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박사’ 너무 믿지 마라
‘구글 박사’ 너무 믿지 마라
의학적으로 인정 받는 민간요법도 있지만 맹신은 금물…환자와 전문의가 직접 상담하는 의료행위 대체할 대안 없어 “선생님, 바퀴벌레 우유를 마셔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출산 후 태반을 먹으면 좋다던데 갈아서 알약으로 먹는 게 나을까요, 아님 냉동 건조해서 피자 위에 토핑으로 뿌려 먹을까요?”라는 질문도 있다.
‘문화’에 따른 질문일 수 있지만 의사나 의료업계 전문가가 권장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치료법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치료법을 홍보할 때 ‘의사 10명 중 9명 권장’이란 어구를 넣는 건 의료 현장에서 매주 받는 괴상한 치료법에 대해 괴짜 의사 1명에게 책임을 미루기 위함이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치료가 있을 때도 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흥미로운 치료도 있다.
본 기사를 작성한 의사 3명이 보기에 이들 치료가 이상한 건 사실이다. H 에릭 벤더 박사의 경우 의학대학원 시절부터 독특한 치료방식에 매료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순환근무를 시작했을 때 환자에게 거머리 치료 처방을 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왼쪽 다리, 오른쪽 팔, 몸 전체 등 거머리를 놓을 부위도 지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 받은 적도 있다(거머리를 원하는 위치에 두려면 바닥에 작은 구멍을 낸 병에 거머리를 넣고 구멍과 치료부위를 정확히 맞춰주면 된다. 그럼 피에 굶주린 거머리가 열심히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한다. 벤더 박사는 가정에서의 거머리 치료는 권장하지 않았다).
인터넷에 넘치는 정보로 뭐든 혼자 알아서 하려는 사람이 생겨나면서 과거와 다른 새로운 치료법도 증가했다. 벤더 박사는 환자들이 묻는 기이한 치료가 효과적인지 아닌지 생각하다가 (겉으로 보기엔) 어처구니없지만 효과가 있을 때도 있는 다양한 치료법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많은 개인병원에서는 “해를 주지 말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라”로 대체되고 있었다.
일례로, 그리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돌이나 모래, 유리 등 전혀 영양가 없는 물질을 씹으려 하는 이식증 환자에게 담배 치료를 권한 의사도 소수지만 있었다. 치통을 앓거나 기침이 끊이지 않는 환자에게 코카인이나 헤로인을 처방한 의사도 있었다(해당 책은 참고 자료와 사진을 근거로 댔다). (아일랜드 의사도 아니면서) 기네스 맥주 등에 철분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임산부에게 술을 권한 경우도 있었고, 천식치료를 위해 (위험한 감염을 초래할 수 있는) 갈고리충 사용을 권장한 의료인도 있었다.
낮은 성욕과 성병 등 각종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지금까지 사람들이 사용한 위험물질이나 생물, 동물, 부산물의 종류는 끝이 없다. 다행히 추가 연구로 이들 다수의 위험성이 밝혀지면서 대부분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괴짜 의학’은 의료 관행과 치료에 한정되지 않는다. 의료 문헌을 조사하면, 부분적으로 설계가 잘못됐거나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연구와 실험이 넘쳐난다. 코카인을 하면 머리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거나 알코올로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딱 보면 아는 사실을 굳이 실험한 연구진도 있다. 스카이다이빙이 위험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증시 폭락과 우울증 증가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 굳이 실험으로 해봐야 아나? 분명, ‘뻔한 거 알아내기’ 대학이나 실시하는 연구 종류 같다.
그런데 매력적인 괴짜 의학은 다르다. 그냥 보면 형편없는 아이디어 같지만 연구를 통해 충분히 확보하고, 특정 질환 치료에 관해선 황금기준을 제시하는 것 같다. 처음엔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여도 막상 해보면 별로인 건 많지만, 빈집에 생판 모르는 사람을 들여 돈을 받는 에어비앤비처럼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져도 해보면 참 좋은 아이디어로 판명되는 경우는 본편보다 재미있는 속편만큼 드물다.
의사들이 나쁜 박테리아를 없애기 위해 처방하는 항생제는 좋은 박테리아까지 함께 없앤다. ‘좋은’ 박테리아는 나쁜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한다. 따라서 항생제로 좋은 박테리아까지 모두 박멸하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로 알려진 일종의 내장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애초에 항생제 때문에 생긴 병이라 항생제로 치료하기는 아주 어렵다. 다행히 효과가 좋은 치료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대변이식이다. 잘못 읽은 줄 알았겠지만, 맞다. 대변을 이식한다. 기증자의 대변 일부를 환자의 위장계 안에 이식하는 치료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심각한 감염이 일어날 것 같지만, 좋은 박테리아가 옮겨와서 질병의 원인이 된 감염을 치료해준다.
배설물로 감염을 치료하는 게 이상하게 들린다면, 구더기 치료는 어떤가? 꿈틀거리는 유충을 이용해 상처부위 감염을 막는 치료다. 외과 수술을 하면 건강한 조직도 함께 상할 수 있지만 구더기는 건강한 조직을 절대 손대지 않고 죽은 조직만 먹어 치운다. 이 사실은 적어도 1930년대부터 의료진에 알려졌지만, 이후 수십 년간 상처 치료나 관리에는 항생제만 처방됐을 뿐 구더기 치료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에 구더기 치료가 ‘재발견’되면서 지금은 800여 개 의료기관에서 이 치료법을 사용한다. 작은 구더기에 엄청난 가격을 매기려는 제약사 움직임이 벌써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의학 또한 역동적으로 진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는 ‘의료 실천’이라 불리기도 한다. 한 시대에 용인되던 치료가 이후 ‘유사의학’으로 분류돼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을 수 있고, 지금은 ‘실험적’이라 평가 받는 치료가 향후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법이다. 다행히 의료계에는 의료진 검토와 과학적 기준이라는 검증단계가 있다. 더불어 의료기관 대부분은 환자를 실험실 쥐처럼 취급하는 대신 근거를 최대한 수집하는 실험 과정을 충실히 실천한다.
들어보면 비명이 절로 나오거나 토하고 싶은 이상한 치료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알아오는 환자는 이를 소재로 의사와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구글 박사’는 빠르게 답을 해주고 진료비도 요구하지 않지만, 아직은 진단과 치료법을 결정할 자격이 없다. 환자와 전문의가 일대일로 만나 직접 상담하는 의료행위를 안전하게 대체할 대안은 없다. 의학은 예상 가능한 결과와 놀라운 해결책이 공존하는 과학이자 예술이라는 사실을 의사가 기억하는 한, 이는 변하지 않는 사실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 환자들에게 부탁한다. 열린 마음을 유지하되, 돌팔이는 조심해야 한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주저하지 말고 의사에게 물어봐라. 그리고 의사들에게 부탁한다. 환자의 말을 들어라.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말고 환자와 대화를 해라. 그리고 명심해라. 좋다고 확신할 수 없으면 적어도 해를 주지 말아라.
- H 에릭 벤더, 머독 콸레기, 바비 싱
[ 필자들은 ‘의사 10명 중에 1명이 권장한다: 의학 기록에서 찾은 소변 마시기, 벌레 먹기 외에 이상한 치료와 사례 그리고 연구(1 Out of 10 Doctors Recommends: Drinking Urine, Eating Worms, and Other Weird Cures, Cases, and Research from the Annals of Medicine)의 공동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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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태반을 먹으면 좋다던데 갈아서 알약으로 먹는 게 나을까요, 아님 냉동 건조해서 피자 위에 토핑으로 뿌려 먹을까요?”라는 질문도 있다.
‘문화’에 따른 질문일 수 있지만 의사나 의료업계 전문가가 권장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치료법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치료법을 홍보할 때 ‘의사 10명 중 9명 권장’이란 어구를 넣는 건 의료 현장에서 매주 받는 괴상한 치료법에 대해 괴짜 의사 1명에게 책임을 미루기 위함이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치료가 있을 때도 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흥미로운 치료도 있다.
본 기사를 작성한 의사 3명이 보기에 이들 치료가 이상한 건 사실이다. H 에릭 벤더 박사의 경우 의학대학원 시절부터 독특한 치료방식에 매료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순환근무를 시작했을 때 환자에게 거머리 치료 처방을 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왼쪽 다리, 오른쪽 팔, 몸 전체 등 거머리를 놓을 부위도 지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 받은 적도 있다(거머리를 원하는 위치에 두려면 바닥에 작은 구멍을 낸 병에 거머리를 넣고 구멍과 치료부위를 정확히 맞춰주면 된다. 그럼 피에 굶주린 거머리가 열심히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한다. 벤더 박사는 가정에서의 거머리 치료는 권장하지 않았다).
인터넷에 넘치는 정보로 뭐든 혼자 알아서 하려는 사람이 생겨나면서 과거와 다른 새로운 치료법도 증가했다. 벤더 박사는 환자들이 묻는 기이한 치료가 효과적인지 아닌지 생각하다가 (겉으로 보기엔) 어처구니없지만 효과가 있을 때도 있는 다양한 치료법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많은 개인병원에서는 “해를 주지 말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라”로 대체되고 있었다.
일례로, 그리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돌이나 모래, 유리 등 전혀 영양가 없는 물질을 씹으려 하는 이식증 환자에게 담배 치료를 권한 의사도 소수지만 있었다. 치통을 앓거나 기침이 끊이지 않는 환자에게 코카인이나 헤로인을 처방한 의사도 있었다(해당 책은 참고 자료와 사진을 근거로 댔다). (아일랜드 의사도 아니면서) 기네스 맥주 등에 철분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임산부에게 술을 권한 경우도 있었고, 천식치료를 위해 (위험한 감염을 초래할 수 있는) 갈고리충 사용을 권장한 의료인도 있었다.
낮은 성욕과 성병 등 각종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지금까지 사람들이 사용한 위험물질이나 생물, 동물, 부산물의 종류는 끝이 없다. 다행히 추가 연구로 이들 다수의 위험성이 밝혀지면서 대부분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괴짜 의학’은 의료 관행과 치료에 한정되지 않는다. 의료 문헌을 조사하면, 부분적으로 설계가 잘못됐거나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연구와 실험이 넘쳐난다. 코카인을 하면 머리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거나 알코올로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딱 보면 아는 사실을 굳이 실험한 연구진도 있다. 스카이다이빙이 위험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증시 폭락과 우울증 증가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 굳이 실험으로 해봐야 아나? 분명, ‘뻔한 거 알아내기’ 대학이나 실시하는 연구 종류 같다.
그런데 매력적인 괴짜 의학은 다르다. 그냥 보면 형편없는 아이디어 같지만 연구를 통해 충분히 확보하고, 특정 질환 치료에 관해선 황금기준을 제시하는 것 같다. 처음엔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여도 막상 해보면 별로인 건 많지만, 빈집에 생판 모르는 사람을 들여 돈을 받는 에어비앤비처럼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져도 해보면 참 좋은 아이디어로 판명되는 경우는 본편보다 재미있는 속편만큼 드물다.
의사들이 나쁜 박테리아를 없애기 위해 처방하는 항생제는 좋은 박테리아까지 함께 없앤다. ‘좋은’ 박테리아는 나쁜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한다. 따라서 항생제로 좋은 박테리아까지 모두 박멸하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로 알려진 일종의 내장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애초에 항생제 때문에 생긴 병이라 항생제로 치료하기는 아주 어렵다. 다행히 효과가 좋은 치료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대변이식이다. 잘못 읽은 줄 알았겠지만, 맞다. 대변을 이식한다. 기증자의 대변 일부를 환자의 위장계 안에 이식하는 치료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심각한 감염이 일어날 것 같지만, 좋은 박테리아가 옮겨와서 질병의 원인이 된 감염을 치료해준다.
배설물로 감염을 치료하는 게 이상하게 들린다면, 구더기 치료는 어떤가? 꿈틀거리는 유충을 이용해 상처부위 감염을 막는 치료다. 외과 수술을 하면 건강한 조직도 함께 상할 수 있지만 구더기는 건강한 조직을 절대 손대지 않고 죽은 조직만 먹어 치운다. 이 사실은 적어도 1930년대부터 의료진에 알려졌지만, 이후 수십 년간 상처 치료나 관리에는 항생제만 처방됐을 뿐 구더기 치료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에 구더기 치료가 ‘재발견’되면서 지금은 800여 개 의료기관에서 이 치료법을 사용한다. 작은 구더기에 엄청난 가격을 매기려는 제약사 움직임이 벌써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의학 또한 역동적으로 진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는 ‘의료 실천’이라 불리기도 한다. 한 시대에 용인되던 치료가 이후 ‘유사의학’으로 분류돼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을 수 있고, 지금은 ‘실험적’이라 평가 받는 치료가 향후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법이다. 다행히 의료계에는 의료진 검토와 과학적 기준이라는 검증단계가 있다. 더불어 의료기관 대부분은 환자를 실험실 쥐처럼 취급하는 대신 근거를 최대한 수집하는 실험 과정을 충실히 실천한다.
들어보면 비명이 절로 나오거나 토하고 싶은 이상한 치료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알아오는 환자는 이를 소재로 의사와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구글 박사’는 빠르게 답을 해주고 진료비도 요구하지 않지만, 아직은 진단과 치료법을 결정할 자격이 없다. 환자와 전문의가 일대일로 만나 직접 상담하는 의료행위를 안전하게 대체할 대안은 없다. 의학은 예상 가능한 결과와 놀라운 해결책이 공존하는 과학이자 예술이라는 사실을 의사가 기억하는 한, 이는 변하지 않는 사실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 환자들에게 부탁한다. 열린 마음을 유지하되, 돌팔이는 조심해야 한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주저하지 말고 의사에게 물어봐라. 그리고 의사들에게 부탁한다. 환자의 말을 들어라.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말고 환자와 대화를 해라. 그리고 명심해라. 좋다고 확신할 수 없으면 적어도 해를 주지 말아라.
- H 에릭 벤더, 머독 콸레기, 바비 싱
[ 필자들은 ‘의사 10명 중에 1명이 권장한다: 의학 기록에서 찾은 소변 마시기, 벌레 먹기 외에 이상한 치료와 사례 그리고 연구(1 Out of 10 Doctors Recommends: Drinking Urine, Eating Worms, and Other Weird Cures, Cases, and Research from the Annals of Medicine)의 공동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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