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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검색보다 대면심사 강화해야

보안검색보다 대면심사 강화해야

납치된 이집트에어 여객기 MS181편은 범인의 요구대로 키프로스 라르나카 공항에 착륙했다. 범인은 여성과 어린이부터 먼저 내보냈다.
지난 3월 29일 세이프 알-딘 무스타파(59)는 승객과 승무원 81명이 탑승한 이집트에어 여객기 MS181편을 5시간 동안 납치했다. 이 사건은 비극으로 끝날 수 있었지만 다행히 소극으로 마무리됐다. 이집트인인 그가 폭발시키겠다고 협박한 자살폭탄 조끼는 조잡한 가짜였다. 심지어 영국인 탑승객 벤 이네스는 납치범 옆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스마트폰 사진을 찍어 그 주의 가장 악명 높은 셀카로 선정됐다.

그러나 MS181편의 부기장 하마드 엘-카다흐(32)에겐 비행기 납치가 결코 웃어 넘길 만한 일이 아니었다. MS181편이 카이로로 가는 45분 비행을 위해 알렉산드리아에서 이륙한 직후 객실 승무원 2명이 조종실 문을 두드렸다. 그들은 한 승객의 무시무시한 메시지를 전했다. “비행기를 내가 납치했다. 기수를 키프로스나 터키 아니면 그리스 아테네로 돌려라.” 카다흐 부기장은 뉴스위크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메시지 내용을 그렇게 돌이켰다. “만약 이집트 영토 안에 있는 공항에 착륙하면 바로 폭탄 버튼을 누르겠다. 그러면 모두 죽는다. 잘 판단하라.”

결국 아므르 알-가말 기장은 MS181편을 키프로스 라르나카 국제공항에 착륙시켰다. 비행기가 착륙하자 납치범은 먼저 여성과 어린이를 내보냈다. 그 다음 이집트인 전부를 풀어주고 외국인 5명과 일부 승무원만 인질로 잡았다. 카다흐 부기장은 마지막 인질로 남겠다고 자원한 뒤 조종석 창문을 통해 극적으로 탈출했다. 그는 “죽느냐 사느냐가 중요했지만 사실 그게 요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리와 함께 죽을 사람이 아주 많다는 게 요점이었다. 승객들이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이었다.”

무스타파의 여객기 납치 동기는 개인적인 문제였다. 사기꾼 전과가 있는 그는 여객기가 키프로스에 착륙하자 그곳에 사는 전처를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 그처럼 희극적 요소가 있긴 했지만 이 사건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위협 수위가 높아진 시점에 발생하면서 긴장을 고조시켰다. 지난 3월 22일 이슬람 극단주의자 3명이 벨기에 브뤼셀의 자벤템 공항을 공격해 항공안전에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다. 또 지난해 10월 말 이집트의 홍해 휴양지 샤름엘셰이크를 이륙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러시아 메트로제트 여객기가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폭파해 탑승자 224명 전원이 사망한 뒤 이집트는 또 다시 항공안전 논란의 초점이 됐다.

이집트 내무부는 항공안전 관리에 잘못이 없었다는 취지로 곧바로 납치범 무스타파의 여행가방을 X선 투시로 촬영한 사진과 그가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의 가방에는 의심할 만한 물건이 없었다.

영국 런던 소재 정책연구소 아시아태평양재단의 사즈잔 고헬 국제안전 국장은 “이번의 이집트항공 여객기 납치와 지난해의 러시아 메트로제트 여객기 사건은 별개”라고 말했다. “메트로제트 여객기 폭파는 보안 실패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시나이 지부가 자신들의 이념에 동조하는 보안요원들을 포섭해 폭탄을 비행기에 실었다. 그러나 이집트에어 여객기 납치범 무스타파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 가짜 폭발물을 조립했다. 그런 일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이집트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공항의 현행 보안검색 절차가 적절한지, 보안요원들이 개인의 행동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항 보안검색 대부분은 수하물 투시 촬영에 초점을 맞춘다. 총기와 수류탄 같은 금속 무기가 사용되는 비행기 납치는 그런 검색으로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하늘의 폭력: 비행기 납치와 폭파의 역사(Violence in the Skies: a History of Aircraft Hijacking and Bombing)’를 펴낸 필립 바움은 “우리의 현행 보안검색은 잠재적 납치범의 음흉한 의도가 아니라 폭발물이나 무기를 색출할 뿐”이라고 말했다. “항공 범죄를 막으려면 기계적인 검색보다 상식을 좀 더 동원해야 한다.” 그는 심리적 심사가 최고라고 믿는다. 다시 말해 보안요원들이 무기만이 아니라 테러 의도를 가진 사람을 색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 감시기구인 항공안전네트워크에 따르면 2011년 9·11 테러 이후 발생한 항공기 납치 50건 중 거의 전부는 무장한 것으로 가장한 단독 범인의 소행이었다. 전통적인 보안검색으로는 탐지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소재 메트로폴리탄주립대학의 항공보안 전문가 제프 프라이스는 “보안검색에서 인종과 국적 프로파일링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동 프로파일링은 상당히 정확해 큰 도움이 된다. 항공보안의 모든 단계에서 대면 심사가 필요하다. 세관원과 경찰은 오래 전부터 그렇게 했다. 그럴 경우 누군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바로 저지할 수 있다.”

바움은 “보안검색대에서 승객이 보이는 행동은 전부 보안카메라로 기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곳에선 우리가 신발을 벗고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라는 등 지시를 계속하기 때문에 승객이 심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태라 범행 의도가 있는 사람을 잘 분간할 수 없다. 승객이 보안검색대에 도달하기 전이나 후에 하는 행동에서 더 많은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여객기 승무원도 심리적 프로파일링 기법을 훈련해야 한다.”

프로파일링에선 이스라엘 국영 항공사 엘알이 가장 우수하다. 1986년 임신한 아일랜드 여성 앤-마리 머피는 런던발 이스라엘행 엘알 여객기에 탑승하려다가 저지당했다. 항공사 보안요원이 임신부의 단독 여행이 특이한 프로파일에 속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밀 조사 끝에 공항 보안검색을 통과한 그녀의 가방에서 폭탄이 발견됐다(머피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었다고 주장해 풀려났지만 그녀의 약혼자 요르단인 네자르 힌다위는 영국 법원에서 45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렇다면 왜 모든 공항이 승객 프로파일링과 행동분석 같은 검증된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까? 바움은 “규제 당국이 주관적인 보안검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은 인종이나 종교, 성별에 근거한 추가 검색이 정치적 반발을 부른다고 우려한다.”

러시아 메트로제트 여객기 폭파 사건을 통해 공항에서 활동하는 다른 부류의 사람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은밀하게 무기나 폭탄을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공항 내부자를 말한다. 프라이스는 “공항 직원들의 신원조회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SNS 사용을 추적하고 위험 지수를 매겨야 한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감시해야 할 대상이 누군지는 알 수 있다.”메트로제트 폭파 사건 후 러시아·독일·영국은 이집트의 공항이 보안검색을 강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단을 파견했다. 이집트 카이로 소재 싱크탱크 시그넷연구소의 앙구스 블레어 대표는 “이런 개선이 지속되면 이집트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납치됐다 탈출한 이집트에어의 카다흐 부기장도 메트로제트 여객기 폭파 후 이집트 공항의 보안검색이 크게 강화됐다고 말했다. “고위 공직자도, 친구도, 기장도 철저히 검색받는다. 경계가 삼엄해지고 보안이 효과적으로 이뤄진다.”

이집트에어 MS181편을 납치했던 범인 세이프 알-딘 무스타파(왼쪽에서 두 번째)는 인질을 다 풀어준 뒤 키프로스 경찰에 체포됐다.
카다흐 부기장은 폭탄을 가진 미치광이가 비행기에 탔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공항의 보안 시스템이 형편없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처음엔 분노가 치밀었다. ‘그들이 도대체 뭘 하나? 우리에게 골칫거리만 안겨다 주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폭탄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따라서 그들을 탓할 순 없다.”

알렉산드리아 공항의 보안검색 요원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해도 이집트에어 여객기 납치로 인해 관광객들 사이의 이집트 이미지는 또 다시 추락했다. 러시아 메트로제트 여객기 폭파 이전 이집트의 관광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1.3%를 차지했다. 라샤 아자지 이집트 관광부 대변인은 최근의 여객기 납치로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호텔업계에 따르면 이집트의 휴양도시로 유명한 샤름엘셰이크를 찾는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100만 명 이상 줄었다. 지난 3월 세계 최대의 여행박람회인 베를린 국제관광박람회(ITB)는 ‘방문 추천 국가 톱50’에서 이집트를 제외했다.

이집트가 방문객과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국가적 능력에 신뢰를 잃으면서 국가 경제도 큰 타격을 받는다. 납치됐던 이집트에어 여객기 MS181편에 탑승했던 형수를 만나려고 카이로의 공항에서 기다리던 암가드 엘-가바스는 “이곳의 보안요원들은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세계 어느 공항에서도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

이집트에어 MS181편 납치가 주는 섬뜩한 교훈은 가바스의 생각이 옳다는 것이다. 보안검색으로 위험한 물체는 찾아낼 수 있지만 범행 의도는 색출할 수 없다면 모든 항공기는 미치광이나 필사적인 사람의 행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 오언 매튜스, 잭 무어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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