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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0대 부자] 중국 부자 16위 리처드 리우

[중국 50대 부자] 중국 부자 16위 리처드 리우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는 중국 소비자의 취향.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JD닷컴 창업자 류창둥(리처드 리우)는 자사 사업모델이 결국 승리를 거머쥘 것으로 확신한다.중국 온라인 유통업체 JD닷컴(JD.com) 창업자이자 CEO인 리처드 리우(Richard Liu·42)가 작년 말 경영진 회의에 참석했을 때 일이다. 오전 8시 30분 시작하는 회의에서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JD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실망스럽게도 살짝 녹은 상태로 배송된 것이다. 그런 허접한 서비스는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당시 회사는 식료품 배송 확대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리우는 회의에 모인 경영진 앞에서 문제 해결 전까지 확장 계획을 유보하겠다고 선언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남은 30분 동안 아이스크림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배송 박스에 아이스팩을 더 넣는 걸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23년간 P&G에서 일하다가 수 개월 전 전략담당가로 JD에 합류한 로라 시옹은 이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보스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됐다. “직접 주문을 해서 받아보다니, 그렇게까지 꼼꼼할 줄 몰랐다.”

그러나 리우 입장에서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행동이었다. 매일 그는 JD 온라인 쇼핑몰에서 2건 이상의 주문을 한다. 배송이 신속히 이루어지는지, 포장은 튼튼하게 되어 있는지, 상품 품질은 어떤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고객이 최우선’이라고 항상 강조하는 CEO라면, 스스로가 가장 충실한 고객이 되어 회사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야 한다”고 그는 포브스 아시아 인터뷰에서 말했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모처럼 허락한 귀한 인터뷰였다. 인터뷰는 3개 동으로 이루어진 베이징 JD 신축 본사에서 이루어졌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업의 가치는 그저 벽에 걸린 사훈 정도로 남을 것이다.”

까다로운 원칙주의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가 애널리스트 분석 결과를 집계해 평균을 낸 결과, JD 매출액은 올해 30% 증가해 37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질 고객 계정의 수는 지난 1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65%나 급증해서 6월 말 1억 8800만 명을 기록했다. 폭발적 성장 덕분에 나스닥에 상장한 JD는 거대 경쟁업체 알리바바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전자상거래로 부자가 된 42세 흙수저
덕분에 42세의 리우는 중국 최고 부호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중국 동부 쑤첸(Suqian)의 가난한 도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화물 배송에 종사했고, 그는 시장의 작은 가판대에서 소매유통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사업체는 68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자신은 중국 부호 순위 16위를 차지하고 있다.

빠르게 진화 중인 중국 소비자 덕분이다. 전자상거래 초기만 해도 중국 소비자를 끌어들인 온라인쇼핑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과 집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편안함이었다. 그러나 중국인의 교육 수준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요구사항도 달라지고 있다. “사용자가 점점 세련되어지고 있다”고 홍콩 HSBC 아시아인터넷연구부 총괄인 치 창이 말했다. “부유해진 그들은 훌륭한 품질의 상품과 편안한 배송, 뛰어난 고객서비스를 기대한다.”

덕분에 시장 경쟁질서도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현재 시장을 장악한 건 알리바바의 타오바오(Taobao)다. 일반인이 온라인 매장을 만들고 티셔츠부터 휴대전화까지 각종 물건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형태다. 그러나 타오바오는 비양심적 판매자가 짝퉁 구찌 핸드백이나 가짜 브랜드 화장품, 그 외 불법제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구매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난장판’으로 악명을 얻었다. 이후 구매자들은 기업과 브랜드 직영 쇼핑몰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중국 리서치 전문기업 아이리서치(iResearch)에 따르면, JD와 알리바바의 티몰(Tmall) 플랫폼 등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플랫폼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쇼핑 매출의 과반수를 차지했다. 컨설팅업체 포레스터(Forrester)의 싱가포르 지부에서 일하는 라이언 하트는 고객경험 개선이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믿을 수 있는 업체들이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리우는 이런 흐름이 JD의 강점에 부합한다고 믿는다. JD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상품 대부분이 234개로 이루어진 물류창고에서 직접 가져오는 것이다. (나머지 소수 제품은 브랜드나 이들의 유통업체, 혹은 정식등록 매장에서 판매한다.) 배송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11만4000명 직원 중 약 60%는 상근 배송직이다.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삼륜 전기오토바이를 탄 채 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이들 배송직원의 모습은 중국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공급망 전체를 관리하면 제품이 진품이라는 사실을 보증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리우는 믿는다. 중국 대도시 거주자의 경우 오전 11시 이전에 JD에서 주문을 넣으면, 당일 배송으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중국의 온라인쇼핑은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게 리우의 설명이다. “고객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이유는 첫째가 품질, 둘째가 서비스, 셋째가 가격이다. 중국 소비자가 요구하는 제품의 품질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JD는 많은 비용을 감당했다. 우선적으로 창고 건설에 상당한 비용이 들었고, 배달직원 수만 명의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며, 금융 등 신규사업을 진행하는 데에도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다. 그 때문에 JD는 2014년 IPO 이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14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플랫폼만 제공하고 상품 판매 및 배송을 외부 업체에 맡긴 알리바바는 돈을 긁어 모으는 중이다. 지난 회계연도 매출만 157억 달러이고, 순수입은 111억 달러에 달한다.
 ‘짝퉁’ 없는 신속 배달로 소비자 신뢰 구축
그러나 JD 사업모델의 우위를 확신한 리우는 JD가 결국 적자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 창출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JD는 손실액을 올해 5억700만 달러까지 줄이고, 내년에는 1억8300만 달러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그러나 손실을 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주가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JD 주가는 올해에만 20% 가까이 하락했으며, 리우의 순재산도 10억 달러 축소됐다.

리우의 사업전략은 JD 초창기 모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 명문대 중국인민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리우는 1998년 베이징 전자제품 시장에서 징동 듀오 메이티(Jingdong Duo Meiti)라는 이름을 내걸고 작은 매장을 열었다. CD 버너 및 컴퓨터 장비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었다. (징동은 이후 약자 ‘JD’로 바뀌었다. 징동이란 이름은 리우의 중국 이름 치앙동(Quangdong)과 당시 여자친구 이름에서 한 글자씩 가져와 조합했다는 소문도 있다.)

초기에는 운영이 어려웠다. 진품 판매를 고집하고 가격 흥정을 하지 않은 까닭에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 나가 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성공은 사업모델을 바꾼 후에야 찾아왔다. 다른 판매자들이 재고를 충분히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챈 리우가 적절한 재고를 확보해 다른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무렵이다. 리우는 저장 공간을 임대했고, 시장을 방문한 고객이 매장에 없는 제품을 문의할 경우 각 매장은 리우에게 제품을 의뢰해 가져갔다.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지금도 JD는 혁신적 중소기업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리우가 재고관리부터 마케팅 캠페인까지, 사업의 모든 측면에서 내밀한 지식까지 모두 알고 있다고 JD 경영진은 입을 모은다. 하늘색 와이셔츠에 갈색 바지를 입고 사원증을 목에 건 편안한 차림새로 인터뷰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억만장자라기보다 본사의 여느 직원과 똑같았다. “리처드는 보기 드문 타입의 기업가다. 전략적이고 과감한 동시에 현실적이고 소박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고 JD의 최고기술책임자 첸 장은 말했다.

JD는 금세 몸집을 키웠다. 2003년 사스(SARS) 바이러스가 동아시아를 강타하면서 공공장소로 나오는 사람의 수가 급격히 줄었다. 리우는 이 때 굳이 매장에 몸을 끌고 가는 것보다 집에서 편안히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년 뒤 그는 자신의 매장에서 판매하는 전자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 쇼핑몰의 배송 서비스는 엉망이었다. 주문 제품이 늦게 도착하거나 망가진 상태로 도착했다는 고객 불만이 이어졌다. 2007년 리우는 JD가 직접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만 성공이 가능하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 결정은 “이후 빠른 성장의 초석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중국 소비자 중에는 ‘신뢰성’ 때문에라도 JD에서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 상하이 인터넷 장비회사 제너럴 매니저 리우 윤강(35)은 JD에서 가전 및 전자제품을 구매하는데 연간 1500달러를 지출한다. 그는 JD 창고에서 유통된 제품이라면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 “타오바오에서 구매한 의류, 전자제품 액세서리, 지포 라이터, 상당수가 짝퉁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JD 매장에서는 짝퉁을 찾아보기 힘들다.”

리우는 추가 투자계획도 세우고 있다. 중국의 대표 대도시에서 유통망을 구축한 JD는 2015년 판매 네트워크를 광활한 내륙지역으로도 넓히기 시작했다. 연말까지 JD는 중국 마을의 거의 절반, 다시 말해 30만 개의 마을로 유통망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딴 지역에서는 드론을 사용해 배송을 하는 실험적 프로그램을 이미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통망을 크게 확대하면 인력도 많이 늘려야 하고,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위험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베이징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중국 전역에서 JD 직원 수천 명이 일하게 된다. 이들이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대도시와 동일한 입소문을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그는 물었다. “이는 향후 경영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대도시에서 내륙으로 확장하며 알리바바와 경쟁
이 뿐만이 아니다. 동일한 소비자 트렌드를 관찰한 이상 경쟁업체들이 마냥 손 놓고 있을 리가 없다. 알리바바 물류 계열사 차이니아오(Cainiao)는 전국적 물류창고 시스템을 구축해서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 물류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으며,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 또한 JD의 배송 효율을 따라잡고 있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전자제품 유통업체 쑤닝(Suning)에 46억 달러를 투자했다. 쑤닝의 광대한 유통 네트워크를 차이니아오가 함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계약 이후 알리바바는 전자 및 가전제품 판매에서 탄력을 받게 됐다. 모두 JD 사업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비즈니스다. (중국 가전제품 판매의 절반이 JD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JD는 말했다.)

그러나 리우는 계속해서 한 발짝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과 가장 자주 만나는 배송직원이 근면한 자세를 유지하며 고객을 최우선 순위로 여기도록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리우는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최고 인재를 유인하기 위해 시장 요율의 2배에 달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유지하는 직원만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심각한 소비자 불만사례가 2건 이상 접수되면 해당 배송직원은 분홍색 쪽지를 받게 된다. “고객을 소중히 대해야 한다고 모든 직원에게 교육 시키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고객 신뢰도를 강화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도 도입했다. 모조품 때문에 브랜드 명성이 손상되는 걸 막기위해 리우는 타오바오와 비슷한 스타일의 JD 오픈마켓 파이파이닷컴(Paipai.com) 운영을 지난해 정지했다. 모조품 근절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내린 결정이다. “모조품은 언제나 우리의 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프리미엄을 부과해서 수익을 내는 사업구조인 만큼 우리에게는 더욱 타격이 크다. 우리 제품 중 짝퉁이 있다면 고객은 더 이상 프리미엄을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JD는 상품 라인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6월에는 식료품 온라인 구매에서 강점을 가진 월마트 중국 온라인 쇼핑몰 이하오디엔(Yihaodian) 경영에도 나설 전망이다. (그에 대한 대가로 월마트는 JD 지분 5%를 가져갔고, 지분은 이후 2배로 늘어났다.) 인기가 높은 월마트 샘스 클럽(Sam’s Club) 또한 JD 온라인 쇼핑몰에 대표 매장을 열었다.

중국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온라인 쇼핑몰을 무섭도록 많이 이용할 거란 사실은 리우에게 희소식이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연매출이 2020년까지 1조1000억 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 엄청난 시장을 가져가기에 지금의 사업 방식이 안성맞춤이라고 확신한다. “타이밍이 좋다”고 그는 말했다. “성장에 더욱 적합한 상태로 진화하고 있다.”

- MICHAEL SCHUM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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