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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사세요!

광산 사세요!

앵글로 아메리칸은 칠레 북부의 만토베르데 구리광산을 지난해 9월 3억3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 FROM : WWW.MINING.COM
광산을 하나 사고 싶은가? 세계적인 광물수출업체 글렌코어의 거대한 칠레 구리광산은 10억 달러면 구입할 수 있다. 자금을 좀 더 풀어도 상관없다면 브라질에 있는 앵글로 아메리칸의 철광은 어떤가? 앵글로 아메리칸은 2000년대 말 그 광산을 구입하고 건설하는 데 140억 달러를 들였다. 석탄을 좋아한다면 호주에서 매물로 나온 탄광이 수두룩하다.

지금 세계의 광업 부문은 ‘구매자 시장(buyer’s market)’이다. 공급이 수요를 웃돌아 낮은 가격에 선택의 폭이 넓다는 뜻이다.

지난 1년 동안 광물·금속·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영국의 앵글로 아메리칸, 스위스의 글렌코어부터 호주의 BHP 빌리턴, 브라질의 발레, 영국의 리오 틴토까지 광업 대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부채가 늘어나고 영업 실적이 떨어지면서 손실이 커지자 그들은 이제 소유한 비싼 광산을 매각해서라도 수지 악화를 막으려 안간힘이다.

최근 글렌코어는 올해 40억∼50억 달러어치를 매각해 259억 달러의 순부채 중 일부를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고 주요 광물의 공급이 과잉 상태가 됐고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져 글렌코어는 지난해 약 5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 레이팅스의 원자재 담당 이사 피터 아치볼드는 매물로 나온 광산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구리·철광석·니켈·석유 등 건설과 제조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원자재의 수요를 주도하는 중국의 경제성장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의 하강세와 비교할 때 매물로 나온 광산의 수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중국의 성장 둔화라는 아주 심각한 문제가 원인이기 때문에 이전보다 침체가 더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월 중국의 제조 부문은 7개월째 연속 위축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3월 1일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으로 1월의 49.4에서 더 떨어졌다. 4년 3개월 만에 최저치며 7개월 연속 50 아래로 떨어졌다(PMI가 50 이하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올해 중국의 예상 경제성장률을 6.5~7.0%로 발표했다. 그러나 공장 가동의 둔화가 소비 감소의 두려움을 부추긴다.

지난해 구리와 철의 가격은 각각 25%, 40% 하락했다. 원유 가격은 원자재 전반의 가격에 압력을 가하면서 2014년 6월 배럴 당 100달러 이상의 정점에서 70%나 떨어졌다.

글렌코어는 호주 오바르와 칠레 로마스 바야스 구리광산 중 적어도 1개를 매각하기 위해 올해 최종 입찰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뉴스에 따르면 칠레의 구리광산은 몇몇 소규모 칠레 업체로부터 10억 달러에 가까운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광업회사들로선 광산 매각이 생각처럼 쉽진 않다. 아치볼드 이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다수 광산 매각은 10억 달러 미만에서 이뤄졌다. 거액의 현금 확보를 원하는 부채 많은 광산회사에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금액이다. 그는 “구매자들이 헐값을 바란다”고 말했다.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그런 기대치 차이로 일부 광산은 수년 동안 불확실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앵글로 아메리칸이 조만간 매각을 원하는 니오븀·인산염 광산은 2009년 처음 매물로 나왔다. 리오 틴토는 2011년 10월 호주와 뉴질랜드의 알루미늄 광산들을 매각하려다 실패한 뒤 다시 운영을 재개했다.

블룸버그 개드플라이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피클링은 “광산업체에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극심한 시장 침체기에 판매자는 하루 빨리 자산을 매각하고 싶어 하는 반면 구매자는 낮게 평가될 수 있는 자산의 매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위스 바르의 세계최대 석탄회사 글렌코어 본사. 글렌코어는 중국 경제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9월 28일 주가가 폭락해 이날 하룻동안에만 시가총액의 약 3분의 1을 잃었다. / FROM : AP-NEWSIS
세계 최대의 철광 생산업체인 브라질 발레는 최근 수십 년만에 최대 규모의 분기 손실을 발표한 뒤 주요 자산을 시장에 내놓았다. 발레는 가격 하락과 대규모 자산 가치의 평가 절하로 4분기의 순손익이 85억7000만 달러였다고 말했다. 뮤리뉴 페레이라 CEO는 18개월 안에 100억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자산이든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금융사 UBS의 광업 분석가 안드레아스 보켄호이저는 발레가 당장 현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미래에 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가 가치를 철저히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

앵글로 아메리칸의 30억∼40억 달러어치 광산 매각 계획도 역풍을 만났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의 급락으로 감손 비용이 38억 달러 발생한 여파로 순손익이 그 2배인 56억2000만 달러로 늘었다. 마크 쿠티파니 CEO는 앵글로 아메리칸이 구리와 다이아몬드, 백금 사업에만 전념하고 철광 사업(남아공과 브라질에 위치한 광산)에선 점진적으로 발을 빼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아울러 구매자가 괜찮은 제안을 한다면 호주·콜롬비아·남아공의 탄광 사업도 매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 발표가 나오자 피치 레이팅스와 무디스의 투자서비스는 곧바로 앵글로 아메라칸의 신용 수준을 ‘투기 등급’으로 내렸다. 거의 수익이 없는 자산을 매각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는 이유였다. 아치볼드 이사는 “앵글로 아메리칸의 수익성 떨어지는 광산에 대한 다른 업체의 매입 제안은 현재로선 그들의 구미에 맞지 않아 매각이 보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번스타인 인베스트먼트 리서치 앤 매니지먼트의 분석가 폴 게이트는 앵글로 아메리칸의 자산 매각 능력을 좀 더 낙관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천연자원 프로젝트를 단기 수익만이 아니라 장기적 가치로서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세계의 천연자원을 소유하는 내재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에 관해 서방의 자본시장과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 향후 6개월이 아니라 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투자자는 그 권리가 대단한 가치를 지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마리아 갈루치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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