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인 견해를 옹호하는 사람과 강단 없이 비치는 온건파를 경멸하는 단어 사용 부쩍 늘어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하루 앞두고 뉴욕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 ‘대안 우파’ 운동을 비난하는 표지판이 등장했다.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SJW’라는 표현을 봤을 것이다. ‘SJW는 유머 감각이 없다’는 트윗, ‘SJW 멘붕’에 관한 유튜브 동영상, 또는 ‘SJW 눈송이’에 관한 글 등. 하지만 정확히 SJW는 무슨 뜻일까?
SJW는 ‘Social Justice Warrior’의 약어다. ‘사회정의 전사’라고 옮길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온라인에서 확산된 극우파가 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 진보파를 경멸적으로 일컫는 용어다. 인터넷 은어 사전 ‘어번 딕셔너리’에 따르면 SJW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개인적 평판을 올릴 목적으로 얄팍하거나 사려 깊지 못한 방법으로 사회정의에 관한 논쟁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다.
이 단어는 2015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의 온라인 사전에 ‘진보적인 견해를 표현하거나 옹호하는 사람을 경멸조로 일컫는 용어’라는 정의로 등재됐다. 반면 ‘사회정의’라는 용어 자체는 ‘하나의 사회 안에서 부와 기회, 특혜의 분배라는 측면에서 말하는 정의’라는 뜻이다.
SJW는 ‘게이머게이트(gamergate) 논쟁이 절정에 이르렀던 2014년부터 은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여성들이 비디오게임 산업에 내재하는 성차별주의를 비판하면서 촉발된 논쟁이었다. 그런 비판에 대한 반발은 맹렬했다. 여성 게임 개발자의 사생활과 그녀가 만든 게임의 수준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면서 게임산업의 윤리, 페미니즘, 그리고 특정 커뮤니티가 얼마나 편향적인가에 대한 논란으로 확장됐다. 결국 서로 편을 갈라 이데올로기를 검증하는 진흙탕 싸움이 되고 말았다. 페미니스트나 진보적인 비판자가 게임산업에 해를 끼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런 비판자를 냉소적인 의미에서 ‘사회정의 전사’라고 불렀다. 거기서 시작된 경멸적인 의미가 지금은 게임 외 일반적인 사안으로 확대됐다.
요즘 그 용어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 전략가 겸 고문 스티브 배넌이 창설한 ‘대안 우파(altright)’ 웹사이트 브레이트바트에서 인기가 높다. 그 사이트에 오른 글의 제목 다수에는 SJW가 포함된다. 소셜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는 ‘SJW 증오’라는 하부 항목까지 있다. 그곳엔 ‘백인의 특권이 날뛰는 곳’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렇다면 ‘대안 우파’란 뭘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신문은 대안 우파를 ‘극우주의자·인종차별주의자(반동성애·반이민·반유대주의자·남성우월주의자)·국수주의자’로 정의했다.
이들은 보편적 세계화와 평등주의,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가치 때문에 백인이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이민자를 모두 내쫓고 ‘백인만의 미국’을 바로 세워 백인 민족주의를 되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원래 ‘사회정의 전사’는 경멸적인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1990년대엔 그 용어가 칭찬의 말로 사용됐다. SJW로 불리는 진보주의자는 최근 들어 트위터의 자기소개에서 그 용어를 자부심의 상징으로 사용하면서 원뜻을 되찾으려고 노력한다.
지난해 12월 저술가이자 신학자인 제프 쿡은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회정의 전사가 된다는 것은 불의를 당한 적이 없으며 절대로 당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불의를 당한 경험을 좋은 용도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이다.”한편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에 지명되고 선거에 승리한 후 대통령에 취임하는 과정에서 부쩍 자주 사용된 용어 중 하나는 ‘컥서버티브(cuckservative)’다. 최근 미국 백인 국수주의자 리처드 스펜서는 트위터에서 ‘컥서버티브’들과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이 학교 선택권 확대를 옹호하는 것은 미국 공립학교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바우처 제도’와 차터스쿨(자율형 공립학교)을 확대하려는 운동을 비판했다.
스티브 배넌은 ‘대안 우파’ 웹사이트 브레이트바트를 설립했다(왼쪽).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은 극우파로부터 ‘컥서버티브’라는 비난을 받았다.‘컥서버티브’라는 단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새로 만들어진 조어는 아니다. 극우파가 잘 쓰는 표현으로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사용됐다. 하지만 그 뜻을 정확히 알기 위해선 약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컥서버트브’는 ‘cuck’에서 진화했고, ‘cuck’은 ‘cuckold’라는 단어에서 나왔다.
먼저 ‘cuckold’부터 살펴보자. 이 단어는 ‘바람난 아내를 둔 남자’라는 뜻이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cuckold’는 1200년께 처음 등장했으며 다음 몇 세기 동안 주로 문학에서 사용됐다. 이 단어는 최근 극우파가 사용하는 대안적 의미의 형태인 ‘컥서버티브’로 재등장했으며 현재 이 용어는 메리엄-웹스터 사전 웹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단어 중 상위 20%에 든다.
‘cuckold’는 주로 거기에 함축된 의미로 인해 전용된다. 아내가 바람나도록 그냥 뒀다는 것은 한마디로 남자다움을 잃었다는 뜻이다. 거기서 ‘cuck’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8월 저술가 데이나 슈워츠는 남성잡지 GQ에서 “‘cuck’은 모든 상황에서 나약하게 보이거나 힘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것’의 약칭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uck’은 인종적인 의미도 있다. 그 단어가 백인 국수주의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즐겨 쓰는 모욕적인 표현이 된 것도 인종과 관련 있을지 모른다. 예를 들어 ‘cuckold’ 포르노는 아내와 다른 남성(주로 체격 좋은 흑인)의 성행위를 지켜보는 백인 남성을 그린다.
거기서 ‘컥서버티브’라는 조어가 나왔다. 이 단어는 2015년 어번 딕셔너리에 등재됐다. ‘보수주의자인 체하는 의지 약한 등신’을 모욕적으로 일컫는 단어다.
스펜서는 2015년 뉴욕타임스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주류 보수파에 대한 좌절이나 경멸을 표현하는 데 아주 적합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안 우파는 자신들의 가치에 반하는 전통적인 주류 보수파들과 공화당 인사들을 비겁하고 나약한 보수주의자들이라는 뜻에서 ‘컥서버티브’라고 비난한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후보에게 밀려 낙마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도 ‘컥서버티브’로 조롱 받았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단아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지 못한 공화당 주류파 전부가 ‘컥서버티브’ 부류로 낙인 찍혔다.
- 캐시아 코백스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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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기사] 대안 우파의 은어
사려 깊지 못한 방법으로 사회정의에 관한 논쟁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을 경멸조로 표현하는 ‘사회정의 전사(SJW)’와 보수주의자인 체하는 의지 약한 등신을 뜻하는 ‘컥서버티브(cuckservative)’ 외에도 그들은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상대를 경멸하기 위해 여러 가지 표현을 동원한다.
●베타(Beta): 대안 우파는 남성성과 남자다움, 성별 역할, ‘알파’ 남성과 ‘베타’ 남성의 개념에 집착한다. ‘알파’ 남성은 트럼프 대통령 같은 지도자, ‘베타’ 남성은 나약한 남자를 뜻한다.
●인간의 생물학적 다양성(Human biodiversity): 많은 사람은 대안 우파의 핵심이 인종차별주의라고 말하지만 대안 우파 자신들은 인종차별주의자로 불리는 데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인종 문제를 거론할 때 좀 더 과학적으로 들리는 ‘인간의 생물학적 다양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리브타드(Libtard): ‘liberal’과 ‘retard’의 합성어. 대안 우파는 ‘정치적인 올바름’를 거부하고 노골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따라서 그들은 진보파를 모욕할 의도로 지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 구식 표현인 ‘저능아(retard)’를 ‘진보파(liberal)’에 덧붙여 사용한다.
●매스큘리니스트(Masculinist): 여권주의자를 가리키는 페미니스트의 반대말로 ‘남성다움’과 전통적인 남성의 ‘영웅적’ 속성을 찬양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대안 우파는 ‘매스큘리니스트’ 원칙이 남성에게 적합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비판자들은 구태의연한 성별 역할을 강조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눈송이(Snowflake): ‘special snowflake’의 줄인 말로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을 경멸하는 표현이다. 대안 우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항의하는 저명인사나 진보주의자는 전부 ‘SJW 눈송이’다.
●백인 학살(White genocide): 대안 우파는 진보주의와 친이민 정책의 자연적인 결과가 백인의 집단학살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특히 미국 시민이 아닌 비(非)백인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전부 백인에게 해가 되며 백인의 멸절로 이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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