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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 홀름 프리츠한센 대표

야콥 홀름 프리츠한센 대표

덴마크 브랜드 프리츠한센(Fritz Hansen)은 145년의 역사를 지닌 명품 가구 브랜드다. 한국을 방문한 야콥 홀름(56·Jacob Holm) 대표를 만났다.
프리츠한센(Fritz Hansen)은 가구계의 명품으로 통한다. 디자인 체어 하나에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1872년 창립한 덴마크 브랜드인 프리츠한센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10여 년 전 일이지만 최근 북유럽 열풍을 타고 급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 매출 규모는 1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6배가량 늘었다. 올 들어서는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지역 매출 1위(1~3월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 내 국내에서 급격히 성장한 배경에 대해 야콥 홀름(56·Jacob Holm) 프리츠한센 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에 담긴 스토리와 장인정신을 높이 평가해 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3월8일부터 닷새간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도 프리츠한센의 부스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프리츠한센의 집(House of Fritz Hansen)’이라는 주제로 덴마크 사람들의 일상을 재현했다. 덴마크 디자인의 거장으로 불리는 아르네 야콥센이 1955년 디자인 한 ‘시리즈 세븐 체어’는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9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매 시즌 유행하는 컬러나 재질로 변화를 주긴 하지만 형태나 생산방식은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프리츠한센은 주문이 늘어도 수작업을 고집한다. 모든 가구는 로봇이 아닌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든다. 이 때문에 제품 주문 후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건 예사다. SPA 브랜드가 대세인 점을 감안하면 프리츠한센의 행보는 역주행에 가깝다. 홀름 대표는 이에 대해 “중고시장에서 수십 년 된 프리츠한센 제품을 사더라도 그 가치를 느끼고, 오래 쓸 수 있도록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는데도 10년 이상의 준비과정을 거친다. 때로는 출시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디자인이 50~60년 후에 트렌드를 선도하기도 한다. 1958년 아르네 야콥센이 코펜하겐 SAS 로얄 호텔을 위해 한정판으로 제작한 ‘드롭 체어’는 당시에는 대중화하기 어려운 디자인이라고 판단해 대량생산하지 않았다. 2014년에서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 출시됐고, 이후 베스트셀러 반열에 들었다.

“장인들이 좋은 재료로 만든 최고의 제품은 ‘시대를 초월한(timeless)’ 아름다움을 지닙니다. 제품 라인이 한번 출시되면 대개 수십 년간 꾸준히 팔리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프리츠한센은 창립 당시 가구제조업체에 그쳤지만 이제는 가구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며 리테일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가구 외에 조명(Lightyears)과 디자인소품(The object) 라인도 두고 있다. 홀름 대표는 “퍼니싱 기업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는 가구 회사가 아닌 디자인 회사”라고 강조했다.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트렌디한 가구
프리츠한센의 디자인 체어.
디자인 회사 프리츠한센에는 디자인 부서가 없다. 내부 소속 디자이너를 두지 않는 대신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한다. 외부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프리츠한센의 디자인 철학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영감을 얻어야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 대표적인 예다. 그가 제작한 파븐 소파, 로 체어 등은 현재 프리츠한센에서 가장 인기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아르네 야콥센 역시 20년 넘게 프리츠한센과 협업했지만 회사에 소속된 적은 없다. 야콥센은 프리츠한센에서 100여 개의 제품을 제작했는데 이중 5~6개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남았다. 홀름 대표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전곡을 들으려면 240시간이 필요하지만 그중 대중에게 알려진 음악은 2시간이 채 안된다”며 “그러나 그 모든 시도가 있었기에 영원히 남는 클래식 음악이 탄생했듯 우리도 끊임없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사 제품 중 애용하는 가구가 있느냐는 물음에 홀름 대표는 30년 넘게 쓰고 있는 PK22 모델을 소개했다. 1980년대 초반, 대학생이 되어 독립한 그가 처음으로 산 가구라고 했다. 다른 친구들이 저렴한 침대나 거실장·식탁을 살 돈으로 그는 값비싼 의자 두 점을 사는 데 탕진한 것이다. 그는 “한동안은 텅 빈 집에서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야 했지만 그 가치는 충분했다”고 말했다. “저에게 PK22 의자는 가족앨범과 같은 존재에요. 아이들이 어릴 때 흘린 우유 얼룩이 그대로고, 강아지가 코너를 물어뜯기도 했지만 그 모든 흔적이 제가 살아온 세월을 보여주니까요. 삶의 일부와 같은 가구, 그게 바로 프리츠한센입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 사진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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