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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창업자들을 위한 가업승계 컨설팅

성공한 창업자들을 위한 가업승계 컨설팅

중견·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대다수 창업자들은 경영에 몰두하느라 가업승계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가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승계하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활용하면 최대 50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박동하 디와이엠 대표. 박 대표가 가업상속 공제 제도를 이용해 가업상속 재산을 물려주면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 공제를 받을 수 있다. / 중앙일보 김경빈 제공
충남 천안시 디와이엠솔루션(이하 디와이엠) 본사에서 박동하(61) 대표를 만났다. 1992년 박 대표가 창업한 디와이엠은 전력케이블과 전선용 소재를 생산한다. 이 제품은 전선 안에 있는 구리·알루미늄 등 금속을 감싸 전류가 균일하게 흐를 수 있도록 돕는 반도전과 외부 충격으로부터 전선을 보호하는 피복의 소재로 쓰인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1위고, 이탈리아·뉴질랜드·인도 등 76개국에 수출한다.

그의 성공전략은 헝그리 정신이다. 창업 당시 박 대표는 포도밭 약 2640m²(800평)을 산 뒤 공장을 세웠다. 돈이 없어서 컨테이너 박스에서 4명의 직원과 먹고 살며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열정이 지식을 앞서고, 행동하지 않으면 결과물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의 믿음은 2008년 키코(KIKO) 사태를 겪으며 더욱 확고해졌다. 수출 비중이 컸던 회사는 환율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키코에 가입했다가 1년 만에 약 3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2008년 매출액의 80%를 날렸다. 박 대표는 원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키운 뒤 수출을 늘려 갚아나갔다. 나머지 50억원만 남겨뒀을 때 극심한 빚 독촉에 시달렸다. 그때 기회가 찾아왔다. 디와이엠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중동의 한 기업이 420만 달러(50억원)를 투자하면서 키코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디와이엠은 지난해 ‘7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는 등 해외 실적이 늘면서 매출은 처음으로 1100억원을 넘어섰다. 박 대표는 이미 회의실 한 쪽에 ‘1억 불 수출의 탑 트로피’를 놓을 자리를 비워 뒀다. 그는 “내년엔 수출이 1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꿈은 평생의 피와 땀의 결정체인 디와이엠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2014년부터 아들 박창묵(34)씨가 과장으로 입사한 뒤 해외 사업, 생산공장, 연구소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아무리 아들이라도 경영자로서 자질을 갖출 때 물려줄 생각이다. 박 대표는 “가업승계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회사일로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가업승계 컨설팅 갈수록 중요해져
이처럼 맨땅에서 기업을 일군 대다수 창업자는 경영에 몰두하느라 가업승계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 가업승계란 기업의 영속성을 목적으로 가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승계하는 과정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5년간 가업상속 공제제도를 활용한 기업은 296곳에 불과하다. 이러다 창업자가 나이가 들거나 건강 문제로 갑자기 상속 문제에 부닥치는 경우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최대 50%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는 게 쉽지 않아서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대표가 450억원 상당의 회사 지분을 자녀에게 물려줄 경우 세금만 약 218억원(신고세액 공제 제외)에 달한다. 세계 1위 손톱깎이 기업 쓰리세븐이나 국내 종자업계 1위 농우바이오가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다른 기업에 팔린 이유다.

그렇다면 박동하 대표가 현명하게 가업 승계를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이달 13일 박 대표는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에서 성열기 삼성생명 FP센터장을 만나 가업승계 컨설팅을 받았다. 성 센터장은 “박 대표가 경영하는 회사처럼 본격적인 성장단계에 들어선 기업은 앞으로 기업가치가 더 오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가업승계 플랜을 세워야 한다”며 “적어도 10년을 내다보고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야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견.중소시업 창업주들을 위한 가업 승계 컨설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박동하 대표의 가업승계 컨설팅을 짜준 성열기 삼성생명 FP센터장. / 삼성생명 제공
그러려면 경영권과 소유권 승계를 나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들이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지만 경영 능력을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영권 승계는 잠시 미루고 소유권 승계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소유권 부분은 생전이나 사후 언젠가는 자녀에게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미리 준비해 두는 게 유리하다.

성 센터장은 가업승계에 따른 세금 부담을 낮추는 3가지 방안을 내놨다. 첫째, 가업승계를 위한 세법상의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가업상속공제를 주목해야 한다. 이 제도를 이용해 가업상속재산을 물려주면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어서다. CEO의 경영 기간에 따라 10년 이상이면 200억원, 15년 이상이면 300억원, 20년 이상이면 500억원을 공제 받는다. 가업상속재산이란 개인 기업은 가업에 직접 사용된 토지·건축물·기계장치 등 사업용 고정자산을 뜻하고 법인 기업의 상속재산은 법인의 주식을 의미한다. 가업상속공제는 혜택이 큰 만큼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 회사 규모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만 해당한다. 피상속인은 최소 10년 이상을 기업을 운영해야 하고, 상속인(아들)은 상속 개시일로부터 2년 전에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 현재까지 박 대표는 한 가지만 빼고 모든 요건을 갖췄다. 그는 과거 키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기업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지분율이 41.9%(2015년 말 기준)로 줄었다. 박 대표처럼 비상장 기업의 피상속인은 최대주주로서 50% 이상(특수관계인 주식 포함)을 보유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 대표가 지분만 더 확보한다면 증여세 과세특례도 활용할 수 있다. 60세 이상 부모가 운영한 10년 이상 된 중소기업 주식을 증여할 경우 최대 100억원까지 10%의 특례세율(30억원 초과시 20%)을 적용받을 수 있다.

합법적으로 회사의 주식가치를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시가로 계산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비상장 주식은 상장 주식과 달리 거래가격이 없다. 따라서 현행 세법에선 회사의 순자산 가치와 순손익가치를 일정비율로 가중평균해 주식가치를 산정한다. 경영자 입장에선 주식이 저평가되는 시점을 활용하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순손익가치는 과거 3년 간의 순손익액의 평균으로 판단한다. 증여 계획을 앞두고 있다면 가급적 회사의 당기순이익이 많지 않을 시기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또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을 매각해 증여 시기의 사업연도에 이익이 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회사 실적 떨어질 때가 증여 적기
CEO들이 가업승계 전략을 짤 때는 기업뿐 아니라 자신(창업자)의 경영철학도 후계자에게 넘겨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 6월 이마트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개최한 ‘2016년 청년창업 및 가업승계 아카데미’ 장면. / 신세계 제공
마지막으로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상속세를 낼 자금이 부족하면 개인 부동산이나 주식을 처분하거나 담보대출을 받아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 성 센터장은 이보다 효과적인 방안으로 종신보험을 제안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 관계를 잘 활용하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를 피상속인(사망자)으로 할 경우 상속인들이 수령하는 사망보험금은 상속재산에 합산해 상속세를 낸다. 따라서 소득이 있는 배우자나 자녀가 계약자와 수익자로, 피상속인이 피보험자로 종신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때는 보험료를 낸 사람(계약자)과 수익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단 종신보험은 늦게 가입할수록 보험료 부담이 크다. 또 건강 때문에 가입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가입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이 밖에 가업승계 전략을 짤 때 유류분과 명의신탁 주식에 주의해야 한다. 유류분은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준 경우 다른 자녀가 재산 분배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가업승계 과정에서 유류분 다툼이 일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성 센터장은 “만약에 법인 지분을 장남에게 넘길 경우 다른 형제들에게도 지분 규모만큼 현금이나 부동산을 분배해 유류분 다툼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려면 실제 주식의 소유주와 명의자가 다른 명의신탁 주식부터 해소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명의신탁 주식을 빠뜨리고 상속세를 신고하면 국세청에서 특례를 취소할 수 있다.
 창업자 성공 DNA도 물려주어야
전문가들은 특히 CEO들이 가업승계 전략을 짤 때 기업뿐 아니라 자신(창업자)의 경영철학도 후계자에게 넘겨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원종훈 KB국민은행 세무팀장은 “경영 철학, 리더십 등 창업자의 성공 DNA가 기업경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하지만 대다수 국내 CEO는 말로 하기보다 자녀들이 스스로 본받고 따라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은 “스웨덴 국민기업인 발렌베리그룹은 ‘할아버지가 손자의 선생이 돼 지혜를 전한다’는 가업 승계 교육 원칙을 갖고 있다”며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후계자는 경영관리·생산 등 회사의 다양한 부서 경험을 통해 경영수업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처럼 패밀리보드(Family Board)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창업자의 핵심 가치가 대를 이어 전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문관리위원회다. 미국의 록펠러 가문, 독일 머크 그룹 등이 패밀리보드를 운영한다. 패밀리보드를 만들기에 앞서 가족 구성원이 공유하고 지켜야 할 가치를 정해야 한다. 패밀리보드 운영에 필요한 기본 원칙이다.

예를 들어 발렌베리 가문은 3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발렌베리 후계자는 기업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다. 모든 기업의 이익은 배당 형태로 4개의 공익재단으로 들어간다. 재단 수익금은 대학 교육이나 연구개발에 쓰인다. 둘째, 철저한 검증을 거쳐 그룹 후계자를 뽑는다. 조건은 부모 도움 없이 대학을 졸업한 뒤 해외 유학을 다녀와야 한다. 해군 복무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노사 화합과 차등의결권이다. 발렌베리는 한 번도 노사 분쟁이 없었다. 차등의결권 주식제도는 주식 한 주당 한 표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한 주에 1000표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경영권을 적극적으로 방어해 창업주의 가치가 후손에게 꾸준하게 전해지도록 했다.

-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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