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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예술가들의 축제

부르주아 예술가들의 축제

언더 아티스트들의 성지였던 버닝맨 페스티벌의 티켓 값이 창설 당시보다 10배 뛰어
버닝맨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고집부리던 존 로는 말문이 터지자 거침이 없었다. 로는 미국 네바다 주의 블랙 록 사막에서 매년 8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이 예술가 페스티벌의 설립자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35달러의 티켓 가격에 참석자가 8000명에 불과했던 1996년 관계를 끊었다. 요즘 그는 버닝맨을 말할 때 희비가 교차한다.

버닝맨은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억만장자가 참가하는 글로벌 축제다. 머스크 CEO는 언젠가 HBO 시트콤 ‘실리콘밸리’의 공동제작자 마이크 저지가 이 페스티벌에 참가한 적이 없어 IT 문화를 모른다고 말했다.

로는 원래 이렇게 규모를 키울 의도는 없었다고 뉴스위크에 밝혔다. 1990년 블랙록 사막에서 페스티벌이 열린 첫 해, 샌프란시스코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들의 성지였으며 규칙 없는 임시 사회를 만들어보려는 실험이었다. 지금은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의 축제로 변질됐다고 로는 생각한다. “내가 원래 사막을 찾아갈 때 벗어나고자 했던 곳으로 변했다. 가난한 펑크족과 히피들이 돈 많은 펑크족과 히피들을 받들어 모시는 계급화된 통제사회다.”

올해는 이 행사에 약 7만 명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티켓 값은 저소득 참석자의 경우 190달러부터 최고 1200달러에 이른다. 메건 밀러 홍보 팀장에 따르면 수천 장의 티켓이 무료 배포됐다. 그러나 약 5만6000장에 달하는 대부분은 390달러에 판매된다. 첫해 티켓 가격 35달러의 10배를 웃돈다.

밀러 팀장은 물품·인허가·인건비·보험 관련 비용이 상승해 티켓 값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2014년 버닝맨 행사비는 3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토지관리국이 부과하는 부지 임대료도 더 올랐다.

로는 버닝맨이 아직도 젊은 예술가에게 일생일대의 경험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부자들의 모래 놀이터가 됐다고 말한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이보다 더 좋은 직원용 휴양지를 세우지 못했다. 버닝맨은 이제 기업 휴양시설이 됐다. 그들은 회사의 허락을 받고 알몸으로 마약을 하고 처음 만난 사람과 관계할 수 있게 됐다.”

- 승 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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