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는 돈 어디에 숨기나
‘슈퍼리치’는 돈 어디에 숨기나
어마어마한 액수의 글로벌 개인 금융자산(2010년 21~32조 달러)이 전 세계 비밀 조세피난처의 블랙홀을 통해 사실상 면세로 투자됐다. 조세 피난처 리스트에는 대부분 중·저소득 국가가 오른다. 하지만 다음의 톱10 국가가 전체 자산의 61%를 차지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탐사보도 기자들, 국가 보안 전문가들, 세무 당국자들은 엄청난 자금이 조세 피난처에 숨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개인금융·법률·회계·투자업계의 엘리트 전문가 팀이 갈수록 국경이 희미해지는 글로벌 경제를 이용해 빼돌리는 돈이다.
그러나 그 통계는 정확히 잡히지 않는다. 집계된 자산에 ‘비금융 수단’ 다시 말해 고가 미술품, 요트, 부동산, 금괴 등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정액 최저 한도 21조 달러는 겉으로 드러난 숫자일 뿐이다.
‘역외(offshore)’라는 단어도 조세 피난처가 물리적 위치라는 인상을 주지만 때로는 아닌 경우도 있다. 개인 금융은 가상 서비스화했으며 ‘역외’라는 용어는 개인자산의 물리적인 위치라기보다는 이동 가능한 일시적인 법적 시스템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조세 피난처 리스트를 볼 때 그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으며 아주 깊숙한 곳까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궁극적으로 ‘역외’라는 용어는 종종 일단의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조세정의네트워크(TJN)의 제임스 S 헨리는 설명한다. “세계 최고 부자와 기업들뿐 아니라 최악의 범죄자들이 그들의 핵심 고객이다. 전 세계 65억 인구 중 몇 백만 명에 불과한 고객들은 아주 다양한 집단이다. 30세의 중국 부동산 투기꾼부터 실리콘밸리 거물, 두바이의 석유 재벌, 러시아 기업체 사장, 광물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독재자, 멕시코 마약왕 등이다.”
TJN은 지난해 금융비밀지수(FSI)를 통해 세계적으로 가장 금융정보가 불투명한 국가들을 선정했다. 스위스·홍콩·미국·싱가포르·케이맨제도가 톱5를 차지했다. 낮은 세율, 엄격한 비밀보호법, 기업 투명성 법규 부재, 실질소유권 공공 등록부 신설에 대한 의지 부재 등이 원인이었다. 영국이 15위, 파나마는 13위에 랭크됐다.
톱10에 오른 국가들을 살펴본다.
스위스: TJN의 헨리는 스위스를 “세계 비밀주의 조세 피난처의 대부”라고 묘사했다. 비밀주의 세계에서 단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심세력이다.
스위스은행협회는 지난해 9월 스위스 은행들이 수탁 관리하는 자산 규모가 6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중 51%가 해외에서 유입된 자금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 데이터에 근거하면 스위스는 글로벌 역외 수탁자산 규모 면에서 28%의 점유율로 세계 최고다.
스위스는 거센 국제적 압력에 따라 최근 철통 같은 비밀보호법을 다소 완화했다. 하지만 룩셈부르크 같은 몇몇 다른 대형 조세 피난처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이고 분명 불법적인 듯한 추적은 스위스 비밀주의 로비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잘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하는 글로벌 차원의 금융정보 자동교환 표준모델(CRS)에 가입했지만 2018년에 가서야 실행에 착수한다.
홍콩: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고속으로 성장하는 조세 피난처로 꼽힌다. 펀드 업계의 지난해 4월 운용자산 규모가 2조1000억 달러에 달했으며 개인금융 자산이 3조5000억 달러를 웃돌았다.
아시아에서 일본 도쿄에 이어 제2위 규모의 증권거래소를 보유하며 유상증자와 신규공모 규모 면에서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이어 3위다. 다양한 금융 서비스 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초 순자산 1억 달러 이상의 억만장자(Ultra High Net Worth Individuals) 밀도가 10만 가구 당 15.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기록상 2012년 말 중국에 투자한 전체 외국 자본 중 절반 가까이가 홍콩에서 유입됐다.
홍콩은 또한 CRS를 통해 자동 금융정보교환에 착수하기 위한 다자간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기업 투명성과 관련해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으며 유럽 국가들과 달리 국가별 보고서나 실질 소유권 등록부 작성 의사가 거의 없는 듯하다.
중국의 홍콩 지배가 글로벌 투명성 운동을 차단하는 방패막 역할을 했다. 무기명 주식(bearer shares, 몇몇 세계 최악의 범죄활동 자금줄) 소유자들이 여전히 익명을 유지하도록 눈감아 준다.
미국: FSI에 따르면 미국은 다른 어떤 개별국가보다 더 큰 걱정거리다. 역외부문의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국제적 협력과 개혁에 대한 독단적인 태도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과 주 차원에서 비거주자 대상으로 각종 비밀보호와 면세 편의를 제공한다. 또한 외국의 비밀주의 체제로부터 자신들을 지키는 데 다른 나라보다 앞장섰다. 스위스 금융 시스템에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기술적으로 상당히 강력한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을 신설했다. 하지만 자국의 금융 정보는 다른 나라들에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연방과 주 모든 차원에서 막강하고 유해하고 무책임한 비밀주의 체제를 이룬다.
싱가포르: 영국 식민지였던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역외 금융 중심지 자리를 두고 홍콩과 각축을 벌인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총 역외 자산 중 대략 8분의 1을 싱가포르가 보유했다.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의 추산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소재한 전체 상업은행 중 95% 이상이 외국은행 지점이다. 싱가포르가 외국(그리고 역외) 자본에 극단적으로 의존한다는 증거다.
싱가포르 금융센터는 지역 최대의 상품 거래 중심지다. 2014년 도쿄를 제치고 아시아 최대, 그리고 런던과 뉴욕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외환 거래 중심지로 올라섰다.
보험, 채권·주식 시장, 파생상품, 역외기업과 신탁 분야의 거래가 상당히 활발하다. 2013년 수탁관리 자산 규모가 1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주요 자산운용 중심지다.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에서 홍콩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위협을 제기한다. 기업 비밀주의 체제에 대한 대폭적인 개혁이 없고, 실질 소유권 공공 등록부 신설에 관심이 없다.
케이맨제도: 2014년 6월 금융자산 1조4000억 달러, 순자산 가치 2조1000억 달러의 뮤추얼 및 기타 펀드 1만1000개로 조세 피난처 리스트에 올랐다.
은행 200개, 신탁회사 140개 이상, 등록 기업 9만5000개 이상이다. 헤지펀드의 압도적인 세계 1위 등록지이며 전속보험사(captive insurance companies, 모기업의 자가보험 취급 기관)의 세계 2위 소재지다. 금융 서비스 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훨씬 넘는다.
케이맨제도는 상당수 비밀보호 혜택을 준다. 특히 비밀 정보의 공개뿐 아니라 묻기만 해도 사람을 구속할 수 있는 법이 대표적이다.
룩셈부르크: 비밀보호를 중시하며 직업상의 비밀보호 위반은 징역형에 해당된다. 이른바 ‘룩스리크’(다수 다국적기업의 룩셈부르크 본사 이전을 통한 세금회피) 스캔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들은 재판을 받았다. 룩셈부르크는 역외 비밀보호 전력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다른 나라에서 조세를 회피하려는 다국적 기업을 돕는 업무를 계속 확대해 왔다.
여전히 완만한 금융규제의 중심지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 중심지 중 하나로 꼽힌다. 룩셈부르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 금융, 자산 관리 중심지다. 143개 은행이 8000억 달러 가까운 자산을 보유한다. 그중 비밀이 보호되는 개인금융 부문이 3000억 달러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투자 펀드 중심지로 수탁관리 자산이 2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펀드 운용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레바논: 총인구는 대략 400만 명이지만 세계에 흩어져 사는 레바논인 인구는 500만~16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중 상당수가 고액순자산보유자이며 세계 최고 부자인 레바논계 멕시코인 텔레콤 재벌 카롤로스 슬림,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와 닛산의 프랑스·레바논계 브라질인 경영자 카를로스 곤, 스위스 최대 시계 브랜드 스와치의 레바논계 스위스인 니콜라스 하이에크 같은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포함된다.
최근 수십 년에 걸친 레바논의 정치·군사적 난국으로 역외 금융 업종이 붕괴됐지만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다. 베이루트의 역외 금융 서비스 업계는 2006년 이후 연평균 12%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14년 말 은행 예금은 약 1750억 달러로 추산된다.
다른 역외 금융 산업은 근년 들어 금융 비밀보호를 크게 완화했지만 레바논은 글로벌 금융 투명성의 대세를 역행했다.
독일: 독재자의 부정축재 자금, 조직범죄 네트워크의 자산, 세계 각지의 탈세 수익금과 기타 불법 자금이 몰려드는 피난처다.
TJN 연구원 마커스 마인저는 지난해 9월의 저서 ‘조세 회피처 독일(Tax Haven Germany)’에서 독일 금융 시스템에 비 거주자 보유의 면세 유이자(interest-bearing) 자산 규모를 2013년 8월 기준 2조5000억~3조 유로로 추산했다.
독일의 국제조약 가입과 돈세탁 금지 체제가 최근에 약간 발전했지만 아직도 실행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독일은 돈세탁 금지 규칙의 실행을 등한시했으며 우려할 만한 비밀보호 편의와 수단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상당수 ‘전통적인’ 조세 회피처에서 오래 전에 금지되거나 대폭 제한된 무기명 주식이 대표적이다.
상당수 다른 OECD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은 다른 지역들과 자동적이든 아니든 조세 관련 정보를 교환하지 않는다. 독일의 상당수 외국인 소유 자산은 케이맨제도와 스위스 같은 비밀주의 체제에 뻗쳐 있는 정교한 시스템을 통해 비밀리에 보관된다.
바레인: 대규모 유전이 없어지자 일정 부분 역외 금융 센터를 구축해 이를 벌충해 왔다. 페르시아만의 섬나라라는 특성상 역사적으로 무역 중심지 기능을 맡아 왔다. 그 토대 위에서 역외 금융이 구축됐다.
하버드대학 비즈니스 스쿨 제프리 존스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은행과 기업체들을 ‘대접하는 섬(island of hospitality)’으로 간주됐다. 오늘날 바레인에선 금융업종의 고용비중이 가장 크다. GDP의 25% 이상을 책임지며 약 1만4000명을 고용한다.
바레인은 이슬람 금융의 세계 최대 중심지로 손꼽힌다. 그리고 중동에서 이슬람 금융기관이 가장 많이 집중돼 있다. 바레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전체 금융업종 자산 1890억 달러 중 이슬람 금융 업종의 자산은 2000년 19억 달러에서 2014년 11월 254억 달러로 증가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바레인은 2008 런던 자치체(City of London Corporation)의 세계금융센터지수에서 2008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금융 중심지로 선정됐다. 또한 법인소득세·개인소득세·자본소득세가 없으며 다수의 개도국과 상당히 광범위한 조세조약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두바이: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는 ‘역내 금융센터(onshore financial center)’라고 자처하지만 두바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조세 회피처 또는 비밀주의 체제다.
복잡한 자유무역지대 체제, 저율의 세금 환경, 다수의 비밀보호 혜택, 느슨한 사법체계를 토대로 한다. 아울러 상업·금융 규제 또는 외국 금융범죄에 대해 묻지 말고 따지지도 말라는 문화가 깊게 뿌리내려 있다.
결과적으로 대규모의 금융자산과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범죄자 일부가 몰려 들었다. 유입 자산 중 현금이나 황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두바이는 혼란스런 지역에서 정치·경제적 안정의 섬으로 여겨진다.
2013년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같은 지역 중심지 역할(그리고 거의 모든 사업을 받아주는 정책)은 두바이가 적어도 경제적으로 왜 ‘아랍의 봄’의 최대 수혜자인지를 설명해준다. 다른 중동 국가들의 불안정으로 인해 자본·상거래·사람이 두바이로 몰려들었다. 예컨대 이웃 사우디가 시위 예방 차원에서 사회적 지출을 확대하자 그중 상당 자금이 두바이의 쇼핑몰로 흘러들었다. 무엇보다도 두바이는 지역의 조세 회피처로 확실히 입지를 다졌다.”
- 루시 클라크 빌링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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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부터 탐사보도 기자들, 국가 보안 전문가들, 세무 당국자들은 엄청난 자금이 조세 피난처에 숨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개인금융·법률·회계·투자업계의 엘리트 전문가 팀이 갈수록 국경이 희미해지는 글로벌 경제를 이용해 빼돌리는 돈이다.
그러나 그 통계는 정확히 잡히지 않는다. 집계된 자산에 ‘비금융 수단’ 다시 말해 고가 미술품, 요트, 부동산, 금괴 등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정액 최저 한도 21조 달러는 겉으로 드러난 숫자일 뿐이다.
‘역외(offshore)’라는 단어도 조세 피난처가 물리적 위치라는 인상을 주지만 때로는 아닌 경우도 있다. 개인 금융은 가상 서비스화했으며 ‘역외’라는 용어는 개인자산의 물리적인 위치라기보다는 이동 가능한 일시적인 법적 시스템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조세 피난처 리스트를 볼 때 그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으며 아주 깊숙한 곳까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궁극적으로 ‘역외’라는 용어는 종종 일단의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조세정의네트워크(TJN)의 제임스 S 헨리는 설명한다. “세계 최고 부자와 기업들뿐 아니라 최악의 범죄자들이 그들의 핵심 고객이다. 전 세계 65억 인구 중 몇 백만 명에 불과한 고객들은 아주 다양한 집단이다. 30세의 중국 부동산 투기꾼부터 실리콘밸리 거물, 두바이의 석유 재벌, 러시아 기업체 사장, 광물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독재자, 멕시코 마약왕 등이다.”
TJN은 지난해 금융비밀지수(FSI)를 통해 세계적으로 가장 금융정보가 불투명한 국가들을 선정했다. 스위스·홍콩·미국·싱가포르·케이맨제도가 톱5를 차지했다. 낮은 세율, 엄격한 비밀보호법, 기업 투명성 법규 부재, 실질소유권 공공 등록부 신설에 대한 의지 부재 등이 원인이었다. 영국이 15위, 파나마는 13위에 랭크됐다.
톱10에 오른 국가들을 살펴본다.
스위스: TJN의 헨리는 스위스를 “세계 비밀주의 조세 피난처의 대부”라고 묘사했다. 비밀주의 세계에서 단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심세력이다.
스위스은행협회는 지난해 9월 스위스 은행들이 수탁 관리하는 자산 규모가 6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중 51%가 해외에서 유입된 자금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 데이터에 근거하면 스위스는 글로벌 역외 수탁자산 규모 면에서 28%의 점유율로 세계 최고다.
스위스는 거센 국제적 압력에 따라 최근 철통 같은 비밀보호법을 다소 완화했다. 하지만 룩셈부르크 같은 몇몇 다른 대형 조세 피난처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이고 분명 불법적인 듯한 추적은 스위스 비밀주의 로비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잘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하는 글로벌 차원의 금융정보 자동교환 표준모델(CRS)에 가입했지만 2018년에 가서야 실행에 착수한다.
홍콩: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고속으로 성장하는 조세 피난처로 꼽힌다. 펀드 업계의 지난해 4월 운용자산 규모가 2조1000억 달러에 달했으며 개인금융 자산이 3조5000억 달러를 웃돌았다.
아시아에서 일본 도쿄에 이어 제2위 규모의 증권거래소를 보유하며 유상증자와 신규공모 규모 면에서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이어 3위다. 다양한 금융 서비스 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초 순자산 1억 달러 이상의 억만장자(Ultra High Net Worth Individuals) 밀도가 10만 가구 당 15.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기록상 2012년 말 중국에 투자한 전체 외국 자본 중 절반 가까이가 홍콩에서 유입됐다.
홍콩은 또한 CRS를 통해 자동 금융정보교환에 착수하기 위한 다자간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기업 투명성과 관련해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으며 유럽 국가들과 달리 국가별 보고서나 실질 소유권 등록부 작성 의사가 거의 없는 듯하다.
중국의 홍콩 지배가 글로벌 투명성 운동을 차단하는 방패막 역할을 했다. 무기명 주식(bearer shares, 몇몇 세계 최악의 범죄활동 자금줄) 소유자들이 여전히 익명을 유지하도록 눈감아 준다.
미국: FSI에 따르면 미국은 다른 어떤 개별국가보다 더 큰 걱정거리다. 역외부문의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국제적 협력과 개혁에 대한 독단적인 태도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과 주 차원에서 비거주자 대상으로 각종 비밀보호와 면세 편의를 제공한다. 또한 외국의 비밀주의 체제로부터 자신들을 지키는 데 다른 나라보다 앞장섰다. 스위스 금융 시스템에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기술적으로 상당히 강력한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을 신설했다. 하지만 자국의 금융 정보는 다른 나라들에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연방과 주 모든 차원에서 막강하고 유해하고 무책임한 비밀주의 체제를 이룬다.
싱가포르: 영국 식민지였던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역외 금융 중심지 자리를 두고 홍콩과 각축을 벌인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총 역외 자산 중 대략 8분의 1을 싱가포르가 보유했다.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의 추산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소재한 전체 상업은행 중 95% 이상이 외국은행 지점이다. 싱가포르가 외국(그리고 역외) 자본에 극단적으로 의존한다는 증거다.
싱가포르 금융센터는 지역 최대의 상품 거래 중심지다. 2014년 도쿄를 제치고 아시아 최대, 그리고 런던과 뉴욕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외환 거래 중심지로 올라섰다.
보험, 채권·주식 시장, 파생상품, 역외기업과 신탁 분야의 거래가 상당히 활발하다. 2013년 수탁관리 자산 규모가 1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주요 자산운용 중심지다.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에서 홍콩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위협을 제기한다. 기업 비밀주의 체제에 대한 대폭적인 개혁이 없고, 실질 소유권 공공 등록부 신설에 관심이 없다.
케이맨제도: 2014년 6월 금융자산 1조4000억 달러, 순자산 가치 2조1000억 달러의 뮤추얼 및 기타 펀드 1만1000개로 조세 피난처 리스트에 올랐다.
은행 200개, 신탁회사 140개 이상, 등록 기업 9만5000개 이상이다. 헤지펀드의 압도적인 세계 1위 등록지이며 전속보험사(captive insurance companies, 모기업의 자가보험 취급 기관)의 세계 2위 소재지다. 금융 서비스 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훨씬 넘는다.
케이맨제도는 상당수 비밀보호 혜택을 준다. 특히 비밀 정보의 공개뿐 아니라 묻기만 해도 사람을 구속할 수 있는 법이 대표적이다.
룩셈부르크: 비밀보호를 중시하며 직업상의 비밀보호 위반은 징역형에 해당된다. 이른바 ‘룩스리크’(다수 다국적기업의 룩셈부르크 본사 이전을 통한 세금회피) 스캔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들은 재판을 받았다. 룩셈부르크는 역외 비밀보호 전력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다른 나라에서 조세를 회피하려는 다국적 기업을 돕는 업무를 계속 확대해 왔다.
여전히 완만한 금융규제의 중심지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 중심지 중 하나로 꼽힌다. 룩셈부르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 금융, 자산 관리 중심지다. 143개 은행이 8000억 달러 가까운 자산을 보유한다. 그중 비밀이 보호되는 개인금융 부문이 3000억 달러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투자 펀드 중심지로 수탁관리 자산이 2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펀드 운용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레바논: 총인구는 대략 400만 명이지만 세계에 흩어져 사는 레바논인 인구는 500만~16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중 상당수가 고액순자산보유자이며 세계 최고 부자인 레바논계 멕시코인 텔레콤 재벌 카롤로스 슬림,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와 닛산의 프랑스·레바논계 브라질인 경영자 카를로스 곤, 스위스 최대 시계 브랜드 스와치의 레바논계 스위스인 니콜라스 하이에크 같은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포함된다.
최근 수십 년에 걸친 레바논의 정치·군사적 난국으로 역외 금융 업종이 붕괴됐지만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다. 베이루트의 역외 금융 서비스 업계는 2006년 이후 연평균 12%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14년 말 은행 예금은 약 1750억 달러로 추산된다.
다른 역외 금융 산업은 근년 들어 금융 비밀보호를 크게 완화했지만 레바논은 글로벌 금융 투명성의 대세를 역행했다.
독일: 독재자의 부정축재 자금, 조직범죄 네트워크의 자산, 세계 각지의 탈세 수익금과 기타 불법 자금이 몰려드는 피난처다.
TJN 연구원 마커스 마인저는 지난해 9월의 저서 ‘조세 회피처 독일(Tax Haven Germany)’에서 독일 금융 시스템에 비 거주자 보유의 면세 유이자(interest-bearing) 자산 규모를 2013년 8월 기준 2조5000억~3조 유로로 추산했다.
독일의 국제조약 가입과 돈세탁 금지 체제가 최근에 약간 발전했지만 아직도 실행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독일은 돈세탁 금지 규칙의 실행을 등한시했으며 우려할 만한 비밀보호 편의와 수단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상당수 ‘전통적인’ 조세 회피처에서 오래 전에 금지되거나 대폭 제한된 무기명 주식이 대표적이다.
상당수 다른 OECD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은 다른 지역들과 자동적이든 아니든 조세 관련 정보를 교환하지 않는다. 독일의 상당수 외국인 소유 자산은 케이맨제도와 스위스 같은 비밀주의 체제에 뻗쳐 있는 정교한 시스템을 통해 비밀리에 보관된다.
바레인: 대규모 유전이 없어지자 일정 부분 역외 금융 센터를 구축해 이를 벌충해 왔다. 페르시아만의 섬나라라는 특성상 역사적으로 무역 중심지 기능을 맡아 왔다. 그 토대 위에서 역외 금융이 구축됐다.
하버드대학 비즈니스 스쿨 제프리 존스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은행과 기업체들을 ‘대접하는 섬(island of hospitality)’으로 간주됐다. 오늘날 바레인에선 금융업종의 고용비중이 가장 크다. GDP의 25% 이상을 책임지며 약 1만4000명을 고용한다.
바레인은 이슬람 금융의 세계 최대 중심지로 손꼽힌다. 그리고 중동에서 이슬람 금융기관이 가장 많이 집중돼 있다. 바레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전체 금융업종 자산 1890억 달러 중 이슬람 금융 업종의 자산은 2000년 19억 달러에서 2014년 11월 254억 달러로 증가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바레인은 2008 런던 자치체(City of London Corporation)의 세계금융센터지수에서 2008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금융 중심지로 선정됐다. 또한 법인소득세·개인소득세·자본소득세가 없으며 다수의 개도국과 상당히 광범위한 조세조약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두바이: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는 ‘역내 금융센터(onshore financial center)’라고 자처하지만 두바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조세 회피처 또는 비밀주의 체제다.
복잡한 자유무역지대 체제, 저율의 세금 환경, 다수의 비밀보호 혜택, 느슨한 사법체계를 토대로 한다. 아울러 상업·금융 규제 또는 외국 금융범죄에 대해 묻지 말고 따지지도 말라는 문화가 깊게 뿌리내려 있다.
결과적으로 대규모의 금융자산과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범죄자 일부가 몰려 들었다. 유입 자산 중 현금이나 황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두바이는 혼란스런 지역에서 정치·경제적 안정의 섬으로 여겨진다.
2013년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같은 지역 중심지 역할(그리고 거의 모든 사업을 받아주는 정책)은 두바이가 적어도 경제적으로 왜 ‘아랍의 봄’의 최대 수혜자인지를 설명해준다. 다른 중동 국가들의 불안정으로 인해 자본·상거래·사람이 두바이로 몰려들었다. 예컨대 이웃 사우디가 시위 예방 차원에서 사회적 지출을 확대하자 그중 상당 자금이 두바이의 쇼핑몰로 흘러들었다. 무엇보다도 두바이는 지역의 조세 회피처로 확실히 입지를 다졌다.”
- 루시 클라크 빌링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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