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 먹던 IT 거물 3인방의 엇갈린 인연] 역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한솥밥 먹던 IT 거물 3인방의 엇갈린 인연] 역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뜬금없죠.” 최근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엔터)가 카카오에 특허권 침해를 주장한 것에 대한 IT 업계 관계자의 반응이다. 3월 25일 오후 NHN엔터는 특허관리전문 자회사 K-이노베이션이 특허권을 활용한 수익사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NHN엔터가 제주도 카카오 본사에 특허권 침해에 대한 ‘경고장’을 발송한 것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시선은 두 회사의 대립 구도에 모아졌다.
카카오가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특허는 ‘친구API(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 가운데 특정 게임을 설치한 친구 리스트를 전송하거나 SNS 기반의 게임 그룹 안에서 게임 랭킹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NHN엔터는 현재 이 같은 게임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한국(2014년 8월), 일본·미국(이하 2015년 11월)에서 친구API 특허권을 등록했다. 카카오 측이 특허 침해를 인정하면 특허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업계는 2014년 8월 이후 카카오의 모바일 게임 부문 매출로 보상액 규모를 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NHN엔터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라인·페이스북에도 같은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고 밝혀 라인의 모회사인 네이버까지 특허 논란에 휘말렸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친구API가 특정인만 개발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그런 기술로 갑자기 카카오에 보상을 요구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구나 각자 세 회사의 개인 최대주주인 이준호 NHN엔터 이사회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한때 NHN(분할 전 네이버)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NHN엔터발 특허 싸움으로 복잡하게 얽힌 세 의장의 관계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만남: 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은 이른바 ‘절친’이다. 둘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86학번 동기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다. 김 의장은 1998년 한게임(현 NHN엔터테인먼트)을 설립했고 이듬해 이해진 의장이 네이버컴(NHN의 전신)을 세웠다. 2000년 두 회사가 합병해 국내 최대 검색 포털인 NHN(현 네이버)이 탄생했다. 당시 네이버컴에 합류한 회사가 또 있다. 숭실대 교수였던 이준호 의장이 이끄는 검색기술업체 서치솔루션이다. 이준호 의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3학번으로 두 사람보다는 선배다. 이준호 의장과 이해진 의장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대학원 동문이기도 하다. 이준호 의장은 우리나라 초기 검색엔진의 틀을 잡은 인물로 꼽힌다. 김 의장은 고스톱·바둑 같은 친숙한 게임으로 온라인 게임 전성시대를 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는 김 의장이 검색 포털 다음을, 이준호 의장이 게임 회사 NHN엔터의 수장을 맡고 있다.
이별: 세 의장은 성향이 다르다. ‘똑똑하다’는 단어로 설명되는 이준호 의장은 모든 사안을 직접 챙기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타입으로 알려졌다. 실력이 좀 부족하다 싶은 사람은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해진 의장에 대해서는 항상 합리적이고 옳은 판단을 내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람을 볼 때 객관적이고 냉정하기 때문에 사내 정치에 신경 쓰는 인물들은 측근으로 발붙이기 어렵다. 김 의장은 주변 사람을 한번 믿으면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는 편이라 주변에 의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해진 의장과 김 의장은 벤처자선기업 ‘C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김 의장이 NHN을 나오면서 합의를 보지 못해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김 의장은 “젊은 시절을 일에 다 바치고 허탈함을 느꼈다”며 돌연 NHN USA 대표직에서 물러나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를 선보였다. 이준호 의장 역시 2013년 NHN이 게임사업 부문을 분할하면서 NHN엔터를 맡아 완전히 다른 살림을 꾸리게 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준호 의장, 이해진 의장은 사이가 좋았지만 뜻이 잘 맞았다면 끝까지 함께 가지 않았겠느냐”며 둘 사이가 예전만 못함을 시사했다. 이준호 의장과 김 의장은 한솥밥을 먹을 때부터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서로를 인정하거나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은 업계에 많이 알려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또 다른 관계자는 “이준호 의장은 통이 크고 사사로운 일에 연연하는 타입이 아니다”라며 “이번 특허권 싸움이 사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 셋이 사석에서 만날 일은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재회: 사업에서는 다르다. 이준호 의장이 NHN엔터의 사업 영역을 게임 밖으로 넓히면서 네이버·카카오와 자주 맞닥뜨리게 됐다. 대표적인 영역이 모바일 간편결제 사업이다. NHN엔터는 지난해 8월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를 선보였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그보다 전에 각각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를 론칭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평가 받지만 페이코는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벌인 것에 비해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했다. 또 카카오가 지난 1월 음원서비스 1위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를 1조 8700억원에 인수하면서 네이버와 포털 경쟁에 이어 콘텐트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의 안착으로 대리운전·헤어숍 예약 등 O2O(Online To Offline)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 O2O 택시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기존 플랫폼을 이용해 O2O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앞으로의 경쟁을 예고했다.
IT 전문가들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이들의 접점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NHN엔터는 지난해 매출 6446억원, 영업손실 543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연속 적자다. 2014년 정부의 웹보드 규제에 한게임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좋지 않은 NHN엔터가 특허권 수익사업을 내세워 카카오와 라인을 공격하는 것은 이준호 의장답지 않은 의사결정”이라며 “특히 NHN에서 분리된 후 라인을 역공격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HN엔터 측은 “이번 카카오를 향한 특허권 주장은 해외 기업에 로열티를 빼앗기거나 특허 소송 당하는 것을 막으려고 사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NHN 엔터가 겨냥하는 것은 해외 기업인 페이스북”이라고 밝혔다.
-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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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특허는 ‘친구API(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 가운데 특정 게임을 설치한 친구 리스트를 전송하거나 SNS 기반의 게임 그룹 안에서 게임 랭킹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NHN엔터는 현재 이 같은 게임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한국(2014년 8월), 일본·미국(이하 2015년 11월)에서 친구API 특허권을 등록했다. 카카오 측이 특허 침해를 인정하면 특허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업계는 2014년 8월 이후 카카오의 모바일 게임 부문 매출로 보상액 규모를 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NHN엔터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라인·페이스북에도 같은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고 밝혀 라인의 모회사인 네이버까지 특허 논란에 휘말렸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친구API가 특정인만 개발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그런 기술로 갑자기 카카오에 보상을 요구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구나 각자 세 회사의 개인 최대주주인 이준호 NHN엔터 이사회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한때 NHN(분할 전 네이버)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NHN엔터발 특허 싸움으로 복잡하게 얽힌 세 의장의 관계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만남: 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은 이른바 ‘절친’이다. 둘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86학번 동기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다. 김 의장은 1998년 한게임(현 NHN엔터테인먼트)을 설립했고 이듬해 이해진 의장이 네이버컴(NHN의 전신)을 세웠다. 2000년 두 회사가 합병해 국내 최대 검색 포털인 NHN(현 네이버)이 탄생했다. 당시 네이버컴에 합류한 회사가 또 있다. 숭실대 교수였던 이준호 의장이 이끄는 검색기술업체 서치솔루션이다. 이준호 의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3학번으로 두 사람보다는 선배다. 이준호 의장과 이해진 의장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대학원 동문이기도 하다. 이준호 의장은 우리나라 초기 검색엔진의 틀을 잡은 인물로 꼽힌다. 김 의장은 고스톱·바둑 같은 친숙한 게임으로 온라인 게임 전성시대를 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는 김 의장이 검색 포털 다음을, 이준호 의장이 게임 회사 NHN엔터의 수장을 맡고 있다.
이별: 세 의장은 성향이 다르다. ‘똑똑하다’는 단어로 설명되는 이준호 의장은 모든 사안을 직접 챙기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타입으로 알려졌다. 실력이 좀 부족하다 싶은 사람은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해진 의장에 대해서는 항상 합리적이고 옳은 판단을 내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람을 볼 때 객관적이고 냉정하기 때문에 사내 정치에 신경 쓰는 인물들은 측근으로 발붙이기 어렵다. 김 의장은 주변 사람을 한번 믿으면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는 편이라 주변에 의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해진 의장과 김 의장은 벤처자선기업 ‘C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김 의장이 NHN을 나오면서 합의를 보지 못해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김 의장은 “젊은 시절을 일에 다 바치고 허탈함을 느꼈다”며 돌연 NHN USA 대표직에서 물러나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를 선보였다. 이준호 의장 역시 2013년 NHN이 게임사업 부문을 분할하면서 NHN엔터를 맡아 완전히 다른 살림을 꾸리게 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준호 의장, 이해진 의장은 사이가 좋았지만 뜻이 잘 맞았다면 끝까지 함께 가지 않았겠느냐”며 둘 사이가 예전만 못함을 시사했다. 이준호 의장과 김 의장은 한솥밥을 먹을 때부터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서로를 인정하거나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은 업계에 많이 알려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또 다른 관계자는 “이준호 의장은 통이 크고 사사로운 일에 연연하는 타입이 아니다”라며 “이번 특허권 싸움이 사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 셋이 사석에서 만날 일은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재회: 사업에서는 다르다. 이준호 의장이 NHN엔터의 사업 영역을 게임 밖으로 넓히면서 네이버·카카오와 자주 맞닥뜨리게 됐다. 대표적인 영역이 모바일 간편결제 사업이다. NHN엔터는 지난해 8월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를 선보였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그보다 전에 각각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를 론칭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평가 받지만 페이코는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벌인 것에 비해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했다. 또 카카오가 지난 1월 음원서비스 1위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를 1조 8700억원에 인수하면서 네이버와 포털 경쟁에 이어 콘텐트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의 안착으로 대리운전·헤어숍 예약 등 O2O(Online To Offline)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 O2O 택시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기존 플랫폼을 이용해 O2O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앞으로의 경쟁을 예고했다.
IT 전문가들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이들의 접점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NHN엔터는 지난해 매출 6446억원, 영업손실 543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연속 적자다. 2014년 정부의 웹보드 규제에 한게임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좋지 않은 NHN엔터가 특허권 수익사업을 내세워 카카오와 라인을 공격하는 것은 이준호 의장답지 않은 의사결정”이라며 “특히 NHN에서 분리된 후 라인을 역공격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HN엔터 측은 “이번 카카오를 향한 특허권 주장은 해외 기업에 로열티를 빼앗기거나 특허 소송 당하는 것을 막으려고 사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NHN 엔터가 겨냥하는 것은 해외 기업인 페이스북”이라고 밝혔다.
-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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