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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복의 멋을 여성에게

남성복의 멋을 여성에게

미국의 여성복 브랜드 ‘키린 핀치’, 남자 패션의 과감한 아이디어 적용하되 신체의 곡선은 살려
동성혼 커플인 로라(왼쪽)와 켈리는 결혼식에 입을 옷을 찾다가 성중립적인 의류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동성혼 커플인 로라와 켈리 모팻은 여성복 시장에서 중성적 스타일의 옷을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 의상을 전문으로 하는 패션업체를 직접 차렸다.

올봄 미국 뉴욕에서 문을 연 성중립적인 의류 전문 업체 ‘키린 핀치’는 남성복에서 영감을 얻은 여성복을 주로 생산한다. 로라와 켈리가 늘 사고 싶어 했지만 결코 찾을 수 없었던 스타일이다.

뉴욕의 작업실 ‘브루클린 패션 디자인 액셀러레이터’(BF+DA)에서 로라와 켈리를 만나 키린 핀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패션사업과는 전혀 무관했던 그들이 어떻게 창업하게 됐는지, 파트너와 함께 일하는 기분은 어떤지, 스타일 아이콘은 누구인지 등등.



어떻게 패션 브랜드를 창업하게 됐나?




켈리: 우린 결혼식에 입을 옷을 찾아 다녔다. 나도 로라도 드레스는 편치 않았기 때문에 맞춤 정장을 주문했다. 그때 ‘우리가 아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옷이 있긴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하지만 기성복에선 찾기 어려운 만큼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린 기존 시장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에서 출발했다.



패션사업에 경험이 전혀 없는 두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로라: 처음 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우리는 이런 스타일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걸 알았다. 우리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둘 다 패션사업에는 경험이 전혀 없었다. 난 마케팅을 전공했고 켈리는 교사다. 우린 뉴욕 패션스쿨(FIT)에서 강의를 들었고 운 좋게 BF+DA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경험자들의 귀중한 조언을 많이 들었다. 그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자신들이 사업 현장에서 터득한 것들을 알려줬다.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정보 조사에 일가견이 있는 우리 두 사람은 좀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우리가 뉴욕에 산다는 것 또한 이점으로 작용했다. 만약 미국 중부지방에 살았더라면 일이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는 공장이 있는 뉴욕 패션지구까지 전철로 갈 수 있다. (샘플 룸은 브루클린에 있다.)
남성복의 독특한 스타일을 반영한 키린 핀치의 셔츠(왼쪽). 키린 핀치 작업실에서 직원과 협의 중인 켈리(오른쪽).


키린 핀치의 미학적 기준은 무엇이며 디자인의 영감을 어디서 얻나?




로라와 켈리: 우린 폴 스미스 같은 남성복 브랜드를 많이 참고한다. 아기자기한 색상과 독특한 디테일이 마음에 든다. 폴 스미스의 옷들을 보면서 늘 ‘이 옷이 내게 맞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독특한 스타일을 우리 셔츠에 반영했다. 여성복의 경우 원피스는 과감한 무늬를 많이 쓰지만 바지와 셔츠, 스웨터 등 일상적으로 많이 입는 옷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폴 스미스나 테드 베이커의 과감한 아이디어를 여성복에 일부 적용해 여성의 체형에 맞게 만들고 싶었다. 남성복 중엔 멋지고 재미있는 아이템이 많지만 여성의 몸에 맞게 디자인되지 않았다. 여성의 체형은 남성과는 전혀 다르다. 남성의 몸은 일자에 가깝지만 여성은 가슴과 히프가 있어서 그 곡선에 맞게 패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디자인할 때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염두에 두나?




로라와 켈리: 우리와 같은 유형이다. 원피스나 드레스 입기를 싫어하고 지나치게 여성스럽게 보이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 자라면서 말괄량이 소리깨나 들었을 법한 사람들 말이다. 옷이 정말 재미있는 건 두 사람이 똑같은 셔츠를 입어도 각자의 개성이 묻어난다는 점이다. 셔츠는 아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진바지와 입어도 좋고 타이나 블레이저와 매치해도 멋지며 아주 여성스러운 옷과 함께 입어도 맵시가 난다.



지속가능성도 고려하지 않나?




로라와 켈리: 이 브랜드를 개발하면서 우리는 패션산업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더 잘 알게 됐다. 패션은 환경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큰 산업이다. 우리는 새로운 패션 브랜드를 창업함으로써 그 문제를 더 심화시켜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배우자와 함께 일하는 기분이 어떤가? 어려운 점이 많은가, 아니면 더 유리한가?




로라: 켈리 같은 사람을 배우자이자 사업 파트너로 갖게 된 건 대단한 행운이다. 기쁜 일이 있을 때나 훌륭한 성과를 이뤄냈을 때 함께여서 더 좋다. 하지만 일을 집에까지 끌어들인다는 게 어려운 점이다. 일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은 함께 헤쳐나간다. 늘 함께하기 때문에 기쁨도 두 배, 슬픔도 두 배가 되는 것 같다. 배우자가 (집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역할을 맡아 일하는 걸 보는 건 재미있다. 배우자가 일하는 곳을 방문해 그의 직장 동료들을 만나볼 수는 있겠지만 그들 속에 뛰어들어 함께 일하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다.



두 사람의 스타일 아이콘을 꼽는다면?




로라와 켈리: 요즘은 여성 축구팀에서 일하는 여성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해나가는 멋진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도 훌륭한 일이다. 엘렌 디제너러스(코미디언)는 재미있고 개성 있다. 멋진 색상과 무늬의 옷을 훌륭하게 소화한다. 인스타그램 블로거 중에도 그런 사람이 많다. 그들은 계속해서 한계를 넓혀나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특히 청소년에겐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꿈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멋지다.

- 브리트니 디 아이비타임즈 기자



[이 기사는 패션 타임스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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