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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칼날에 움츠러든 중국 경제

사정 칼날에 움츠러든 중국 경제

정부의 부패척결 운동에 관료사회가 납작 엎드리면서 경기가 더 얼어붙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공직자 비리 척결이 인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산당의 정통성을 재천명하는 열쇠라고 본다.
지난 3월 중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커다란 몽둥이로 부패 관료들을 두들겨 패는 만평이 관영매체에 실렸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가 3년 전 착수한 부패척결 캠페인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시 주석은 공직자 비리 척결이 인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산당의 정통성을 재천명하는 열쇠라고 본다.

그동안 정부 부처 또는 지방의 고위급 부패 관료(일명 ‘호랑이’) 약 100명 그리고 하급 관료(‘파리’) 수만 명이 체포됐다. 이 같은 대대적인 부패척결 운동은 인민에게는 인기가 있었지만 부패단속이 경제성장에 제동을 걸고 신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통한 경기부양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 주석은 이 같은 우려를 가라앉히려 애써 왔다. 지난 3월 초 연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선 이례적으로 민간 기업 대표단을 만나 국가경제에 대한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그것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그는 또한 정부 당국자들에게 재계와의 관계를 유지하라고 촉구하면서 “민간기업과 꾸준히 접촉하며 그들의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그런 교류가 “깨끗해야” 하며 양쪽 모두 뇌물수수는 없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패척결 캠페인 그리고 그에 따르는 엄격한 공직자 윤리 규정이 글로벌 경기둔화로 타격을 받은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시 주석의 관료들을 향한 이례적인 독려는 그런 점을 암묵적으로 시인하는 보기 드문 일이라고 관측통들은 평했다. 특히 중국 언론과 분석가들은 기업과의 유착 혐의로 지방 관리들을 계속 체포하면 그들이 겁먹고 기업·기업인과 접촉을 피하면서 투자 사업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례로 상하이에 있는 뉴스 사이트 ‘페이퍼’에 따르면 정부 관료들은 기업가들을 만나거나 식사조차 하지 않고 ‘그들을 피해 숨어 다닌다.’ 일부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으며 공사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사이트는 보도했다. 그 결과 “일부 투자자는 부지 확보에 자금 조달을 끝내고도 사업을 진척시킬 수 없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다년간의 경력을 가진 한 도시개발 사업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중국의 한 지방 도시에서 자신이 설계했던 한 공공 건물의 건축이 갑자기 취소됐다고 IB타임스에 털어놓았다.

지난해 중국증권감독위원회는 ‘중국 증시에서 공매도를 장려한다’’는 지침을 발표한 뒤 2개월도 안돼 공매도한 사람들을 잡아들였다.
“그들은 우리의 설계를 좋아했다. 고령자용 주택, 유치원, 여가시설, 상점, 음식점, 소규모 호텔, 옥외 공용구역을 갖춘 면적 6만㎡의 건물이었다. 많은 주택이 자리 잡은 신개발지구의 지역사회 중심지로 만들어 각종 편의시설과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구상이었다. 우리가 입찰에서 시공사로 선정됐고 곧 공사를 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세부 작업에 착수했는데 갑자기 전화로 공사가 연기됐다고 알렸다.”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부지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게 연기사유였다. 그러나 약 2년이 지난 뒤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도시개발 사업자는 공사중단이 분명 부패단속의 결과라고 확신한다.

“전에는 지구 계획당국이나 지역 투자회사 책임자의 마음에 들기만 하면 공사를 진행시켰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신중을 기하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요즘엔 책임자들이 우리 같은 기업과 너무 유착됐다고 비난받을까봐 결정을 계속 미룬다. 정부 부처들이 신속히 결정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 모두가 안전하게 다수결로 정하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일을 추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또 다른 사례에선 공사 입찰이 한창 진행되는 도중에 당국자들이 그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중앙정부 반부패 감사팀이 돌아갈 때까지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모든 업무가 올스톱 됐다. 그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았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25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리커창 총리가 올해 인프라 사업 등 새로운 부양책으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그런 문제들이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문제를 확인이라도 하듯 리 총리는 지난 3월 전인대 개막식 때 업무 보고에서 “나태한 관료”를 비판하며 직무 유기를 거듭 경고했다. 중국 어느 동부 도시의 당서기도 이 문제에 크게 불만을 표하며 실적이 부진한 지방 행정부서에 채찍질을 가한다는 취지로 ‘굼벵이’상을 수여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부패척결 캠페인이 유발하는 불안감은 중국 관료체제 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은 부패가 만연한 사업환경의 개선에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부패단속 과정에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해 가을 시 주석이 미국 방문 중 주장했듯이 중국에 권력 암투는 없을지 모르지만 공산당 내 여러 파벌이 관련된 권력투쟁이나 불화를 근거로 몇몇 경우 부패단속에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친분을 쌓았던 관료와 기업가들의 갑작스런 실종으로 당혹감을 느껴 왔다. 세계적인 유명 기업인인 푸선그룹 궈광창 회장이 지난해 말 부패와 관련해 며칠 동안 당국에 조사를 받던 중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라져 전 세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그 직후 중국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 미터스 본위의 억만장자 창업자 저우청젠 회장도 경찰에 연행돼 심문을 받았다.

왕바오안 국가통계국장은 지난 1월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발표하면서 중국경제에 관해 걱정할 필요 없다고 안심시킨 며칠 뒤 돌연 구속돼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기업 대상으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컨설턴트는 고객이었던 현지 기업의 고위 간부가 공안에 연행된 일도 있었다고 돌이켰다. “거래 업체 경영자의 구속 뉴스가 보도된 날 사람들은 정말 어리둥절했고 아무도 영문을 몰랐다”고 컨설턴트는 익명을 조건으로 말했다. “모두가 무슨 일인지,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될지 내게 물었다.”

베이징대학 HSBC 비즈니스 스쿨 정치학과 크리스토퍼 볼딩 부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폭되는 불안감을 이렇게 요약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 특히 외국인의 우려가 크다. 자신은 잘못한 일도 없는데 부조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건 아닌지, 사업 분위기를 걱정한다.”실제로 중국 체제 내에 만연한 부패의 끊임없는 폭로로 인해 일부 투자자가 이 나라에서 사업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회의를 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사정기관조차 부패단속으로 “당의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시인했다.

전 쓰촨성 서기이자 석유업계 실력자였던 저우융캉은 반부패 캠페인에서 지금껏 가장 최고위급 희생자였다.
공직자 비리 사정과 규율 강화 캠페인뿐 아니라 이 같은 분위기는 당내 그리고 경제에 파장을 미친다. 그런 추이를 보며 일부 관측통은 시 주석이 이끄는 지도부가 더 광범위한 경제 문제의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상황에서 정치·이념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 외국인 투자자는 “부패보다 정책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부패단속이 시장기반 개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사정 운동이 어떤 측면에서는 투자자들에게 환영받는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과거 중국 특히 지방 차원에선 사업을 하려면 뇌물수수가 불가피했던 환경 탓이다.

주중 EU 상공회의소(EUCCC) 조르그 우트케 회장은 IB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더 투명하고 공정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우리 회원사 중 약 80%는 부패 척결 캠페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고속 성장하는 동안 공사 승인과정에서 생긴 부패로 인한 사고들이 잇따랐다. 예컨대 2011년 발생한 중국 고속철도의 대형 사고는 전 철도부 장관에게 일부 책임이 돌아갔다. 그는 그 뒤 거액의 수뢰와 수십 개 사업 입찰과정 개입 혐의로 수감됐다. 그뿐 아니라 검찰은 최근의 여러 사건에서 관료들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톈진항의 불법 독성 폐기물 저장시설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로 173명이 사망하고, 지난해 12월 선전에서 불법 건설 폐기물 매립지의 산사태로 최소 69명 이상이 숨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앞서 인터뷰한 도시개발 사업자도 비리 사정 캠페인에 일부 긍정적인 요소가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건설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전에는 당국자들이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기업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참여를 원하는 모든 기업에 입찰 절차를 개방하라는 압력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승인 과정이 더 느려져 중국이 자랑하는 빠른 시공 능력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더 커졌을 뿐 아니라 다른 부조리가 발생할 위험성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서방처럼 민주화되면서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된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젠 몇몇 당국자가 앙갚음을 하거나 사리를 취할 목적으로 부패 방지 절차를 내세워 공사를 중단시키거나 입찰자를 탈락시킬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부패 방지 명분으로 공사를 중단시키는 관료도 있는 것 같다. 전에는 우리 설계가 몇몇 정치인의 마음에 들어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속임수를 쓰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걸 인정해줬다. 그러나 뻔한 일이지만 정부나 현지 투자기업의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가족·친지를 참여시키고 싶어 한다. 따라서 책임자가 ‘마음에 드니 진행하라’고 말할 수 없게 되면 우리는 필시 기회를 잃게 될 성싶다.”

그가 IB타임스에 말한 바에 따르면 전에는 부하가 책임자의 결정에 이견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이 따랐다. 하지만 지금은 부패방지를 내세워 공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이는 “회사 경영자가 선의를 갖고 있다 해도 좋은 일을 못하게 사람들이 막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공사연기 발표가 다반사가 됐다. EU 상공회의소의 우트케 회장에 따르면 회원사들이 전반적으로 반부패 캠페인을 지지하지만 특히 남서부 쓰촨성 같은 지역에서 그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전 쓰촨성 서기이자 석유업계 실력자였던 저우융캉은 반부패 캠페인에서 지금껏 가장 최고위급 희생자였다. 그와 관련된 상당수 관료의 체포로 인해 “의사결정자들이 투자계약을 연기함에 따라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에너지 업계에선 관련 공직자들의 체포로 공사가 지연됐다.”

중국 남서부에서 사업을 해온 한 서방 사업가는 “위험 소지가 있거나 확실치 않은 공사는 지방 정부의 승인을 받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은 충칭시에서 “더 심각했다.” 2012년 충칭시 당서기이자 전 정치국 위원이던 보시라이가 부패 혐의로 체포되고 그의 부인이 영국인 사업가 살해 혐의로 수감된 결과였다.

“충칭은 플러스 요인이 없을 때는 상당히 소극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시 주석이 주도하고 지원하면서 싱가포르와 합작으로 진행하는 산업단지 건설 같은 대형 투자는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융통성이 필요한 다른 투자 사업은 어렵다.”상하이에 있는 중국 유럽 국제비즈니스스쿨(CEIBS)의 금융 전문가 게리 류 교수에 따르면 그런 무기력증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반부패 캠페인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자기나 동료가 언제 구속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책임질 일을 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에 따르면 관료들이 양질의 사업을 지지하더라도 동료가 불쾌하게 여길 경우 앙갚음으로 사정 단속반에 나쁘게 말할 가능성을 우려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하면 곧바로 보복을 받게 된다. 완전히 깨끗한 관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들은 공연히 일을 만들지 않는 편이 낫다고 느낀다.”

볼딩 교수는 법규가 끊임없이 바뀌면서 그런 불안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전에는 합법적이던 일로 잡혀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겁을 집어먹고 바짝 엎드려 있다. 그들은 ‘이젠 게임 규칙을 모르겠다. 내일 규칙이 또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

그는 지난해 여름 주가폭락 이후 주식 공매도에 대한 정부의 단속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지난해 5월 중국증권감독위원회에서 ‘중국 증시에서 공매도를 장려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그리고 2개월도 안돼 공매도한 사람들을 잡아들였다. 그러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사람들이 감을 못 잡는다.”

CEIBS의 류 교수에 따르면 또 다른 부정적인 요인은 뇌물이나 리베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일부 관료들이 공사 집행에 덜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그는 “전에는 생기는 게 있어 사업가들을 만나는 게 유리하다고 봤지만 지금은 그런 혜택을 볼 수 없으니 기업인을 만날 이유가 없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런 태도가 경제에 어느 정도 손실을 입히는지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 린치’는 2014년 보고서에서 그해 부패척결 캠페인으로 중국 경제가 1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BNP 파리바 은행의 이코노미스트는 부패단속으로 중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1.5%가 증발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 수치는 다른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더 많은 인프라 공사의 집행과 자금조달에서 민간 투자자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제조업 둔화를 보완하려는 중국의 계획에는 그런 태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 심계서(감사원)의 지난해 발표는 그런 어려움을 뒷받침한다. 그해 승인된 전체 프로젝트 중 금액 기준으로 6분의 1 선인 450억 달러의 공사가 지연됐다. 몇몇 경우 중앙정부가 그런 지방 정부에 지원했던 예산을 환수해 다른 지역에 배정했다. 그리고 약 250명의 관료가 “정부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공사를 지연하거나 개발용지를 놀렸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고 일부 중앙 관료들도 근무태만으로 비판받았다.그러나 부패 단속이 장기적으로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한 법률 전문가는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거래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베이징대학 국가발전연구원 야오양 원장은 부패 단속으로 더 공정한 사업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썼다. 비리 사업가들이 관료들과의 유착을 통해 불공정한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기가 어려워지고, 무능한 관료들이 연줄 또는 매관매직으로 임명되는 사례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사업승인 과정이 더 느려져 중국이 자랑하는 빠른 시공 능력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더 커졌을 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부조리가 발생할 위험성도 있다.
뇌물공여를 중국에 만연한 관료적 형식주의를 우회하는 실용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 보는 사업가도 있다고 야오양 원장은 시인했다. 그러나 이것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그는 주장했다. “중국에선 뇌물 수수가 어느 정도 성장을 촉진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사업환경 조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에서 관료적 형식주의를 타파하면 성장이 촉진된다. 그러나 부패는 무엇보다도 관료들의 형식주의를 조장함으로써 기업들에 무차별적이고 어마어마한 세금을 물린다.”

부패를 줄이면 경제 왜곡이 시정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한 일부 경제에서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수익의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적응기를 거친 뒤 새 고객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부패단속 캠페인이 부패·뇌물과 밀접하게 연관된 경제 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입증됐다. 예컨대 중국의 명품 시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세계 최고의 성장률을 자랑해 왔다. 그러나 이권 청탁 목적으로 관료들에게 고가의 선물을 상납하는 관행이 부패 단속으로 줄어든 뒤 명품시장도 빛을 잃었다.

“명품 구입의 약 20%가 선물용이라는 추산이 있다. 부패단속이 시작되자마자 매출이 감소했다”고 상하이에서 명품업계 고객을 대상으로 자문하는 프랑스 홍보 대행사 마자린 아시아 퍼시픽의 얀 조소 부장이 말했다. 세계 명품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1%에서 2014년 10%로 축소됐다고 전해진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중국 내 명품 판매는 11% 감소했다.

중국 내 패션 브랜드 매장의 80% 이상이 문을 닫았으며 앞으로 더 많은 폐점이 예상된다. 한때 관료들에게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종종 부패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고가 시계 판매도 큰 타격을 받았다. 과거 관료들에게 제공하는 선물로 인기가 높았던 중국의 일부 고급 명차 가격도 근년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큰 타격을 받은 또 다른 업종은 과거 고위 관료들의 미술품과 골동품 선호로 급성장했던 경매다. “지방의 한 성에선 과거 관료의 도움을 원한다면 그림을 선물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고위 관료에게는 고가의 그림, 변두리 관료에는 몇백 달러짜리를 안겨줘야 했다”고 베이징의 한 경매업체 베테랑 관계자가 익명으로 말했다.

지금은 상당수 중소 경매업체가 문을 닫았으며 일부 작품 가격은 40% 하락했다고 그는 말했다. “사람들의 구입 동기가 더 순수해졌다. 진짜 수집가들의 수요가 아직 있다. 그들도 부자 사업가지만 예술에 정말 관심 있는 사람들이며 짝퉁 판매가 줄고 있다.”

브랜드들도 적응하고 있다. 프랑스 코냑 제조업체 그랑 마니에 리큐르의 피에르-앙리 페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는 “우리는 이제 중산층을 겨냥한다”며 고가 주류 브랜드들이 판매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고 시인했다. 마자린의 얀 조소 부장은 중산층의 증가와 관료에게 바치는 선물 또는 뇌물 구입이 감소하면서 직접 사용하려고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중국인 고객은 남에게 줄 선물보다는 자신을 더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품 소비자가 더 까다롭게 제품을 고르고 무차별적으로 돈을 뿌릴 가능성은 줄었지만 그는 그래도 중국 시장이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고품질을 원하는 사람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 따라서 여전히 향후 5~10년 사이 시장이 크게 성장하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청렴한 경제에 적응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큰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전에는 관료들을 식사 대접하면서 사업을 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응하지 않는다”며 광둥성에서의 사업이 부진에 빠진 한 사업가가 볼멘소리를 했다. 또 다른 사업가는 광둥성의 고급 음식점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사진 찍히기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도시개발 사업자는 그런 채널이 없으면 중국인 사업가와 관료들은 어떻게 거래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적절한 절차가 구축될 때까지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중국의 많은 사람이 정상적인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관료와 어떻게 접촉할지, 어디로 찾아갈지 모른다. 지금껏 모두 저녁 식사 자리에서 처리하던 일이니까!”

- 던컨 휴이트 아이비타임즈 기자
 [박스기사] 비리는 이제 발도 못 붙인다 - 지난해 30만 명 가까운 중국 관료가 부패 혐의로 처벌 받아
“과거 지방 관료의 도움을 원한다면 그림을 선물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고위 관료에게는 고가의 그림, 변두리 관료에게는 몇백 달러짜리를 안겨줘야 했다.”
지난 3월 초 중국 공산당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광범위한 부패단속으로 처벌 받은 관료가 30만 명에 육박했다. 중국의 연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중 중국 공산당의 공식 부패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CCDI)가 발표한 통계다.

CCDI 웹사이트에 실린 성명을 인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패로 ‘가벼운 처벌’을 받은 당원은 20만 명, ‘무거운 처벌’ 대상자는 8만2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비공개 자료에 기초해 내사를 실시하는 CCDI는 어떤 기준으로 처벌의 경중을 가리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CCDI는 또한 관료들에게 5만4000통의 경고 서한을 발송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2년 취임 이후 대대적인 부패척결 캠페인에 착수했다. 부패단속에 정부 관료, 국유기업, 군부가 걸려들면서 홍콩의 명품 가격으로부터 마카오의 도박 수입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그 여파가 미쳤다. 그러나 지난해 부패로 처벌받은 관료 수는 중국 공산당의 8800만 당원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호랑이(고위급 부패 관료)’ 26명이 구속돼 부패 혐의로 조사받았다. 이들 중에는 지난해 6월 종신형을 선고 받은 저우융캉 전 중국 공안부 부장, ‘막대한’ 뇌물을 받았다고 CCDI가 비판한 랴오용위안 전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 총경리도 포함됐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월 “공산당 지도부의 단호한 부패척결 의지와 부패확산을 차단하려는 목표는 변함없다”며 “중국을 비리의 꿈도 꾸지 못하는 곳으로 만들 작정”이라고 덧붙였다.

- 아바니시 판데이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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