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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美의 민주화, 제3 조선미술운동’ 의미 살핀다

예술의 전당 ‘美의 민주화, 제3 조선미술운동’ 의미 살핀다

예술의전당과 현대화랑, 재개관기념전2 ‘문자도와 책거리’ 공동 개최... 8월 28일까지 서예박물관 전관서
조선미술은 기본적으로 문인사대부와 화원화가, 사자관寫字官과 같은 직업작가가 주도했지만, 조선 후기와 말기에 들어서는 피지배층인 민중이 그림의 새로운 생산자와 소비자로 참여했다. 일종의 미술시장이 형성돼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민중의 주문에 따라 그림이 생산되고 소비되면서 바로 ‘문자도’와 ‘책거리’ 같은 민화(民畵)라는 장르가 등장하게 된다.

즉, ‘문자도’와 ‘책거리’의 등장은 조선시대에 미(美)를 향유할 수 있는 주체가 광범위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문자도’와 ‘책거리’는, 조선의 끝자락이자 세기말을 살았던 이 땅의 무명 예술가들이 세상이 뒤집어지고 있는 전환기 조선현실은 물론 장차 이 땅에 도래할 것이라 꿈꾸는 미래를 은유적으로 골계와 해학으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조선시대 말기 ‘전환시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조형언어로 어떻게 창출됐는가’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술의 전당은 조선시대 후기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고뇌와 삶을 엿볼 수 있는 ‘문자도책거리’ 전시회를 서예박물관 전관에서 진행 중이다.

서예박물관 재개관을 기념해 두번째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현대화랑과 함께 18세기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친 조선 문자도·책거리 걸작 58점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시작된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문자도文字圖·책거리冊巨里’는 다음달 28일까지 진행되며, 조선시대 궁중화, 민화 중 문자도文字圖와 책거리冊巨里 등 58점이 1, 2부로 나누어 공개된다.

이번 전시회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삼성미술관 리움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국공립·사립 뮤지엄과 화랑, 개인 등 20여 곳의 비장 걸작이 사실상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공개된다는 점에서 개관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정조 때 즈음 그려진 초창기 ‘책가도’ 병풍(삼성미술관리움 소장, 개인소장)과 ‘책거리’ 병풍(서울미술관소장, 개인소장)을 필두로, 궁중화원 이형록이 그린 ‘책가도’ 병풍(국립박물관소장)과 ‘백수백복도’(서울역사박물관), ‘자수책거리’(용인 민속촌 소장), ‘제주도문자도’(제주대박물관소장, 개인소장), ‘궁중문자도’(개인소장) 등 ‘책가도’와 ‘책거리’, ‘문자도’ 걸작 병풍 20여 점도 최초로 공개돼 개관 첫날부터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예술의전당 이동국 부장은 "그동안 책거리의 걸작으로 알려진 장한종의 ‘책가도’와 호피 속에 책거리가 그려진 ‘호피장막도’, ‘유교문자도’ 등이 한자리에서 일괄 공개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가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서의 영역 확산’과 ‘뮤지엄과 갤러리의 협업’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예술의 전당 관계자는 "서예박물관과 현대화랑의 만남은 얼핏 공통분모나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문자도와 책가도를 만나면서 비로소 서(書)와 현대미술의 접점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서화미술을 관통하는 한국예술의 정체성도 찾고 명실상부한 세계화 국제화도 동시에 이뤄내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한편, 예술의전당은 이번 전시회 기간 중 2개의 부대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먼저 6월 18일~7월 23일 매주 수·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예박물관 4층 챔프홀에서 ‘여름민화학교’를 진행한다. 유흥준, 정병모, 강우방, 윤범보 등이 강사진으로 나서는 여름민화학교는 총 10개 강의로 구성되며 참가비는 12만원이다. 또한 전시기간 중 매주 토·일요일에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예박물관 1층 메인로비에서 한국민화협회 작가 및 지도교수들이 ‘만화그리기교실’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회는 오전 11시~오후 8시까지 진행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문의 및 예매는 예술의전당SACTicket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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