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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만능주의의 함정

인터넷 만능주의의 함정

“세상에는 미국의 시스템, 산업제어 시스템에 침입해 기본 인프라를 중단시키고 작동능력을 저해할 수 있는 국가와 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컴퓨터 기술의 역사에서 IT 보안은 거의 내내 전문가들이나 관심을 갖는 특수 분야였다. IT 컨퍼런스에선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지만 일상생활에선 전혀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해킹과 사이버공격이 급증하면서 주류 뉴스 프로그램과 일반 가정의 저녁 식탁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경계수준은 실제 위험에 크게 못 미칠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문제가 걸렸는지도 알지 못한다. 전체 인터넷 기간망을 겨냥한 최근 공격이 시사하는 무시무시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도자·언론·대중은 계속 사이버전쟁을 다른 국가적 관심사보다 비중 떨어지는 사소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어떤 큰 문제를 이해할 때 그것을 개인사에 비유하는 경향이다. 오늘날 폭풍우나 정전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됐던 때를 기억 못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대부분 그로 인해 불편과 짜증을 느끼는 정도에 그쳤다. 이들로선 정전이나 인터넷의 중단은 상당히 불편한 일이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견해를 보이는 건 자연스럽다.

인터넷에 의존하는 기업은 비슷한 상황에서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런 경험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아마존은 2013년 15~45분간의 정전으로 약 480만 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환산하면 분당 대략 12만 달러에 달한다. 분명 불편의 정도를 뛰어넘는 피해다.

인터넷이 중단되면 인터넷 업체가 막대한 손해를 본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것이 왜 우리 모두에게 위험한지는 금방 이해되지 않는다. 15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고용 인원은 100만 명에 육박한다. 일정 기간 인터넷이 중단될 경우 그 대다수 일자리가 금방 사라진다.

그것만으로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지만 그 수치에는 나머지 수백 개 ISP 업체와 매출의 대부분을 인터넷에 의존하는 아마존과 구글 같은 업체의 일자리는 포함되지 않는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추산에 따르면 “(인터넷이) 국가경제라면 미국·중국·인도·일본 뒤, 그리고 독일 앞의 세계 5위에 자리 잡을 것”이다.

좋든 나쁘든 현대 경제는 상어와 같다. 생존하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상당기간 인터넷이 중단되면 순수 인터넷 업체들의 일자리와 매출 감소만으로도 우리 경제를 주저앉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네트워크 연결의 혜택을 보는 기업 중 과반수가 IT 업계 외부에 있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한 보수적인 추산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인한 전체 혜택 중 75%가 더 전통적인 기업에 돌아간다. 혜택의 이면에는 의존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통계는 이들 전통 기업 중 다수가 그런 혜택을 받으려다 보니 기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인터넷과 네트워크 연결에 의존하게 됐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 같은 기본 기능은 현대 문명을 떠받치는 토대이기도 하다.

이들 기업과 기관의 몇몇 사례, 그리고 그들이 수행하는 기능을 살펴보면 네트워크 연결 중단의 영향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페덱스·UPS·우체국 모두 인터넷으로 우편물과 물품의 이동경로를 추적한다. 이 같은 기능을 수동으로 처리하던 인프라와 숙련된 인력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 인터넷이 중단되면 이 같은 서비스는 모두 멈춰선다. 이들 기업뿐 아니라 정확한 배달이 사업의 핵심인 기업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다른 운수 업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트럭·기차·비행기 모두 정확한 조율을 위해 인터넷과 네트워크 연결에 의존한다. 이 같은 조정기능이 갑자기 사라지면 제품과 승객을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는 우리의 능력도 사라진다.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슈퍼마켓에 가도 식료품을 구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식료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식품생산, 품질관리, 유통과정의 신선도 등 다양한 업무를 인터넷에 의존한다. 크래프트 푸즈, 몬산토, 제너럴 밀즈 같은 대기업은 소비자에게 식품 공급뿐 아니라 흑자 경영도 장담할 수 없다.

이들 기업에 주는 온갖 직접적인 충격파 외에 경제 전반에도 파급효과가 미친다.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면 일자리를 더 만들 수도 세금을 낼 수도 없다. 과거 닷컴 거품이 꺼졌을 때 8만5000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지고 미국 경제를 불황으로 밀어 넣을 만큼 충격이 컸다. 이 같은 일자리 증발은 오늘날 네트워크 연결 중단으로 인한 피해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문제는 인터넷이 일정 시간 중단된 후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냐가 아니라 우리들이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냐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이나 민간기업보다 정부와 공공시설이 인터넷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마이클 로저스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미국의 시스템, 산업제어 시스템에 침입해 기본 인프라를 중단시키고 작동능력을 저지할 수 있는 국가와 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같은 기본 인프라에는 교통신호등, 경찰력, 군대, 응급구조 서비스, 발전소, 급수시설, 원자력발전소 등이 포함된다. 허리케인 샌디의 경제적 피해는 물적 피해를 제외하고도 200억 달러에 가깝다고 추산된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어떤 재앙이 뒤따를지 어느 정도 감 잡을 수 있다.

우리의 인터넷 의존, 그리고 해킹 공격에 대한 인터넷의 취약성은 혼란을 부르는 처방전이다. 이 같은 혼란의 위협이 인터넷을 테러범과 불량국가들의 매력적인 표적으로 만든다. 지난해 11월 말 같은 해킹 공격이 성공했다면 인터넷 기간망이 무력화됐을 것이다. 그것이 성공했다면 앞서 설명한 여러 가지 피해뿐 아니라 더 많은 문제들이 이미 현실로 나타났을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사이버전쟁의 상당히 현실적인 위험에 보통 사람들이 왜 눈 떠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일 듯하다. 지난해 11월의 공격뿐 아니라 네트워크 인프라를 겨냥한 다른 비슷한 해킹에도 상당한 노력과 협력이 이뤄졌다. 일단의 사람들이 약간 불편한 정도의 결과만 예상했다면 해커들이 애써 그런 노력을 기울였겠는가?

문제는 우리의 적들이 우리는 깨닫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은 온갖 혜택을 주는 동시에 서방 세계를 무너뜨리는 급소이기도 하다. 그들은 또한 우리가 그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탓에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적들의 공격수단이 향상되는 동안 우리의 방어 시스템은 제자리걸음하면서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 적의 편이다.

- 존 매카피, 롭 로기아

[필자 존 매카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사이버보안 전문가이며 미국 대선 후보다. 최근 FBI와 마찰을 빚는 애플 아이폰의 암호를 해제해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로브 로기아는 존 매카피와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화이트 해커(시스템의 보안상 약점을 지적해주는 해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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