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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KT 만난 테슬라의 속내는] 텔레매틱스·충전 문제 논의 가능성

[SK텔레콤·KT 만난 테슬라의 속내는] 텔레매틱스·충전 문제 논의 가능성

일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CEO.
테슬라모터스가 지난 1월 19~20일 SK텔레콤·KT 등 국내 통신사업자와 잇따라 접촉을 가졌다. 한국 진출을 선언한 지 약 2개월 만에 첫 행보였다. 국내엔 아직 사무실조차 차리지 않았지만 테슬라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린다. 비밀유지계약(NDA)을 맺은 탓에 양측의 협의 내용은 외부로 공개되진 않았다. 다만, 주변 정황을 비추어 보면 접촉한 이유와 사안을 짐작할 순 있다.

국내 이통사와 테슬라의 만남을 주선한 곳은 미국의 통신사업자이자 테슬라의 사업 파트너인 AT&T다. AT&T는 미국 현지에서 테슬라와 손잡고 텔레매틱스(Telematics)를 운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사의 모든 제품에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장착하며, 이를 위해 반드시 이통사를 사업 파트너로 둔다. 텔레매틱스란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다. 차에서 전화·위치정보·게임·쇼핑 등 여러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테슬라는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제조사보다는 통신사와 먼저 접촉해왔다. 2013년 11월에는 스웨덴 통신사인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와 손잡고 스웨덴·덴마크·핀란드·에스토니아·라트비아에 ‘인카(in-car)’ 시스템을 선보였다. AT&T와는 이듬해 1월에 텔레매틱스 계약을 했다. 2014년 3월엔 스페인 텔레포니카와 사물지능통신 개발 계약을 하고, 영국·독일·스페인·벨기에·네덜란드 시장에 진출했다.

테슬라는 전기구동과 더불어 텔레매틱스를 자동차 제작의 핵심으로 꼽는다. 테슬라의 대부분 차량에는 17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내장돼 있다. 이 화면을 통해 인터넷·내비게이션·동영상 등 여러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속으로 주행하는 자동차에서 이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3G 이상의 고속 무선통신 시스템을 탑재해야 한다. 또 네트워크 환경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처럼 가입자인증모듈(USIM)을 내장한 차량도 출시 중이다. 결국 테슬라가 SK텔레콤·KT를 만난 것도 이런 텔레매틱스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기구동과 텔레매틱스가 테슬라의 핵심
SK텔레콤과 KT 모두 텔레매틱스 서비스 경험을 갖고 있다.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물론 과금제도, 위성항법장치(GPS) 결합 등은 텔레매틱스를 구현할 수 있는 훌륭한 파트너다. KT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함께 텔레매틱스 ‘블루링크(Bluelink)’ 서비스를 개시했다. SK텔레콤은 기아자동차의 텔레매틱스 ‘유보(UVO)’ 서비스를 제공한다. SK텔레콤은 또 지난해 12월 르노삼성의 SUV 모델인 ‘QM3’에 탑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T2C’를 공동 개발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사로서의 역할도 가능해 보인다. SK텔레콤은 최근 SK플래닛의 지리기반서비스(LBS) 사업조직을 분할해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 등 일부 서비스의 경우 미국과 한국의 실정이 달라 테슬라가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국내 통신사업자와의 연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두 이통사가 테슬라와 만나기 전,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전 협의를 벌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통사의 소관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전기차 충전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아직 전기차를 상용화하고 있진 않다. 일부 공공기관을 제외하고는 충전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테슬라로서는 충전소 문제가 한국 진출의 걸림돌이다. 이에 에너지 충전망을 갖춘 SK텔레콤·KT와 이 문제도 협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KT의 안이 가장 구체적이다. KT는 전국의 KT지사에 전기차 충전소를 세울 계획이다. 전기차 급속충전소는 적잖은 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넓은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KT지사가 제격이다. KT는 또 무용지물로 전락한 전국의 공중전화 박스를 일반·간이 충전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기차 충전에 짧게는 3시간, 길게는 8시간 이상 걸린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전국 KT지사가 500여 개에 달하지만, 전기차 충전 수요를 소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사 한 곳당 5개의 충전기를 설치한다고 해도 충전기는 총 2500여 개에 불과하다. 이 충전기를 쉬지 않고 가동해도 하루에 2만대 밖에 충전할 수 없다. 또 전기차 충전 수요에 부응할 정도의 주차·유휴 공간을 확보했느냐도 의문이다. 만약 테슬라가 전기차의 충전방식을 일반 충전에서 배터리 교체식으로 바꾸면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이 경우 SK도 전국 주유소를 배터리 공급망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열린다. 다만, 차량을 들거나 보닛을 열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해 관련 설비와 전문 인력 없이는 어려움이 따른다.
 자율주행차보다 스마트카 개발에 매진
테슬라 전기차는 내장된 17인치 모니터를 통해 차량과 주행 교통·쇼핑 정보, 동영상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윤활유·타이어 등 소모품 생산과 공급을 두고도 말이 많다. 전기차는 일반 자동차와는 내부기관과 원재료가 달라 소모품 역시 차이가 있다. 이에 기존에 차량 소모품을 생산하던 기업의 역할 확대에 관심이 크다. SK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의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가 테슬라 전기차에 쓰일 변속기유나 모터 윤활유 등을 전담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루브리컨츠는 윤활유브랜드 ‘ZIC’를 생산하는 회사다.

테슬라와 국내 통신사의 만남이 중장기적으로 자율주행차 기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테슬라는 전기차 부문에서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구글·애플에 뒤지고 있다. 구글은 2014년 내놓은 ‘구글카’의 상용화를 목전에 뒀고, 애플 역시 자율주행차의 완성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차선 자동 변경, 변속 등 ‘오토파일럿’ 기술을 선보였으나, 자율주행차 수준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보다는 스마트카 개발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 1월 한 세미나에서 “2년 안에 LA에 있는 차를 뉴욕에서 부를 수 있을 것”이라며 “자동차가 스마트폰과 통신해 자동으로 위치를 감지, 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전 문제를 두고도 “차 스스로 충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개발의 역량을 자율주행보다는 스마트카에 집중하겠단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소프트웨어 기술인데 비해 스마트카는 네트워크 기술에 가깝다. 테슬라는 국내외 통신사로의 외연 확장 등을 통해 기술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애플·구글은 IT기업이지만 테슬라는 완성차 제조사다. 이런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읽힌다. SK 관계자는 “자율주행·스마트카 분야는 주도권이 어느 쪽으로 넘어가느냐를 두고 IT·제조업 간에 헤게모니 다툼이 치열하다”며 “테슬라는 네트워크를 통한 혁신형 스마트카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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