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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현장을 가다 | 스타벅스] 커피를 듣고 보고 마신다

[혁신의 현장을 가다 | 스타벅스] 커피를 듣고 보고 마신다

매혹적인 미래형 커피 전문점에 집중 투자... “스타벅스 커피 열정의 총아이자 미래”
미래형 커피 전문 매장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테이스팅 룸'. 25억원을 투자해 만들었고, 커피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매장이다. / 사진: 스타벅스 제공
미국 시애틀은 세계 커피 매니어의 메카다. 인구 60여 만 명의 작은 항구 도시인 이곳에 1만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카페가 있다. 그 중심엔 미국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스타벅스’가 있다. 1971년 시애틀의 유서 깊은 수산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문을 연 스타벅스 1호점엔 연중 내내 커피 매니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2014년 12월 1호점에서 불과 아홉 블록 떨어진 캐피톨 힐(Capitol Hill)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선보였다. 미래형 커피 전문 매장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테이스팅 룸(Starbucks Reserve Roastery and Tasting Room)’이다. 이런 고급형 매장을 통한 ‘소매 혁신(retail innovation)’에 집중하기 위해 내년 4월 CEO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하워드 슐츠(63) 최고경영자(CEO)는 이 매장을 구상하는 데만 10년의 시간을, 매장 한 곳을 만드는 데 약 25억원을 투입했다. 이곳이 문을 열자 슐츠 회장은 “스타벅스 커피 열정의 총아이자 스타벅스의 미래”라고 했다.
 새로운 매장에서 미래 설계
스타벅스는 1920년대에 지어진 낡은 단층 건물의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내부는 최신 커피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육중한 나무문을 밀고 들어서자 1만5000스퀘어피트(sqft, 약 421평) 규모의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부는 커피 로스팅 시설과 저장고, 커피 바와 식당, 소매점으로 구분돼 있었다.

매장 안에서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대형 솔라리(Solari) 보드였다. 옛날 기차역에서 볼 수 있었던, 달그락 소리를 내며 알파벳을 하나하나 표시하는 이 보드에선 어떤 원두가 누구에 의해 로스팅 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로스팅이 끝난 원두는 매장 위 32피트(약 9.7m) 높이에 설치된 여러 개의 구리 파이프를 따라 저장소나 커피 바로 이동했다. 현장에서 만난 매장 디자이너 리즈 뮐러는 “이곳은 고급 희귀 원두인 스타벅스의 ‘리저브’ 커피콩을 볶고, 커피에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며 즐기는 체험의 현장”이라며 “고객들은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커피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커피 향을 맡으며 커피를 마시고, 직접 원두를 만지는 등 모든 감각을 동원해 최고의 커피를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뮐러는 “슐츠 회장은 구상 단계에서부터 커피에 대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매혹적이고 비현실적인 공간을 그렸다”고 말했다. “커피를 주제로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Willy Wonka Factory)을 영화가 아닌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2016 회계연도 기준 213억 달러(약 24조9955억원)의 매출을 올린 ‘커피 제국’ 스타벅스의 혁신은 이렇게 소비자와의 최접점인 ‘매장’에서 시작된다. 미국 뉴욕에선 익스프레스 매장을 열었다. 주문 후 대기 시간을 줄인 뉴요커 맞춤형 매장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영어 로고를 고집하던 스타벅스가 서울 인사동에 매장을 내면서 한글 간판을 내건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디지털 혁신에도 공을 들인다. 스타벅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인 ‘스타벅스 리워드 앱’의 미국 가입자 수는 1200만 명이 넘는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이 앱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이용자가 많은 결제 앱이다. 지난해 3분기(7~9월) 스타벅스 매출액 40억9011만 달러 가운데 25%(10억300만 달러)가 모바일 결제로 이뤄졌다.

디지털 혁신엔 다른 IT기업들과의 활발한 협력도 포함된다. 카셰어링(차량 공유 서비스)의 대표 주자인 ‘우버’도 스타벅스 리워드 앱에 결합했다. 스타벅스 앱에서 우버 호출 버튼을 누르면 우버 앱으로 연결돼 바로 택시나 리무진을 매장 앞으로 부를 수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초부터 배달 전문 스타트업인 ‘포스트메이츠’와 손잡고 시애틀과 뉴욕에서 커피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앱을 통해 주문하면 배달비 5.99달러가 추가된다.

스타벅스는 또 원격 주문 서비스인 ‘사이렌오더’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매장 방문 전에 미리 스마트폰 앱을 통해 커피를 주문한 후 매장에서 받아가는 사전 주문 서비스다.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시작돼 지난해 5월 미국으로 역수출됐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9월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 출신의 제리 마틴 플리킨저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한 것도 모바일 혁신 강화의 일환이다. 스타벅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케빈 존슨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쥬피터네트웍스 등 IT 업체 출신이다. 슐츠 회장은 “어떤 소매점에서도 해보지 못한 디지털 혁신을 스타벅스 매장에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슐츠 회장은 “고객의 쇼핑 습관이 빠르게 바뀌면서 전통산업인 소매업의 디지털 혁신이 다른 어느 산업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해왔다.
 중국에 해마다 500개 매장 오픈 계획
올 4분기(7~9월) 스타벅스는 기업공개(IPO) 이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8억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아·태 지역 판매액 증가가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스타벅스는 아직까지 커피 불모지나 다름없는 중국에서 5년 간 해마다 500개의 매장을 새로 내겠다는 계획이다. 존 컬버 스타벅스 글로벌 리테일 그룹 사장은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스타벅스 글로벌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고품질 커피에 대한 소비자의 지식이 높아지면서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제3의 물결’이 만들어진 곳”이라고 말했다. 컬버 사장은 “이런 트렌드는 ‘스타벅스 리저브’와 같은 고품질 브랜드 사업을 펼치는 토양이 됐다”고 덧붙였다.

내년 해외 첫 로스터리&테이스팅 룸 매장을 상하이에 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슐츠 회장은 “일부는 중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보지만 나는 중국이 우리의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본다”며 “상하이 테이스팅 룸 개장은 스타벅스의 해외 매장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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