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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고수경영으로 한 수 둔 정수현 명지대 교수] 바둑에서 불황 탈출의 해법을 찾다

[저자와의 대화 | 고수경영으로 한 수 둔 정수현 명지대 교수] 바둑에서 불황 탈출의 해법을 찾다

사진:전민규 기자
한국 바둑은 중국과 세계 정상을 다툰다. 일본은 이미 뛰어넘었다. 국내 바둑 저변은 폭넓지 않지만 ‘바둑’을 소재로 다룬 영화·드라마가 꾸준히 나오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정우성이나 임시완, 박보검 같은 예의 바른 미남 스타일의 배우가 바둑기사로 자주 등장하면서 이미지도 달라졌다. 경영의 영역에서도 바둑은 늘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바둑은 냉정한 승부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둑은 둘 줄 몰라도 관심을 가지고 익혀볼 만한 영역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 담백하게 바둑을 다룬 책이 나왔다. 1997년 프로 9단에 오르고 제1기 프로신왕전에서 우승한 고수가 썼다. 바둑만 익히는 건 아니다. 바둑에서 경영의 해법을 찾는다. 저자인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를 만나 바둑의 세계를 물었다.

바둑 인구가 비교적 꾸준한 편이다.


“옛날엔 남자 대부분이 바둑을 알았다. 요즘엔 드라마에 바둑이 곧잘 나오면서 둘 줄 모르는 사람도 바둑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바둑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고 한다. 기원이 예전보다 좀 줄어서 그렇지 인터넷 등에서 바둑을 두는 애호가가 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바둑이란 뭔가.


“칠면조다. 게임이면서 예술이고, 오락이면서도 예와 기도(棋道)가 있다. 바둑은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여러 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게임으로만 보면 11X11개 점에 대한 영유권 전쟁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모든 면을 볼 수 있다.”



경영이란 뭔가.


“경영도 여러 측면이 있다. 가진 자원을 적절히 활용해서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게 경영이다. 모든 게 의사결정이고 관리다. 바둑과 같다.”



그럼, 바둑과 경영은 무엇으로 연결되나.


“인생이다. 바둑과 경영 사이에 인생이 있다. 바둑과 인생, 인생과 경영으로 연결된다. 인생살이 역시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그래서 인생·바둑·경영에서 겪게 되는 문제와 해법은 서로 엇비슷하다. 실로 다양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다. 모두 해법을 찾지 않으면 진다. 바둑에서 찾은 해법을 인생과 경영에 적용해보면 상당히 유용하다. 3가지 이슈를 함께 다루면 너무 복잡해진다. 그래서 책에는 보다 직접적으로 경영 이슈를 중심으로 다뤘다. 바둑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경영은 시장(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란 관점이다. 물론 행간에 인생이 들어있다.”



경영을 어떻게 표현했나.


“바둑에도 ‘조화’나 ‘계산’ 등 복잡한 수학적인 면이 있다. 그중에 난해한 부분을 제외하고 경영현장에 실질적으로 맞닿은 부분만 뽑아냈다. 부담없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바둑용어가 흔히 쓰이는 걸 보면 바둑이 세상을 표현하는 유용한 수단인 것 같다.


“인생의 축소판인 바둑은 늘 세상사를 비유하는 메타포로 쓴다. 신문을 쭉 살펴보니 대략 37개 정도의 바둑 용어가 쓰이더라. ‘일단 두 집을 내고 후일을 도모하겠다’든가 ‘확실한 불계승을 노린다’는 식의 발언이나 표현이 흔하다. 포석·정석·자충수·대마불사는 물론 수순·복기·패착·초읽기·무리수·끝내기·묘수·악수·꽃놀이패 등이 모두 바둑용어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이런 단어는 쉽게 쓴다.”



평소 CEO를 대상으로 바둑과 경영을 접목시킨 강의를 많이 해왔다.


“여러 경영자가 바둑에서 경영을 배울 수 없겠느냐고 먼저 물어왔다. 회사 사정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바둑을 활용하거나, 대안을 바둑의 묘수에서 찾으려 한다. 경영 방법뿐 아니라 지적인 면과 예와 도를 바둑에서 배우려는 CEO도 많다. 바둑 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면을 찾아봐준 것 뿐이다.”



경영학은 경영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이론이다.


“경영학은 조직관리나 재무관리 기법으론 유용하다. 그러나 CEO가 회사를 경영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는 그런 종류의 문제가 아니어서 경영학 이론 중에 실제로 써먹을 건 별로 없다더라.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결정적 판단 능력이 중요한데, 경영학엔 그런 내용이 별로 없다.”



이 책을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겠는가.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특히 특별한 경영 조력자나 지식 없이 경영을 시작하는 분에게 도움이 되리라 본다. 경영학 책은 봐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다고 하는 분이 이 책을 보면 쉽게 경영의 이치를 알 수 있을 거다.”



본래 바둑을 잘 두는 사람도 읽어볼 만하겠다.


“바둑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실력이 있는 사람은 돌을 잘 놓는 요령을 찾아 다닌다. 승리가 우선이니까. 이 책에는 그런 요령이 없으니 잘 안볼거다(웃음).”



책 중간 중간에 삽화로 나오는 기보(바둑돌을 놓는 순서를 기입한 그림)가 꽤 재미있다. 바둑을 둘 줄 모르는 입장에서 봐도 글에서 말하려는 내용을 동영상이나 그래픽으로 설명해주는 느낌이 든다.


“대개 기보가 들어가면 지레 겁을 먹고 책을 덮는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걸 골라 넣었다. 바둑은 말로 설명하기보다 보여주는 게 훨씬 낫다. 표로 그려주듯 딱 보면 알 수 있으니까. 바둑 기보로 다양한 위기와 형세, 대안과 해법을 그려낼 수 있다. 기보를 읽는 재미를 느꼈다면 바둑에 한 발 다가선 거다.”



드라마 <응답하라1988> 에 최택이란 프로기사가 나온다. 프로기사는 원래 좀 현실생활에 어눌하고 과묵한가.


“드라마를 못 봤지만, 프로기사에게 그런 면이 있다. 바둑만 해서 다른 쪽엔 좀 어두운 편이다. 그러나 다들 과묵한 것만은 아니다. 대국에선 집중해야 해서 말수가 적게 보일 뿐이다. 조훈현9단은 말을 잘 하는 편이다. 이창호 9단은 원래 과묵한 성격이다. 그래도 내면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으리라 본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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