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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의 대공습 그 후 | 동양생명] 공격적 DNA에 해외 네트워크 날개 달다

[중국 자본의 대공습 그 후 | 동양생명] 공격적 DNA에 해외 네트워크 날개 달다

올 초 부산에 있는 한 생보사 지점의 직원 50여명 중 30명이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그룹(安邦保險集團)에 인수된 동양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있던 이들은 동양생명이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을 굳혔다. 보험 업계에선 “지점 인력 30명이 한번에 옮겨간 건 너무한 거 아니냐”는 지적과 “더 좋은 대우를 해준다는데 움직이지 않을 설계사(FC)가 어디 있겠느냐”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일시납 저축성 보험 판매에서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양생명은 사업계획을 짜면서 올해 일시납 수입보험료를 2조원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실제 사업계획에 구체적 액수를 반영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통큰’ 전략에 다들 놀랐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2조원을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며 시장 상황을 봐가며 일시납 상품의 판매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성적표는 좋다.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올 1월 방카슈랑스 등을 통해 약 3000억원의 일시납 상품을 판매했고, 2월에도 상당한 물량을 판 것으로 추정된다. 저금리 상황에서 최저보증이율(시중금리와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하더라도 보험사가 지급하기로 약속한 최저 금리)을 업계 최고 수준인 2.85%로 설정했다. 업계가 저금리 리스크로 저축성 보험 판매의 비중을 줄이는 상황에서 동양생명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주인이 안방보험으로 바뀌었기에 이런 전략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보험 업계의 화두인 대체투자가 가능한 보험사는 없었다”며 “동양생명은 모방이 힘든 강력한 글로벌 플랫폼(안방보험)을 확보해 해외 투자로 초과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시납 상품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시납 판매를 통한 양적 성장은 초기 사업비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과도한 성장은 운용과 지급여력(RBC)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원래부터 공격적 경영 DNA가 있던 동양생명에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안방보험이 더욱 든든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생명은 2009년 10월 국내 생명보험사로는 처음으로 증시에 상장됐다. 업계 최초로 고유 브랜드·캐릭터 ‘수호천사’를 개발해 상표출원까지 했다. 톱스타 원빈을 내세운 광고를 통해 ‘내가 널 지켜줄게. 난 너의 수호천사’라는 유행어도 만들었다.

이러한 동양생명에 힘을 더해준 안방보험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큰 손’으로 꼽힌다. 2004년 베이징에서 문을 연 뒤 10여 년 만에 급속 성장했다. 2014년 10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호텔 월도프아스토리아를 인수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매입액은 19억50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2조원).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네덜란드 보험사 비밧, 벨기에 보험사 피데아, 벨기에 은행 델타로이드에 이어 지난해 11월 미국 보험사 피델리티 생명까지 손에 넣었다. 잇단 인수·합병(M&A)으로 총자산은 1조6500억 위안(약 300조원)으로 커졌다. 안방보험은 덩샤오핑(鄧小平, 1904~97년) 전 중국 최고지도자의 손녀 사위로 알려진 우샤오후이(吳小暉·50) 회장이 이끌고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안방보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채권과 부동산 등 해외 투자를 늘려 투자수익률 부분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모펀드에서 안정적인 대주주로 바뀌어 장기적 경영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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