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 기업지도를 바꾼다 (1) 온라인쇼핑몰-쿠팡
유통이 기업지도를 바꾼다 (1) 온라인쇼핑몰-쿠팡
쿠팡은 물류센터라는 붓으로 유통업계 지도를 새롭게 그려가고 있다. 쿠팡맨들은 로켓배송으로 쿠팡을 소셜 커머스 선두기업으로 만들었다. 쿠팡이 언제쯤 돈을 벌지 모두가 궁금해 하지만 쿠팡의 관심은 여전히 ‘소비자 만족’에 있다. 지난해 1조 원을 투자한 손정의 회장이 쿠팡을 대견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는 쿠팡의 해였다. “2년 전과 비교해 10배 이상 늘어난 적자, 8배 이상 증가한 매출, 30배 이상 증가한 배송 인력, 감동적인 배송 서비스, 1조원 투자 유치...” 이것들이 모두 한 해동안 쿠팡이 쏟아낸 뉴스였다. 유통업계 뿐만 아니라 언론과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쿠팡은 2000년 초 롯데닷컴과 같은 온라인 종합 쇼핑몰에 이어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중개몰의 성행이라는 흐름을 그 배경으로 한다. 여기에 2008년 탄생한 미국의 그루폰이 소셜 커머스를 통해 유통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직후인 2010년 탄생했다.
설립 초기에는 티몬, 위메프프라이스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며 ‘고만고만한 소셜 커머스’정도로만 인식됐던 쿠팡은 괄목상대라는 말처럼 어느새 유통업계에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존재가 됐다. “경쟁사들이 자본력, 대중광고에 집중할 때 ‘소비자’에 몰두한 덕분이다.” 포브스코리아가 만난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전자상거래 분과 위원장)의 진단이다. 저렴한 생필품으로 모여든 소비자들은 신속한 ‘로켓 배송’에 환호했고 친절한 쿠팡맨에 반했다. 소비자들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있는 쿠팡이 소비자를 위해 준비할 다음 카드는 뭘까? 쿠팡의 행보에 대응하는 경쟁 유통업체들의 전략도 들어볼 겸 이동일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쿠팡은 저가 소비재 생활용품으로 구매에 대한 집중력을 키웠다. 가령 소모성 생필품인 유한킴벌리사의 하기스를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입점시켜 킬러 콘텐트로 판매했다. 이를 통해 바잉파워를 형성했고 유의미한 고객 데이터를 갖게 됐다. 다른 제조업체와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겼고 같은 방식을 거듭하면서 바잉파워를 키워왔다. 그 중심에 ‘고객에 좀더 좋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기업 철학을 녹여냈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대중 광고를 통해 사이트 이미지를 구축한 업체도 있고 자본 레버리지를 취한 기업도 있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쿠팡이 1조 클럽에 가장 먼저 안착하게 된 것은 ‘소비자 가치’를 중시한 전통적인 방식이 시장에선 혁신으로 해석된 덕분이다.
덩치를 키운 쿠팡은 사실 대형 유통업체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정공법을 취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물류센터를 통한 배송 업그레이드다. 하지만 쿠팡보다 이를 먼저 시도한 업체가 있다. 이동일 교수의 설명이다. “예스24가 처음 시도했죠. 당시 ‘오전에 주문해 오후에 받아보자’는 콘셉트의 총알배송은 상당히 주목을 받았어요. 하지만 크기가 대동소이한 책과 달리 크기, 무게가 제각각인 온라인 쇼핑몰이라면 상황이 다르지요.” 이는 우리나라 소매 유통기업 특성상 재고자산 관리에 대한 어려움에서 기인한다. 한때 오픈 마켓 11번가가 재고 위탁 관리업을 했지만 실패한 것도 같은 이유다. 다시 이동일 교수의 말이다. “쿠팡에겐 두 가지 과제가 있다. 우선 상품 카테고리 다양화는 매출 증대를 위해 필요한 과제다. 다만 재고자산 위험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두번째는 다양한 상품에 대한 물류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다. 물류창고 하나가 감당할 수 있는 수요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국토가 좁아 3개면 당일 배송은 가능하지만 문제는 수요를 얼마나 잘 감당할 수 있느냐이고 이것이 관전 포인트다.” 쿠팡은 현재 14개 물류 창고를 보유하고 있고 2개의 물류센터를 신축 중이다. 2016년 18개, 2017년 21개 물류센터 설립 계획을 가지고 있다.
쿠팡을 따라잡기 위한 경쟁 업체들의 투자도 가속화 되고 있다. 티몬은 소량 묶음 배송, 반품 강화를 통해 약진하고 있다. 앞으로 쿠팡 경쟁사는 소셜 커머스가 아닌 오픈 마켓인 지마켓, 옥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몰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는 대형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이동일 교수는 “현재 온라인 쇼핑몰 경쟁의 축은 배송이고 아직은 쿠팡이 유리하다. 배송은 단순한 경쟁의 차원이 아니라 자기 입지 강화를 위한 필수과제라 이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신선식품 물류사업 진출에 대한 물음에 쿠팡은 “계획이 없다”며 한결같이 부정해 왔다. 쿠팡이 이렇게 선을 긋는 이유에 대해 이동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신선 식품은 온도관리, 상차, 보관과 같은 관리 기술이 상당히 복잡한데, 쿠팡이 당장 이에 대한 계획이 없기 때문이지 안하거나 못할 것 같진 않다. 당장 상추 따서 두 달 뒤 판매할 수는 없는 환경이니까 당분간은 공산품, 가공식품 위주로 활동할 것 같다.” 이 교수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온라인과 기존 유통업체의 마지막 접전지는 신선식품이었기 때문이다. 또 시장 지배자가 자본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략이란 점 때문이기도 하다.
이유는 또 있다. 신선식품은 미끼상품이다. 고객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게 만드는 요인. 쿠팡이 바잉파워를 형성한 기저귀처럼 말이다. 미국의 아마존은 지금 신선식품 배송을 하고 있다. 아마존 프레쉬는 연회비 299불을 받고 운영한다. 특수 냉동차량으로 신선식품을 당일, 익일 새벽까지 가정과 직장에 직접 배송해 준다. 서비스 가입자들에겐 ‘대쉬’라는 주문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계속해서 소비자들이 아마존을 찾게 만든다”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2014년 3월,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할 당시 이를 전담하는 쿠팡맨은 100명이었다. 쿠팡맨은 지금은 3600명으로 늘었다. 쿠팡맨은 계속 채용중이다. 올해 1만명, 내년까지 1만5000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쿠팡맨은 20~30대 청년들이 대부분이다. 쿠팡이 공개한 쿠팡맨 평균 연봉은 4000만원~4500만원(세전)이다.
쿠팡맨은 기존의 택배, 배송 기사들에 가지고 있던 대중들의 인식(불친절)과 달리 SNS 등에서 미담의 주인공으로 소개되며 회사의 긍정적인 이미지에도 도움을 줬다. ‘감동배송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쿠팡맨들은 배송 전 문자메시지를 통해 제품 수령 방법을 알려주고, 고객이 부재중일 때는 원하는 장소에 제품을 놓은 후 사진을 찍어 전송하고 안전하게 전달됐는지 재차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 직접 작성한 손편지와 상품을 함께 전달, 아이가 있는 집에는 초인종 대신 문을 두드리거나 문자로 도착을 알리는 행위와 같은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쿠팡맨의 서비스는 ‘고객의 가치에 집중한다’는 회사의 철학과도 잘 맞아떨어지며 회사 이미지 재고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그렇다면 쿠팡맨들은 특별한 서비스 교육을 받는 걸까? 쿠팡에 따르면 별다른 교육이나 프로그램은 없다. 입사 후 일주일 간 받는 행동수칙, 배송 프로세스 교육 등이 전부다. 다만 지역을 거점으로 한 캠프에 상주하는 담당자와 쿠팡맨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서비스와 관련한 회의를 하고 좋은 사례들은 서로 공유한다고 한다. 쿠팡 담당자는 “안정된 일자리 환경을 제공하니 자연히 서비스 품질이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쿠팡맨들에 대한 평가시스템 때문이라는 것이다. 쿠팡맨들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채용되는데, 6개월 마다 평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주어진다. 2년내 정규직 전환이 안된 직원들은 계약해지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김범석 쿠팡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쿠팡맨은 모두 계약직으로 시작하지만 급여·복지 수준과 승진 기회 등에서 정규직과 처우의 차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쿠팡맨의 정규직 전환 비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쿠팡이 공개한 평균연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3600명 쿠팡맨 인건비는 최소 1440억원이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 사이에선 ‘쿠팡맨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최첨단 물류센터를 짓는 만큼 인적 자원관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동일 교수는 이에 대해 “오직 소비자 만족을 위한 경영을 해온 쿠팡이 이를 위해 계속해서 물류센터를 확장하는 것처럼 쿠팡맨 증가 역시 같은 이유”라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과도한 투자는 아니라고 본다. 솔팅 시스템, 피커들의 동선 효율화, 패킹과 같은 물류 자동화를 한다고 해도 100% 자동화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첨단 물류창고는 결국 손님 없는 대형마트와 비슷할 것이다. 오프라인-온라인 통합물류관리는 로스율, 실시간 재고 파악 에러에 따른 거래거절과 같은 디테일한 과제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쿠팡맨에 대한 염려는 결국 돈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를 받아 자금 여력이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쿠팡은 수치상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잠시 흑자를 기록했던 쿠팡은 2013년 42억원 적자에서 2014년엔 1215억원 적자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물론 매출도 성장했다. 같은 기간 478억원에서 3485억 원으로 8배 가까이 성장했다. 업계에선 “자체 차량과 인력에 의한 로켓배송 덕분”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로켓배송과 쿠팡맨은 지난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를 이끌어낸 쿠팡의 핵심콘텐트이기도 하다. 김범석 대표가 당분간 물류센터와 쿠팡맨 채용을 줄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김 대표 역시 일관되게 투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쿠팡이 유통 업계에 어떤 지형변화를 몰고 올 지 지켜볼 일이다.
- 글 유부혁 기자·사진 신인섭, 오종택 기자 쿠팡의 행보를 지켜만 보던 대형마트가 ‘온오프라인 최저가’를 선언하며 가격 전쟁이 시작됐다.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에 빼앗긴 생필품 시장을 되찾겠다는 계산에서다.
가격전쟁에 내세운 무기는 이마트는 기저귀, 롯데마트는 분유다. 이마트가 내놓은 기저귀 상품은 유한킴벌리 하기스의 매직 팬티 박스형(대형 92개 2만8500원, 특대형 76개 2만9600원)과 마미포코 360핏 팬티 박스형 (대형 72개 1만8500원, 특대형 54개 1만7200원)이다. 대형마트 대비 최대 35%, 소셜 커머스 등 온라인 업체와 비교해선 최대 15% 가량 저렴하다. 롯데마트는 남양 임페리얼 XO 3단계를 5만 5600원, 4단계는 5만6600원에 판매한다. 이 같은 가격은 온오프라인을 합친 전체 유통채널에서 가장 낮은 가격이다. 기저귀, 분유 두 제품 모두 카테고리 내 1등 제품이다.
사실 가격전쟁은 이들 유통 공룡들이 ‘온라인 사업’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말 사장단 회의에서 “쿠팡처럼 혁신하라”며 옴니채널 강화를 지시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최근 ‘이마트의 온라인화’를 그룹의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마트,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실적이 좋지 않은데 온라인 쇼핑몰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총거래액은 전년 대비 19.1% 증가한 53조9340억원이다. 이중 모바일 쇼핑거래액은 24조4270억원으로 64.3% 급증했다. 반면 지난해 소매판매액(366조 5180억원)은 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 판매액은 0.4% 감소했고, 대형마트 매출액도 2.4% 증가에 그쳤다.
쿠팡처럼’에서 ‘쿠팡보다 더’로 전략 바꿔국내 대표 유통업체 두 곳이 결국 쿠팡의 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김범석 대표가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형마트는 경쟁자가 아니다. 상품 카테고리가 다르다”고 한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쿠팡 관계자 역시 “경쟁, 비교하는 말들이 많으니 선을 그은 것이지 사실 여부를 가지고 한 발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신세계, 롯데측 발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동일 세종대 교수(한국유통학회 전자상거래 분과위원장)는 “결국 같은 길목에서 만난 셈”이라면서 “앞으로 마트와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간 가격경쟁이 어디로 확대될 지, 소비자에게 어떤 유익이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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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초기에는 티몬, 위메프프라이스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며 ‘고만고만한 소셜 커머스’정도로만 인식됐던 쿠팡은 괄목상대라는 말처럼 어느새 유통업계에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존재가 됐다. “경쟁사들이 자본력, 대중광고에 집중할 때 ‘소비자’에 몰두한 덕분이다.” 포브스코리아가 만난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전자상거래 분과 위원장)의 진단이다. 저렴한 생필품으로 모여든 소비자들은 신속한 ‘로켓 배송’에 환호했고 친절한 쿠팡맨에 반했다. 소비자들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있는 쿠팡이 소비자를 위해 준비할 다음 카드는 뭘까? 쿠팡의 행보에 대응하는 경쟁 유통업체들의 전략도 들어볼 겸 이동일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쿠팡은 저가 소비재 생활용품으로 구매에 대한 집중력을 키웠다. 가령 소모성 생필품인 유한킴벌리사의 하기스를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입점시켜 킬러 콘텐트로 판매했다. 이를 통해 바잉파워를 형성했고 유의미한 고객 데이터를 갖게 됐다. 다른 제조업체와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겼고 같은 방식을 거듭하면서 바잉파워를 키워왔다. 그 중심에 ‘고객에 좀더 좋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기업 철학을 녹여냈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대중 광고를 통해 사이트 이미지를 구축한 업체도 있고 자본 레버리지를 취한 기업도 있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쿠팡이 1조 클럽에 가장 먼저 안착하게 된 것은 ‘소비자 가치’를 중시한 전통적인 방식이 시장에선 혁신으로 해석된 덕분이다.
덩치를 키운 쿠팡은 사실 대형 유통업체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정공법을 취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물류센터를 통한 배송 업그레이드다. 하지만 쿠팡보다 이를 먼저 시도한 업체가 있다. 이동일 교수의 설명이다. “예스24가 처음 시도했죠. 당시 ‘오전에 주문해 오후에 받아보자’는 콘셉트의 총알배송은 상당히 주목을 받았어요. 하지만 크기가 대동소이한 책과 달리 크기, 무게가 제각각인 온라인 쇼핑몰이라면 상황이 다르지요.” 이는 우리나라 소매 유통기업 특성상 재고자산 관리에 대한 어려움에서 기인한다. 한때 오픈 마켓 11번가가 재고 위탁 관리업을 했지만 실패한 것도 같은 이유다.
로켓배송, 물류센터, 그 다음은 신선식품?
쿠팡을 따라잡기 위한 경쟁 업체들의 투자도 가속화 되고 있다. 티몬은 소량 묶음 배송, 반품 강화를 통해 약진하고 있다. 앞으로 쿠팡 경쟁사는 소셜 커머스가 아닌 오픈 마켓인 지마켓, 옥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몰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는 대형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이동일 교수는 “현재 온라인 쇼핑몰 경쟁의 축은 배송이고 아직은 쿠팡이 유리하다. 배송은 단순한 경쟁의 차원이 아니라 자기 입지 강화를 위한 필수과제라 이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신선식품 물류사업 진출에 대한 물음에 쿠팡은 “계획이 없다”며 한결같이 부정해 왔다. 쿠팡이 이렇게 선을 긋는 이유에 대해 이동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신선 식품은 온도관리, 상차, 보관과 같은 관리 기술이 상당히 복잡한데, 쿠팡이 당장 이에 대한 계획이 없기 때문이지 안하거나 못할 것 같진 않다. 당장 상추 따서 두 달 뒤 판매할 수는 없는 환경이니까 당분간은 공산품, 가공식품 위주로 활동할 것 같다.” 이 교수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온라인과 기존 유통업체의 마지막 접전지는 신선식품이었기 때문이다. 또 시장 지배자가 자본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략이란 점 때문이기도 하다.
이유는 또 있다. 신선식품은 미끼상품이다. 고객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게 만드는 요인. 쿠팡이 바잉파워를 형성한 기저귀처럼 말이다. 미국의 아마존은 지금 신선식품 배송을 하고 있다. 아마존 프레쉬는 연회비 299불을 받고 운영한다. 특수 냉동차량으로 신선식품을 당일, 익일 새벽까지 가정과 직장에 직접 배송해 준다. 서비스 가입자들에겐 ‘대쉬’라는 주문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계속해서 소비자들이 아마존을 찾게 만든다”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2014년 3월,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할 당시 이를 전담하는 쿠팡맨은 100명이었다. 쿠팡맨은 지금은 3600명으로 늘었다. 쿠팡맨은 계속 채용중이다. 올해 1만명, 내년까지 1만5000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쿠팡맨은 20~30대 청년들이 대부분이다. 쿠팡이 공개한 쿠팡맨 평균 연봉은 4000만원~4500만원(세전)이다.
쿠팡맨은 기존의 택배, 배송 기사들에 가지고 있던 대중들의 인식(불친절)과 달리 SNS 등에서 미담의 주인공으로 소개되며 회사의 긍정적인 이미지에도 도움을 줬다. ‘감동배송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쿠팡맨들은 배송 전 문자메시지를 통해 제품 수령 방법을 알려주고, 고객이 부재중일 때는 원하는 장소에 제품을 놓은 후 사진을 찍어 전송하고 안전하게 전달됐는지 재차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 직접 작성한 손편지와 상품을 함께 전달, 아이가 있는 집에는 초인종 대신 문을 두드리거나 문자로 도착을 알리는 행위와 같은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쿠팡맨의 서비스는 ‘고객의 가치에 집중한다’는 회사의 철학과도 잘 맞아떨어지며 회사 이미지 재고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그렇다면 쿠팡맨들은 특별한 서비스 교육을 받는 걸까? 쿠팡에 따르면 별다른 교육이나 프로그램은 없다. 입사 후 일주일 간 받는 행동수칙, 배송 프로세스 교육 등이 전부다. 다만 지역을 거점으로 한 캠프에 상주하는 담당자와 쿠팡맨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서비스와 관련한 회의를 하고 좋은 사례들은 서로 공유한다고 한다. 쿠팡 담당자는 “안정된 일자리 환경을 제공하니 자연히 서비스 품질이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쿠팡맨들에 대한 평가시스템 때문이라는 것이다. 쿠팡맨들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채용되는데, 6개월 마다 평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주어진다. 2년내 정규직 전환이 안된 직원들은 계약해지 대상이다.
쿠팡의 얼굴 쿠팡맨의 불안한 미래
쿠팡맨에 대한 염려는 결국 돈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를 받아 자금 여력이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쿠팡은 수치상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잠시 흑자를 기록했던 쿠팡은 2013년 42억원 적자에서 2014년엔 1215억원 적자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물론 매출도 성장했다. 같은 기간 478억원에서 3485억 원으로 8배 가까이 성장했다. 업계에선 “자체 차량과 인력에 의한 로켓배송 덕분”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로켓배송과 쿠팡맨은 지난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를 이끌어낸 쿠팡의 핵심콘텐트이기도 하다. 김범석 대표가 당분간 물류센터와 쿠팡맨 채용을 줄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김 대표 역시 일관되게 투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쿠팡이 유통 업계에 어떤 지형변화를 몰고 올 지 지켜볼 일이다.
- 글 유부혁 기자·사진 신인섭, 오종택 기자
[박스기사] 기저귀·분유 가격전쟁 | 온라인-기존 유통 업태간 경쟁 본격화
가격전쟁에 내세운 무기는 이마트는 기저귀, 롯데마트는 분유다. 이마트가 내놓은 기저귀 상품은 유한킴벌리 하기스의 매직 팬티 박스형(대형 92개 2만8500원, 특대형 76개 2만9600원)과 마미포코 360핏 팬티 박스형 (대형 72개 1만8500원, 특대형 54개 1만7200원)이다. 대형마트 대비 최대 35%, 소셜 커머스 등 온라인 업체와 비교해선 최대 15% 가량 저렴하다. 롯데마트는 남양 임페리얼 XO 3단계를 5만 5600원, 4단계는 5만6600원에 판매한다. 이 같은 가격은 온오프라인을 합친 전체 유통채널에서 가장 낮은 가격이다. 기저귀, 분유 두 제품 모두 카테고리 내 1등 제품이다.
사실 가격전쟁은 이들 유통 공룡들이 ‘온라인 사업’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말 사장단 회의에서 “쿠팡처럼 혁신하라”며 옴니채널 강화를 지시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최근 ‘이마트의 온라인화’를 그룹의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마트,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실적이 좋지 않은데 온라인 쇼핑몰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총거래액은 전년 대비 19.1% 증가한 53조9340억원이다. 이중 모바일 쇼핑거래액은 24조4270억원으로 64.3% 급증했다. 반면 지난해 소매판매액(366조 5180억원)은 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 판매액은 0.4% 감소했고, 대형마트 매출액도 2.4% 증가에 그쳤다.
쿠팡처럼’에서 ‘쿠팡보다 더’로 전략 바꿔국내 대표 유통업체 두 곳이 결국 쿠팡의 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김범석 대표가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형마트는 경쟁자가 아니다. 상품 카테고리가 다르다”고 한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쿠팡 관계자 역시 “경쟁, 비교하는 말들이 많으니 선을 그은 것이지 사실 여부를 가지고 한 발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신세계, 롯데측 발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동일 세종대 교수(한국유통학회 전자상거래 분과위원장)는 “결국 같은 길목에서 만난 셈”이라면서 “앞으로 마트와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간 가격경쟁이 어디로 확대될 지, 소비자에게 어떤 유익이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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