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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방해하는 내부의 적

다이어트 방해하는 내부의 적

장내 세균 중 하나인 클로스트리듐 페르프린젠스. 식중독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중 하나다.
자몽 다이어트, 앳킨스 다이어트, 저지방 다이어트,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양배추 수프 다이어트…. 유행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그 모든 다이어트를 보며 보건 전문가들은 혀를 내두른다. 모두 소용없다고 일축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믿을 만한 교과서나 의학계에 따르면 체중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칼로리(열량)를 섭취하는 것보다 더 많이 소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중이 느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소모하는 것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해서다. 그들에 따르면 체중의 증감은 섭취 칼로리에서 소모 칼로리를 뺀 결과다.

물론 그 기초 셈법은 옳다. 그러나 ‘섭취 칼로리’ 뜻은 우리가 배운 것과 다르다. 신경 써야 할 칼로리는 단순히 식료품 포장지나 식당 메뉴나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케이크 메뉴 곁에 적힌 숫자만이 아니다. 우리 몸에 중요한 것은 소화 효소와 장 안에 서식하는 수조 마리의 박테리아에 의해 추출되는 칼로리다. 지방과 탄수화물을 더 잘 소화하는 장내 세균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달리 식품 포장지에 적힌 칼로리 전부를 흡수할 수 있다. 대사량이 같은 사람이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장내 세균에 따라 흡수하는 칼로리는 크게 다를 수 있다.

체중 증가를 박테리아 탓으로 돌리는 것은 2006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해 미국 워싱턴대학의 제프리 고든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비만 쥐와 마른 쥐의 장내 세균 구성이 서로 다르다고 밝혔다. 후벽균류(Firmicutes)와 의간균류(Bacteroidetes)의 균형을 의미한다. 연구팀이 비만 쥐에게서 후벽균류에 속하는 장내 세균을 채취해 무균 환경에서 사육한 쥐의 장에 이식하자 그 쥐가 더 적게 먹는데도 10∼14일 만에 몸집이 크게 불었다. 특히 그들은 비만이 특정 박테리아군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특정 박테리아군이 비만을 초래한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그 이유가 뭘까? 후벽균류는 다른 흔한 박테리아 계열인 의간균류보다 음식에서 칼로리를 더 잘 추출한다고 알려졌다. 후벽균류는 쥐의 소화 효소나 의간균류가 처리하지 못하는 다당류를 단당류와 지방산으로 분해한 뒤 장에서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이 두 가지 계열의 장내 세균을 모두 갖고 있다. 과체중인 사람은 마른 사람보다 후벽균류가 많고 의간균류가 적다. 고든 교수의 연구팀은 비만인 자원자 12명에게 저지방 또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줄이도록 했다. 그 결과 그들의 장내 세균 중 의간균류 늘어나고 후벽균류가 줄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의간균류가 많아질수록 체중이 더 줄었다.

그러나 거기서 연구팀은 막다른 골목을 만났다. 고든 교수팀의 실험은 체중 감량으로 장내 세균의 균형이 달라져 음식에서 최대한의 열량을 추출하는 장내 세균이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그런 사실은 체중을 줄이려는 사람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건 그 반대로 먼저 장내 세균의 균형을 깨뜨려 의간균류를 증가시켜 체중을 줄이는 것이다. 그 방법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0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일본인은 김을 소화하는 장내 세균을 갖고 있지만 서양인은 그렇지 않다. 일본인의 독특한 식단 때문인 듯하다. 생선을 많이 섭취해 장내 세균 중에 김을 소화하는 해양 박테리아가 많다는 뜻이다.

스탠퍼드대학 의과대학원의 미생물학자 저스틴 소넨버그는 “그 연구 결과는 식단이 특정 장내 세균의 존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약도 장내 세균의 균형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신시내티대학의 비만 전문가 랜디 실리 교수는 “일부 항생제는 지배적인 장내 세균의 종류를 바꿔 비만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음흉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살을 빼려는 사람에게 ‘장내 세균이 잘못됐으니 이 약을 먹으면 된다’고 속이려 들만하다.”스탠퍼드대학 의과대학원의 미생물학자 저스틴 소넨버그는 “그 연구 결과는 식단이 특정 장내 세균의 존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약도 장내 세균의 균형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신시내티대학의 비만 전문가 랜디 실리 교수는 “일부 항생제는 지배적인 장내 세균의 종류를 바꿔 비만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음흉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살을 빼려는 사람에게 ‘장내 세균이 잘못됐으니 이 약을 먹으면 된다’고 속이려 들만하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소장과 대장만이 아니라 피부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박테리아다.
장내 세균이 정확히 체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이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라 논쟁이 치열하다. 고든 교수팀의 연구가 보여주 듯이 장내 세균의 종류에 따라 섭취한 음식에서 칼로리를 추출하는 능력이 다르다는 것은 한가지 가능성일 뿐이다. 다른 가능성은 장내 세균이 면역체계를 교란해 비만(그리고 비만에 흔히 수반되는 2형 당뇨)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장내 세균이 장세포를 유도해 낮은 수준의 염증을 유발하는 분자인 사이토킨을 분비하게 만들고, 이 염증이 인슐린 저항(2형 당뇨의 표지)을 촉발하고 식욕을 올릴 수 있다는 가설이다.

과학자들이 장내 세균과 비만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동안 보건 관리들은 비만 유행병을 단순한 ‘칼로리 섭취/소모’로만 설명하는 수준을 벗어나야 한다. 물론 21세기 식단과 소파에 앉아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에 빠지는 습관도 비만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모든 칼로리를 짜내는 장내 세균의 확산을 돕는 우리의 식품 선택도 문제다.

실리 교수는 “식품과 약 등이 장내 세균을 바꿔 비만 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만퇴치 운동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담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 섀런 베글리 뉴스위크 객원기자



[ 이 기사는 뉴스위크 특별호 ‘당신의 놀라운 몸: 전문가들이 말하는 더 오래 더 잘 살기 위한 과학과 비결(Your Amazing Body: Leading Experts Reveal the Science and Secrets Behind Living Longer and Better)’에서 발췌했다.]
 [박스기사] 음식에도 중독된다 - 비만인 사람의 뇌 영상은 약물 중독자와 비슷해…도파민과 그렐린 호르몬의 작용으로 식욕 부추기는 듯 ▎대사량이 같은 사람이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장내 세균에 따라 흡수하는 칼로리는 크게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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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량이 같은 사람이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장내 세균에 따라 흡수하는 칼로리는 크게 다를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두 자녀의 어머니 케이 셰퍼드는 아이들을 위해 과자를 사러 갔다 돌아오면서 차 안에서 과자 거의 전부를 먹어치웠다. 수년 동안 그런 일이 반복됐다. 어느날 그녀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먹는 모습을 보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30년 이상 살아오면서 내 행동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셰퍼드 같은 사람이 비만이 되는 건 음식이 마약 같은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는 전체 인구의 약 15%가 그 부류에 든다고 본다. 셰퍼드는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빼려면 자제력이 있어야 하지만 중독은 자제력을 없앤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특정 식품의 중독성에 관한 가설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에야 그 가설이 치열한 연구 대상이 됐다.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감자튀김, 심지어 페페로니 피자까지 흔히 말하는 ‘입맛에 맞는’ 식품은 우리 식욕을 자극해 거부하기 힘들게 만든다.

나쁜 식단이 습관이 되면 거기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도 그로써 설명될 수 있다. 몇몇 실험에서 비만인 사람의 뇌촬영 영상은 약물 중독자와 비슷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 중 하나는 2000년대 초 실시됐다. 브룩헤이븐 국립실험실의 노라 볼코가 이끄는 팀은 비만인 자원자 10명의 뇌를 촬영해 보상 메커니즘을 조사했다.

그 결과 비만인 사람의 뇌는 정상 체중인 사람과 달랐다. 특히 특정 도파민 수용체가 없었다. 도파민은 보상과 약물 남용에 관련된 뇌의 화학물질이다. 뇌에서 도파민 신호는 D1과 D2로 알려진 수용체를 통해 전달된다. 그중 D2 수용체가 없다면 강한 욕구가 차단되지 않고 행동과 관련된 뇌 부위로 그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과식한다고 볼코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녀는 또 D2 수용체의 결여가 먹는 즐거움에 덜 민감하게 만들어 과식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덜 민감하다면 보상을 느끼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이 먹어야 한다.

그러나 도파민만이 문제는 아니다.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 중 하나는 그렐린이다. 텍사스대학(댈러스 캠퍼스)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제프리 지그먼 교수에 따르면 그렐린도 뇌의 보상 시스템에 작용해 식욕을 부추긴다. 그 외에도 고열량 식단으로 우리를 이끄는 장치는 많다. 그런 프로그램은 우리 선조들이 고열량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시기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 존재한 듯하다. 그러나 그 후 고도로 정제된 코카인과 알코올 같은 약물이 나와 욕구를 더욱 강하게 만들면서 중독을 불렀다. 연구 결과가 옳다면 과당이 듬뿍 함유된 옥수수 시럽이나 1000칼로리 치즈버거 같은 고도로 가공된 음식도 우리를 중독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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