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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모래, 고요가 있는 곳

평화와 모래, 고요가 있는 곳

해변은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쬐며 빈둥거려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진정한 의미의 휴식처
세이셸공화국의 앙스 수스 다정 앞바다는 수심이 얕아 무릎까지 차오르기도 전에 화려한 색상의 열대어들이 재빠르게 헤엄쳐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름이 오면 세계 곳곳의 해변가 모래사장이 사람들로 붐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인파가 몰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에게 해변은 나이트클럽과 같다. 수영할 수 있고 옷을 별로 걸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한산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나도 여기 속한다). 어떤 쪽을 좋아하든 해변은 아무 일도 안 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쪼이며 빈둥거려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그러려고 간 곳이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누워 파도 소리를 듣고 책 읽을 수 있는 멋진 모래사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해변을 소개한다.



하버 섬(바하마)


하버 섬 동쪽의 대서양 쪽 해안을 따라 5㎞가량 펼쳐진 모래사장은 현지에선 ‘노스 비치(North Beach)’라고 불리지만 국제적으로는 ‘핑크 샌즈(Pink Sands)’로 알려졌다. 연어의 살색과 흡사한 모래 색깔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앞바다의 산호초에서 떠밀려온 산호 침전물이 수세기에 걸쳐 가루가 되면서 이런 색상을 띄게 됐다. 핑크빛 모래와 청록색 바닷물이 어우러져 목가적인 풍광을 만들어낸다. 우마 서먼과 해리슨 포드, 로버트 드니로, 다이앤 폰 퓌르스텐베르크, 믹 재거 등 국제적인 유명인사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신혼여행객과 고요 속의 아름다움을 찾는 일반 여행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화이트헤이븐(호주 휘트선데이 섬)


호주는 해안선의 길이가 25000㎞에 이르고(세계에서 6번째로 길다) 인구가 약 2400만 명으로 비교적 적어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최고의 해변’으로 꼽힐 만한 곳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퀸즐랜드 중심부 앞바다에 있는 휘트선데이 섬의 화이트헤이븐 해변(6.5㎞)은 넋을 빼앗길 정도로 아름답다. 뒤쪽엔 열대 숲, 앞쪽엔 따뜻한 바닷물이 있는 이 해변의 흰 모래는 거의 100% 이산화규소로 이뤄졌다. 따라서 열을 보존하지 않아 한낮에도 맨발로 편안하게 걸어 다닐 수 있다. 이곳에서 밤을 보내려면 캠핑을 해야 한다. 유람선을 타고 온 당일치기 관광객이 본섬으로 돌아가는 걸 바라보노라면 속이 다 후련해진다.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새벽녘의 텅 빈 해변을 마주하는 기쁨은 더 크다.

이파네마(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이파네마 해변은 부촌 근처에 자리 잡고 있어 세련된 사람들이 모여든다.
멋진 해변이 꼭 가기 힘든 오지에만 있진 않다.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는 아파트와 상점이 모여 있는 거리에서 몇 m 떨어진 곳부터 모래사장이 시작된다. 이파네마(약 1.7㎞) 해변은 코파카바나보다 더 깨끗하고 안전하며 덜 붐빈다. 근처에 부촌이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리우의 해변 22곳 중 가장 세련된 사람들이 모여든다. 요즘엔 후아 비니시우스 데 모라에스 끝에 있는 포스토 5 지역이 인기다. 필립 스타크가 설계한 호텔 파사노(상파울루에 있는 파사노 호텔의 자매 업체다) 바로 앞 해변이다.



앵귈라 섬(영국령)


앵귈라 섬은 규모가 작지만 카리브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들이 모여 있다. 한적하고 널찍한 만을 따라 깨끗하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산호색 절벽을 배경으로 20㎞ 가까이 펼쳐진다. 반스 비치는 발을 담그고 싶은 아주 매력적인 해변으로 카리브해의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이 섬에 있는 32개의 다른 해변도 모두 아름다워 어느 곳을 택할지 결정이 쉽지 않다. 트립어드바이저는 미즈 베이를 이 섬의 최고 해변으로 꼽았다. 숄 베이 이스트는 해변의 바와 레스토랑들이 매우 훌륭하고, 숄 베이 웨스트는 가장 조용한 모래사장으로 꼽힌다. 리틀 베이는 스노클링 명소로, 어퍼 숄 베이는 모래가 가장 하얀 해변으로 알려졌다. 랑데부는 모래사장이 4㎞ 정도 이어져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다.



호스슈 베이(영국령 버뮤다 제도)


호스슈 베이의 옅은 산호색 모래는 햇볕을 받아도 많이 뜨거워지지 않는다. 대서양의 찬물과 바위, 만을 탐험할 수 있는 이곳은 버뮤다 제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변이다. 다행히 유람선을 타고 몰려드는 인파를 넉넉히 수용할 만큼 규모가 크다. 카페에서 비치 의자와 스노클링 장비를 빌릴 수 있으며 점심을 먹거나 럼 스위즐을 시켜서 마실 수도 있다. 또 해변가에서 실컷 놀고 난 뒤 언덕 위 호텔로 돌아갈 때는 발품을 덜어줄 택시가 많다. 하지만 호스슈 베이가 가장 매력적일 때는 이른 아침이다. 객실이 590개나 되는 페어몬트 사우스앰튼 호텔의 손님들이 조깅하러 내려오기 전 텅 빈 해변의 고요와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롱 비치(태국 피피 섬)


아침 10시에 코 피피 섬 근처에 있는 작은 섬 피피 레이에 첫 번째 모터보트 택시가 도착한다. 11시가 되면 절벽으로 둘러친 만에 자리 잡은 마야 비치에 모터보트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알렉스 갈랜드의 소설을 영화화한 ‘비치(The Beach)’(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배경이 된 해변을 보고 싶다면 셀카 찍기에 바쁜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오전 10시 이전이나 오후 4시 이후에 가 보라.

코 피피 섬의 톤 사이 마을에서 대형 보트를 타고 15분을 달려 푸켓이나 크라비에서 페리로 갈아타고 90분 정도 더 가면 롱 비치에 도착한다. 갈랜드의 소설에 나오는 텅 빈 에덴 동산은 아니지만 흡사한 분위기는 느낄 수 있다. 해변엔 정글 식물의 그늘 아래 자리 잡은 레스토랑들이 있고 3달러만 내면 1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마사지 숍들도 있다.



75마일 비치(호주 퀸즐랜드 프레이저 섬)


프레이저 섬은 호주 본섬에서 떠내려온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거대한 모래톱으로 세계 최대의 모래섬이다. 길이 약 124㎞에 폭이 약 24㎞다. 이 섬은 호주 대보초 남쪽 끝의 산호만보다 더 남쪽에 있다. 여기엔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래 위에 자리 잡은 열대우림이 있다. 모래 속에 자생하는 영양가 많은 곰팡이류 덕분에 다양한 식물 종이 무성하게 자란다. 이 섬엔 또 100개가 넘는 민물 호수와 맹그로브 습지, 모래 언덕이 있다. 인구는 200명밖에 안 되지만 딩고(호주산 들개)와 습지 왈라비, 하늘다람쥐, 파스코갈레(주머니고양이과의 포유류), 밴디쿠트(캥거루 쥐로 불리는 호주산 동물), 날여우와 350종의 조류가 서식한다. 이 섬엔 또 호주 최고로 꼽히는 낚시 장소들이 있다. 시기를 잘 맞추면 혹등고래를 가까이서 볼 수도 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스릴 넘치는 경험은 4륜구동 차량을 렌트해 약 120㎞ 비치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이다.



앙스 수스 다정(세이셸공화국 라 디그 섬)


리틀 라 디그 섬에는 세이셸 군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들이 있다. 앙스 수스 다정은 그중에서도 최고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커다란 화강암 바위들과 그 사이사이에 자라는 무성한 식물이 흰 모래사장 위에 그늘을 드리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청록색으로 빛나는 바닷물은 수정처럼 맑고 따뜻하다.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절경이 나타난다. 수심이 얕아 무릎까지 차오르기도 전에 화려한 색상의 열대어들이 재빠르게 헤엄쳐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앙스 수스 다정은 아침 일찍이나 오후 늦게 가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오전 11시만 되면 부두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캠프스 베이(남아공 케이프타운)


남아공의 해안선은 2700㎞에 이르는데 대부분이 흰 모래 해변이다. 이 나라에는 캠프스 베이보다 더 오염되지 않고 아름다우며 덜 붐비는 해변이 많다. 하지만 캠프스 베이는 경치가 아름답고 접근성이 좋아서 가볼 만하다. 케이프타운 도심에서 몇 ㎞ 거리에 있고 뒤쪽엔 ‘12사도봉(Twelve Apostles)’으로 알려진 산맥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주말에는 해변이 붐빌 때가 많다. 캠프스 베이 주도로에 늘어선 레스토랑과 와인 바에는 현지인이 넘쳐난다. 일상의 피로에 지친 바캉스객이 찾는 조용한 해변은 아니지만 한적한 모래사장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파티를 즐기고 싶을 때는 한번 찾아가 볼 만하다.

- 그레이엄 보인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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