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해외 진출 가이드 | 일본] ‘일점(一点) 호화 소비’ 깐깐해진 日 소비자
[2017 해외 진출 가이드 | 일본] ‘일점(一点) 호화 소비’ 깐깐해진 日 소비자
대규모 부양책·구조개혁에서 수출 길 찾아야... 70대 진입한 단카이 세대 관련 산업에 주목 일본은 기회와 위기가 상존하는 수출시장이다. 뿌리 깊은 자국 제품 선호 심리와 시한폭탄 같은 한·일 관계는 언제 수출 기업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베 신조 내각이 인프라 확충과 내수 부양책에 시동을 걸었고,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로 경기 회복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구조개혁 정책과 엔고 등 대외 경제 여건도 수출에 우호적이다. 비록 평균 연령 46.5세에 접어든 초고령 사회지만 여전히 내수 기반은 튼튼하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일본 수출에 이점이 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2시간, 부산에서 배로 2시간 30분이면 국내총생산(GDP) 4조1200억 달러(약 4851조원) 규모의 거대 시장에 닿을 수 있다. 중국·대만 등 수출 경합국에 비해 지리적으로 가까워 물류비가 저렴하고 오랜 기간의 무역 거래 덕에 산·학·관 등 분야에서 협력 관계가 조성돼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소비자들이라지만 한국 제품에 친숙하며 비교적 신뢰하는 편이다.
일본 경제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은 강력한 경기부양책이다. 아베 신조 내각은 지난해 6월 ‘일본 재흥(再興) 전략 JAPAN is BACK’이라는 성장 전략을 세웠다. 4차 산업혁명과 건강·환경 등 10개 분야에 올해에만 28조1000억 엔(약 290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2012년 말 집권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주목할 점은 내수 경기 부양이다. 단순 인프라 투자와 함께 사회·경제 구조개혁에도 대규모 재정을 집행한다. 노인과 여성까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1억 명 총 활약 사회’를 실현하는 데 3조 5000억 엔을 쏟아 붓는다.
세부적으로는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 수준으로 올리고, 탁아소에 지원책을 펼쳐 국가가 육아를 일부 책임진다.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배우자를 둔 전업 주부를 일터로 유도하기 위해 세금 공제 혜택도 축소할 계획이다. 노인의 연령도 현행 65세에서 70대 중반으로 늘려 명예퇴직 시점도 늦춘다. 더불어 야근을 막기 위한 근로 인터벌 제도 등도 도입한다. 일본 정부는 낮은 임금 구조와 야근·주말 출근 등 과도한 업무량이 생산성 후퇴와 인구 감소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가계의 소득을 늘리고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기업에 기댄 낙수형 경제 성장에서 벗어나 소득 주도형 성장 체제로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남녀의 근로·육아 분배와 65세 정년이라는 굳어진 관행을 깨겠다는 것이다.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의 시대 ‘인구감소-내수위축-기업경기 부진’의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는 차원에서다. 더불어 기업에도 임금 인상과 설비 투자, 인수·합병(M&A), 기술 혁신에 350조 엔 규모의 유보금을 사용해 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다만, 일본의 가계 소득이 늘고 소비시장이 개선됐다는 판단은 아직 섣부르다.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일본 도쿄증시1부에 상장된 기업 이익은 2013년 1분기 20조5000억 엔에서 2016년 1분기 33조6000억 엔으로 63.9% 급증했다. 그러나 가계의 실질임금 지수는 2010년 100에서 2015년 99.2로, 소비수준지수 역시 같은 기간 100에서 95.3으로 뒷걸음질쳤다. 일본 정부의 구조개혁이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내수가 다시 살아나는 시기를 신중히 가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산업 측면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사물인터넷(IoT)의 촉진을 추진하고 있다. 1차적으로 간병·육아 등 앞으로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서 인공지능(AI)·로봇 기술 등을 도입해 보육·간병 담당자의 노동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더불어 IoT 비즈니스를 확대한다. 노후한 생산 설비를 스마트 팩토리 등 첨단 설비로 교체하는 한편 와이파이 환경 정비를 통한 온라인 인프라 강화에 나선다. 또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 시대에 대비해 방일 관광객 카드 결제망 확충 등 시스템 선진화에 나선다.
일본 가계의 소득·여가시간 증가와 함께 IoT에 기반한 물류 시스템이 구축되면 일본 내수 시장에 수출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기업은 온라인 분야에 강점이 있어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일본의 온라인 마켓은 이제 성장기에 들어섰다. 일본의 B2C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0년 7조8000억 엔에서, 2015년 13조8000억 엔으로 성장했다. 2021년에는 25조6000억 엔 규모로 2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소비재 수출보다는 한국의 IT 기술 경쟁력을 앞세우는 전략이 유효할 수도 있다. 보안 및 디지털 시스템 구축, 웹디자인 등 IT 기술 수출을 염두에 둘만 하다. 김정철 무역협회 도쿄 지부 부장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 일본의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응답이 우세했다”며 “과거 삼성전자 등 가전제품 수출이 많았던 데 비해 최근 추세는 IT·의료 관련 기업의 일본 진출이 활발하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1947~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덩어리) 세대가 70대에 접어든 점은 일본 소비시장의 변화를 예고한다. 약 806만 명에 달하는 이들 세대는 1970~80년대 경제 호황기를 누린데다 연차가 쌓일수록 급여를 많이 받는 연공서열제의 혜택을 입어 경제적으로 풍족하다. 일본의 소비시장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여행·레저 관련 소비가 증가한 것도 단카이 세대가 은퇴 러시를 펼친 영향이다. 퇴직금만 50조~80조 엔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 세대가 고령층으로 접어들면서 간병 등 실버 산업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단카이 세대가 지난 10년간 중심 소비 계층으로 성장했고, 장기 불황에서 비롯된 ‘일점(一点) 호화 소비’ 성향도 최근 일본 소비시장의 특징이다. 일점 호화 소비란 일반 소비재는 저렴한 것을, 가방·의류 등 가치재는 비싼 것을 구매하는 성향을 말한다. 노무라연구소의 ‘2015년 소비자 1만 명 앙케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렴한 소비를 중시한다는 응답은 2006년 32%에서 24%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프리미엄 소비는 같은 기간 19%에서 22%로 늘었다. 또 가격보다는 제품의 편리성을 중시한다는 응답도 36%에서 43%로 크게 늘었다.
이세경 코트라 도쿄무역관 과장은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제품에 대한 요구 사항이 적어지고, 다소 고가라도 개의치 않는 경향이 높다. 맞벌이, 고소득 가정일수록 이런 성향은 강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로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 기회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개최로 8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2015년 25조 엔인 외국인 관광객 소비액은 2020년 29조 엔, 2030년 37조 엔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올림픽에 발맞춰 항만·항공 등 물류 시스템의 현대화도 예고하고 있다. 대형 크루즈 선박 수용, 물류 네트워크 강화, 항만 정비, 공항 기능 강화, 리니어 중앙 신칸센 전선 개통을 앞당긴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따른 건설 자재 수출 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도쿄올림픽 개최로 2018년부터 초박형TV를 중심으로 완제품과 메모리반도체 등 부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 기업 홍하이가 샤프를, 중국 하이얼이 산요전기 가전부분을 인수함에 따라 TV 시장의 구조조정이 진행된 점은 국내 기업에는 호재다.
당분간 엔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엔화 강세는 한국 수출 기업에는 호재다. 엔화 값이 오르면 일본 기업들이 비싼 엔화를 무기로 해외 조달을 확대할 수 있어서다. 이에 완성차 제조사들은 물론 미쓰비시·도시바 등 대기업들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해외 조달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일본 기업의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해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가 심했다. 기업 실적 악화로 해외 조달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과거 엔화 강세 때마다 부품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한국의 대일 수출은 호조를 보였다. 대일 수출액이 1985년 45억 달러에서 88년 120억 달러로, 90년 126억 달러에서 95년 170억 달러로 불어난 것도 엔고 덕분이었다. 미즈호은행은 올 상반기 엔·달러 환율을 달러당 92~102엔으로,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일본종합연구소는 94~105엔으로 점치고 있다.
다만 한국의 일본 주력 수출품인 전자부품과 석유화학 제품 등은 저유가와 미국·중국·대만 등과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자직접회로의 경우 한국의 수출 점유율은 7.7%로 대만(48.2%)과 미국(18.9%)에 크게 뒤처지며, 중국(6.9%)의 격렬한 추격에 쫓기고 있다. 김 부장은 “일본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고 장기 거래로 계약이 쉽게 끊기지 않겠지만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입 규제 동향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로 농수산물에 국한됐던 수입 규제가 여타 산업으로 퍼지지 않을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수산물의 경우 일본은 자국 어업 및 가공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 쿼터제도를 두고 있다. 김·오징어 등 17개 품목에 금액과 수량 제한을 두고 있어 수출에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 농기자재 업계의 경우 고질적인 담합 구조로 유명하다. 일본의 농자재 업계는 정부의 지원금을 중심으로 업체 간 담합 구조가 공고하게 형성돼 있다. 제품의 질·가격과는 별도로 거래 관계가 고착돼 있다는 지적이다. 가죽류 제품의 경우도 관세할당제를 운영하고 있어 수입 가죽품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한국이 블루오션으로 생각하는 의약품의 경우도 수입업체를 상대로 한 중복 검사 등으로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일경 코트라 일본지역본부 과장은 “보수적인 일본 시장을 뚫으려면 납품 업체와의 네트워킹 강화, 다각적인 가격 경쟁력 확보, 인지도 축적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일본 수출 유망 분야로는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부품, 실버, 미용, 식품, 재생에너지, 의료 등이 꼽힌다. 일본은 지난해 4차 산업혁명의 4대 분야로 IoT·빅데이터·인공지능(AI)·로봇을 꼽았다.
2020년까지 30조 엔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IoT는 33%, 핀테크는 76%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한국이 일본보다 경쟁력이 앞선 분야로 시스템·보안 등 솔루션 개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은 IoT를 금융시스템과 산업 현장을 넘어 의료·간병 등 일반 생활 분야로 확대하는 ‘연결 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연결 경제를 필두로 한 IoT 비즈니스는 센서와 단말기·클라우드·빅데이터·AI 등 분야로 이어져 있어 관련 제품 판매도 늘어날 관측이다. 일본이 정부와 대기업 주도로 이 분야를 육성하고 있어 현지 파트너 등을 통한 시장 진입이 필요해 보인다.
자동차 부품은 도요타·닛산·미쓰비시·스즈키 등 주요 완성차 업체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 내수 판매는 더딘 데 비해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현지에서 조달해 생산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취하고 있다. 이에 동남아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함으로써 조달 실적을 늘려 일본 기업에 직접 수출할 기회를 확보할 수도 있다.
2025년 107조6000억 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실버산업도 수출 기회가 많아 보인다. 1940~50년대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고령화로 건강 음료 등 간병 관련 식품과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또 일본은 아직 임플란트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구강 의료와 치과 위생용 제품의 판매 확대도 기대된다. 또 남성용 화장품과 친환경·편리성·기능성 화장품 등 미용산업도 유망하다. 일본의 미용 수요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방일 관광객 증가로 한국 제품의 높은 경쟁력을 시험해 볼 수 있다.
식품의 경우도 외식보다는 간편 조리를 추구하는 추세에 맞춰 건강식을 중심으로 한 가공 식품의 수출 확대 가능성도 열려있다. 특히 미용에 좋은 먹는 코코넛·아보카드 오일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 일본의 그린에너지 정책의 영향으로 가스터빈과 열교환기 등 전력관련 장비와 부품 수출 기회도 넓어질 수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에 발맞춰 항암제 등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분야와 의료 장비 수출도 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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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리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일본 수출에 이점이 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2시간, 부산에서 배로 2시간 30분이면 국내총생산(GDP) 4조1200억 달러(약 4851조원) 규모의 거대 시장에 닿을 수 있다. 중국·대만 등 수출 경합국에 비해 지리적으로 가까워 물류비가 저렴하고 오랜 기간의 무역 거래 덕에 산·학·관 등 분야에서 협력 관계가 조성돼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소비자들이라지만 한국 제품에 친숙하며 비교적 신뢰하는 편이다.
일본 경제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은 강력한 경기부양책이다. 아베 신조 내각은 지난해 6월 ‘일본 재흥(再興) 전략 JAPAN is BACK’이라는 성장 전략을 세웠다. 4차 산업혁명과 건강·환경 등 10개 분야에 올해에만 28조1000억 엔(약 290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2012년 말 집권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주목할 점은 내수 경기 부양이다. 단순 인프라 투자와 함께 사회·경제 구조개혁에도 대규모 재정을 집행한다. 노인과 여성까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1억 명 총 활약 사회’를 실현하는 데 3조 5000억 엔을 쏟아 붓는다.
세부적으로는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 수준으로 올리고, 탁아소에 지원책을 펼쳐 국가가 육아를 일부 책임진다.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배우자를 둔 전업 주부를 일터로 유도하기 위해 세금 공제 혜택도 축소할 계획이다. 노인의 연령도 현행 65세에서 70대 중반으로 늘려 명예퇴직 시점도 늦춘다. 더불어 야근을 막기 위한 근로 인터벌 제도 등도 도입한다.
낙수 효과 버리고 소득 주도 성장
다만, 일본의 가계 소득이 늘고 소비시장이 개선됐다는 판단은 아직 섣부르다.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일본 도쿄증시1부에 상장된 기업 이익은 2013년 1분기 20조5000억 엔에서 2016년 1분기 33조6000억 엔으로 63.9% 급증했다. 그러나 가계의 실질임금 지수는 2010년 100에서 2015년 99.2로, 소비수준지수 역시 같은 기간 100에서 95.3으로 뒷걸음질쳤다. 일본 정부의 구조개혁이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내수가 다시 살아나는 시기를 신중히 가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산업 측면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사물인터넷(IoT)의 촉진을 추진하고 있다. 1차적으로 간병·육아 등 앞으로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서 인공지능(AI)·로봇 기술 등을 도입해 보육·간병 담당자의 노동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더불어 IoT 비즈니스를 확대한다. 노후한 생산 설비를 스마트 팩토리 등 첨단 설비로 교체하는 한편 와이파이 환경 정비를 통한 온라인 인프라 강화에 나선다. 또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 시대에 대비해 방일 관광객 카드 결제망 확충 등 시스템 선진화에 나선다.
일본 가계의 소득·여가시간 증가와 함께 IoT에 기반한 물류 시스템이 구축되면 일본 내수 시장에 수출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기업은 온라인 분야에 강점이 있어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일본의 온라인 마켓은 이제 성장기에 들어섰다. 일본의 B2C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0년 7조8000억 엔에서, 2015년 13조8000억 엔으로 성장했다. 2021년에는 25조6000억 엔 규모로 2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소비재 수출보다는 한국의 IT 기술 경쟁력을 앞세우는 전략이 유효할 수도 있다. 보안 및 디지털 시스템 구축, 웹디자인 등 IT 기술 수출을 염두에 둘만 하다. 김정철 무역협회 도쿄 지부 부장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 일본의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응답이 우세했다”며 “과거 삼성전자 등 가전제품 수출이 많았던 데 비해 최근 추세는 IT·의료 관련 기업의 일본 진출이 활발하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1947~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덩어리) 세대가 70대에 접어든 점은 일본 소비시장의 변화를 예고한다. 약 806만 명에 달하는 이들 세대는 1970~80년대 경제 호황기를 누린데다 연차가 쌓일수록 급여를 많이 받는 연공서열제의 혜택을 입어 경제적으로 풍족하다. 일본의 소비시장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여행·레저 관련 소비가 증가한 것도 단카이 세대가 은퇴 러시를 펼친 영향이다. 퇴직금만 50조~80조 엔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 세대가 고령층으로 접어들면서 간병 등 실버 산업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도쿄올림픽 특수 반사 이익 기대
이세경 코트라 도쿄무역관 과장은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제품에 대한 요구 사항이 적어지고, 다소 고가라도 개의치 않는 경향이 높다. 맞벌이, 고소득 가정일수록 이런 성향은 강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로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 기회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개최로 8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2015년 25조 엔인 외국인 관광객 소비액은 2020년 29조 엔, 2030년 37조 엔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올림픽에 발맞춰 항만·항공 등 물류 시스템의 현대화도 예고하고 있다. 대형 크루즈 선박 수용, 물류 네트워크 강화, 항만 정비, 공항 기능 강화, 리니어 중앙 신칸센 전선 개통을 앞당긴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따른 건설 자재 수출 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도쿄올림픽 개최로 2018년부터 초박형TV를 중심으로 완제품과 메모리반도체 등 부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 기업 홍하이가 샤프를, 중국 하이얼이 산요전기 가전부분을 인수함에 따라 TV 시장의 구조조정이 진행된 점은 국내 기업에는 호재다.
당분간 엔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엔화 강세는 한국 수출 기업에는 호재다. 엔화 값이 오르면 일본 기업들이 비싼 엔화를 무기로 해외 조달을 확대할 수 있어서다. 이에 완성차 제조사들은 물론 미쓰비시·도시바 등 대기업들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해외 조달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일본 기업의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해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가 심했다. 기업 실적 악화로 해외 조달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과거 엔화 강세 때마다 부품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한국의 대일 수출은 호조를 보였다. 대일 수출액이 1985년 45억 달러에서 88년 120억 달러로, 90년 126억 달러에서 95년 170억 달러로 불어난 것도 엔고 덕분이었다. 미즈호은행은 올 상반기 엔·달러 환율을 달러당 92~102엔으로,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일본종합연구소는 94~105엔으로 점치고 있다.
다만 한국의 일본 주력 수출품인 전자부품과 석유화학 제품 등은 저유가와 미국·중국·대만 등과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자직접회로의 경우 한국의 수출 점유율은 7.7%로 대만(48.2%)과 미국(18.9%)에 크게 뒤처지며, 중국(6.9%)의 격렬한 추격에 쫓기고 있다. 김 부장은 “일본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고 장기 거래로 계약이 쉽게 끊기지 않겠지만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입 규제 동향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로 농수산물에 국한됐던 수입 규제가 여타 산업으로 퍼지지 않을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수산물의 경우 일본은 자국 어업 및 가공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 쿼터제도를 두고 있다. 김·오징어 등 17개 품목에 금액과 수량 제한을 두고 있어 수출에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 농기자재 업계의 경우 고질적인 담합 구조로 유명하다. 일본의 농자재 업계는 정부의 지원금을 중심으로 업체 간 담합 구조가 공고하게 형성돼 있다. 제품의 질·가격과는 별도로 거래 관계가 고착돼 있다는 지적이다. 가죽류 제품의 경우도 관세할당제를 운영하고 있어 수입 가죽품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한국이 블루오션으로 생각하는 의약품의 경우도 수입업체를 상대로 한 중복 검사 등으로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일경 코트라 일본지역본부 과장은 “보수적인 일본 시장을 뚫으려면 납품 업체와의 네트워킹 강화, 다각적인 가격 경쟁력 확보, 인지도 축적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스기사] 일본 수출 유망 품목은 | 사물인터넷 연관 산업, 실버산업에 기회 많아
2020년까지 30조 엔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IoT는 33%, 핀테크는 76%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한국이 일본보다 경쟁력이 앞선 분야로 시스템·보안 등 솔루션 개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은 IoT를 금융시스템과 산업 현장을 넘어 의료·간병 등 일반 생활 분야로 확대하는 ‘연결 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연결 경제를 필두로 한 IoT 비즈니스는 센서와 단말기·클라우드·빅데이터·AI 등 분야로 이어져 있어 관련 제품 판매도 늘어날 관측이다. 일본이 정부와 대기업 주도로 이 분야를 육성하고 있어 현지 파트너 등을 통한 시장 진입이 필요해 보인다.
자동차 부품은 도요타·닛산·미쓰비시·스즈키 등 주요 완성차 업체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 내수 판매는 더딘 데 비해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현지에서 조달해 생산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취하고 있다. 이에 동남아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함으로써 조달 실적을 늘려 일본 기업에 직접 수출할 기회를 확보할 수도 있다.
2025년 107조6000억 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실버산업도 수출 기회가 많아 보인다. 1940~50년대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고령화로 건강 음료 등 간병 관련 식품과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또 일본은 아직 임플란트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구강 의료와 치과 위생용 제품의 판매 확대도 기대된다. 또 남성용 화장품과 친환경·편리성·기능성 화장품 등 미용산업도 유망하다. 일본의 미용 수요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방일 관광객 증가로 한국 제품의 높은 경쟁력을 시험해 볼 수 있다.
식품의 경우도 외식보다는 간편 조리를 추구하는 추세에 맞춰 건강식을 중심으로 한 가공 식품의 수출 확대 가능성도 열려있다. 특히 미용에 좋은 먹는 코코넛·아보카드 오일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 일본의 그린에너지 정책의 영향으로 가스터빈과 열교환기 등 전력관련 장비와 부품 수출 기회도 넓어질 수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에 발맞춰 항암제 등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분야와 의료 장비 수출도 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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