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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여! 창당 서둘러라

실리콘밸리여! 창당 서둘러라

소셜네트워크에 뿌리를 두고 빅데이터 기반으로 정치의 새로운 카테고리 만들어야
정치는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런 생각은 와인에 칼로리가 없다고 믿는 것과 같다.
실리콘밸리에게 미국 정당이 만든 난장판 정치 구조를 새로 짜보자. 지금이다. 억눌렸던 정치적 요구가 지금처럼 폭발한 적도 없다. 이제 모바일, SNS, 클라우드 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위주의 중도 정당을 만들 때가 왔다. 그렇게만 하면 지난 수년간 우버가 온갖 택시 승객을 빨아들인 것보다 더 빨리 가입 요청이 쇄도할 것이다. 2007년 아이폰 출시와 비슷한 현상이 재현될 수도 있다.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은 모두 목 놓아 기다리는 상품이 왜 빨리 공개되지 않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당명은 디지털 인구가 좋아할 이름으로 정하자. 제다이당이나 호그와트당, 아이당(iParty)으로 정하면 좋겠다. 아이슬란드에서 힌트를 얻어 해적당으로 지어도 좋겠다. 어쨌든 역사상 가장 많은 청년 유권자를 끌어올 수 있는 이름으로 짓고, 스냅챗이 그랬던 것처럼 정치 감각이 마비된 부모를 청년층이 끌고 오도록 하자.

생존 가능한 정당을 세우는 일은 너무 어렵고 기존 정당이 뿌리를 내린 상황에서 정치판을 뒤흔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절대 아니다.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는 PC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 유통 네트워크 등 당시 기술산업에서 중요했던 거의 모든 걸 통제했다. 돈은 모두 MS로 모였고, MS는 트럼프가 말한 벽은 아기 울타리처럼 보일 정도로 엄청난 진입 장벽을 세웠다. 그런데 신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의 등장으로 승승장구하던 MS의 힘이 무력화됐다.

5년 전 스타트업 업계가 식품 배달앱에 한창 투자하고 있을 때 정치만큼 복잡한 곳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의료보험이나 금융, 에너지 등 기존 산업을 해체하려는 스타트업이 시작됐고,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이젠 우리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켰다”는 걸 믿게 됐다. 기존의 모든 제도는 데이터와 코드, 네트워크로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그러니까 그만 칭얼대고 공화당과 민주당을 더 구태의연해 보이게 만들자. 이미 쓰러진 거나 다름없으니 밖으로 밀어내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정치는 돈이 안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맙소사’다. 그런 생각은 와인에 칼로리가 없다고 굳게 믿는 것과 다르지 않다. 둘째로, 실리콘밸리가 사업을 통해 제대로 돈을 벌려면 먼저 국가가 안정되고 제정신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셋째, 언제부터 실리콘밸리가 사업모델을 걱정하며 파격적 행보를 망설인 적이 있었던가? 그냥 트위터의 방식대로 가보자.

마크 저커버그와 셰릴 샌드버그, 래리 페이지, 제프 베조스, 마크 베니오프, 빌 게이츠, 팀 쿡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수천만 명의 아이폰 이용자를 순식간에 끌어올 수 있다. 아델의 ‘헬로’ 뮤직비디오는 4일 만에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했다. 아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보다 새로운 정당 가입을 선호할 사람이 많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미국에서만 1억9000만 명이다. 미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페이스북만큼 작은 도당이 비밀경찰에 의존하지 않고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는 지금껏 유례가 없었다.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 세일즈포스, MS, 애플이 있어서 사용자의 모든 움직임과 클릭, 구매, 욕구, 취향 트렌드, 사업계약, 악습관에 대한 정보는 이미 나와 있다. 유권자로부터 지지표를 얻어내려면 어떤 이슈를 먼저 해결할지 정확히 알려주는 데이터도 있고,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 비전통적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파급력도 갖게 됐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벌써부터 창당을 논하는 사람이 있다.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기업가 패트릭 그래디는 캘리포니아 기술 및 정치부문의 주요인사와 만나 현대적 정당을 세우거나 자유당에 실리콘밸리식 사고와 자금을 투입하는 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다. 여러 건의 창업을 성공시킨 전문 창업자 데이브 매니(필자의 형제)는 지난 11월 18일 덴버에서 벤처투자자와 법학자, 전직 정치후보의 모임을 조직했다. 뭔가 분명히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도 논의의 상당수는 샌프란시스코 버번앤브랜치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그럼 참 좋을텐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 정당은 어떻게 창당할까? 당연히 쉽진 않다. 두 개 주요 정당이 스타트업 정당의 어떤 유의미한 도전도 받지 못하도록 선거 및 정부조직 규정이 설계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새로운 정당에 문을 열어주기 위해 규정을 바꿔야 할 당사자가 두 개 정당이란 점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
아무리 스타 파워가 있다 하더라도 특정 개인을 중심으로 설립된 정당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그러나 그래디는 실리콘밸리 정신에 따라 군살 없는 스타트업 방식대로 눈에 띄지 않게 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작고 구체적이고 성취 가능한 목표를 정해야 한다. 큰 정당이 장난으로 치부해 스타트업 정당을 견제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될 때까지 반복한다면 당원 참여가 증가할 것이다. 그럼 시장을 넓혀서 주 선거에 참여하고 상원에도 진출한다. 이 과정에서 더 큰 목적을 위한 거라 굳게 믿어야 한다. “제3의 정당이 갖는 BHAG(Big, Hairy, Audacious Goal: 크고 대담하며 도전적인 목표)를 처음부터 분명한 마케팅 메시지로 내세워야 미국인의 절대 다수에게 가장 중요하고 유의미한 정당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그래디는 덧붙였다.

처음부터 대선에서 이기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웹밴(Webvan)의 전설적 실패를 답보할 수도 있다. 당시 웹밴은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8억 달러를 투자해 식료품 배달 인프라를 구축했다가 사업이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파산했다. “경험상 실리콘밸리 사람과 프로 정치인 대부분은 정치 체계를 뒤흔들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새로운 정당이라고? 그럼 누구를 대선 후보로 내세울 건가’를 가장 먼저 물어본다. 이는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 1호점 개장을 위해 자금을 모을 때 2만4000호는 어디에다 개장할지 묻는 것과도 같다.

내가 공동저술한 책 ‘Play Bigger’에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가장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과 정면 대립하는 걸 피하고 시장의 경계를 새로 만들어 간다. 우버는 더 나은 택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식으로 마케팅하지 않았다. 온디맨드형 교통 서비스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가겠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에어비앤비는 호텔과 겨루려 하지 않고 개인화된 숙박업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아이당도 같은 일을 해야 한다. 소셜네트워크에 뿌리를 두고 엄청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치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다른 두 정당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될 수 없는 존재가 돼야 한다.

플랫폼은 무엇으로 하나? 데이터가 알려줄 것이다. 플랫폼은 이제 새로운 정치 카테고리를 정의하는 요소가 될지 모른다. 정당의 어젠다는 로비스트나 후원자, 이익단체가 정하지 않고 데이터에 따라 정한다. 데이터는 당원들에게 직접 얻기 때문에 정당은 실질적으로 당원의 요구와 필요를 대표하게 된다.

아무리 스타 파워가 있다 하더라도 특정 개인을 중심으로 설립된 정당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로스 페로와 존 앤더슨, 테디 루스벨트 모두 대선 진출을 계기로 제3의 정당 설립을 시도했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스타트업 정당으로 시작해 정치적 힘을 얻게 된 정당은 1854년 앨븐 보베이가 위스콘신 주 리펀에서 세운 공화당이 역사상 유일하다. 새로운 기술 정당을 이끌 사람으로 브랜드 가치를 지닌 마르코 루비오와 마틴 오말리 등을 내세울 필요도 없다. 당선될 정도로 충분한 지지자를 모을 수 있다는 점만 입증하면 루비오나 오말리 같은 정치인이 저절로 찾아와 문을 노크할 것이다.

바닥을 향해 달려갔던 이번 대선이 얼마 전 끝났고 승자는 도널드 트럼프로 결정됐다. 이것만으로도 지금이 행동에 옮길 때라는 확신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피터 틸이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기술산업에서 새로운 정치 실세가 됐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틸은 언제나 여러 수를 내다보고 계획을 짜는 사람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틸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셈인가?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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