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E산업의 요람 美 라스베이거스 가보니] 샌즈엑스포 한 층에 1만명 모여 식사
[MICE산업의 요람 美 라스베이거스 가보니] 샌즈엑스포 한 층에 1만명 모여 식사
MICE산업은 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s)·컨벤션(Convention)·전시박람회 및 이벤트(Exhibition&Event)를 아우르는 산업을 뜻한다. MICE산업이 발달한 나라와 도시일수록 그만큼 많은 비즈니스 관광객을 유치하기 쉽다. 한국의 MICE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MICE산업의 요람으로 통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가봤다. 현장에서 라스베이거스의 힘을 접해본 소감은 ‘이러니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과연 뭐가 다를까. 지난 3월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선 진풍경이 펼쳐졌다. 특정 기업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누구라는 걸 나타내는 ‘표찰’을 목에 건 수천 명이 호텔 곳곳을 활보하면서 마치 호텔 전체가 이 기업 차지인 듯 보였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그래픽 편집 소프트웨어 ‘포토샵’으로 유명한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어도비가 마련한 ‘2016 어도비 서밋(Adobe Summit)’ 콘퍼런스 개막을 하루 앞두고 세계 각지에서 온 참석자였다. 디지털 마케팅을 소재로 한 세계 최대 규모 연례행사인 이 어도비 서밋에는 올해 각국 기업인·마케팅 전문가·애널리스트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중앙일보 3월 28일자 B5면 참조).
애초 어도비는 예년처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행사를 열 계획이었지만, 참석자 수가 예상보다 늘어나자 라스베이거스로 장소를 최종 결정했다. 한국어도비시스템즈 관계자는 “대규모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선 라스베이거스가 다른 어느 곳보다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비록 일반인들에겐 세계적 명물인 카지노로 더 잘 알려졌지만, 라스베이거스는 그만큼 MICE산업으로 기업들의 신뢰를 듬뿍 얻는 도시다. MICE란 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s)·컨벤션(Convention)·전시박람회 및 이벤트(Exhibition&Event)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말로 국제회의와 전시회 중심의 산업을 총칭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The Interna 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도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이때는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세계적인 축제의 장’이 된다. 이미 MICE산업은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 자체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시에 등록된 해외 민간 기업만 5만4000여 곳이었다. 해외 기업 유치가 ‘MICE의 힘’으로 그만큼 쉽단 얘기다. 그런가 하면 CES 한 번에 라스베이거스시가 얻는 경제적 효과는 2억 달러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콘퍼런스 당일인 3월 22일 아침. 1만여 참석자들이 주최 측이 마련했다는 식사나 제대로 챙길 수 있을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이들 모두를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서밋이 열린 라스베이거스 내 컨벤션센터 ‘샌즈엑스포(Sands Expo)’엔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총 12만㎡ 규모로 최대 4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1만 명이 한 층에서 샌드위치 등으로 동시에 아침식사를 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식사를 하면서 만나본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만족감을 표했다. 테네시주 소재의 한 IT 기업에서 왔다는 제프 라지씨는 “매우 흥분된다”며 “우리를 위한 모든 시설이 부족함 없이 완비돼 있어 행사에 쉽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기업인 조니 티융씨도 “30시간 비행 끝에 왔지만, 멀리서 온 보람을 느낀다”면서 흡족해 했다. 올 초 열린 ‘CES 2016’ 때도 전시장으로 쓰였던 샌즈엑스포는 베네시안호텔 등 인근의 대형 호텔 몇 곳과 다이렉트로 연결된다. 호텔 문을 나서지 않고도, 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행사 참석자들이 간밤에 묵었던 호텔 방에서 나온 다음 걸어서 행사장까지 5~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잘 터지는 무료 와이파이는 기본이다. 행사장 안에서 접속해보니 속도와 안정성 모두 만족스러웠다. 흔한 끊김 현상도 미국에 있던 5일 간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업들이 주요 전략을 화려하게 발표할 수 있는 일체형의 초대형 스크린, 제품 전시 공간, 회의실이나 기자실로 활용 가능한 장소, 참석자가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까지 없는 게 없다. 이러다 보니 여기서 열리는 행사도 재밌어진다. 연사가 초대형 연단으로 자동차를 몰고 깜짝 등장해 설명을 이어갔는가 하면, 진열장과 상품 등으로 실제 마트처럼 연단이 꾸며지더니 연사가 아예 쇼핑하는 시늉을 하며 신기술을 홍보했다. 최신 할리우드 영화 [데드풀]이 상영돼 분위기가 떠들썩해졌는가 하면, 행사장을 찾은 유명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는 객석을 가득 채운 1만여 참석자 앞에서 농담을 던지며 쇼맨십을 발휘했다. 라스베이거스컨벤션관광청(LVCVA)에 따르면 샌즈엑스포엔 최대 2000개의 박람회 부스가 마련될 수 있고, 250개에 달하는 회의실이 있다. 행사장을 나서더라도 라스베이거스는 볼거리와 여흥거리가 풍부한 도시다.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도시를 찾은 방문객들도 정해진 일정을 마치고 나면 관광객이 돼 아낌없이 지출한다. 카지노는 익히 알려졌듯 어린아이 손을 잡고 온 관광객들도 가족 단위로 가벼운 여흥을 즐길 수 있게 꾸며졌다. 음침한 도박장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론 재미삼아 시작했다가 너무 빠지면 안 되겠다. 야외로 나가면 가까운 곳에 놀이공원이나 아웃렛이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놀이 천국, 쇼핑 천국이다. 밤이면 무료로 볼 수 있는 ‘분수 쇼’ 같은 화려한 볼거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카지노 같은 유흥시설이 많다 보니 치안 상태도 좋다. 물론 숙박시설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시내 호텔들은 도합 20만 명이 넘게 단번에 몰리더라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객실을 보유했다.
한국의 MICE산업은 어떨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취약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같은 달 국내 MICE산업의 거점 중 최고로 꼽히는 서울 코엑스에 가봤다. 정부가 주최한 인공지능(AI) 관련 국제 심포지엄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행사 규모로야 CES 같은 초대형 행사들이 비교 대상일 순 없지만, 몇 가지 느껴지는 아쉬움은 분명했다. 우선 밀집된 부도심인 서울 삼성동은 면적 자체가 좁고, 대중교통이 발달했지만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 방문객들이 불편을 느끼기가 쉽다.
코엑스 자체도 좁다는 느낌이 확연하다. 코엑스는 전시장 4곳이 총 3만5000여 제곱미터, 회의실 50여 곳이 총 1만1000여㎡다. 그나마 이 공간들도 몇 층으로 나뉘다 보니 동선이 여의치 않고, 실제 면적에 비해 좁아 보인다. 수용 가능 인원은 1만 명 정도다. 현재 한국엔 코엑스 외에 킨텍스·송도컨벤시아·ICC제주·창원컨벤션센터·김대중컨벤션센터·엑스코·벡스코·대전컨벤션센터 등의 컨벤션센터가 전국 각지에 마련돼 있다. 2001년 문을 연 부산 벡스코의 경우 전시장 6곳이 총 3만 9700여㎡, 회의실 20여 곳이 총 5000여㎡ 규모다. 수용 가능 인원은 코엑스보다 적다.
코엑스에 마련된 ‘콘퍼런스 룸’들은 상황이 더 심각해 보였다. 와이파이가 잘 안 터지고 종종 연결이 끊기는 바람에 심포지엄을 보러 온 여러 참석자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노트북을 갖고 온 참석자들은 정작 전선을 연결할 콘센트를 찾지 못해 시종일관 두리번거려야 했다. 비즈니스 목적의 방문객들이 일을 마치고 즐길 만한 볼거리가 부족한 것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과거 수많은 국내 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유입하면서 랜드마크 구실을 톡톡히 했던 ‘코엑스몰’이 최근 제구실을 못하고 있어서다. 2000년 건립돼 아시아 최대 규모 지하공간으로 이름을 떨쳤던 코엑스몰은 2013~2014년 1년8개월여 간 전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변신을 꾀했다. 3000억원가량이 들어간 공사였다. 그러나 리모델링 후 기존 매력 요소가 사라졌다는 평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방문객이 급감했다. 코엑스몰 리모델링을 주도한 한국무역협회는 새 단장 후 하루 평균 13만 명이 코엑스몰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방문객은 그 50~60% 수준이다. ‘실패한 리모델링’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코엑스몰에 입주한 상인연합회 측은 “흰색 일변도의 개성 없는 디자인으로 리모델링되면서 방문객이 줄었다”며 “동선도 너무 복잡해져 방문객들이 혼란을 겪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기존에 인수했던 코엑스 앞 옛 한국 전력 부지를 본격 개발키로 한 게 위안거리다. 현대차그룹은 8만㎡ 규모의 이곳 부지에다 105층짜리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세우고, 대규모 MICE 시설을 유치키로 계획을 세우고 내년 초 첫 삽을 뜨기로 했다. 265실 규모 호텔, 2400석 규모 공연장 등도 마련된다. 이를 통해 향후 27년 간 약 12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265조6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계획 자체는 야심차지만, 실현되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도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최근 무협과 코엑스를 중심으로 ‘라스베이거스로부터 배우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무협은 LVCVA과 MICE 분야 협력을 강화키로 하고,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때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동행했던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현지에서 LVCVA와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무협은 전시 컨벤션과 무역사절단의 상호 파견 등에서 LVCVA와 협력을 강화하고, 노하우를 적극 받아들인다는 계획이다.
코엑스도 변보경 대표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코엑스를 한국의 라스베이거스처럼 만들겠다”고 말하는 등 각오를 다졌다. 볼거리와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반영, 코엑스에 있는 호텔과 카지노 등의 시설을 보다 긴밀하게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 등 동남아 지역을 위주로 해외에 전시회를 더 적극 수출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앞서 코엑스는 해외사업팀을 운영하면서 ‘베트남 유통산업전’ 등을 수출한 바 있다. 한국이 이런 노력들을 통해 MICE산업에서 그동안의 한계를 딛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라스베이거스=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애초 어도비는 예년처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행사를 열 계획이었지만, 참석자 수가 예상보다 늘어나자 라스베이거스로 장소를 최종 결정했다. 한국어도비시스템즈 관계자는 “대규모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선 라스베이거스가 다른 어느 곳보다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비록 일반인들에겐 세계적 명물인 카지노로 더 잘 알려졌지만, 라스베이거스는 그만큼 MICE산업으로 기업들의 신뢰를 듬뿍 얻는 도시다. MICE란 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s)·컨벤션(Convention)·전시박람회 및 이벤트(Exhibition&Event)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말로 국제회의와 전시회 중심의 산업을 총칭한다.
호텔 방에서 걸어서 5~10분이면 행사장 도착
콘퍼런스 당일인 3월 22일 아침. 1만여 참석자들이 주최 측이 마련했다는 식사나 제대로 챙길 수 있을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이들 모두를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서밋이 열린 라스베이거스 내 컨벤션센터 ‘샌즈엑스포(Sands Expo)’엔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총 12만㎡ 규모로 최대 4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1만 명이 한 층에서 샌드위치 등으로 동시에 아침식사를 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식사를 하면서 만나본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만족감을 표했다. 테네시주 소재의 한 IT 기업에서 왔다는 제프 라지씨는 “매우 흥분된다”며 “우리를 위한 모든 시설이 부족함 없이 완비돼 있어 행사에 쉽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기업인 조니 티융씨도 “30시간 비행 끝에 왔지만, 멀리서 온 보람을 느낀다”면서 흡족해 했다. 올 초 열린 ‘CES 2016’ 때도 전시장으로 쓰였던 샌즈엑스포는 베네시안호텔 등 인근의 대형 호텔 몇 곳과 다이렉트로 연결된다. 호텔 문을 나서지 않고도, 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행사 참석자들이 간밤에 묵었던 호텔 방에서 나온 다음 걸어서 행사장까지 5~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잘 터지는 무료 와이파이는 기본이다. 행사장 안에서 접속해보니 속도와 안정성 모두 만족스러웠다. 흔한 끊김 현상도 미국에 있던 5일 간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업들이 주요 전략을 화려하게 발표할 수 있는 일체형의 초대형 스크린, 제품 전시 공간, 회의실이나 기자실로 활용 가능한 장소, 참석자가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까지 없는 게 없다. 이러다 보니 여기서 열리는 행사도 재밌어진다. 연사가 초대형 연단으로 자동차를 몰고 깜짝 등장해 설명을 이어갔는가 하면, 진열장과 상품 등으로 실제 마트처럼 연단이 꾸며지더니 연사가 아예 쇼핑하는 시늉을 하며 신기술을 홍보했다. 최신 할리우드 영화 [데드풀]이 상영돼 분위기가 떠들썩해졌는가 하면, 행사장을 찾은 유명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는 객석을 가득 채운 1만여 참석자 앞에서 농담을 던지며 쇼맨십을 발휘했다. 라스베이거스컨벤션관광청(LVCVA)에 따르면 샌즈엑스포엔 최대 2000개의 박람회 부스가 마련될 수 있고, 250개에 달하는 회의실이 있다.
볼거리·여흥거리 넘쳐나
한국의 MICE산업은 어떨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취약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같은 달 국내 MICE산업의 거점 중 최고로 꼽히는 서울 코엑스에 가봤다. 정부가 주최한 인공지능(AI) 관련 국제 심포지엄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행사 규모로야 CES 같은 초대형 행사들이 비교 대상일 순 없지만, 몇 가지 느껴지는 아쉬움은 분명했다. 우선 밀집된 부도심인 서울 삼성동은 면적 자체가 좁고, 대중교통이 발달했지만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 방문객들이 불편을 느끼기가 쉽다.
코엑스 자체도 좁다는 느낌이 확연하다. 코엑스는 전시장 4곳이 총 3만5000여 제곱미터, 회의실 50여 곳이 총 1만1000여㎡다. 그나마 이 공간들도 몇 층으로 나뉘다 보니 동선이 여의치 않고, 실제 면적에 비해 좁아 보인다. 수용 가능 인원은 1만 명 정도다. 현재 한국엔 코엑스 외에 킨텍스·송도컨벤시아·ICC제주·창원컨벤션센터·김대중컨벤션센터·엑스코·벡스코·대전컨벤션센터 등의 컨벤션센터가 전국 각지에 마련돼 있다. 2001년 문을 연 부산 벡스코의 경우 전시장 6곳이 총 3만 9700여㎡, 회의실 20여 곳이 총 5000여㎡ 규모다. 수용 가능 인원은 코엑스보다 적다.
코엑스에 마련된 ‘콘퍼런스 룸’들은 상황이 더 심각해 보였다. 와이파이가 잘 안 터지고 종종 연결이 끊기는 바람에 심포지엄을 보러 온 여러 참석자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노트북을 갖고 온 참석자들은 정작 전선을 연결할 콘센트를 찾지 못해 시종일관 두리번거려야 했다. 비즈니스 목적의 방문객들이 일을 마치고 즐길 만한 볼거리가 부족한 것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과거 수많은 국내 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유입하면서 랜드마크 구실을 톡톡히 했던 ‘코엑스몰’이 최근 제구실을 못하고 있어서다.
‘실패한 리모델링’ 코엑스몰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기존에 인수했던 코엑스 앞 옛 한국 전력 부지를 본격 개발키로 한 게 위안거리다. 현대차그룹은 8만㎡ 규모의 이곳 부지에다 105층짜리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세우고, 대규모 MICE 시설을 유치키로 계획을 세우고 내년 초 첫 삽을 뜨기로 했다. 265실 규모 호텔, 2400석 규모 공연장 등도 마련된다. 이를 통해 향후 27년 간 약 12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265조6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계획 자체는 야심차지만, 실현되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도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최근 무협과 코엑스를 중심으로 ‘라스베이거스로부터 배우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무협은 LVCVA과 MICE 분야 협력을 강화키로 하고,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때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동행했던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현지에서 LVCVA와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무협은 전시 컨벤션과 무역사절단의 상호 파견 등에서 LVCVA와 협력을 강화하고, 노하우를 적극 받아들인다는 계획이다.
코엑스도 변보경 대표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코엑스를 한국의 라스베이거스처럼 만들겠다”고 말하는 등 각오를 다졌다. 볼거리와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반영, 코엑스에 있는 호텔과 카지노 등의 시설을 보다 긴밀하게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 등 동남아 지역을 위주로 해외에 전시회를 더 적극 수출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앞서 코엑스는 해외사업팀을 운영하면서 ‘베트남 유통산업전’ 등을 수출한 바 있다. 한국이 이런 노력들을 통해 MICE산업에서 그동안의 한계를 딛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라스베이거스=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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