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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성장은 노태우 정부 특혜?…성장 과정 살펴보니

대법원에 간 SK 성장史③
유영상 대표 “CDMA 세계 최초 상용화와 같은 노력과 성과가 폄훼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

SKT 월드 IT쇼 2024 '이동통신 40년' 특별 전시관 모습 [사진 SKT]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국내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SKT)이 ‘세기의 이혼소송’으로 불리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재판 과정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5월 진행된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SK(당시 선경그룹)의 1994년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무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SK 측은 즉각 반발했다. 유영상 SKT 대표는 “성과가 폄훼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국내 이동통신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는 SKT는 어떻게 성장했을까. SKT는 SK그룹이 재계 서열 2위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계열사다. 최종현 SK선대회장은 정보통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1991년 선경텔레콤을 설립했다. 선경텔레콤은 1992년 사명을 대한텔레콤으로 변경하게 된다. 이후 1992년 4월 체신부가 제2이동통신 민간사업자 선정계획을 발표하자 선경은 사업자 경쟁에 참여했다. 노태우 정부는 당시 통신장비업을 하는 4대 그룹 현대·삼성·대우·LG의 제2이동통신사업권 입찰 참여를 제한했다. 장비제조사가 통신서비스 사업을 수직결합하면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혜 지적에 제2이동통신 일주일만에 반납

이에 따라 통신장비업을 하지 않는 SK(당시 선경)를 비롯한 포항제철, 코오롱, 동양, 쌍용, 동부 그룹 등이 입찰에 뛰어들었다. SK가 이끈 대한텔레콤 컨소시엄은 총 1만점에 8388점을 획득하면서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2위 포항제철(7496점), 3위 코오롱(7099점)과는 큰 격차였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현직 대통령의 인척 기업에 사업을 허가한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특히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대표는 “현직 대통령의 사돈기업에 사업권을 부여한 것은 특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최 선대회장은 “특혜시비를 받아가며 사업을 할 수 없다. 오해 우려가 없는 차기 정권에서 실력으로 승부해 정당성을 인정받겠다”며 사업자 선정 일주일만에 사업권을 반납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재추진됐지만, 선경은 이 때도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사업자 선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는 1993년 12월 제1이동통신사업자(한국이동통신) 민영화와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동시 추진했는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도해 제2이동통신사업자를 선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니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정리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당시 최 선대회장은 정부 발표에 앞서 1993년 2월 전경련 회장에 오른 상태였다. 이에 최 선대회장은 공정성 시비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고려해 불참을 선언했다. 대신 막대한 인수자금이 필요한 한국이동통신 공개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제2이동통신사업은 약 600억원만 부담하면 지배주주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선경은 7배가 넘는 4271억원을 들여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최 선대회장은 “이렇게 비싸게 사야 나중에 특혜 시비가 일지 않는다. 회사가치는 앞으로 더 키우면 된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회사가 아닌 미래를 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이동통신 인수 직후 선경은 통신기술 고도화에 집중했고, 1996년 1월 세계 최초로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디지털 이동전화를 상용화하면서 세계 이동통신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CDMA 방식이 세계 표준이 되면서 대한민국이 CDMA 기술 종주국이라는 위상도 갖게 됐다. 한국이동통신은 1997년 지금의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바꾸고 2002년 1월에는 신세기 이동통신을 합병하게 된다.

이런 상황속에서 지난 5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2심 과정에서 재판부는 SK(당시 선경그룹)의 1994년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무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동통신사업 진출은 정경유착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실력으로 이뤄낸 것”이라며 “특혜가 아니라 역차별을 받았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어렵게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유영상 SKT 대표도 “SKT 구성원으로서 저의 청춘을 SKT에 바쳤다”며 “올해 40주년을 맞은 SKT의 CDMA 세계 최초 상용화와 같은 노력과 성과가 폄훼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혜가 아니라 정당한 방식으로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고, 아주 잘 경영해서 오늘날까지 온 것에 대해 SKT 구성원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것이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하는 유영상 사장 [사진 SKT]

창사 40주년 맞은 SKT…글로벌 AI 컴퍼니로 변신 중

SKT는 지난 3월 기준 창사 40주년을 맞았다. 1984년 차량 전화 서비스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SKT는 1996년 CDMA 상용화부터 2013년 LTE-A, 2019년 5G까지 세계 최초 역사를 이어오며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이동통신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국민들의 삶은 편리하고 풍요로워졌고, 스마트폰·장비·플랫폼 등 ICT 생태계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 등 SKT는 대한민국 이동통신과 ICT 발전 역사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다. 

SKT는 유무선 통신을 기반으로 미디어∙커머스∙클라우드와 같은 연관 산업은 물론 메타버스∙헬스케어∙모빌리티와 같은 뉴 ICT 성장을 견인했다. 또 하이닉스를 인수해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서는데도 기여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경제·산업 발전을 이끌어 온 SKT는 최근 ‘글로벌 AI 컴퍼니’로 새로운 도약에 나서고 있다. 자사의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과 밀접하게 하는 ‘자강’과 AI얼라이언스 중심의 ‘협력’을 추진하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통해 산업과 생활 전 영역의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새로운 40년의 원년이 될 올해 SKT는 글로벌 통신사 AI 연합인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를 통해 AI 피라미드 전략을 글로벌로 확장하고, AI를 기반으로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산업 부흥에 기여하는 새로운 사명을 실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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