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에 끌릴까
왜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에 끌릴까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로 승승장구하는 그는 유럽 우익 지도자들처럼 선동전술로 소외 계층 공략한다 미국 정치 엘리트층은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기이한 선거운동을 지난 1년 동안 지켜봤지만 아직도 그를 이해할 수 없어 곤혹스러워 한다. 부동산 거부인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후보다. 이제 이변이 없는 한 그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소속된 공화당의 원칙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정치의 규칙을 무시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정치 논평가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다른 경선후보들을 완패시킨 현상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트럼프 신드롬’을 이해하려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트럼프의 선거운동은 해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우익 운동과 빼닮았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외치기 때문에 다분히 역설적이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어떻게 그들을 본떴느냐가 아니라 왜 지금까지 미국에선 그런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든다. 트럼프는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위치에 있다는 뜻)’를 내세우기보다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정치적인 힘을 차용한다.
트럼프의 유세도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선거운동과 달리 록음악 콘서트나 대형 교회의 통성기도 시간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지난 3월 중순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외곽에서 유세하는 동안 유권자들의 질문은 받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다그치기보다 그의 비위를 맞추려 애썼다. 성조기를 휘두르고 프로야구팀 신시내티 레즈의 모자를 쓴 중년의 지지자는 그에게 “도널드 트럼프, 난 당신이 너무 좋아. 당신은 미국의 미래야”라고 말했다. “오늘 당신을 보려고 17시간이나 기다렸다. 떠나기 전에 같이 사진 한 장 찍고 싶다.” 한 백인 중년 여성은 트럼프에게 포옹해 달라고 했다. 다른 여성은 그에게 “돈에 팔리지 않는 대통령 후보를 보니 너무 신선하다”며 “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당신의 말을 믿는다”고 얘기했다. 트럼프는 활짝 웃으며 “그게 질문보다 훨씬 낫다. 아주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
물론 민주당 후보 버니 샌더스도 열성팬이 있다(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후보 시절 많은 팬을 거느렸다). 그런 경우 유권자들은 이슈보다 이미지에 중점을 두며 특정 후보의 상징주의에 열광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언제나 자신이 중심이다. 전용 헬기를 타고, NBC 방송의 인기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견습생)’에서 “당신 해고야!”를 내뱉고, 협상의 대가이며, 자기 이름을 딴 스테이크 레스토랑도 냈다. 세계 다른 지역의 지도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잘 알려진 정치 브랜드가 바로 그것이다. 비평가와 코미디언들은 트럼프를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우간다의 이디 아민 등 악명 높은 선동가에 견준다. 그가 폭군처럼 통치할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과장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한 정치 전술을 트럼프가 선거운동에 그대로 차용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외에도 현재 유럽 등지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비슷한 전술을 사용하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미국 정치 엘리트층은 지난 몇 달 동안 트럼프 후보를 무시했다. 그들은 유권자가 그를 주의 깊게 보기 시작하면 그의 알맹이 없는 실체가 드러나 지지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사실상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지금 초기의 반대론자들이 너무도 그를 오판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번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남긴 교훈은 강한 개인숭배가 이념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에서 수많은 선동가들이 입증한 사실이다. 영국 버밍엄대학의 소련·러시아 역사 전문가 아르폰 리스 교수에 따르면 이탈리아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를 떠받친 것은 “당이나 이념보다 그 개인을 추종한 세력”이었다. “무솔리니 개인을 향한 그들의 열광적인 지지는 전통적인 당 구조를 우회하거나 뒤집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조셉 새순 부교수는 트럼프와 역사적인 선동가들 사이에 다른 유사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자신의 최고 보좌관은 바로 자신이며 연설문 작성자는 필요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를 아우르는 특질”이라고 말했다. “그들 모두 자신의 말 그대로 연설하고 싶어 했다. 개인숭배의 필수적인 요소는 자신이 독존적 존재로 다른 사람과 아무 것도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독일 철학자 막스 베버는 법치나 단순한 폭력 사용이 아닌 ‘이례적인 존엄성, 영웅주의, 모범적 성격’에 바탕을 둔 지도자를 묘사하기 위해 ‘카리스마적 권위(charismatic authority)’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은 트럼프를 존경할 만한 후보로 보지 않지만 지지자들은 그가 사업가로서 성공했다는 사실과 개인적으로 쌓아올린 부(富)로 인해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막대한 재산 덕분에 트럼프는 선거자금을 마련하려고 꼴사납게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지 않아도 된다. 트럼프 지지자인 닉 글로브(62)는 신시내티 교외의 유세장 밖에서 “미국 정치인은 하나같이 누군가에게 매수되고 돈에 팔린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은 유일한 후보가 바로 트럼프다.”
영국 배스대학의 정치학 교수 로저 이트웰에 따르면 트럼프의 카리스마적 권위는 그가 기성정치를 초월한다는 지지자들의 믿음에서 나온다. 그의 권위는 TV 리얼리티 쇼에서 얻은 명성을 넘어선다. 이트웰 교수는 “연예계의 인기는 상당히 일시적인 현상이며 대중 정서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반면 트럼프의 선거운동은 그보다 더 깊은 무엇을 제공한다. 지지자들에게 “일체감”을 준다고 이트웰 교수는 말했다.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거친 모습과 매력에서 연대의식을 갖는다. 트럼프의 정책 지식이 놀라울 정도로 얄팍한 건 사실이지만 그의 포퓰리스트적이고 국수주의적인 매력은 그의 세율에 관한 생각이나 지출 제안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최소한 본능에 호소하는 측면이 있다. 아울러 그런 매력은 유럽의 우익 운동이 한 세기 이상 사용해온 선전술의 핵심이기도 하다. 미국의 성난 유권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트럼프의 능력도 유럽의 떠오르는 우익당 지도자들과 비슷하다. 리스 교수는 20세기 초 유럽의 우편향적 포퓰리스트들이 “이전에 소외됐거나 기존 정치에서 아무런 역할을 못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21세기 들어 프랑스의 국민전선과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같은 유럽의 극우정당도 비슷한 계층을 공략한다. 또 트럼프처럼 유럽의 현대 우익 지도자들도 “남성 유권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고 이트웰 교수가 말했다. “60%가 넘는 남성의 지지를 받는다. 그들 중 다수는 실직을 두려워하는 육체 노동자거나 사회적 변화로 기술을 잃고 일자리를 위협 받는 근로자다.”
트럼프 자신도 투표를 잘 하지 않는 사람들을 민주주의 정치로 끌어들이겠다고 자주 말한다. 어떤 식으로든 정치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가리킨다. 미국 퀴니피악대학이 지난 4월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심화되는 소외 수준을 잘 보여준다. 미국 전체 유권자의 62%가 ‘신념과 가치가 공격받는다’고 말한 반면 트럼프 지지자 중 그렇게 생각하는 비율은 91%나 됐다. 또 트럼프 지지자의 90%는 ‘공직자들이 나 같은 사람의 생각에는 관심 없다’고 말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 같은 독재자도 비슷한 계층을 선동했다. 리스 교수는 “대중을 경멸하는 경향을 보이는 지적 엘리트의 지배에 분개하는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포퓰리스트 지도자는 흔히 자신의 반(反)엘리트적 면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교양 없고 저속한 언어를 구사한다. 트럼프가 유세 중 사용하는 언어는 초등학교 3∼4학년 수준이라고 언론의 놀림을 받지만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그런 말을 사용하는 정치인은 예상 외로 많다. 이트웰 교수는 “포퓰리스트는 공략하려는 계층에 보통사람의 일상적인 언어로 얘기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상류층의 학구적인 문장 대신 짧고 선동적이며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을 사용하면 자신이 기득권이 아니라는 뜻을 전하기 쉽다.” 이것이 트럼프가 가진 매력의 기본 요소다.
포퓰리스트는 말하는 방식만 단순화하는 게 아니다. 리스 교수는 자신이 연구하는 우익 정권의 공통 주제가 ‘모든 정치 담론의 단순화’라고 설명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전부 다 기초적인 이분법으로 단순화시킨다. 물론 ‘우리’ 대 ‘그들’의 구도가 바탕이다.”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그들’을 공격 표적으로 삼으면 자신의 정체성이 확실해진다. 이트웰 교수는 “그러면서 자신을 다른 것으로 포장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에겐 ‘그들’이 이민자, 특히 멕시코 출신과 무슬림이다. 나치 독일에선 ‘그들’이 유대인이었다.리스 교수는 그런 사고방식을 이렇게 요약했다. “복잡한 말은 필요 없다. 뭣이 문제인지 우린 안다. 해결책도 안다. 필요한 것은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트럼프와 2016년 유럽의 우익 지도자들 사이엔 한 가지 확연한 차이가 있다. 트럼프의 막대한 재산이다. 트럼프는 억만장자 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하지만 유럽의 포퓰리스트들은 자신이 서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트웰 교수는 “영국의 우익 독립당 대표 나이젤 파라지는 선술집에서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고 예를 들었다. 계급이 주된 구분 기준이고 재정긴축의 충격이 상당한 유럽에선 그런 소속감의 표시가 매우 중요하다. 반면 미국인은 자본주의에 유럽인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그들은 트럼프가 ‘거부’라는 사실에 큰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의 행동은 또 다른 대륙인 아프리카의 정치인들과 닮았다. 미국 코미디센트럴 채널의 정치풍자 프로그램 데일리쇼 진행자 트레버 노아는 지난해 10월 트럼프의 일부 선언이 리비아의 카다피나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같은 아프리카 독재자의 막말과 상당히 닮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남아공 출신인 노아 진행자는 “기본적으로 트럼프는 아프리카 대통령으로 제격”이라고 농담했다.
조지타운대학에서 아프리카 정치를 가르치는 요나탄 모스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대통령이나 의원에 출마하는 사람은 트럼프의 이미지 같은 부유함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서민, 특히 지금까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 집단을 돌볼 수 있는 성공한 사람이라는 개념에 뿌리를 둔 발상이다.”
물론 정치 시스템에 대한 만연한 환멸감이 없다면 이런 메시지는 힘을 얻지 못한다. 지금 미국 정치가 보이는 정체 현상을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겪은 경제 붕괴에 비교하는 건 지나칠지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이 바이마르 공화국처럼 “기존 질서의 부패와 정치인들의 흥정과 허접한 타협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제2의 히틀러나 무솔리니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각본이 비슷하다고 해서 결과도 같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유권자에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는 트럼프가 해외에서 ‘제조된’ 메시지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굉장한 아이러니다. 트럼프의 양복과 넥타이가 바로 그렇다. 지난 3월 CNN 방송은 트럼프의 양복과 넥타이는 중국산, 셔츠는 방글라데시산이라고 보도했다.
- 에밀리 카데이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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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트럼프 신드롬’을 이해하려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트럼프의 선거운동은 해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우익 운동과 빼닮았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외치기 때문에 다분히 역설적이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어떻게 그들을 본떴느냐가 아니라 왜 지금까지 미국에선 그런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든다. 트럼프는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위치에 있다는 뜻)’를 내세우기보다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정치적인 힘을 차용한다.
트럼프의 유세도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선거운동과 달리 록음악 콘서트나 대형 교회의 통성기도 시간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지난 3월 중순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외곽에서 유세하는 동안 유권자들의 질문은 받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다그치기보다 그의 비위를 맞추려 애썼다. 성조기를 휘두르고 프로야구팀 신시내티 레즈의 모자를 쓴 중년의 지지자는 그에게 “도널드 트럼프, 난 당신이 너무 좋아. 당신은 미국의 미래야”라고 말했다. “오늘 당신을 보려고 17시간이나 기다렸다. 떠나기 전에 같이 사진 한 장 찍고 싶다.” 한 백인 중년 여성은 트럼프에게 포옹해 달라고 했다. 다른 여성은 그에게 “돈에 팔리지 않는 대통령 후보를 보니 너무 신선하다”며 “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당신의 말을 믿는다”고 얘기했다. 트럼프는 활짝 웃으며 “그게 질문보다 훨씬 낫다. 아주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
물론 민주당 후보 버니 샌더스도 열성팬이 있다(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후보 시절 많은 팬을 거느렸다). 그런 경우 유권자들은 이슈보다 이미지에 중점을 두며 특정 후보의 상징주의에 열광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언제나 자신이 중심이다. 전용 헬기를 타고, NBC 방송의 인기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견습생)’에서 “당신 해고야!”를 내뱉고, 협상의 대가이며, 자기 이름을 딴 스테이크 레스토랑도 냈다. 세계 다른 지역의 지도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잘 알려진 정치 브랜드가 바로 그것이다. 비평가와 코미디언들은 트럼프를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우간다의 이디 아민 등 악명 높은 선동가에 견준다. 그가 폭군처럼 통치할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과장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한 정치 전술을 트럼프가 선거운동에 그대로 차용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외에도 현재 유럽 등지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비슷한 전술을 사용하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미국 정치 엘리트층은 지난 몇 달 동안 트럼프 후보를 무시했다. 그들은 유권자가 그를 주의 깊게 보기 시작하면 그의 알맹이 없는 실체가 드러나 지지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사실상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지금 초기의 반대론자들이 너무도 그를 오판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번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남긴 교훈은 강한 개인숭배가 이념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에서 수많은 선동가들이 입증한 사실이다. 영국 버밍엄대학의 소련·러시아 역사 전문가 아르폰 리스 교수에 따르면 이탈리아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를 떠받친 것은 “당이나 이념보다 그 개인을 추종한 세력”이었다. “무솔리니 개인을 향한 그들의 열광적인 지지는 전통적인 당 구조를 우회하거나 뒤집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조셉 새순 부교수는 트럼프와 역사적인 선동가들 사이에 다른 유사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자신의 최고 보좌관은 바로 자신이며 연설문 작성자는 필요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를 아우르는 특질”이라고 말했다. “그들 모두 자신의 말 그대로 연설하고 싶어 했다. 개인숭배의 필수적인 요소는 자신이 독존적 존재로 다른 사람과 아무 것도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독일 철학자 막스 베버는 법치나 단순한 폭력 사용이 아닌 ‘이례적인 존엄성, 영웅주의, 모범적 성격’에 바탕을 둔 지도자를 묘사하기 위해 ‘카리스마적 권위(charismatic authority)’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은 트럼프를 존경할 만한 후보로 보지 않지만 지지자들은 그가 사업가로서 성공했다는 사실과 개인적으로 쌓아올린 부(富)로 인해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막대한 재산 덕분에 트럼프는 선거자금을 마련하려고 꼴사납게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지 않아도 된다. 트럼프 지지자인 닉 글로브(62)는 신시내티 교외의 유세장 밖에서 “미국 정치인은 하나같이 누군가에게 매수되고 돈에 팔린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은 유일한 후보가 바로 트럼프다.”
영국 배스대학의 정치학 교수 로저 이트웰에 따르면 트럼프의 카리스마적 권위는 그가 기성정치를 초월한다는 지지자들의 믿음에서 나온다. 그의 권위는 TV 리얼리티 쇼에서 얻은 명성을 넘어선다. 이트웰 교수는 “연예계의 인기는 상당히 일시적인 현상이며 대중 정서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반면 트럼프의 선거운동은 그보다 더 깊은 무엇을 제공한다. 지지자들에게 “일체감”을 준다고 이트웰 교수는 말했다.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거친 모습과 매력에서 연대의식을 갖는다. 트럼프의 정책 지식이 놀라울 정도로 얄팍한 건 사실이지만 그의 포퓰리스트적이고 국수주의적인 매력은 그의 세율에 관한 생각이나 지출 제안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최소한 본능에 호소하는 측면이 있다. 아울러 그런 매력은 유럽의 우익 운동이 한 세기 이상 사용해온 선전술의 핵심이기도 하다.
소외 계층의 복수
트럼프 자신도 투표를 잘 하지 않는 사람들을 민주주의 정치로 끌어들이겠다고 자주 말한다. 어떤 식으로든 정치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가리킨다. 미국 퀴니피악대학이 지난 4월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심화되는 소외 수준을 잘 보여준다. 미국 전체 유권자의 62%가 ‘신념과 가치가 공격받는다’고 말한 반면 트럼프 지지자 중 그렇게 생각하는 비율은 91%나 됐다. 또 트럼프 지지자의 90%는 ‘공직자들이 나 같은 사람의 생각에는 관심 없다’고 말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 같은 독재자도 비슷한 계층을 선동했다. 리스 교수는 “대중을 경멸하는 경향을 보이는 지적 엘리트의 지배에 분개하는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포퓰리스트 지도자는 흔히 자신의 반(反)엘리트적 면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교양 없고 저속한 언어를 구사한다. 트럼프가 유세 중 사용하는 언어는 초등학교 3∼4학년 수준이라고 언론의 놀림을 받지만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그런 말을 사용하는 정치인은 예상 외로 많다. 이트웰 교수는 “포퓰리스트는 공략하려는 계층에 보통사람의 일상적인 언어로 얘기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상류층의 학구적인 문장 대신 짧고 선동적이며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을 사용하면 자신이 기득권이 아니라는 뜻을 전하기 쉽다.” 이것이 트럼프가 가진 매력의 기본 요소다.
포퓰리스트는 말하는 방식만 단순화하는 게 아니다. 리스 교수는 자신이 연구하는 우익 정권의 공통 주제가 ‘모든 정치 담론의 단순화’라고 설명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전부 다 기초적인 이분법으로 단순화시킨다. 물론 ‘우리’ 대 ‘그들’의 구도가 바탕이다.”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그들’을 공격 표적으로 삼으면 자신의 정체성이 확실해진다. 이트웰 교수는 “그러면서 자신을 다른 것으로 포장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에겐 ‘그들’이 이민자, 특히 멕시코 출신과 무슬림이다. 나치 독일에선 ‘그들’이 유대인이었다.리스 교수는 그런 사고방식을 이렇게 요약했다. “복잡한 말은 필요 없다. 뭣이 문제인지 우린 안다. 해결책도 안다. 필요한 것은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트럼프와 2016년 유럽의 우익 지도자들 사이엔 한 가지 확연한 차이가 있다. 트럼프의 막대한 재산이다. 트럼프는 억만장자 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하지만 유럽의 포퓰리스트들은 자신이 서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트웰 교수는 “영국의 우익 독립당 대표 나이젤 파라지는 선술집에서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고 예를 들었다. 계급이 주된 구분 기준이고 재정긴축의 충격이 상당한 유럽에선 그런 소속감의 표시가 매우 중요하다. 반면 미국인은 자본주의에 유럽인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그들은 트럼프가 ‘거부’라는 사실에 큰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의 행동은 또 다른 대륙인 아프리카의 정치인들과 닮았다. 미국 코미디센트럴 채널의 정치풍자 프로그램 데일리쇼 진행자 트레버 노아는 지난해 10월 트럼프의 일부 선언이 리비아의 카다피나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같은 아프리카 독재자의 막말과 상당히 닮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남아공 출신인 노아 진행자는 “기본적으로 트럼프는 아프리카 대통령으로 제격”이라고 농담했다.
조지타운대학에서 아프리카 정치를 가르치는 요나탄 모스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대통령이나 의원에 출마하는 사람은 트럼프의 이미지 같은 부유함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서민, 특히 지금까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 집단을 돌볼 수 있는 성공한 사람이라는 개념에 뿌리를 둔 발상이다.”
물론 정치 시스템에 대한 만연한 환멸감이 없다면 이런 메시지는 힘을 얻지 못한다. 지금 미국 정치가 보이는 정체 현상을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겪은 경제 붕괴에 비교하는 건 지나칠지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이 바이마르 공화국처럼 “기존 질서의 부패와 정치인들의 흥정과 허접한 타협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제2의 히틀러나 무솔리니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각본이 비슷하다고 해서 결과도 같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유권자에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는 트럼프가 해외에서 ‘제조된’ 메시지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굉장한 아이러니다. 트럼프의 양복과 넥타이가 바로 그렇다. 지난 3월 CNN 방송은 트럼프의 양복과 넥타이는 중국산, 셔츠는 방글라데시산이라고 보도했다.
- 에밀리 카데이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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