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줄어드는 골프장 밖 수입] 배보다 배꼽이 컸던 화려한 날은 가고~
[점점 줄어드는 골프장 밖 수입] 배보다 배꼽이 컸던 화려한 날은 가고~
타이거 우즈 이후 브랜드 후원 계약금 폭등... 시장 위축되자 대박 계약도 시들 골프는 스포츠 마케팅 분야의 꽃이다. 소비자가 직접 즐기는 생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골프장·용품·패션·투어 등 연관되는 분야가 많고 경제적으로 중상류층을 대상으로 하기에 광고 효과도 높다. 그래서인지 선수들, 특히 톱 프로는 필드 안에서 버는 상금보다 밖에서 더 큰 수입을 올린다.
골프 전문 월간지 [골프다이제스트]가 최근 발표한 ‘2016년 골프 선수 수입 랭킹 50’ 리스트를 보면 상위권 10명 중 8명은 코스 안에서보다 밖에서 더 많이 벌었다. 로리 매킬로이는 4951만4505달러(약 584억원)를 벌어 가장 많은 수입을 올렸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상금으로 1751만4505달러를 벌었고, 상금 외 수입으로는 3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코스 안에서 버는 돈의 두 배를 골프장 밖에서 벌어들였다. 지난 2012년 나이키와 10년간 2억5000만달러(2895억원)에 계약했다. 그는 보스 헤드폰을 끼고 연습하며, 오메가 시계 모델이다.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스포츠로부터도 후원금이 들어온다.
재밌는 사실은 지난해 한 번의 샷도 하지 않고 9월 말에 86세로 세상을 떠난 아놀드 파머가 상금 외 수입으로만 4000만 달러(470억원)를 벌어 수입 2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잭 니클라우스도 설계 로얄티 등으로 2000만 달러를 벌어 수입 6위에 올랐다. 47세의 필 미켈슨은 코스 안에서는 426만 달러를 벌었지만, 밖에서는 8배에 가까운 3350만 달러를 벌어 수입 3위에 올랐다. 타이거 우즈는 2009년 말 섹스 스캔들 이후 중요한 스폰서들이 떨어져 나가고 부상으로 수술실에 있을 때도 수입은 정상을 지키다가 2015년에야 조던 스피스와 미켈슨에 이어 수입 3위로 내려앉았고, 이번에는 미켈슨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우즈는 지난해 말 이벤트 대회인 히어로월드챌린지에만 출전해 코스에서는 10만 7000달러 수입에 그쳤다. 그러나 계약금, 코스 설계 등 골프장 밖에서는 3450만 달러를 벌었다. 우즈는 지난 21년의 프로 활동기간에 총 14억5453만9473달러(약 1조7130억원)를 벌었다. 1996년부터 계산하면 코스에서는 약 1억5649만를 벌었고, 코스 밖에서는 나이키 등 계약금으로 12억9805만 달러를 벌었다. 우즈의 통산 수입을 들여다 보면 코스에서 번 돈의 10배 가량을 코스 밖에서 수확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가진 역대 스포츠인 최고 수입마저 조만간 경신할 태세다.
2015년에 최고 수익을 올렸던 스피스는 지난해 수입 3040만3470달러(약 357억원)로 5위다. 코스 안에서는 640만 달러를 벌었으나 밖에서는 언더아머, 코카콜라 등의 후원 계약금으로 상금의 4배인 24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스피스가 수입 선두에서 5위로 떨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2015년에는 페덱스컵에서 우승하며 1000만 달러를 보너스로 받았지만, 지난해는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어 상금액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가 신규 후원사가 되면서 전년도보다 400만 달러 후원금이 더 늘었지만 말이다.
지난해 정규 대회 상금액 순위에서 1위였던 더스틴 존슨은 코스 안에서 번 돈(1266만 달러)이 코스 밖(710만 달러)보다 많은 선수다. 존슨은 코스 안팎에서 1976만4185달러로 7위, 세계 골프랭킹 1위 제이슨 데이는 1959만5112달러로 8위였다. 지난해 골프선수 소득 상위 10명 중에 존슨과 애덤스캇(9위) 2명의 상금 수입만이 코스 밖의 후원금이나 보너스 등 수입보다 높았다. 1996년 타이거 우즈가 검은 얼굴에 흰 이를 드러내고 “헬로우 월드”하고 활짝 웃으며 등장하면서 그는 골프업계에 새로 뛰어든 나이키골프의 대표 얼굴이 됐다. 나이키는 90년대 중반까지는 마이클 조던을 대표 모델로 에어조던 농구화를 엄청나게 팔았다.
농구와 달리 골프는 보수적이었다. 후발 주자 나이키골프가 성공적으로 연착륙할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나이키는 계약금 750만 달러, 연간 650만 달러의 초대형 후원 계약을 터트렸다. 당시로선 대단한 파격이었다. 타이틀리스트 역시 클럽과 볼을 사용하는 대가로 3년 동안 350만 달러를 주기로 했다. 5년 뒤에 나이키골프는 우즈와의 계약금을 종전보다 대폭 올린 연간 2000만 달러씩 5년 계약을 맺고 볼과 클럽까지 전 용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골프업계에서 신생 브랜드인 나이키골프가 빠른 기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타이거 우즈’라는 상품이 큰 역할을 했다. 우즈는 농구에서 마이클 조던이 차지했던 그 이상의 존재감으로 나이키골프를 메인 용품 브랜드로 자리 잡도록 했다.
우즈가 2000년 US오픈부터 이듬해 마스터스까지 4대 메이저 대회를 싹쓸이하면서 이른바 ‘타이거슬램’을 달성할 때 나이키는 골퍼의 인식 속에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2005년 마스터스 마지막날 16번 홀에서 우즈가 그린 옆에서 90도가량 꺾어지는 먼 거리의 어려운 칩샷 버디를 성공시킬 때가 절정이었다. 홀 앞에서 나이키 로고를 선명하게 비춘 볼은 멈춘 듯하더니 홀컵에 들어갔다. 2008년 US오픈에서 우즈는 수술을 앞둔 왼쪽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클러치 퍼트를 넣고 환호했다. 그 장면은 ‘골프황제’의 위엄이자 나이키골프의 성공이었다. 그렇게 우즈는 메이저 14승을 달성했고 나이키골프는 우즈 컬렉션이라 할 옷과 골프화를 엄청나게 팔았다.
우즈 이후로 일종의 자유계약 선수처럼 대박 계약이 연쇄적으로 터졌다. 우즈를 필두로 필 미켈슨, 어니 엘스, 데이비드 듀발 등의 스폰서 용품사 계약이 이전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이뤄졌다. 나이키골프는 한번 계약하면 다른 브랜드는 사용하지 않는 배타적 계약을 맺고 그에 따른 기회 비용까지 지원한다. 기타 용품사들은 그만큼의 자본 여력이 없어 부분적으로 모자나 가슴이나 어깨에 로고를 노출하는 계약을 했다. 그러자 용품을 제외하고 금융과 의약·시계·소비재 등의 회사들이 보다 저렴한 계약금을 싸들고 선수들을 찾았다. 한국의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이 인수한 아쿠쉬네트는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브랜드를 보유한 가장 큰 골프 브랜드다. 아쿠쉬네트는 오랫동안 ‘가장 많은 선수가 사용하는 볼’이라는 프로V1의 홍보 철학을 견지했다. 특정 선수를 후원하기보다는 많은 선수와의 용품 후원 계약에 치중한다. 이른바 박리다매 전략이다. 현재 타이틀리스트에서 지원하는 선수만 799명에 이른다. 타 브랜드보다 4배 이상 많은 압도적인 숫자다. 그 뒤를 던롭(클리브랜드, 스릭슨)이 174명, 핑골프가 131명, 테일러메이드가 126명, 캘러웨이가 80명, 볼빅이 69명 순으로 이어진다. 상위 5개 브랜드에서 후원하는 프로 선수만 무려 1310명에 이른다. 타이틀리스트 볼은 지난해에 전 세계 투어에서 188승을 거두었고, 2위 브랜드(36승)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 들어가면 후원 선수 숫자에 비해 우승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의미다.
결국, 예전에는 선수가 볼을 쓸 때 엄청난 계약금은 없었지만 우즈로 인해 신생 브랜드가 큼지막한 계약으로 시장 가격을 올려놓았고, 그 결과 모든 브랜드들이 선수들에게 더 많은 계약금을 지불하는 시장처럼 변했다. 그럼에도 지난 20여 년간 이들 브랜드들의 시장 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 수혜는 선수들이 고스란히 보고 있으며, 원천적으로 그 돈은 소비자인 골퍼에게서 나온다. 이는 골프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로 골프 시장이 점차 위축됐다. 회원제 코스들은 경영이 어려워지고, 골퍼들은 한 번에 4~5시간이 걸리는 라운드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성장하지만 이들은 골프에 제대로 유입되지 못했다. 골프가 타 종목보다 비싸다는 것은 선수 계약금이 엄청나게 높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결국 나이키골프는 지난해 8월 클럽과 볼 생산을 중단하고 골프 의류와 골프화에만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나이키 골프는 수많은 혁신적인 클럽을 시장에 냈으나, 골프가 가진 보수성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지난해는 아디다스 역시 테일러메이드를 팔려고 시장에 내놨다. 그 밖의 중소 브랜드들은 하나둘씩 소멸하거나 타 브랜드에 인수되는 등 시장의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PXG라는 신생 골프 브랜드가 3년 전에 신규 론칭했으나, 고가의 하이엔드 시장에만 타깃을 맞추고 있는 틈새 마케팅을 펼친다.
우즈와 매킬로이에 마케팅 비용을 집중하던 나이키골프는 지난해부터 마케팅 비용이 급속하게 줄었다. 대신 다양한 선수와 계약을 넓히면서 의류와 골프화에 개별 계약으로 선회한 듯하다. 심지어 골프화만 별개로 계약하기도 한다. 테일러메이드는 빅4로 불리는 더스틴 존슨, 제이슨 데이, 세르히오 가르시아, 저스틴 로즈에게 2000만~2500만 달러를 지불하는 것 외에는 그밖에 선수들에게 빅4의 두 배를 쓴다. 또한 단순히 선수들이 착용하는 의류와 용품의 로고 노출에만 집중하지 않고 선수들을 고객 이벤트, 아우팅 행사 등의 활동에 참여시킨다. 선수의 모자와 옷에만 로고를 달고 거금을 베팅하기에는 수지가 안 맞는 시장 구조로 바뀐 탓이다.
이는 타이거 우즈의 연간 수입 역시 코스 안팎을 통틀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2009년 1억 2192만 달러(1433억원)로 최고점을 찍은 그의 수입은 지난해는 4분의 1토막(3460만 달러)으로 줄었다. 우즈가 지난해 10월에 자신의 브랜드인 TGR을 론칭하고 “코스 설계나 대회 이벤트 등 사업에 보다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그 배경에서 나왔다. 천하의 우즈라 해도 먹히지 않는 시장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골프 소비자 시장의 판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매킬로이나 스피스조차 2008년 우즈의 골프장 밖 수입에는 3분의 1도 안 된다. 선수들의 계약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시절은 이제 지나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골프 전문 월간지 [골프다이제스트]가 최근 발표한 ‘2016년 골프 선수 수입 랭킹 50’ 리스트를 보면 상위권 10명 중 8명은 코스 안에서보다 밖에서 더 많이 벌었다. 로리 매킬로이는 4951만4505달러(약 584억원)를 벌어 가장 많은 수입을 올렸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상금으로 1751만4505달러를 벌었고, 상금 외 수입으로는 3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코스 안에서 버는 돈의 두 배를 골프장 밖에서 벌어들였다. 지난 2012년 나이키와 10년간 2억5000만달러(2895억원)에 계약했다. 그는 보스 헤드폰을 끼고 연습하며, 오메가 시계 모델이다.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스포츠로부터도 후원금이 들어온다.
재밌는 사실은 지난해 한 번의 샷도 하지 않고 9월 말에 86세로 세상을 떠난 아놀드 파머가 상금 외 수입으로만 4000만 달러(470억원)를 벌어 수입 2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잭 니클라우스도 설계 로얄티 등으로 2000만 달러를 벌어 수입 6위에 올랐다. 47세의 필 미켈슨은 코스 안에서는 426만 달러를 벌었지만, 밖에서는 8배에 가까운 3350만 달러를 벌어 수입 3위에 올랐다. 타이거 우즈는 2009년 말 섹스 스캔들 이후 중요한 스폰서들이 떨어져 나가고 부상으로 수술실에 있을 때도 수입은 정상을 지키다가 2015년에야 조던 스피스와 미켈슨에 이어 수입 3위로 내려앉았고, 이번에는 미켈슨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우즈는 지난해 말 이벤트 대회인 히어로월드챌린지에만 출전해 코스에서는 10만 7000달러 수입에 그쳤다. 그러나 계약금, 코스 설계 등 골프장 밖에서는 3450만 달러를 벌었다. 우즈는 지난 21년의 프로 활동기간에 총 14억5453만9473달러(약 1조7130억원)를 벌었다. 1996년부터 계산하면 코스에서는 약 1억5649만를 벌었고, 코스 밖에서는 나이키 등 계약금으로 12억9805만 달러를 벌었다. 우즈의 통산 수입을 들여다 보면 코스에서 번 돈의 10배 가량을 코스 밖에서 수확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가진 역대 스포츠인 최고 수입마저 조만간 경신할 태세다.
2015년에 최고 수익을 올렸던 스피스는 지난해 수입 3040만3470달러(약 357억원)로 5위다. 코스 안에서는 640만 달러를 벌었으나 밖에서는 언더아머, 코카콜라 등의 후원 계약금으로 상금의 4배인 24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스피스가 수입 선두에서 5위로 떨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2015년에는 페덱스컵에서 우승하며 1000만 달러를 보너스로 받았지만, 지난해는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어 상금액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가 신규 후원사가 되면서 전년도보다 400만 달러 후원금이 더 늘었지만 말이다.
지난해 정규 대회 상금액 순위에서 1위였던 더스틴 존슨은 코스 안에서 번 돈(1266만 달러)이 코스 밖(710만 달러)보다 많은 선수다. 존슨은 코스 안팎에서 1976만4185달러로 7위, 세계 골프랭킹 1위 제이슨 데이는 1959만5112달러로 8위였다. 지난해 골프선수 소득 상위 10명 중에 존슨과 애덤스캇(9위) 2명의 상금 수입만이 코스 밖의 후원금이나 보너스 등 수입보다 높았다.
우즈가 키워놓은 계약 시장
농구와 달리 골프는 보수적이었다. 후발 주자 나이키골프가 성공적으로 연착륙할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나이키는 계약금 750만 달러, 연간 650만 달러의 초대형 후원 계약을 터트렸다. 당시로선 대단한 파격이었다. 타이틀리스트 역시 클럽과 볼을 사용하는 대가로 3년 동안 350만 달러를 주기로 했다. 5년 뒤에 나이키골프는 우즈와의 계약금을 종전보다 대폭 올린 연간 2000만 달러씩 5년 계약을 맺고 볼과 클럽까지 전 용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골프업계에서 신생 브랜드인 나이키골프가 빠른 기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타이거 우즈’라는 상품이 큰 역할을 했다. 우즈는 농구에서 마이클 조던이 차지했던 그 이상의 존재감으로 나이키골프를 메인 용품 브랜드로 자리 잡도록 했다.
우즈가 2000년 US오픈부터 이듬해 마스터스까지 4대 메이저 대회를 싹쓸이하면서 이른바 ‘타이거슬램’을 달성할 때 나이키는 골퍼의 인식 속에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2005년 마스터스 마지막날 16번 홀에서 우즈가 그린 옆에서 90도가량 꺾어지는 먼 거리의 어려운 칩샷 버디를 성공시킬 때가 절정이었다. 홀 앞에서 나이키 로고를 선명하게 비춘 볼은 멈춘 듯하더니 홀컵에 들어갔다. 2008년 US오픈에서 우즈는 수술을 앞둔 왼쪽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클러치 퍼트를 넣고 환호했다. 그 장면은 ‘골프황제’의 위엄이자 나이키골프의 성공이었다. 그렇게 우즈는 메이저 14승을 달성했고 나이키골프는 우즈 컬렉션이라 할 옷과 골프화를 엄청나게 팔았다.
우즈 이후로 일종의 자유계약 선수처럼 대박 계약이 연쇄적으로 터졌다. 우즈를 필두로 필 미켈슨, 어니 엘스, 데이비드 듀발 등의 스폰서 용품사 계약이 이전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이뤄졌다. 나이키골프는 한번 계약하면 다른 브랜드는 사용하지 않는 배타적 계약을 맺고 그에 따른 기회 비용까지 지원한다. 기타 용품사들은 그만큼의 자본 여력이 없어 부분적으로 모자나 가슴이나 어깨에 로고를 노출하는 계약을 했다. 그러자 용품을 제외하고 금융과 의약·시계·소비재 등의 회사들이 보다 저렴한 계약금을 싸들고 선수들을 찾았다. 한국의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이 인수한 아쿠쉬네트는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브랜드를 보유한 가장 큰 골프 브랜드다. 아쿠쉬네트는 오랫동안 ‘가장 많은 선수가 사용하는 볼’이라는 프로V1의 홍보 철학을 견지했다. 특정 선수를 후원하기보다는 많은 선수와의 용품 후원 계약에 치중한다. 이른바 박리다매 전략이다. 현재 타이틀리스트에서 지원하는 선수만 799명에 이른다. 타 브랜드보다 4배 이상 많은 압도적인 숫자다. 그 뒤를 던롭(클리브랜드, 스릭슨)이 174명, 핑골프가 131명, 테일러메이드가 126명, 캘러웨이가 80명, 볼빅이 69명 순으로 이어진다. 상위 5개 브랜드에서 후원하는 프로 선수만 무려 1310명에 이른다. 타이틀리스트 볼은 지난해에 전 세계 투어에서 188승을 거두었고, 2위 브랜드(36승)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 들어가면 후원 선수 숫자에 비해 우승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의미다.
결국, 예전에는 선수가 볼을 쓸 때 엄청난 계약금은 없었지만 우즈로 인해 신생 브랜드가 큼지막한 계약으로 시장 가격을 올려놓았고, 그 결과 모든 브랜드들이 선수들에게 더 많은 계약금을 지불하는 시장처럼 변했다. 그럼에도 지난 20여 년간 이들 브랜드들의 시장 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 수혜는 선수들이 고스란히 보고 있으며, 원천적으로 그 돈은 소비자인 골퍼에게서 나온다. 이는 골프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했다.
천정부지 계약금은 옛말
결국 나이키골프는 지난해 8월 클럽과 볼 생산을 중단하고 골프 의류와 골프화에만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나이키 골프는 수많은 혁신적인 클럽을 시장에 냈으나, 골프가 가진 보수성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지난해는 아디다스 역시 테일러메이드를 팔려고 시장에 내놨다. 그 밖의 중소 브랜드들은 하나둘씩 소멸하거나 타 브랜드에 인수되는 등 시장의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PXG라는 신생 골프 브랜드가 3년 전에 신규 론칭했으나, 고가의 하이엔드 시장에만 타깃을 맞추고 있는 틈새 마케팅을 펼친다.
우즈와 매킬로이에 마케팅 비용을 집중하던 나이키골프는 지난해부터 마케팅 비용이 급속하게 줄었다. 대신 다양한 선수와 계약을 넓히면서 의류와 골프화에 개별 계약으로 선회한 듯하다. 심지어 골프화만 별개로 계약하기도 한다. 테일러메이드는 빅4로 불리는 더스틴 존슨, 제이슨 데이, 세르히오 가르시아, 저스틴 로즈에게 2000만~2500만 달러를 지불하는 것 외에는 그밖에 선수들에게 빅4의 두 배를 쓴다. 또한 단순히 선수들이 착용하는 의류와 용품의 로고 노출에만 집중하지 않고 선수들을 고객 이벤트, 아우팅 행사 등의 활동에 참여시킨다. 선수의 모자와 옷에만 로고를 달고 거금을 베팅하기에는 수지가 안 맞는 시장 구조로 바뀐 탓이다.
이는 타이거 우즈의 연간 수입 역시 코스 안팎을 통틀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2009년 1억 2192만 달러(1433억원)로 최고점을 찍은 그의 수입은 지난해는 4분의 1토막(3460만 달러)으로 줄었다. 우즈가 지난해 10월에 자신의 브랜드인 TGR을 론칭하고 “코스 설계나 대회 이벤트 등 사업에 보다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그 배경에서 나왔다. 천하의 우즈라 해도 먹히지 않는 시장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골프 소비자 시장의 판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매킬로이나 스피스조차 2008년 우즈의 골프장 밖 수입에는 3분의 1도 안 된다. 선수들의 계약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시절은 이제 지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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