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CEO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CEO
사진 공유앱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떠오르면서 마크 주커버그의 인스타그램 인수는 업계 역사상 ‘최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이 헐값에 회사를 넘겼다고 안타까워할 일도 아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국을 만들어가는 그 또한 얼마 전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라섰기 때문이다.트위터 팔로워 960만 명을 자랑하는 79세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셜미디어 시대 가장 대단한 ‘깜짝 스타’일 지도 모른다. 젊은 세대와 소통할 방법을 열심히 찾던 교황청은 밀레니엄 세대 중에서도 가톨릭 교회를 능가하는 플랫폼을 가진 사람을 불러 들였다. 사진공유 앱 인스타그램(Instagram)의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32) CEO다. 지금까지 인스타그램이 확보한 사용자 5억 명 중 63%는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다. 홍보에 능한 시스트롬은 바티칸 사도궁전에서 교황을 알현하기로 한 2월, 사려 깊으면서도 홍보하기에 좋은 선물을 가져갔다. 인스타그램에 올랐던 사진 중 평화 시위와 난민, 월식 등 교황이 평소 관심을 가졌던 주제와 연관된 사진 10점을 골라 만든 소책자였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사용 언어가 다르더라도 이들의 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교황님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한 시스트롬은 자신이 “다른 많은 사람만큼 신앙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고 흔쾌히 인정했다.
그러나 이제는 교황과 시스트롬이 이용하는 시각적 찬송책이 동일해졌다. 3주 뒤 시스트롬은 다시 한 번 로마행 비행기를 탔다. “교황님을 두 번째 만나러 갔더니 대학도 같이 다니고 골프도 함께 쳤던 친한 친구를 맞는 것처럼 ‘케빈!!’하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고 그는 말했다. 이탈리안 양복 정장을 입은 198cm 장신의 케빈이 교황의 옆에 나란히 섰을 때, 교황은 ‘@franciscus’로 인스타그램에 공식 가입했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자신의 사진을 게재한 후 “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는 말을 9개 언어로 써서 올렸다. 이 사진은 지금까지 32만 700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후 인스타그램은 교황의 일상생활을 볼 수 있는 공식 통로가 됐다. 4개월 만에 교황의 팔로워 수는 280만 명으로 늘었다. 교황청에서 4년에 걸쳐 모집한 트위터 팔로워 수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인스타그램의 위용을 보여주는 수치는 또 있다. 페이스북에서 교황의 팔로워 수는 ‘0명’이다. 트위터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상을 공개하며 밀레니엄 세대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페이스북 계정은 만들지 않았다. 그래도 마크 주커버그는 상관 없다. 2012년 1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들여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는 엄청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인수 결정을 내리고 4년 후, 인스타그램은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하는 플랫폼 중 하나가 됐다. 사용자 수는 트위터(3억1000만 명)와 스냅챗(1억 명 이상), 핀터레스트(1억 명)를 모두 합한 것만큼 많다.
페이스북이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과 가상현실 선도기업 오큘러스의 가상현실(VR) 등 인스타그램과 맞먹거나 더 비쌀 수도 있는 인수를 이어가며 시장을 놀래키긴 했지만, 실질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건 인스타그램이다.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2015년 6억3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물론 사용자 수 17억 명, 매출 180억 달러의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페이스북에 비하면 아직 풋내기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가르쳐준 교훈이 하나 있다면, 야후나 AOL, 혹은 블랙베리처럼 아무리 대단해 보이는 강자라도 차세대 멋진 플랫폼이 나타나면 금세 초라하게 시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은 부모님용 SNS라고 생각하는)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물어보면 차세대 플랫폼은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시스트롬과 정예 멤버로 구성된 인스타그램 핵심팀은 페이스북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보호장치다. 인스타그램이 발전한 모습만 봐도 주커버그의 인스타그램 인수는 인터넷 시대 최고의 거래 중 5위 안에 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포브스는 인스타그램이 독립 기업으로 분사될 경우 기업가치는 250억~5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기업가치는 요즘 상승 추세다. 페이스북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나오는 반면, 인스타그램은 최근 9개월간 사용자를 1억 명 늘렸다. 올해 매출액은 3배 가깝게 증가해 15억 달러를 기록하고 2018년까지 다시 3배 성장해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케터 자료 기준)
가장 놀라운 (그리고 수익성에도 도움이 되는) 점은 인스타그램이 아직 페이스북 내에서 소규모 개발팀처럼 기동성 있게 운영된다는 점이다. 직원 수는 350명으로 주커버그가 지휘하는 1만3600명 군대의 3%도 되지 않는다. “한 사람으로서, 또는 마케터나 기업인으로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들려줄 수 있는 기회와 적절한 청중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결합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고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페이스북 COO는 말했다. “케빈의 리더십이 이를 가능케 했다.” 엄청난 덩치를 키운 다른 기업처럼 페이스북도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과 시스트롬이 있기에 주커버그는 기업가적 동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 본사가 위치한 멘로파크에 둥지를 틀었다. 페이스북 본사 맞은편, 자전거를 타면 금방 닿을 만한 거리다. 사무실 벽에는 에베레스트 산과 오클랜드의 메리트 호수, 라테 아트 등, 인스타그램에 오른 이미지를 직원들이 골라 만든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다. 다른 쪽 벽에는 거대한 지문의 콜라주 그림이 걸렸다. 멋들어진 신발과 양복을 즐겨 입는 시스트롬의 스타일은 후드티나 딱 맞는 티셔츠만 입는 주커버그의 스타일과 대비된다. 자조적인 유머를 즐기며 편안하게 말하는 그의 분위기 또한 좀더 자신을 억제하고 드러내지 않는 주커버그와 다르다. 그러나 이런 차이점을 빼면, 시스트롬은 페이스북에 올 운명이었던 걸로 보인다. 2005년부터 주커버그는 당시 스탠포드 대학 4학년이었던 시스트롬에게 학교를 그만두고 페이스북에 합류해 사진 서비스를 맡아 달라고 설득했다. 시스트롬은 이를 거절하며 수천만 달러의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렸다. 그는 결국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거기에서 주커버그를 우연히 만나 커피를 서빙해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구글에 취직했다가 스타트업 오데오(Odeo)로 갔다. 포스퀘어(Foursquare) 등 위치 기반 서비스에 영감을 받은 시스트롬과 친구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는 2010년 모바일 체크인 게임 버븐(Burbn)을 만들었다. 얼마 안 있어 시스트롬은 앱의 방향을 사진 공유쪽으로 선회해 멕시코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첫 필터 엑스-프로(X-Pro) II를 만들었고, 이후 다른 필터를 추가했다. 필터와 함께 사용자들이 수백만 명씩 밀려들어왔다.
그러나 그 때에도 인스타그램은 규모를 키우지 않았다. 첫 해 직원 수는 6명이었고, 페이스북에 인수됐을 당시에도 직원 수는 13명밖에 되지 않았다. “회원을 5억 명 정도 모집하면 대부분 직원을 수천 명으로 늘리지만, 우리 직원 수는 수백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고 시스트롬은 말했다. “그렇게 우선순위에 집중하는 습관이 우리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성공을 가져왔다.” 단순함을 유지하는 것이 시스트롬의 신념이다.
인스타그램이 대중화에 성공한 비결은 직관적으로 쉬운 편집, 평범한 스마트폰 사진이나 동영상을 개성 넘치고 아련하며 화려하게, 또는 친밀하거나 드라마틱한 시각적 기록으로 바꿔주는 필터 덕분이다. 인스타그램의 필터를 쓰면 일상적 사진은 전문 포토샵을 쓴 이상적 사진으로 변모한다. 친구나 팬과 공유할 수 있는 개인용 홍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거다.
요즘엔 아지즈 안사리(Aziz Ansari)부터 달라이 라마, 테일러 스위프트에 이르기까지 공인이라면 거의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한다. 운동선수들은 인스타그램을 ‘제2의 점수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의 팔로워 수가 3000만 명을 돌파하자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는 등번호 ‘30’을 새긴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농구팀 티셔츠를 보내 화제를 일으켰다. 수개월 뒤 커리의 팔로워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하자 메시는 답례로 등번호 ‘10’을 새긴 바르셀로나 축구팀 티셔츠에 사인을 해서 보냈다.
인스타그램은 스타들이 파파라치 없이 곧바로 팬에게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며 소통하는 통로 그 이상이다. 시스트롬은 다양한 관심집단의 너무 다른 관심사와 열정에도 아주 구체적으로 부합할 수 있는 능력을 인스타그램의 ‘수퍼파워’라 부른다. 사용자들은 한국 레이저 쇼나, 치즈 장인 숍, 스케이트보딩 기술(토니 호크가 이 부분에서 아주 활발하다), 브레이크댄스나 익스트림 보디 페인팅 등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인스타그램에서 평균 21분 이상의 시간을 보내며, 하루에만 9500만 개가 넘는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다.
이렇게 끈끈한 참여는 각종 산업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패션이다. 엠마 왓슨, 기네스 팰트로 등이 즐겨 입는 옷으로 유명해진 디자이너 미샤 노누(Micha Nonoo)는 올해 뉴욕 패션위크에서 패션쇼를 하지 않았다. 대신, 알도 슈즈와 콜라보한 2016 스프링 컬렉션을 인스타그램에서 단독 런칭했다. 시스트롬의 팀은 노누 패션쇼를 위한 계정 인스타쇼(InstaShow)를 새로 만들어줬고, 계정을 방문한 팬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십 개의 ‘룩’을 훑어 볼 수 있도록 했다. 평소라면 엄청나게 비싼 무대를 꾸며 모델 20명을 고용해야 했겠지만, 앱 패션쇼로 대체하니 탑 모델 3명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됐다. 실험적 패션쇼는 대 성공이었다.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패셔니스타는 노누 말고도 많다. 올해에는 타미 힐피거가 인스타핏(InstaPit) 계정을 만들었다. 영향력을 가진 파워 인스타그래머(Instagrammer)에게 패션쇼에서 제일 좋은 자리를 주어 이들이 찍은 사진을 팔로워와 공유하도록 한 것이다. 올해 메트로폴리탄 갈라 파티(Met Ball)에서는 시스트롬과 친구가 된 안나 윈투어 보그 편집장이 파티장 안에 인스타그램 동영상 스튜디오 공간을 만들어서 마돈나, 블레이크 라이블리 등의 1급 스타가 인스타그램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도록 했다. 패션산업이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면서 올해 봄 열린 뉴욕과 런던, 밀라노, 파리 패션쇼 4주간 댓글과 좋아요는 약 2억 8300만 개 늘어났다. 인스타그램은 패션을 넘어서 그보다 훨씬 광범위한 분야에서 파급력을 가진다. 2014년 월마트는 시스트롬의 디지털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그를 이사로 임명했다.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거대 은행에 이르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인스타그램의 차별화된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를 한다. 올해 코첼라(Coachella) 뮤직 페스티벌에서 소닉 드라이브-인(Sonic Drive-In)은 인스타그램에서 사각형 모양의 밀크쉐이크를 주문하면 이를 즉각 배달해주는 1일 이벤트를 진행했다. 광고에 뜬 ‘지금 구매’ 버튼을 누르면 주문이 전달되고 소닉에서 즉시 배달해주는 이벤트다. 소닉 사장이자 최고마케팅책임자 토드 스미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차별화된 방식으로 쉐이크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를 하는 기업은 작년 6월만 해도 수백 개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20만 개가 넘는다. 7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닐슨 조사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한 광고 콘텐트의 반응률이 온라인 광고 평균보다 2.8배 높았던 경우는 98%였다. 광고 효과가 좋다 보니 TV 랜드 방송국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드라마 티처스(Teachers)를 홍보했고, 프로그램 인지도는 21% 상승했다. 콘서트 장소를 임대하는 하우스 오브 블루스 엔터테인먼트는 이를 보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 필모어(Fillmore)에서 개최되는 공연 티켓 판매 광고를 직접 냈다. “인스타그램의 피드는 시각적으로 단순하다. 각각의 콘텐트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하우스 오브 블루스 디지털 및 소셜 전략부문의 마이키 킬룬(Mikey Kilun) 이사는 말했다.
주커버그 입장에서 인스타그램 인수가 가장 유리한 거래 중 하나라면, 시스트롬 입장에서는 최악의 거래 중 하나라는 논리가 나온다. 그가 1~2년 더 기다렸다면 인수가격 10억 달러가 10배 정도는 올랐을 거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시스트롬의 결정도 옳았다는 근거가 2개 있다.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인수금 대부분을 페이스북 주식으로 받은 시스트롬은 덕분에 순재산이 11억 달러로 올라가며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것만으로도 꽤 괜찮은데, 10년 전 그가 주커버그의 첫 일자리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가정한다면 그보다 훨씬 낫다.
둘째,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인수된 후 급성장을 이어나갔다. “페이스북 덕분에 이 정도 규모까지 클 수 있었다”고 시스트롬은 말했다. “인스타그램 혼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페이스북이라는 로켓 부스터를 얻어서 더 좋았다.”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에서 일하면서 10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 회원을 활용할 수 있었고, 페이스북의 기술과 최고의 인프라, 엔지니어, 대규모 영업진도 활용할 수 있었다. “마이클 조던과 매직 존슨이 한 팀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뉴욕대학교 스콧 갤러웨이 마케팅 교수는 말했다.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도 의견을 같이 한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보며 보내는 시간 5분 중 1분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차지한다. 이 둘을 합하면 최고의 광고 플랫폼이 탄생한다.”
한 회사의 안에서 독립 기업으로 활동하는 건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주커버그와 매주 대화를 할 수 있고, 왓츠 앱이나 오큘러스 등 페이스북이 소유한 다른 기업의 리더들도 자주 만나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샌드 버그나 마이크 슈레퍼 최고기술책임자, 크리스 곡스 최고상품책임자 등 페이스북 중역의 자문도 받을 수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게 좋은 이유는 그 사람들과 같은 사무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시스트롬은 말했다. “운영하는 사업은 각자 아주 다르지만, 규제환경과 창조적 생태계,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툴,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 등, 도전과제는 비슷하다. 우리와 싸우는 경쟁기업도 겹치는 경우가 많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에 영업 사업부를 빌려주기도 한다. 덕분에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이 확보한 300만 개의 광고주, 광고 기술, 중요도 알고리즘, 스팸 방지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사용자 데이터(관심사·성별·위치·직업 등)를 이용할 수 있다.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페이스북에서 진행하던 광고를 인스타그램으로 확장하는 과정이 아주 매끄럽다. 덕분에 페이스북 최대 광고주 100개 중 98개가 인스타그램에서도 광고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주요 문화적 특성에서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과 차별화된다. 페이스북의 원칙이 “신속히 움직여 기존 세계를 혁신한다”라면 인스타그램의 핵심 원칙은 “신중하게 가자”다. 시스트롬과 크리거가 인스타그램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회사의 정체성을 규정한 원칙이기도 하다. “케빈은 자신만큼 인스타그램 상품에 헌신적인 사람만 고용하고 싶어한다”고 베이스라인 벤처(Baseline Ventures) 창업자이자 인스타그램 첫 투자자였던 스티브 앤더슨은 말했다. “그가 꾸준히 내세우는 기준이다. 그 때문에 회사 성장이 느려졌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결국 옳은 결정이었음이 입증됐다.”
천천히 돌아가는 방식은 광고에도 적용된다. 시스트롬은 성장 과정에서 광고가 밀려 들어와 사용자가 애정을 잃고 인스타그램을 나가지 않도록 아주 신중히 사업을 키워나갔다. 광고주들이 인스타그램에 들어오고 싶다고 난리를 쳐도 시스트롬은 수도꼭지를 조금씩만 열어서 수많은 광고주를 받기 전 시험 광고를 통해 인스타그램과 조화를 이루어 사용자가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광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 2013년 11월 시행된 첫 광고는 마이클 코어스였다. 화려한 패션지에나 어울릴 법한 명품 브랜드가 잘 정돈되고 시각을 사로잡는 인스타그램의 인터페이스에 이끌려 광고를 제안한 것이다. 시스트롬은 윈투어 보그 편집장의 방식을 따라 2014년 말까지 인스타그램에 나갈 광고를 출력해 하나씩 검토하며 직접 승인을 했다.
이후 인스타그램은 사진 말고도 동영상이나 슬라이드 형식으로 광고 범위를 넓혀 200여 개국 이상에서 광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영상 광고 길이를 최대 60초로 늘렸다. 인스타그램 내부팀은 광고주와 함께 시선을 사로잡는 광고를 만들어 앱과 자연스레 조화되게 만든다. “모두가 광고를 좋아하진 않지만, 우리 광고는 처음보다 훨씬 많이 개선됐다”고 시스트롬은 말했다. “사람들은 광고 그 자체보다 무의미한 콘텐트를 더 싫어한다.”
시스트롬은 천천히 움직이긴 해도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지난 수년 간 그는 상품에 수없이 많은 변화를 줬다. 직접 메시징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고, 주제와 장소에 해시태그를 붙이는 기능도 만들었다. 트렌드를 팔로우하고 동영상을 올리기 위한 익스플로러(Explorer) 기능도 새롭게 선보였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페이퍼(Paper)나 슬링샷(Slingshot), 룸즈(Rooms) 등 실험적 앱을 선보였다가 서비스를 중단하는 방법을 취하는 반면, 인스타그램은 1초짜리 GIF 이미지 동영상 반복재생앱 부메랑(Boomerang), 콜라주를 위한 레이아웃(Layout), 타임랩스 동영상을 위한 하이퍼랩스(Hyperlapse) 등 4개의 개별적 앱만 출시하며 좀더 신중한 모습이다. (인스타그램이 미국 외 소수 국가에서 시험 중인 메시징 서비스 볼트(Bolt)는 성과가 좋지 않아서 결국 중단됐다.) 인스타그램이 자연스럽게 진화할 수 있는 방향은 바로 동영상이다.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등의 기업은 이미 전통적 출판 미디어로부터 광고 주도권을 빼앗아왔다. TV 광고 시장은 아이폰에 약 700억 달러에 달하는 광고 수입을 빼앗겼고, 콘텐트 기업은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를 자체 보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유튜브나 바이스(Vice), 스냅챗 등 동영상 위주의 네트워크는 이미 저만치 앞서 가는 중이다. 인스타그램이 이들을 따라잡으려면 사진 이미지 사용을 위해 계정을 만든 기존 사용자 5억 명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동영상 서비스를 강력히 추진하는 고도로 균형 잡힌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L2에 의하면, 2014년 도입된 인스타그램의 동영상 광고 프로그램은 아직 전체 광고 수입의 19%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최고기술책임자로서 인스타그램의 기본 사항을 운영하는 스탠포드 동문 크리거는 시스트롬의 신중함이 미래에 대한 뚜렷한 의견과 조화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큰 변화를 도입할 때마다 시스트롬은 내부 반발에 맞닥뜨렸다. 2013년 6월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추가하자고 제안했을 때나 인스타그램을 대표하는 정사각형 이미지를 벗어나 인물 사진이나 풍경 사진에 맞는 프레임을 넣자고 했을 때에도, 콘텐트를 시간순 대신 연관성 순으로 선택하는 알고리즘 피드를 출시했을 때에도 직원의 반발이 심했다.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하자는 아이디어는 많은 직원에게 놀라움을 줬다”고 크리거는 말했다. 내부 저항이 있을 때마다 시스트롬은 흥분한 아이를 진정시키는 부모님처럼 변화가 무서울 수 있다고 인정한 후 절벽 너머로 밀어버리려는 게 아니라고 팀을 안도시키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성공이 확실하거나 금방 인기를 끌 거라는 확신이 없을 때에도 상품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로 추진한다”고 크리거는 덧붙였다. 시스트롬은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방법에 대해 “다행히 아직까지 효과가 있다”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인스타그램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에도 도움이 된다. 올해 주커버그는 회사를 위한 3개년, 5개년, 10개년 비전을 발표했다. 첫 단기전략은 주로 페이스북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 중기 계획은 인스타그램과 메신저, 왓츠 앱 등의 서비스에 집중한다. 메신저와 왓츠앱의 경우 각각 10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아주 인기가 좋기 때문에 언젠가 엄청난 규모의 사업으로 발전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매출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소셜미디어와 의사소통, 컴퓨팅의 세계를 아직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개발해 가겠다는 주커버그의 10개년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금으로선 인스타그램에서 동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사용자 5억 명 돌파도 대단히 축하할 일”이라고 시스트롬은 말했다. “이 정도 규모에 이른 것만도 대단하다. 그러나 이건 우리 제복에 달아 자랑하려는 배지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꿈이다. 당연히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 KATHLEEN CHAYKOWSK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이제는 교황과 시스트롬이 이용하는 시각적 찬송책이 동일해졌다. 3주 뒤 시스트롬은 다시 한 번 로마행 비행기를 탔다. “교황님을 두 번째 만나러 갔더니 대학도 같이 다니고 골프도 함께 쳤던 친한 친구를 맞는 것처럼 ‘케빈!!’하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고 그는 말했다. 이탈리안 양복 정장을 입은 198cm 장신의 케빈이 교황의 옆에 나란히 섰을 때, 교황은 ‘@franciscus’로 인스타그램에 공식 가입했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자신의 사진을 게재한 후 “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는 말을 9개 언어로 써서 올렸다. 이 사진은 지금까지 32만 700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후 인스타그램은 교황의 일상생활을 볼 수 있는 공식 통로가 됐다. 4개월 만에 교황의 팔로워 수는 280만 명으로 늘었다. 교황청에서 4년에 걸쳐 모집한 트위터 팔로워 수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친구가 되다
페이스북이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과 가상현실 선도기업 오큘러스의 가상현실(VR) 등 인스타그램과 맞먹거나 더 비쌀 수도 있는 인수를 이어가며 시장을 놀래키긴 했지만, 실질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건 인스타그램이다.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2015년 6억3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물론 사용자 수 17억 명, 매출 180억 달러의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페이스북에 비하면 아직 풋내기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가르쳐준 교훈이 하나 있다면, 야후나 AOL, 혹은 블랙베리처럼 아무리 대단해 보이는 강자라도 차세대 멋진 플랫폼이 나타나면 금세 초라하게 시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은 부모님용 SNS라고 생각하는)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물어보면 차세대 플랫폼은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시스트롬과 정예 멤버로 구성된 인스타그램 핵심팀은 페이스북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보호장치다. 인스타그램이 발전한 모습만 봐도 주커버그의 인스타그램 인수는 인터넷 시대 최고의 거래 중 5위 안에 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포브스는 인스타그램이 독립 기업으로 분사될 경우 기업가치는 250억~5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기업가치는 요즘 상승 추세다. 페이스북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나오는 반면, 인스타그램은 최근 9개월간 사용자를 1억 명 늘렸다. 올해 매출액은 3배 가깝게 증가해 15억 달러를 기록하고 2018년까지 다시 3배 성장해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케터 자료 기준)
가장 놀라운 (그리고 수익성에도 도움이 되는) 점은 인스타그램이 아직 페이스북 내에서 소규모 개발팀처럼 기동성 있게 운영된다는 점이다. 직원 수는 350명으로 주커버그가 지휘하는 1만3600명 군대의 3%도 되지 않는다. “한 사람으로서, 또는 마케터나 기업인으로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들려줄 수 있는 기회와 적절한 청중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결합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고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페이스북 COO는 말했다. “케빈의 리더십이 이를 가능케 했다.” 엄청난 덩치를 키운 다른 기업처럼 페이스북도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과 시스트롬이 있기에 주커버그는 기업가적 동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 본사가 위치한 멘로파크에 둥지를 틀었다. 페이스북 본사 맞은편, 자전거를 타면 금방 닿을 만한 거리다. 사무실 벽에는 에베레스트 산과 오클랜드의 메리트 호수, 라테 아트 등, 인스타그램에 오른 이미지를 직원들이 골라 만든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다. 다른 쪽 벽에는 거대한 지문의 콜라주 그림이 걸렸다. 멋들어진 신발과 양복을 즐겨 입는 시스트롬의 스타일은 후드티나 딱 맞는 티셔츠만 입는 주커버그의 스타일과 대비된다. 자조적인 유머를 즐기며 편안하게 말하는 그의 분위기 또한 좀더 자신을 억제하고 드러내지 않는 주커버그와 다르다.
대중화 비결은 '쉬운 편집'과 보정 '필터'
그러나 그 때에도 인스타그램은 규모를 키우지 않았다. 첫 해 직원 수는 6명이었고, 페이스북에 인수됐을 당시에도 직원 수는 13명밖에 되지 않았다. “회원을 5억 명 정도 모집하면 대부분 직원을 수천 명으로 늘리지만, 우리 직원 수는 수백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고 시스트롬은 말했다. “그렇게 우선순위에 집중하는 습관이 우리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성공을 가져왔다.” 단순함을 유지하는 것이 시스트롬의 신념이다.
인스타그램이 대중화에 성공한 비결은 직관적으로 쉬운 편집, 평범한 스마트폰 사진이나 동영상을 개성 넘치고 아련하며 화려하게, 또는 친밀하거나 드라마틱한 시각적 기록으로 바꿔주는 필터 덕분이다. 인스타그램의 필터를 쓰면 일상적 사진은 전문 포토샵을 쓴 이상적 사진으로 변모한다. 친구나 팬과 공유할 수 있는 개인용 홍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거다.
요즘엔 아지즈 안사리(Aziz Ansari)부터 달라이 라마, 테일러 스위프트에 이르기까지 공인이라면 거의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한다. 운동선수들은 인스타그램을 ‘제2의 점수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의 팔로워 수가 3000만 명을 돌파하자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는 등번호 ‘30’을 새긴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농구팀 티셔츠를 보내 화제를 일으켰다. 수개월 뒤 커리의 팔로워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하자 메시는 답례로 등번호 ‘10’을 새긴 바르셀로나 축구팀 티셔츠에 사인을 해서 보냈다.
인스타그램은 스타들이 파파라치 없이 곧바로 팬에게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며 소통하는 통로 그 이상이다. 시스트롬은 다양한 관심집단의 너무 다른 관심사와 열정에도 아주 구체적으로 부합할 수 있는 능력을 인스타그램의 ‘수퍼파워’라 부른다. 사용자들은 한국 레이저 쇼나, 치즈 장인 숍, 스케이트보딩 기술(토니 호크가 이 부분에서 아주 활발하다), 브레이크댄스나 익스트림 보디 페인팅 등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인스타그램에서 평균 21분 이상의 시간을 보내며, 하루에만 9500만 개가 넘는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다.
이렇게 끈끈한 참여는 각종 산업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패션이다. 엠마 왓슨, 기네스 팰트로 등이 즐겨 입는 옷으로 유명해진 디자이너 미샤 노누(Micha Nonoo)는 올해 뉴욕 패션위크에서 패션쇼를 하지 않았다. 대신, 알도 슈즈와 콜라보한 2016 스프링 컬렉션을 인스타그램에서 단독 런칭했다. 시스트롬의 팀은 노누 패션쇼를 위한 계정 인스타쇼(InstaShow)를 새로 만들어줬고, 계정을 방문한 팬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십 개의 ‘룩’을 훑어 볼 수 있도록 했다. 평소라면 엄청나게 비싼 무대를 꾸며 모델 20명을 고용해야 했겠지만, 앱 패션쇼로 대체하니 탑 모델 3명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됐다. 실험적 패션쇼는 대 성공이었다.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패셔니스타는 노누 말고도 많다. 올해에는 타미 힐피거가 인스타핏(InstaPit) 계정을 만들었다. 영향력을 가진 파워 인스타그래머(Instagrammer)에게 패션쇼에서 제일 좋은 자리를 주어 이들이 찍은 사진을 팔로워와 공유하도록 한 것이다. 올해 메트로폴리탄 갈라 파티(Met Ball)에서는 시스트롬과 친구가 된 안나 윈투어 보그 편집장이 파티장 안에 인스타그램 동영상 스튜디오 공간을 만들어서 마돈나, 블레이크 라이블리 등의 1급 스타가 인스타그램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도록 했다. 패션산업이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면서 올해 봄 열린 뉴욕과 런던, 밀라노, 파리 패션쇼 4주간 댓글과 좋아요는 약 2억 8300만 개 늘어났다.
패션산업 리더와 광고업계가 적극 활용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를 하는 기업은 작년 6월만 해도 수백 개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20만 개가 넘는다. 7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닐슨 조사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한 광고 콘텐트의 반응률이 온라인 광고 평균보다 2.8배 높았던 경우는 98%였다. 광고 효과가 좋다 보니 TV 랜드 방송국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드라마 티처스(Teachers)를 홍보했고, 프로그램 인지도는 21% 상승했다. 콘서트 장소를 임대하는 하우스 오브 블루스 엔터테인먼트는 이를 보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 필모어(Fillmore)에서 개최되는 공연 티켓 판매 광고를 직접 냈다. “인스타그램의 피드는 시각적으로 단순하다. 각각의 콘텐트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하우스 오브 블루스 디지털 및 소셜 전략부문의 마이키 킬룬(Mikey Kilun) 이사는 말했다.
주커버그 입장에서 인스타그램 인수가 가장 유리한 거래 중 하나라면, 시스트롬 입장에서는 최악의 거래 중 하나라는 논리가 나온다. 그가 1~2년 더 기다렸다면 인수가격 10억 달러가 10배 정도는 올랐을 거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시스트롬의 결정도 옳았다는 근거가 2개 있다.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인수금 대부분을 페이스북 주식으로 받은 시스트롬은 덕분에 순재산이 11억 달러로 올라가며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것만으로도 꽤 괜찮은데, 10년 전 그가 주커버그의 첫 일자리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가정한다면 그보다 훨씬 낫다.
둘째,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인수된 후 급성장을 이어나갔다. “페이스북 덕분에 이 정도 규모까지 클 수 있었다”고 시스트롬은 말했다. “인스타그램 혼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페이스북이라는 로켓 부스터를 얻어서 더 좋았다.”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에서 일하면서 10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 회원을 활용할 수 있었고, 페이스북의 기술과 최고의 인프라, 엔지니어, 대규모 영업진도 활용할 수 있었다. “마이클 조던과 매직 존슨이 한 팀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뉴욕대학교 스콧 갤러웨이 마케팅 교수는 말했다.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도 의견을 같이 한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보며 보내는 시간 5분 중 1분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차지한다. 이 둘을 합하면 최고의 광고 플랫폼이 탄생한다.”
한 회사의 안에서 독립 기업으로 활동하는 건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주커버그와 매주 대화를 할 수 있고, 왓츠 앱이나 오큘러스 등 페이스북이 소유한 다른 기업의 리더들도 자주 만나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샌드 버그나 마이크 슈레퍼 최고기술책임자, 크리스 곡스 최고상품책임자 등 페이스북 중역의 자문도 받을 수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게 좋은 이유는 그 사람들과 같은 사무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시스트롬은 말했다. “운영하는 사업은 각자 아주 다르지만, 규제환경과 창조적 생태계,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툴,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 등, 도전과제는 비슷하다. 우리와 싸우는 경쟁기업도 겹치는 경우가 많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에 영업 사업부를 빌려주기도 한다. 덕분에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이 확보한 300만 개의 광고주, 광고 기술, 중요도 알고리즘, 스팸 방지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사용자 데이터(관심사·성별·위치·직업 등)를 이용할 수 있다.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페이스북에서 진행하던 광고를 인스타그램으로 확장하는 과정이 아주 매끄럽다. 덕분에 페이스북 최대 광고주 100개 중 98개가 인스타그램에서도 광고를 진행 중이다.
핵심 원칙은 '신속하게'가 아닌 '신중하게'
천천히 돌아가는 방식은 광고에도 적용된다. 시스트롬은 성장 과정에서 광고가 밀려 들어와 사용자가 애정을 잃고 인스타그램을 나가지 않도록 아주 신중히 사업을 키워나갔다. 광고주들이 인스타그램에 들어오고 싶다고 난리를 쳐도 시스트롬은 수도꼭지를 조금씩만 열어서 수많은 광고주를 받기 전 시험 광고를 통해 인스타그램과 조화를 이루어 사용자가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광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 2013년 11월 시행된 첫 광고는 마이클 코어스였다. 화려한 패션지에나 어울릴 법한 명품 브랜드가 잘 정돈되고 시각을 사로잡는 인스타그램의 인터페이스에 이끌려 광고를 제안한 것이다. 시스트롬은 윈투어 보그 편집장의 방식을 따라 2014년 말까지 인스타그램에 나갈 광고를 출력해 하나씩 검토하며 직접 승인을 했다.
이후 인스타그램은 사진 말고도 동영상이나 슬라이드 형식으로 광고 범위를 넓혀 200여 개국 이상에서 광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영상 광고 길이를 최대 60초로 늘렸다. 인스타그램 내부팀은 광고주와 함께 시선을 사로잡는 광고를 만들어 앱과 자연스레 조화되게 만든다. “모두가 광고를 좋아하진 않지만, 우리 광고는 처음보다 훨씬 많이 개선됐다”고 시스트롬은 말했다. “사람들은 광고 그 자체보다 무의미한 콘텐트를 더 싫어한다.”
시스트롬은 천천히 움직이긴 해도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지난 수년 간 그는 상품에 수없이 많은 변화를 줬다. 직접 메시징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고, 주제와 장소에 해시태그를 붙이는 기능도 만들었다. 트렌드를 팔로우하고 동영상을 올리기 위한 익스플로러(Explorer) 기능도 새롭게 선보였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페이퍼(Paper)나 슬링샷(Slingshot), 룸즈(Rooms) 등 실험적 앱을 선보였다가 서비스를 중단하는 방법을 취하는 반면, 인스타그램은 1초짜리 GIF 이미지 동영상 반복재생앱 부메랑(Boomerang), 콜라주를 위한 레이아웃(Layout), 타임랩스 동영상을 위한 하이퍼랩스(Hyperlapse) 등 4개의 개별적 앱만 출시하며 좀더 신중한 모습이다. (인스타그램이 미국 외 소수 국가에서 시험 중인 메시징 서비스 볼트(Bolt)는 성과가 좋지 않아서 결국 중단됐다.)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자연스럽게 진화할 것
최고기술책임자로서 인스타그램의 기본 사항을 운영하는 스탠포드 동문 크리거는 시스트롬의 신중함이 미래에 대한 뚜렷한 의견과 조화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큰 변화를 도입할 때마다 시스트롬은 내부 반발에 맞닥뜨렸다. 2013년 6월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추가하자고 제안했을 때나 인스타그램을 대표하는 정사각형 이미지를 벗어나 인물 사진이나 풍경 사진에 맞는 프레임을 넣자고 했을 때에도, 콘텐트를 시간순 대신 연관성 순으로 선택하는 알고리즘 피드를 출시했을 때에도 직원의 반발이 심했다.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하자는 아이디어는 많은 직원에게 놀라움을 줬다”고 크리거는 말했다. 내부 저항이 있을 때마다 시스트롬은 흥분한 아이를 진정시키는 부모님처럼 변화가 무서울 수 있다고 인정한 후 절벽 너머로 밀어버리려는 게 아니라고 팀을 안도시키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성공이 확실하거나 금방 인기를 끌 거라는 확신이 없을 때에도 상품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로 추진한다”고 크리거는 덧붙였다. 시스트롬은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방법에 대해 “다행히 아직까지 효과가 있다”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인스타그램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에도 도움이 된다. 올해 주커버그는 회사를 위한 3개년, 5개년, 10개년 비전을 발표했다. 첫 단기전략은 주로 페이스북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 중기 계획은 인스타그램과 메신저, 왓츠 앱 등의 서비스에 집중한다. 메신저와 왓츠앱의 경우 각각 10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아주 인기가 좋기 때문에 언젠가 엄청난 규모의 사업으로 발전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매출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소셜미디어와 의사소통, 컴퓨팅의 세계를 아직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개발해 가겠다는 주커버그의 10개년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금으로선 인스타그램에서 동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사용자 5억 명 돌파도 대단히 축하할 일”이라고 시스트롬은 말했다. “이 정도 규모에 이른 것만도 대단하다. 그러나 이건 우리 제복에 달아 자랑하려는 배지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꿈이다. 당연히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 KATHLEEN CHAYKOWSK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공조본 “尹측 오후 6시 현재 연락 없어…변호인 선임계도 제출 안돼”
2국내 벤처기업 총매출 재계 3위 수준…총매출 242조원 기록
3머스크 꿈 ‘텍사스 유토피아’ 만들어지나…스페이스X 우주기지 직원들 지자체 만들기 청원
4‘테라’ 권도형 몬테네그로에서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지만…중형 가능한 미국행?
5가계대출 이용자 1인당 평균 대출 잔액 9500만원 기록…3년 만에 500만원 상승
6회계 부정 신고 올해 179건이나…최고 포상금 2억700만원
7“소송에 세금 사용하지 말라”…가수 이승환, 콘서트 취소한 구미시장에 법적 대응
8“한국은 경쟁국보다 규제 과도해”…대한상의 ‘첨단 전략산업 규제 체감도 조사’ 결과 발표
9실손보험료 내년에 더 많이 오른다…3세대 실손은 20%까지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