌다.
환경부는 ‘구형 엔진을 장착한 티구안에서 배출가스 조작을 발견했다’는 결과를 11월 27일 발표했다. 폴크스바겐 관계자는 “지금 판매 중인 티구안은 신형 엔진을 장착해 논란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한번 잃은 신뢰가 얼마나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디젤게이트 직후인 10월 티구안의 판매는 201대를 기록했다. 월 500대 이상을 꾸준히 팔다가 급격하게 꺾였다. 다행히(?) 11월 올해 최고치인 1288대를 팔아 베스트셀링카 1위 사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폴크스바겐의 파격적인 프로모션에 따른 결과다. 본격적인 심판의 무대가 될 2016년을 낙관하긴 힘들다.
수년간 국내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BMW도 때아닌 악재에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일부 BMW 승용차 엔진에서 갑작스럽게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최근 한 달 사이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신고된 승용차만 7대다. 그 중에는 출고한지 하루 밖에 되지 않은 차와 BMW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출고 된 직후에 화재가 발생한 차들이 섞여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리콜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 환경과 연비에 관한 문제라면 BMW 화재 사건은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문제여서 파장이 더 클 수 있다.
올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명성에도 살짝 금이 갔다. 올 9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승용차(S63 AMG)를 구입한 한 남성이 차량에 결함을 주장하며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를 묵살하자, 이 남성은 골프채로 차량을 파손하는 동영상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된 것. 뒤늦게 메르세데스-벤츠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브랜드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한 후였다. 설상가상으로 국토교통부가 이 차량의 결함을 조사했고, 12월 8일 S63 AMG 승용차 724대에 대한 리콜을 명령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
올해 중형 SUV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크라이슬러 지프 체로키도 결함이 발견됐다. 11월 30일 국토교통부는 ‘트렁크를 자동으로 여닫는 전자제어장치 배선 연결부분에 물기가 들어가 오작동하거나 불이 날 가능성이 있다’며 지프 체로키 2119대에 대해 리콜을 멸령했다. 최근 지프 체로키 승용차의 시트 하부 프레임에서 녹이 발생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9월에는 지프 체로키의 7인승 모델인 ‘그랜드 체로키’가 연료장치 결함 문제로 리콜 명령을 받았다. 국토 교통부의 리콜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이어진 소비자 불만에 미적지근하게 대응했다는 논란도 일어 진퇴양난에 빠진 크라이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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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vs 벤츠, 수입차 1위는?
지난해 판매 순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1~6위와 달리, 중 하위권 브랜드 판매 순위는 심하게 요동쳤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미미한 인지도 탓에 어려움을 겪던 숨은 강자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푸조와 캐딜락의 판매량 증가가 눈에 띈다.
독일 4개 브랜드 중 2015년을 가장 알차게 보낸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다. 11월까지 4만2044대의 차를 팔았다. 지난해 동기 대비 29.4% 늘어난 수치다. 절대적인 수치가 늘어난 것도 반갑지만 전체적인 포트폴리오가 좋아졌다. 올해 수입차 시장의 베스트셀링 모델 중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량은 E클래스 220 블루텍(9위) 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체 판매량에서는 BMW와 1, 2위를 다툰다. 그만큼 여러 차종이 고르게 팔렸다는 뜻이다. 올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 차종은 E클래스와 C클래스, S클래스다. 판매 가격이 1억원 전후인 E클래스가 가장 많이 팔렸다. C클래스는 소형차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럭셔리 대형 세단 S클래스도 견고한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11월까지 9458대를 팔았는데, 이는 수입차 판매 순위 5위인 포드의 전체 판매량보다 많다. 기본 가격이 1억원을 훌쩍 넘는 차로 월 평균 850여 대를 팔았다. 비싼 차일수록 브랜드가 남길 수 있는 마진이 높다. 비싼 차를 많이 팔았으니 여러모로 웃을 일이 많은 메르세데스-벤츠다.
판매량 중위권 브랜드 중 가장 돋보인 업체는 9위에 오른 프랑스 푸조다. 실용적인 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이 빛을 발했다. 푸조의 올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4.7% 늘었다. 23개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소형 해치백 2008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깔끔한 디자인에 높은 연비(17.4km/L)가 강점인 차다. 2690만~3090만원으로 형성된 가격도 매력적이다. 푸조는 2008을 출시하면서 ‘연간 4000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밝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8이 목표로 잡은 4000대는 지난해 푸조의 전체 판매량(3118대)보다 많은 대수다. 2008은 올해 10월까지 3584대가 팔렸다. 푸조 전체 판매량의 60% 가까이를 책임졌다. 폴크스바겐의 티구안이 디젤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주춤했던 10월에는 월간 수입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의 페이스를 연말까지 유지한다면 목표로 한 4000대를 파는 것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효자 2008 덕에 웃은 푸조
수입차 열풍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한 브랜드도 있다.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반 토막 난 이탈리아 브랜드 ‘피아트’가 대표적이다. 피아트는 1990년 한국에 진출했다가 외환위기의 한파가 닥친 1997년 판매 부진으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2013년 한국 시장에 재도전했지만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2013년 개성 강한 디자인의 소형차 친퀘첸토(500)와 친퀘첸토C(500C)를 앞세워 한국에 다시 진출했다. 이어 묵직한 이미지의 SUV 프리몬트까지 라인업에 추가했다. 그러나 판매는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가격이 문제였다. 친퀘첸토의 독특한 디자인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실용성에서는 물음표가 달렸다. 3000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책정되자 소비자가 눈길만 주고 지갑은 열지 않는 차가 됐다.
기지개 켜는 캐딜락
판매량이 줄어든 브랜드는 또 있다. 일본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다. 인피니티는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가 3.4% 줄었다. 사실 인피니티는 올해 적게 팔았다기보다 지난해 많이 팔았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2월 출시한 중형 세단 Q50이 돌풍을 일으킨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일본차 브랜드가 취약하다고 알려진 디젤 세단을 앞세워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지난해 본지가 실시한 ‘신차 판매 대비 분석’에서 ‘뜻밖에 잘 팔린 차’에도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Q50을 대체할 뚜렷한 신차가 없었다. 올 2월 Q70을 출시했지만 부분변경에 그쳤고 그나마 볼륨 모델도 아니었다. Q50S 하이브리드(라인업 추가), Q502.2d(연식변경)도 있지만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박스기사] 수입차 호사다마 - 폴크스바겐·BMW·벤츠 수난시대
대표적인 사례가 폴크스바겐의 SUV 티구안이다. 지난해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올랐고, 올해도 10월까지 판매 1위를 달렸다. 티구안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9월 터진 폴크스바겐 디젤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논란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도 폴크스바겐을 중심으로 한 독일 디젤차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졌다.
환경부는 ‘구형 엔진을 장착한 티구안에서 배출가스 조작을 발견했다’는 결과를 11월 27일 발표했다. 폴크스바겐 관계자는 “지금 판매 중인 티구안은 신형 엔진을 장착해 논란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한번 잃은 신뢰가 얼마나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디젤게이트 직후인 10월 티구안의 판매는 201대를 기록했다. 월 500대 이상을 꾸준히 팔다가 급격하게 꺾였다. 다행히(?) 11월 올해 최고치인 1288대를 팔아 베스트셀링카 1위 사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폴크스바겐의 파격적인 프로모션에 따른 결과다. 본격적인 심판의 무대가 될 2016년을 낙관하긴 힘들다.
수년간 국내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BMW도 때아닌 악재에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일부 BMW 승용차 엔진에서 갑작스럽게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최근 한 달 사이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신고된 승용차만 7대다. 그 중에는 출고한지 하루 밖에 되지 않은 차와 BMW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출고 된 직후에 화재가 발생한 차들이 섞여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리콜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 환경과 연비에 관한 문제라면 BMW 화재 사건은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문제여서 파장이 더 클 수 있다.
올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명성에도 살짝 금이 갔다. 올 9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승용차(S63 AMG)를 구입한 한 남성이 차량에 결함을 주장하며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를 묵살하자, 이 남성은 골프채로 차량을 파손하는 동영상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된 것. 뒤늦게 메르세데스-벤츠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브랜드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한 후였다. 설상가상으로 국토교통부가 이 차량의 결함을 조사했고, 12월 8일 S63 AMG 승용차 724대에 대한 리콜을 명령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
올해 중형 SUV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크라이슬러 지프 체로키도 결함이 발견됐다. 11월 30일 국토교통부는 ‘트렁크를 자동으로 여닫는 전자제어장치 배선 연결부분에 물기가 들어가 오작동하거나 불이 날 가능성이 있다’며 지프 체로키 2119대에 대해 리콜을 멸령했다. 최근 지프 체로키 승용차의 시트 하부 프레임에서 녹이 발생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9월에는 지프 체로키의 7인승 모델인 ‘그랜드 체로키’가 연료장치 결함 문제로 리콜 명령을 받았다. 국토 교통부의 리콜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이어진 소비자 불만에 미적지근하게 대응했다는 논란도 일어 진퇴양난에 빠진 크라이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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