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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식회사’ 세계를 점령하나

‘중국 주식회사’ 세계를 점령하나

미국 LA의 스타우드 호텔 W 할리우드. 중국의 안방보험이 스타우드 호텔 앤드 리조트를 140억 달러에 인수하려 했다가 갑자기 포기했다.
시간 문제였을 뿐이다. 중국이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올린 무역 흑자와 외환보유고, 국제통화의 반열에 올라선 위안화, 세계적인 야심을 가진 국영·민영 기업을 고려하면 중국의 해외 외국인직접투자(FDI) 파도가 주요 서방국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결코 놀랍지 않다.

올해 1분기 중국 기업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외국 자산을 인수했거나 인수를 제안했다. 그 규모가 자그마치 1000억 달러에 이른다(같은 기간 미국 기업이 외국 자산 인수에 투자한 액수의 2배다). 굵직한 사례만 추려 보자. 국영 기업인 중국화공이 스위스의 농업생물공학 기업 신젠타를 4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중국 하이항집단(HNA)이 미국 첨단제품 유통회사 잉글램 마이크로를 60억 달러에 사들였다. 중국 최대 가전사인 하이얼이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 부문을 54억 달러에 인수했다.

앞으로도 이런 인수합병(M&A)이 이어질 게 뻔하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는 엔터테인먼트와 기술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을 모색한다고 알려졌다.

중국 기업의 유명 서방 기업 M&A가 급증하는 현상은 두 가지 이유에서 불가피하다. 중국의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재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FDI다. 또 중국 기업은 국영이든 민영이든 갈수록 노련해진다. 약 10여 년 전 국영 석유 대기업 중국해양석유(CNOOC)는 무턱대고 미국 정유회사 유노칼을 인수하려다가 미국 정가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포기했다. 그 후 중국 기업은 개도국으로 FDI를 집중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급속한 성장에 필요한 원자재 확보가 주요 목표였다.

중국의 대규모 서방 기업 M&A가 가속화하면서 2005년 CNOOC-유노칼 사태가 그랬던 것처럼 서방의 정치적인 반발이 따를 게 분명하다. 1980∼90년대 일본의 FDI 파도가 서방으로 밀어닥쳤을 때 경제 안보가 위협당한다는 반발이 거셌다. 서방의 정치인과 언론은 일본 기업이 세계를 장악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중국 FDI의 쇄도는 침략의 일환으로 인식됐다.

최근의 사태가 그런 조짐을 보였다. 올해 초 중국의 안방보험이 미국의 스타우드 호텔 앤드 리조트(이하 스타우드 호텔)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거의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기업이 다국적 대기업인 매리어트 인터내셔널보다 많은 140억 달러를 제안했다. 그 문제를 두고 미국의 경제뉴스 전문 방송 CNBC는 지난 3월 30일 호텔산업 분석가의 견해를 들었다. 그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사가 안방보험의 스타우드 호텔 인수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미국 정부의 한 기구인 CFIUS는 외국인투자를 국가안보 측면에서 심의한다. 스타우드 호텔은 고급 세인트 레지스부터 트렌디한 W까지 다양한 호텔 체인을 소유한다. CFIUS는 모든 외국인 투자를 심의하는 게 아니라 국가안보와 관련 있다고 판단되는 사안만 검토한다. 스타우드 호텔이 그 범주에 든다는 것은 좋게 봐도 억지다. CNBC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그 문제를 따지자 출연한 분석가는 난감해 하면서 군사기지 부근에 호텔이 있을 수 있다고 갖다 붙였다.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화공은 스위스의 농업생물공학 기업 신젠타를 조만간 인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신젠타의 중국어 홍보 화면.
다음날인 3월 31일 안방보험은 돌연 스타우드 호텔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여러 시장 조건’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석연치 않은 설명이었다.

그러나 오판해선 안 된다. 중국의 M&A 파도는 계속 들이닥칠 것이다. 그 파도가 불러올 불안감 중 일부는 근거가 없지 않다. 돌이켜 볼 때 과거 일본에 대한 미국의 히스테리 반응이 부당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당시 일본의 전반적인 기술 우위에 대한 우려는 국가안보와 전반적인 미국 경제의 측면 둘 다에서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일본이 능가할 수 없는 경제대국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그런 우려는 곧 사라졌다.

하지만 중국은 그와 다르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다. 물론 과거의 소련처럼 미국의 완전한 적대국은 아니지만 지난 10년이 보여줬듯이 중국은 미국 제1의 지정학적 라이벌로 부상했다. 또 중국 기업이 일본 기업만큼 기술적으로 우수하진 않지만 최근 들어 급성장하고 있다. 그들은 서방의 기술과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성장을 가속화하려 한다. 중국화공의 신젠타 인수 제안에도 그런 의도가 깔려 있었던 듯하다.

더구나 대규모 M&A를 시도할 여력이 있는 중국 기업은 대부분 국영 기업이다. 일본 경제가 전성기였을 때 우리는 일본 자본주의의 배타적이고 편협한 스타일을 두고 ‘일본 주식회사(Japan Inc.)’라고 불렀다. 해외로 진출하는 중국 기업 중 다수는 말 그대로 ‘중국 주식회사(China Inc.)’다. 중국 정부가 소유하거나 운영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들의 전략적 움직임은 어느 한곳에서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다른 곳에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물론 인수하는 기업의 주가를 올린다는 명목으로 그런 일이 행해진다. 그러나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국 정부가 규정하는 국가안보 측면의 이익이다. 따라서 외국 정부는 가능하면 중국이 추구하는 이익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게 당연하다.2005년 CNOOC의 유노칼 인수 실패를 돌이켜 보자. CNOOC는 중국 최대의 해양 석유·천연가스 개발업체로 국영 기업이다. 따라서 CNOOC의 유노칼 인수가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CFIUS가 따지는 건 타당했다. 그러나 만약 일본의 미쓰이 석유가 유노칼을 인수하려고 입찰했다면 CFIUS가 그 건을 심의하는 건 시간낭비였을 것이다.

2005년 중국해양석유(CNOOC)는 미국 정유회사 유노칼을 인수하려다가 미국 정가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포기했다.
외국 정부가 중국의 해외 기업 M&A를 경계의 눈으로 주시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런 국제 투자가 언제나 일방통행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중국 국영 기업이 유럽의 농업 기업을 인수하려고 입찰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외국 기업은 중국에서 국영 기업을 인수할 수 없다. 중국 국영 기업은 매각 대상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일본도 비슷했다. 일본 대기업은 지배구조가 상호출자식인 경우가 많아 국내외 다른 기업의 적대적 M&A에 취약하지 않다. 미쓰비시 그룹이 좋은 예다. 경제학자들은 외국 M&A에서 ‘호혜’ 원칙을 따져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하지만 정부는 그 점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CNOOC의 유노칼 인수가 실패하자 중국 기업은 서방의 인수 대상 기업을 더욱 신중히 검토한다. 안방보험의 스타우드 호텔 인수 제안은 사실 논란이 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W 호텔의 바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국가 보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에서 ‘중국 주식회사’의 세계 점령에 대한 히스테리 반응은 크게 약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올해 미국 정치가 보여주듯이 미국은 국가적인 신경쇠약증에 걸린 듯하다. 한 가지 이유가 경제적 불안이다. 그 결과 누가 대통령에 선출되든 중국의 M&A를 경계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M&A 붐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이런 추세가 반드시 중국의 경제적 힘이 강하거나 서방의 경제적 힘이 약해서는 아니다. 중국의 해외 FDI가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중국의 경제적인 허약함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부패척결 운동이 지속되면서 국영·민영 기업의 CEO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본이 해외로 이탈하는 것이다. 중국인 부자가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를 구입하든 안방보험이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사들이든(2년 전 실제로 그랬다) 서방 자산을 인수하는 것은 중국 자본주의자들 사이에서 현명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이 늘어간다.

대규모 M&A가 발표되고 모두가 불안해할 때는 그런 점을 상기하라. 또 과거 일본에 대한 히스테리 반응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기억하라. 일본 기업이 시가보다 크게 높은 가격에 서방 자산을 사들여 서방 기업 소유자들이 큰 이익을 챙긴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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