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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보스는 한물갔다

제왕적 보스는 한물갔다

도널드 트럼프의 열혈 지지자들은 그의 권위적 하향식(top-down) 리더십을 좋아한다. 경영 쪽 경험이 없는 유권자 눈에는 트럼프가 결단력 있고 유능한 사업가로 보일 것이다. 그의 직설적이고 거친 ‘돌직구’가 그런 이미지를 강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트럼프 리더십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선 먹힐 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요즘 시대 새로운 부를 창출하고 있는 기업가나 리더, 투자자 면면을 보면 트럼프와는 좀처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꽤 심오한 이유가 있다.

기업 활동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세기로 들어설 때마다 원자재보다 아이디어를 통한 부의 창출 비중이 커지는 걸 알 수 있다.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은 광산, 제조, 운송업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에서 가치가 두 번째로 높은 기업이 검색엔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이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1~5위 기업을 살펴보면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버크셔 해서웨이, 엑손 모빌 순이다. 1위부터 3위까지 대부분 아이디어에 기반한 기업이다. 해가 지날수록 트럼프식 리더십이 퇴색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인정받는 인재들은 도널드 트럼프나 트럼프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과는 절대 일하려 하지 않는다.

‘그럼 스티브 잡스는 어떻게 설명할 거냐’는 반론이 들어올 지 모른다. 캘리포니아 히피처럼 보이긴 했지만, 스티브 잡스도 트럼프와 비슷한 권위주의자였다. 애플 컴퓨터를 세우지 않았다면 잡스는 분명 대단한 광신교 교주가 됐을 것이란 블랙 유머가 실리콘밸리를 떠돌던 시절도 있었다. 실제 1970년대와 80년대 스티브 잡스는 그렇게 굴었다. 트럼프처럼 말했고, 트럼프처럼 행동했다. 무례하고 상스러웠으며, 독재자 같았다. 다른 사람의 공을 가로챌 정도로 불안정하고 자신이 없기도 했다. 자신이 직접 회사로 영입한 사람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다 잘 되지 않았냐고?

처음에는 그랬다. 덕분에 애플이 만들어지긴 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애플은 정체기를 맞았다. 얼마 안 있어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고, 애플을 나와서 세운 기업 넥스트(NeXT)는 큰소리에 부응하지 못했다. ‘투 스트라이크’가 된 것이다. 이후 잡스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 스튜디오 픽사(Pixar)에 투자했다. 픽사에서 이전의 독재자적 경영방식을 펼치려 했으나 벽에 부딪혔다. 픽사의 천재적 공동창업자 두 명은 함부로 자신들을 대했다간 언제라도 회사를 나가 경쟁사를 차릴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잡스에겐 이것이 전환점이었다. 1997년 애플로 돌아온 그는 인재를 영입하고 힘을 실어주는 치어리더형 리더로 모습을 바꾸었다.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리더십은 힘을 잃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첨단기술과 인재가 필요하다. 기술은 의사결정권을 아래로 이양하는 걸 가능하게 해준다. 트럼프의 일방적 리더십은 구시대적이고 시간이 갈수록 힘을 잃을 것이다.

- RICH KARLGAARD 포브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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