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영혼을 담다
차에 영혼을 담다
미국의 차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론 루빈의 회사 리퍼블릭 오브 티(Republic of Tea)의 가치도 1억2500만 달러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루빈은 회사를 매각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알록달록하게 진열된 차 용기 사이에 앉은 론 루빈(Ron Rubin) 리퍼블릭 오브 티 CEO가 컴퓨터 삭제 키를 계속해서 눌러대고 있다. 그의 수신 메일함에는 매일 매각 의향을 묻는 다양한 사모투자펀드와 투자 은행의 인수 제안서가 도착한다. “아무 답도 하지 않는 게 내 답”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의 회사에 군침을 흘리는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하다. 요즘 미국에서는 차 소비량이 치솟고 있다. 미국 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1990년 20억 달러였던 미국 차 매출은 2014년 110억 달러로 늘어났다. 2012년 스타벅스는 6억 2000만 달러를 주고 매출 1억6810만 달러에 300여 개의 살롱 매장을 가진 티바나(Teavana)를 인수했다. “티 카테고리가 충분히 무르익어 혁신과 급격한 성장의 시기를 맞았다고 본다”고 인수 당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말했다. 지난 여름에는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데이비즈티(DavidsTea)가 1억42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증시 상장을 진행했다. IPO 당일, 데이비즈 티 주가는 공모가에서 42% 상승했고, 기업가치는 6억 3400만 달러로 훌쩍 뛰었다.
루빈은 다른 차 전문 업체가 매출액의 5배로 가치를 평가 받고 인수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원칙에 입각하면 2015년 매출 2500만 달러를 상회한 리퍼블릭 오브 티의 가치는 1억2500만 달러까지 높아진다. 그러나 그는 기업 매각에 전혀 관심이 없다. 에너지가 넘치는 66세의 사업가 루빈은 계속 비상장기업으로 남기 위한 베팅을 하는 중이다. 35세의 아들 토드(Todd)에게 사업을 물려주기 위한 승계 계획도 시작했다. “가족기업으로 남기고 싶을 뿐 아니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가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론은 말했다. 최근 와인회사 소노마 와이너리(Sonoma winery)를 시작한 그는 자신을 단순한 기업가(entrepreneur)가 아닌 “젠(禪) 기업가(zentrepreneur)”라고 소개했다. “기업가는 사업을 일구지만, 젠 기업가는 자신의 사업과 삶을 동시에 일군다.”
루빈이 리퍼블릭 오브 티를 인수한 해는 1994년이다. 루빈이 인수한 후, 리퍼블릭 오브 티는 차의 복잡한 원리와 장인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선전하며 와인처럼 마케팅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차 재배지를 샅샅이 조사하고 다닌 루빈은 양질의 찻잎 생산지를 알아냈고, 전문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당시에는 이름만 들어도 생소했던 진저 피치나 밀크 울롱, 더블 그린 마차 등, 300종이 넘는 이국적 차 종류를 선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기업에 불어넣어 기업의 감성을 살렸다. 캘리포니아 주 노바토(Novato)에 있는 리퍼블릭 오브 티 본사와 일리노이 주 내슈빌의 무미건조한 산업단지에 위치한 창고 및 포장공장을 풍수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설계했고, 내부에 들어가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색상과 함께 벽이 곡선으로 된 걸 볼 수 있다. 분수와 명상공간도 함께 두어 분위기가 아주 독특하다. 곡선의 벽 안에서는 직원을 ‘장관’으로, 소매 파트너는 ‘대사’로, 소비자는 ‘시민’으로 부른다. 루빈이 리퍼블릭 오브 티를 인수했을 때 최대 고객은 네이처 컴퍼니(Nature Company)였다. 미 전국에 유통망을 확보한 네이처 컴퍼니는 리퍼블릭 오브 티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1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네이처 컴퍼니가 거래를 중단했다. 그는 스페셜티 차 시장에 주력하며 홀푸즈(Whole Foods)를 포함해 국내에서 1만 개 유통채널을 가진 기존 고객기반에 집중했다. “밖으로 뻗어나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보다 기존 고객에 충실하며 사업을 키워나가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루빈이 성장 위주 전략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까닭은 채무를 피하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리노이주 마운트 버논에서 아버지의 와인 및 주류 유통사업을 돕다가 얻은 교훈 때문이다. 22년 전 리퍼블릭 오브 티를 인수했을 당시 그는 7자릿수에 달하는 금액을 대출했었다. 그러나 정확히 “6년 3개월 15일 후에 모두 다 상환했다”고 그는 자랑스레 말했다. 대출을 하지 않으니까 밤에 잠도 더 잘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경기 대침체를 겪을 때 다른 기업은 직원을 정리해고하고 상품 개발을 동결했지만, 그는 지역 관리자를 추가 고용하고 창고 공간을 늘린 동시에 계속해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루빈은 회사를 비상장 가족기업으로 유지하고 싶어했다. 아들 토드는 아버지의 사업을 많이 보며 성장했지만, 처음에는 건축을 자신의 커리어로 택했다. 그러다 9년 전 이스트 코스트 영업 매니저 자리가 비자 그가 아버지에게 일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하마터면 앉아 있던 의자에서 떨어질 뻔 했다”고 론은 말했다.
론은 아들도 다른 지원자처럼 면접과 적성검사를 보고 영업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버지는 내가 사업에 대해 먼저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토드는 말했다. “그러려면 영업 현장에 가서 우리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처음에 토드는 의구심이 있었다. 사업에 대한 어떤 경험도 없이 회사에 들어갔는데 어렸을 때부터 봐왔고 나이가 자기보다 2배나 많은 직원들을 이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대 고객사인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와 홀푸즈를 관리하면서 그의 걱정도 조금씩 사라졌다.
그렇게 경영 수업을 하던 지난해 5월, 루빈 부자는 때가 왔다는 걸 알았다.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활동하는 컨설턴트 로버트 레프톤의 도움을 받아 부자는 36개월에 걸친 승계 계획을 10개월 일찍 완료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업적을 남기고 싶은 토드는 아버지의 비전을 그대로 이어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채무를 0%로 유지하면서 그 많은 인수 제안 메일을 모두 삭제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 STACY PERM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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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회사에 군침을 흘리는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하다. 요즘 미국에서는 차 소비량이 치솟고 있다. 미국 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1990년 20억 달러였던 미국 차 매출은 2014년 110억 달러로 늘어났다. 2012년 스타벅스는 6억 2000만 달러를 주고 매출 1억6810만 달러에 300여 개의 살롱 매장을 가진 티바나(Teavana)를 인수했다. “티 카테고리가 충분히 무르익어 혁신과 급격한 성장의 시기를 맞았다고 본다”고 인수 당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말했다. 지난 여름에는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데이비즈티(DavidsTea)가 1억42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증시 상장을 진행했다. IPO 당일, 데이비즈 티 주가는 공모가에서 42% 상승했고, 기업가치는 6억 3400만 달러로 훌쩍 뛰었다.
루빈은 다른 차 전문 업체가 매출액의 5배로 가치를 평가 받고 인수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원칙에 입각하면 2015년 매출 2500만 달러를 상회한 리퍼블릭 오브 티의 가치는 1억2500만 달러까지 높아진다. 그러나 그는 기업 매각에 전혀 관심이 없다. 에너지가 넘치는 66세의 사업가 루빈은 계속 비상장기업으로 남기 위한 베팅을 하는 중이다. 35세의 아들 토드(Todd)에게 사업을 물려주기 위한 승계 계획도 시작했다. “가족기업으로 남기고 싶을 뿐 아니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가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론은 말했다. 최근 와인회사 소노마 와이너리(Sonoma winery)를 시작한 그는 자신을 단순한 기업가(entrepreneur)가 아닌 “젠(禪) 기업가(zentrepreneur)”라고 소개했다. “기업가는 사업을 일구지만, 젠 기업가는 자신의 사업과 삶을 동시에 일군다.”
루빈이 리퍼블릭 오브 티를 인수한 해는 1994년이다. 루빈이 인수한 후, 리퍼블릭 오브 티는 차의 복잡한 원리와 장인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선전하며 와인처럼 마케팅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차 재배지를 샅샅이 조사하고 다닌 루빈은 양질의 찻잎 생산지를 알아냈고, 전문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당시에는 이름만 들어도 생소했던 진저 피치나 밀크 울롱, 더블 그린 마차 등, 300종이 넘는 이국적 차 종류를 선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기업에 불어넣어 기업의 감성을 살렸다. 캘리포니아 주 노바토(Novato)에 있는 리퍼블릭 오브 티 본사와 일리노이 주 내슈빌의 무미건조한 산업단지에 위치한 창고 및 포장공장을 풍수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설계했고, 내부에 들어가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색상과 함께 벽이 곡선으로 된 걸 볼 수 있다. 분수와 명상공간도 함께 두어 분위기가 아주 독특하다. 곡선의 벽 안에서는 직원을 ‘장관’으로, 소매 파트너는 ‘대사’로, 소비자는 ‘시민’으로 부른다.
사업과 삶을 동시에 일구는 젠(禪) 기업가
루빈이 성장 위주 전략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까닭은 채무를 피하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리노이주 마운트 버논에서 아버지의 와인 및 주류 유통사업을 돕다가 얻은 교훈 때문이다. 22년 전 리퍼블릭 오브 티를 인수했을 당시 그는 7자릿수에 달하는 금액을 대출했었다. 그러나 정확히 “6년 3개월 15일 후에 모두 다 상환했다”고 그는 자랑스레 말했다. 대출을 하지 않으니까 밤에 잠도 더 잘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경기 대침체를 겪을 때 다른 기업은 직원을 정리해고하고 상품 개발을 동결했지만, 그는 지역 관리자를 추가 고용하고 창고 공간을 늘린 동시에 계속해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루빈은 회사를 비상장 가족기업으로 유지하고 싶어했다. 아들 토드는 아버지의 사업을 많이 보며 성장했지만, 처음에는 건축을 자신의 커리어로 택했다. 그러다 9년 전 이스트 코스트 영업 매니저 자리가 비자 그가 아버지에게 일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하마터면 앉아 있던 의자에서 떨어질 뻔 했다”고 론은 말했다.
론은 아들도 다른 지원자처럼 면접과 적성검사를 보고 영업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버지는 내가 사업에 대해 먼저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토드는 말했다. “그러려면 영업 현장에 가서 우리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처음에 토드는 의구심이 있었다. 사업에 대한 어떤 경험도 없이 회사에 들어갔는데 어렸을 때부터 봐왔고 나이가 자기보다 2배나 많은 직원들을 이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대 고객사인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와 홀푸즈를 관리하면서 그의 걱정도 조금씩 사라졌다.
그렇게 경영 수업을 하던 지난해 5월, 루빈 부자는 때가 왔다는 걸 알았다.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활동하는 컨설턴트 로버트 레프톤의 도움을 받아 부자는 36개월에 걸친 승계 계획을 10개월 일찍 완료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업적을 남기고 싶은 토드는 아버지의 비전을 그대로 이어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채무를 0%로 유지하면서 그 많은 인수 제안 메일을 모두 삭제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 STACY PERM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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