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김혁 TLX 대표

김혁 TLX 대표

TLX 사업의 핵심은 통합 건강 플랫폼 구축이다. 가장 적은 노력을 들여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운동이나 미용마저 스트레스가 되어선 안 된다. TLX는 편하고 여유 있게 자신을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뱃살과의 싸움을 경험해 본 중년은 알 것이다. 매일 헬스장 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다. 새벽에 하자니 체력이 부친다. 저녁엔 왜 그리 회식 모임이 많은지, 주말엔 아이들 돌보기에도 힘이 모자란다. 물론 나약한 의지 탓도 크다. 하지만 운동하고 싶은 기분이 든 바로 그 순간, 5분 거리에 헬스장이 있다면 형편이 조금은 더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김혁 TLX 대표가 ‘헬스장 공유경제 모델’에 주목한 이유다.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만 다운 받으면 전국 3500개 헬스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골프 연습장과 마사지, 사우나, 복싱, 네일 숍으로도 영역을 확대 중입니다.”

그가 구상한 앱은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16년 앱을 론칭했는데, 누적 다운로드 62만 건을 기록했다. 지금 실제로 앱을 사용 중인 회원도 20만 명을 넘어섰다.

앱을 통해 ‘TLX PASS’를 구매할 수 있다. 원하는 운동을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멤버십 서비스다. 바쁜 도시인에겐 정액권보다 방문 횟수별로 차감하는 쿠폰이 더 실용적이다. TLX PASS는 매일 운동을 하는 열혈 회원이 아닌 일주일에 1~2번 정도 가는 직장인 그리고 운동을 중단했거나 다시 시작하려는 이용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실제로 한국 직장인은 일주일에 평균 1.6회 정도 헬스장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은 20회 이용권이 7만9900원이다. 헬스클럽을 한번 이용하는데, 4000원 정도 지불하는 셈이다. 이용 고객은 매달 본인의 운동 및 다이어트 스타일과 계획에 맞춰 원하는 만큼의 PASS를 구매하고, 학교, 사무실, 자택, 출장 지역에서도 제휴가 되어있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회원모집은 TLX, 수입은 헬스장과 나눠
김 대표는 성균관대 재료공학과를 나와 LG이노텍에서 일했다. 그리고 직장 생활 3년 차에 회사를 나와 사업을 시작했다. 든든한 동지도 한 명 있다. 입사 동기이자 창업 동기인 강영준 TLX 공동대표다.

“둘 다 사업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어떤 아이템을 잡아 어떻게 시작하느냐의 문제만 있었습니다.”

사업 아이디어는 한겨울 스키장에서 찾았다. 스키 리프트 일일 티켓을 구매했는데, 사람이 많아 두 번밖에 못 탔다. 인근 다른 스키장으로 가기엔 이미 낸 돈이 아까웠다. 스키장과 계약해서 공동 이용 티켓을 운영하는 것이 첫 번째 사업 모델이었다.

“2008년 바로 회사 그만 두고 사업 시작했는데, 얼마 못가서 망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스키장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문제는 기계에서 발생했다. 버스카드 형식의 프리패스를 준비했는데, 영하에선 작동이 잘 안됐다. 습기에도 취약했다. 물기를 머금은 패스를 기계가 못 읽는 오작동도 발생했다. 28살 김 대표에게 순식간에 10억원이란 채무가 쌓였다.

“장비를 스키장에 넘겨 급한 빚은 막았고, 5년간 돈 되는 일은 다 찾아 하며 악착같이 일했습니다. 빚을 어느 정도 갚아나가자 다시 사업을 생각했습니다. 주저앉아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 아니겠습니까.”

두 동업자는 이번엔 헬스장 사업을 구상했다. 스키장 리프트 티켓 공유와 비슷한 아이템이었다. 스키장은 전국에 10개 정도, 겨울에만 가능했다. 헬스장은 전국에 7600개나 있고 일 년 내내 사람이 찾는 장소다. 시장 규모를 볼 때, 사업 확장성이 훨씬 큰 아이템이다. 이미 한번 실패를 경험했기에 나름 노하우도 생겼다. 서두르지 않고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사업을 준비했다. 그렇게 김 대표와 강 대표는 다시 도전에 나섰다.

이들은 먼저 헬스장 시장 현황을 조사했다. 눈에 띄는 점은 헬스장 사업가들에게 마땅한 마케팅 방법이 보이지 않은 점이다. 연예인이 찾는 극히 일부 업소를 제외하면 대부분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수준이었다. 가격 경쟁도 어려운 구조다. 인근 직장인을 잡기 위해 일년 내내 할인 서비스가 진행 중이었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면 자연스럽게 가맹점을 늘릴 수 있는 구조였다.

본격적인 사업은 2015년 시작했다. 이번엔 서두르지 않았다.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먼저 고객을 확보한 다음 사업을 시작한 점이다. 이를 위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모델을 채택했다. 대표적인 고객은 네이버였다. 직원들이 인근 헬스장 가운데 원하는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네이버 직원 사이에서 이용 만족도가 높게 나오자 다른 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자금 TLX의 고객사는 300여 곳에 달한다. 네이버, 현대자동차, IBK 캐피탈 같은 대기업과 경찰청, 한국도로공사 같은 공기업까지 다양하다.

자신감이 생긴 김 대표는 2016년 일반 회원 모집을 시작한다. 동시에 김 대표와 강 대표는 전국 헬스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업주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회원은 TLX가 모아 오고, 사용료를 헬스장과 나누는 방식이다. 반신 반의하던 업주들은 실제 회원과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하자 손을 잡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파트너 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사업 초기 수도권 750개 업체에서 지난 3월 전국 3500개로 늘었다. 1년여 만에 전국 헬스클럽의 절반이 TLX 회원사로 등록했다. 매월 1만 명씩 고객도 늘어났다. TLX는 정회원 20만 명, 매출 90억원을 올리며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지난해엔 ‘LV 인베스트먼트’에서 5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이 시장에서는 단연 우리가 일등 선두업체입니다. TLX가 한국에서 건강관리 공유 경제 모델을 만든 셈이지요. 우리가 구축한 플랫폼을 이용해 다음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김 대표는 여성이 즐겨 찾는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네일숍·헤어숍·요가·필라테스 분야다. 그는 “오늘은 네일숍, 내일은 피부관리, 주말엔 헬스장을 앱 하나로 해결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TLX 사업의 핵심은 통합 건강 플랫폼 구축이다. 가장 적은 노력을 들여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운동이나 미용마저 스트레스가 되어선 안 된다. 더 편하고 여유 있게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사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 조용탁 기자 ytcho1@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디딤돌 아니라 걸림돌” 정책대출 규제에 피해는 ‘서민 몫’

2“좀 무섭네요” 신한은행 ‘AI 브랜치’ 방문한 고객이 내뱉은 말

3가계대출 절벽 현실화…1금융 비대면‧2금융도 조인다

4미래·NH證 6개사 ‘랩·신탁’ 중징계 쓰나미...업계 미칠 파장은?

5애플의 中 사랑?…팀 쿡, 올해만 세 번 방중

6 “네타냐후, 헤즈볼라와 휴전 ‘원칙적’ 승인”

7“무죄판결에도 무거운 책임감”…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이재용 최후진술은

8中 “엔비디아 중국에서 뿌리내리길”…美 반도체 규제 속 협력 강조

9충격의 중국 증시…‘5대 빅테크’ 시총 한 주 만에 57조원 증발

실시간 뉴스

1“디딤돌 아니라 걸림돌” 정책대출 규제에 피해는 ‘서민 몫’

2“좀 무섭네요” 신한은행 ‘AI 브랜치’ 방문한 고객이 내뱉은 말

3가계대출 절벽 현실화…1금융 비대면‧2금융도 조인다

4미래·NH證 6개사 ‘랩·신탁’ 중징계 쓰나미...업계 미칠 파장은?

5애플의 中 사랑?…팀 쿡, 올해만 세 번 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