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현 스마트에프앤디 대표
심규현 스마트에프앤디 대표
스마트학생복을 제조·판매하는 스마트에프앤디가 지난해 12월 30일 중국 대형 패션기업 보스덩그룹과 중국 내 교복사업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심규현 스마트에프앤디 대표는 단 세 번의 만남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유니폼박람회장. 잠시 숨을 돌리려 밖에 나온 심규현(52) 스마트에프앤디 대표는 곧 부스로 돌아가야 했다. 수행원들을 이끌고 온 노신사가 급히 심 대표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 노신사는 정장·캐주얼·체육복의 다양한 스타일로 구성된 스마트학생복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30여 분 동안 꼼꼼하게 제품을 살펴본 뒤 “중국에 하루만 더 머물러달라. 홍콩 출장 다녀와서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심 대표와 중국 패션업계 거물 까오더캉 보스덩그룹 회장의 첫 번째 만남이다. 보스덩그룹은 남성복·여성복·스포츠웨어 브랜드 8개를 보유한 중국의 대형 패션기업이다. 까오더캉 회장이 1976년 설립해 중국 전역에 6500여 개 매장이 있다. 6개 대형 공장에서 나이키, 폴로, 노스페이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도 한다. 연 매출은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중국 다운 패딩 시장에서 선두기업으로 알려졌다.
“까오더캉 회장이 먼저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며 마음을 열고 다가왔어요. 중국 사업에서 흔치 않은 일입니다. 제가 용띠인데 그분이 열두 살 위 띠동갑이에요. 중국에선 용이 황제나 부를 상징하거든요. ‘용띠끼리 잘 할 것 같다’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지요.” 1월 15일 서울 광진구 자양로 스마트에프앤디 본사에서 만난 심 대표의 얘기다.
심 대표는 중국에 며칠 더 머무르며 장쑤성 창슈시에 있는 보스덩그룹 본사와 공장 두 곳을 둘러봤다. 한 공장의 직원 수가 5000명을 훌쩍 넘는 규모다. 까오더캉 회장은 회사를 안내하며 사업계획과 철학을 얘기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직원들과 가족들은 물론 고향집을 방문해 부모님까지 소개하며 호감을 보였다. “서로 믿음이 생기니 다른 일은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두 회사의 니즈 역시 잘 맞았다. “중국에 유니클로, 자라 같은 SPA(기획·생산자가 유통·판매까지 하는 브랜드) 업체가 대거 진출하면서 보스덩그룹은 제복사업에서 새 먹거리를 찾았어요. 3년 전부터 은행, 관공서에 제복을 납품했고 최근 학생복 시장에 뛰어든 거죠. 스마트에프앤디는 중국에 진출하려면 현지 파트너가 필요했고요.”
두 달 뒤, 두 사람은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까오더캉 회장이 스마트에 프앤디 사무실을 방문했다. 스마트학생복 초창기부터 20년 가까이 교복 디자인을 해 온 이영은 디자인연구소장이 디자인실 안내를 맡았다. 이후 몇 달 동안 자료 조사와 실무진의 검토가 이어졌다. 중국의 각성별, 도시별 교육기관 사이트를 일일이 뒤져 중국 정부도 파악하지 못한 학생 현황을 정리했다. 중국에서 이뤄진 세 번째 만남에서 심 대표와 까오더캉 회장은 최종 계약조건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규모 차이로 투자, 이익 배분 비율을 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심 대표는 규모가 작은 대신 40년 넘게 쌓아온 교복사업 노하우와 한국에서 탄탄한 브랜드 입지, 디자인 역량이 강점이라고 솔직하게 설명했다. 최종 투자, 이익 배분 비율은 70대 30. 심 대표는 목표한 만큼의 성과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2월 말까지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올해 9월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스마트에프앤디는 디자인과 기술, 이와 관련한 관리와 마케팅을 담당한다. 보스덩그룹은 생산과 유통을 맡는다. 회사의 분석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국의 학생 수는 2억2000만 명, 평균 신입생 수는 4000만 명으로 교복시장 규모는 330억 위안(한화 약 6조원)에 이른다. 심 대표는 “최근 1~2년 동안 체육복 스타일의 중국 교복이 정장 스타일로 급변하는 추세”라며 “세련된 디자인, 품질, 기능성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까오더캉 회장은 12월 30일 계약식에서 “스마트학생복이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우수하고 중국 교복시장에 대한 비전이 통해 계약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말에서 “우리는 ‘펑요우(친구·朋友)가 됐다”는 표현으로 다시 한번 믿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중국인은 아주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만 친구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에프앤디가 중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2013년 하반기부터지만 심 대표가 중국 시장에 발을 디딘 것은 2005년이다. 그는 1988년 선경(현 SK) 기획조정실에 입사해 SK네트웍스 스마트사업팀장 등을 거쳐 2009~2011년에 중국패션 상하이법인장으로 근무했다. 스마트학생복을 맡으면서부터 중국 시장을 검토해 왔다. 이번 계약 체결에서 짧은 시간 동안 까오더캉 회장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역시 심 대표의 중국 사업 경험 덕분이다.
“당시 다른 한국 법인장들은 주로 조선족 비서를 채용했지만 저는 중국 문화를 배우려고 중국인을 비서로 뒀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현지 직원, 현지 거래처 사람들과 밥 먹고 술 마시면서 중국인을 몸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3년 동안 중국인들과 생활하며 그들의 눈빛, 몸짓을 조금은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오늘 분위기가 좋다고 일이 잘 풀렸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내일 다시 전화를 걸어 다음에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하는지 봐야 성과를 알 수 있어요.” 그에 따르면 중국인은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를 실수하면 99% 성사된 일도 깨질 수 있다. 남이 보는 앞에서 잘못한 것을 지적하거나 험담하는 것도 금물이다.
2012년 말 스마트에프앤디가 SK네트웍스에서 분리되면서 심 대표는 독립된 길을 가고 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총판, 대리점, 협력업체들이 의기투합했지만 경쟁 심화, 학교 주관 구매제에 따른 교복 값 하락으로 침체에 빠졌다. 심 대표는 “이번 보스덩그룹과의 계약으로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생복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사업에 진출해 청소년 문화를 창조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 글 최은경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교복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 심규현 대표는 학생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고 건강히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복의 본질이라고 답했다. 젠트라 같은 신축성 소재와 스트레치 원단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마트에프앤디의 로고에는 작고 비스듬한 모양의 점이 있다. 시침질 모양을 본뜬 것이다. 시침질은 본 바느질을 하기 전에 천 두 장을 이어주는 작업. 심 대표는 “기본을 튼튼히 하겠다는 스마트에프앤디의 각오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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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와 중국 패션업계 거물 까오더캉 보스덩그룹 회장의 첫 번째 만남이다. 보스덩그룹은 남성복·여성복·스포츠웨어 브랜드 8개를 보유한 중국의 대형 패션기업이다. 까오더캉 회장이 1976년 설립해 중국 전역에 6500여 개 매장이 있다. 6개 대형 공장에서 나이키, 폴로, 노스페이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도 한다. 연 매출은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중국 다운 패딩 시장에서 선두기업으로 알려졌다.
“까오더캉 회장이 먼저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며 마음을 열고 다가왔어요. 중국 사업에서 흔치 않은 일입니다. 제가 용띠인데 그분이 열두 살 위 띠동갑이에요. 중국에선 용이 황제나 부를 상징하거든요. ‘용띠끼리 잘 할 것 같다’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지요.” 1월 15일 서울 광진구 자양로 스마트에프앤디 본사에서 만난 심 대표의 얘기다.
심 대표는 중국에 며칠 더 머무르며 장쑤성 창슈시에 있는 보스덩그룹 본사와 공장 두 곳을 둘러봤다. 한 공장의 직원 수가 5000명을 훌쩍 넘는 규모다. 까오더캉 회장은 회사를 안내하며 사업계획과 철학을 얘기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직원들과 가족들은 물론 고향집을 방문해 부모님까지 소개하며 호감을 보였다. “서로 믿음이 생기니 다른 일은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두 회사의 니즈 역시 잘 맞았다. “중국에 유니클로, 자라 같은 SPA(기획·생산자가 유통·판매까지 하는 브랜드) 업체가 대거 진출하면서 보스덩그룹은 제복사업에서 새 먹거리를 찾았어요. 3년 전부터 은행, 관공서에 제복을 납품했고 최근 학생복 시장에 뛰어든 거죠. 스마트에프앤디는 중국에 진출하려면 현지 파트너가 필요했고요.”
두 달 뒤, 두 사람은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까오더캉 회장이 스마트에 프앤디 사무실을 방문했다. 스마트학생복 초창기부터 20년 가까이 교복 디자인을 해 온 이영은 디자인연구소장이 디자인실 안내를 맡았다. 이후 몇 달 동안 자료 조사와 실무진의 검토가 이어졌다. 중국의 각성별, 도시별 교육기관 사이트를 일일이 뒤져 중국 정부도 파악하지 못한 학생 현황을 정리했다.
2월 말 합자회사 설립 예정
두 회사는 2월 말까지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올해 9월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스마트에프앤디는 디자인과 기술, 이와 관련한 관리와 마케팅을 담당한다. 보스덩그룹은 생산과 유통을 맡는다. 회사의 분석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국의 학생 수는 2억2000만 명, 평균 신입생 수는 4000만 명으로 교복시장 규모는 330억 위안(한화 약 6조원)에 이른다. 심 대표는 “최근 1~2년 동안 체육복 스타일의 중국 교복이 정장 스타일로 급변하는 추세”라며 “세련된 디자인, 품질, 기능성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까오더캉 회장은 12월 30일 계약식에서 “스마트학생복이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우수하고 중국 교복시장에 대한 비전이 통해 계약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말에서 “우리는 ‘펑요우(친구·朋友)가 됐다”는 표현으로 다시 한번 믿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중국인은 아주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만 친구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에프앤디가 중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2013년 하반기부터지만 심 대표가 중국 시장에 발을 디딘 것은 2005년이다. 그는 1988년 선경(현 SK) 기획조정실에 입사해 SK네트웍스 스마트사업팀장 등을 거쳐 2009~2011년에 중국패션 상하이법인장으로 근무했다. 스마트학생복을 맡으면서부터 중국 시장을 검토해 왔다. 이번 계약 체결에서 짧은 시간 동안 까오더캉 회장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역시 심 대표의 중국 사업 경험 덕분이다.
“당시 다른 한국 법인장들은 주로 조선족 비서를 채용했지만 저는 중국 문화를 배우려고 중국인을 비서로 뒀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현지 직원, 현지 거래처 사람들과 밥 먹고 술 마시면서 중국인을 몸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3년 동안 중국인들과 생활하며 그들의 눈빛, 몸짓을 조금은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오늘 분위기가 좋다고 일이 잘 풀렸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내일 다시 전화를 걸어 다음에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하는지 봐야 성과를 알 수 있어요.” 그에 따르면 중국인은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를 실수하면 99% 성사된 일도 깨질 수 있다. 남이 보는 앞에서 잘못한 것을 지적하거나 험담하는 것도 금물이다.
2012년 말 스마트에프앤디가 SK네트웍스에서 분리되면서 심 대표는 독립된 길을 가고 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총판, 대리점, 협력업체들이 의기투합했지만 경쟁 심화, 학교 주관 구매제에 따른 교복 값 하락으로 침체에 빠졌다. 심 대표는 “이번 보스덩그룹과의 계약으로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생복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사업에 진출해 청소년 문화를 창조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 글 최은경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박스기사] 사업도 ‘시침질’ 중요, 기본 튼튼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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