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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의 마스터

모바일 게임의 마스터

온라인 게임 사업으로 가장 최근 한국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을 만났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사업에 뛰어든 그는 다른 IT 억만장자와 구분되는 남다른 기질을 가진 기업가다.한국 최대 모바일 게임업체 넷마블(Netmarble)은 설립자 방준혁(47)을 스티브 잡스에 비유한다. 미디어에서도 좋아하는 이야기 구조이기도 하다. 두 남자 모두 자신이 시작한 회사를 떠났고 (잡스와 달리 방준혁의 경우는 건강 악화가 원인) 이후 회사는 붕괴 직전까지 갔다. 중환자 처지가 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둘 다 회사로 복귀했고, 이후 눈부신 부활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닮았다.

비교가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넷마블이 성공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며, 방 의장은 거대한 게임업체의 맨 꼭대기에 앉아 있다. 넷마블이 보유한 게임 '마블 퓨처파이트(Marvel Future Fight)'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등의 수퍼 히어로가 나오는 롤플레잉 액션 게임으로, 2015년 4월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5000만 회가 넘게 다운로드 됐으며,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118개국에서 상위 10위 안에 랭크됐다. iOS와 구글 플레이 마켓의 앱 판매율을 조사하는 앱 애니(App Annie)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넷마블은 전세계 앱 매출에서 8위에 올랐다.
 순자산 10억 달러로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
덕분에 서울에 있는 넷마블 수입액은 그 해 9개월 동안 39%나 급증해 8억9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억5200만 달러로 올랐다. 2015년 수입은 총 9억 49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순수입은 1억4900만 달러로 2014년 대비 300%나 뛰어올랐다. 덕분에 엔씨소프트(NCSoft)를 추월한 넷마블은 오랫동안 시장 1위를 지켜온 넥슨(Nexon)의 뒤를 이어 2위가 됐다. 회사 지분 32%를 보유한 방 의장은 포브스 아시아가 평가한 순자산이 10억 달러로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힘을 얻은 방 의장은 고등학교 중퇴 학력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서구시장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지난 6월에는 서구 게임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 LA에서 개최된 연례 E3 게이밍 엑스포에 참여했다. 그리고 마이스페이스 공동창업자이자 LA에 사를 둔 모바일 게임업체 잼 시티(Jam City, 이전 사명은 SGN 게임즈) CEO 크리스 드울프(Chris DeWolfe)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지난해 1억 3000만 달러를 잼시티에 투자한 넷마블은 현재 잼시티 대주주로 있다.

잼시티 인수는 방 의장의 야심을 향한 첫 걸음으로 보인다. 방 의장은 내년 초 한국증권거래소 상장을 발표했다. 포브스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모집한 자본을 미국 시장을 겨냥한 모바일 게임업체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캐주얼 게임 및 소셜 카지노 게임으로 넷마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한국 언론은 넷마블의 기업가치를 최대 85억 달러로까지 추산한다. 이에 대해 방 의장의 반응은 ‘노코멘트’였다. 넷마블은 방 의장이 상장 이후 보유지분을 현재의 32%에서 최소 24%로 낮출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그의 보유지분 중 어느 정도가 상장 이후 시장에 풀릴 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절했다.

한국 게임산업의 최고 부호들은 명문대에서 컴퓨터과학이나 소프트웨어공학을 전공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방 의장은 예외다. 그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서울 중심가에서 벗어난 가리봉동에서 가난하게 자랐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중퇴했다. 시험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무조건 암기만 하는 한국의 경직된 교육제도에 환멸을 느꼈다고 한다.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해 깊숙이 배우고 싶어서 그랬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1990년대 말에 온라인 영화콘텐트 서비스로 첫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는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가 아직 초기단계에 있었고, 접속 속도가 느렸다. 그는 2년 만에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콘텐트가 좋아야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방 의장은 게임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에는 정부 주도로 인터넷 인프라의 대대적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면서 온라인 게임이 꽃을 피우기 시작할 때였다. 19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 비틀거리던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IT 산업에 지원을 집중할 때였다. 투자자로부터 8만8000달러를 모집하고 직원 8명을 고용한 그는 2000년 넷마블을 창업했다. 여성과 10대 청소년을 주요 대상으로 한 캐주얼 게임업체였다.
 CJ와 합병 뒤 건강 문제로 퇴진하는 아픔도
3년이 지난 후, 사업 확대 자본을 모집하기 위해 그는 영화 콘텐트 사업을 하는 플래너스 엔터테인먼트(Planus Entertainment)와 업계에서 보기 드문 계약을 체결했다. 넷마블이 그 해 말까지 440만 달러를 순수익으로 거두지 못하면 방 의장의 플래너스 보유지분 49% 중 일부를 돌려주고, 그 정도의 순수익을 거두면 이후 추가로 벌어들인 수익의 30%를 플래너스가 넷마블에게 지불한다는 조건이었다. 계약 이후 작업에 착수한 방 의장은 플래너스의 퍼블리싱 모델을 게임 사업에 적용했다. 다른 회사가 개발한 게임을 가져와 마케팅과 배급, 퍼블리시티를 비롯한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며 판매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였다. 당시만 해도 흔치 않은 획기적 사업 방식이었다. 넷마블은 다운로드를 무료로 해주고 플레이어의 기록을 높이기 위해 더 나은 무기 등의 아이템을 게임 중 구매하는 부분유료(free to play) 모델을 가장 먼저 시도한 업체이기도 하다. 이 모델을 도입한 그 해 말, 넷마블의 순수익은 1400만 달러에 달했다. 곧 있어 플래너스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한 것은 물론이다.

넷마블의 성공으로 많은 대기업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CJ그룹이다. 2004년 방 의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만남을 가졌고, 합병에 합의했다. 합병으로 넷마블의 사명은 CJ 인터넷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사업을 확장할 좋은 기회임을 깨달았다”고 방 의장은 말했다. “직원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정말 그랬다. “건물이 멋진 걸로 유명한 CJ 신사옥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이름도 CJ 인터넷으로 바꾸니까 우리 직원들이 갑자기 결혼하기 시작했다.”

방 의장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슈팅게임 넥슨의 서든어택을 서비스하는 계약 체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제 막 싹을 틔운 모바일 시장에 들어간다는 중요한 결정도 내렸다. 그러나 거침 없는 질주에는 대가가 있었다. 2006년 방 의장은 건강이 악화돼 모든 권한을 CJ에 일임하고 회사를 떠났다. “거의 쉬지 않고 일했다…. 너무 지쳤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게임산업을 떠나 5년간의 공백을 가졌다. 그저 수동적 투자자로 주식 거래를 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방 의장은 휴식 기간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게임회사를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었다. “휴식 3년 차에 접어들면서 게임사업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CJ에서 회사가 심각한 상황에 처했으니 와서 도와줄 수 있겠냐는 부탁이 왔다.”

넷마블 자체 평가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CJ 인터넷이 개발하거나 퍼블리싱한 32개 게임 중 대부분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었다.” 게임산업 경험이 없는 CEO가 사업을 총괄했고, 회사는 새로운 트렌드를 재빨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회사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넥슨의 서든어택 서비스권도 빼앗겼다.
 복귀한 뒤 스마트폰 게임시장 공략해 성공
회사로 돌아온 방 의장은 이미 포화된 PC 게임시장을 떠나 스마트폰 게임시장으로 공략 대상을 바꾸었다. 한국에서 스마트폰 배급이 빠르게 확대되는 걸 본 그는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문화가 시작되겠다. 단순한 전화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퓨리서치 조사를 보면 현재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무려 88%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2014년 중국 최대의 인터넷 기업 텐센트에서는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확대를 위해 5억 달러를 내고 지분 28%를 가져갔다. (현재 보유율이 25%가 조금 넘는 텐센트는 3번째 대주주로 있다. CJ 자회사 CJ E&M의 지분이 31%, 라이벌 엔씨소프트의 지분이 10%다.) 수입의 거의 대부분을 앱에서 얻고 있는 상황에서 방 의장은 “마음 속에 온통 모바일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중이다. 게임 카테고리가 전세계 수입 및 다운로드 기준 1위를 차지하는 앱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의 성숙률이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신규 게임이 성장 포화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지난해 60% 감소했다. 1년 전만 해도 평균 50주였던 시간이 17주를 갓 넘기는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앱 애니는 보고했다. 3년 전만 해도 이 기간은 10배가 길었다. “게임 출시 이후 신규 다운로드 수가 뜸해지기 시작할 때까지 이제는 4개월 정도가 걸린다. 성공을 하려면 개발 사이클을 빨리 돌리고 지속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고 앱 애니는 설명했다. “대형 퍼블리싱 업체들이 새로운 게임을 배급하자마자 히트 작품을 내놓는 새로운 퍼블리싱 업체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시장 파편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방 의장은 상장을 통해 극복하려 한다. “시장의 메이저 업체로 성장하고자 한다…. 글로벌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서 새로운 게임 개발을 확보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아시아에서의 성공을 넘어 미국에서 승부를 보겠다. 미국에서 성공한다면 서구시장 전체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 GRACE CHUNG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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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게임의 전설: 온라인 게임에서 한국 최고 부호 순위에 포함된 기업인은 방준혁 이외에도 6명이 있다. 6년 전만 하더라도 온라인 게임에서 억만장자는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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