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달랏
베트남 달랏
산등성이를 덮은 커피나무 장관을 넋놓고 바라봤다. 베트남에서도 최고급 아라비카 커피가 나는 달랏. 그곳에서 사흘간 커피 스무 잔을 마시고 커피꽃 향기에 내내 취해 있었다. 달랏은 1세기 전부터 프랑스 사람들 휴양지였다. 프랑스는 베트남 전역을 점령(1884~1945)하기 전부터 중남부를 장악해 ‘코친차이나’를 설립했다. 한데 베트남은 너무 덥고 습했다. 코친차이나의 수도 사이공(호치민)을 피해 찾은 곳이 300㎞ 북동쪽에 있는 달랏이었다. 해발 1500m의 달랏에 호화 빌라를 짓고, 철로를 깔았다. 알프스를 만난듯 반가웠을 터. 프랑스인들은 달랏에 커피도 가져왔다. 달랏의 기후와 지형이 커피 생산에 적합한 걸 깨닫고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커피나무를 심었다.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커피 수출국이다. 한 해 평균 120만~150만t을 수출한다. 이중 97%가 로부스타종이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 맛이 쓰고 카페인이 강하다. 대신 원두 가격이 저렴해서 설탕·프림과 함께 타 먹는 인스턴트 커피로 많이 쓴다. 반면 달랏은 아라비카가 주종을 이룬다. 프랑스 식민 시절부터 소량 생산만 하다가 80년대 들어 대량생산을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전세계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유행하면서 달랏 커피 농가들도 커피 고급화에 돌입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달랏 커피를 파는 카페가 생기고 있다. 오전에 찾아간 달랏 시내의 라 비엣(La viet) 커피는 로스팅 공장과 제법 세련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 중 절반이 백인이었다. 미국인 소냐, 독일인 마르코 그리고 카페 직원 사벳과 함께 4륜구동 차를 타고 랑비앙산(2169m) 남쪽자락에 있는 유기농 커피농장으로 향했다.
푸른 커피밭과 주변 산세를 바라보며 달랏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은은한 신맛과 목구멍을 묵직하게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달고 쓴 베트남 커피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커피 농장주는 자부심이 강했다.
“커피 맛의 70%는 농장에서 결정됩니다. 열매를 따서 건조시키는 과정까지 모두 손수 할 정도로 각별한 공을 들입니다. 아프리카나 남미산보다 풍미가 약할 수 있지만 바디감만큼은 뒤지지 않습니다.”
달랏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18㎞ 떨어진 멜린(Melinh) 농장에서는 사향고양이 분변에서 원료를 채취하는 루왁(Luwak) 커피와 같은 방식으로 족제비 분변에서 원료를 채취해 ‘위즐(Weasel)’커피를 만든다. 한 해 커피 8톤을 생산하는데 230㎏만이 위즐 커피다. 어떤 커피에도 없는 화학적인 맛이 난다. 그럴 수밖에. 족제비는 당도 높은 커피 체리 중에서도 가장 잘 익은 것만 골라 먹는다. 그리고 소화 과정에서 쓴맛이 줄고 풍미가 살아난다. 달랏에서는 1938년 완공한 기차역, 42년 지어진 성당 등을 들러볼 만하다. 모두 프랑스가 남긴 유산이다. 기차역은 현재 기차가 다니진 않는다. 오래된 기차가 철로 위에 멈춰 서 있다. 베트남 신혼부부의 웨딩 촬영 장소로 인기다. 베트남 마지막 황제였던 바오다이의 여름 궁전도 있다. 유럽 열강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을 텐데 그 또한 아르데코 양식으로 건물을 지었다.
사실 이런 유적보다 흥미로운 건 ‘크레이지 하우스’로 더 유명한 갤러리 겸 게스트하우스 항 응아 빌라(Hang Nga villa)였다. 베트남의 가우디(스페인의 천재 건축가)를 자처하는 건축가가 꾸민 공간으로, 가우디 못지않게 파격적이었다. 건축가 당 비엣 응아는 ‘어떤 건축 양식도 따르지 않은 비정형적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호러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건물들이 기괴하게 뒤엉켜 있었다. 아직까지 확장공사가 진행 중으로 2020년 완공이 목표란다. 이 또한 가우디가 설계한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처럼 미완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 달랏(베트남)=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여행메모
가는 길: 한국에서 달랏으로 가려면 하노이나 호치민을 경유해야 한다. 베트남 비엣젯항공이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 비즈니스클래스 개념의 ‘스카이보스’ 좌석을 운영하는데, 좌석 간격이 넓고, 공항 우선 수속·라운지 이용·기내식 제공 등 혜택을 준다.
음식·식당: 달랏 시장 주변에 맛집이 많다. ‘리엔 호아(Lien hoa)’를 추천한다. 김밥천국과 파리바게뜨, 빽다방을 합한 음식점이라고 보면 된다. 화가가 운영하는 ‘아티스트 앨리(Artist Alley)’는 그림이 잔뜩 걸린 식당에서 프랑스·베트남 음식을 판다.
기타 정보: 시내에 있는 여행사를 통하면 함께 차를 타고 다니며 하루짜리 시티투어, 산악지역 등을 여행할 수 있다. 오토바이 운전사 겸 가이드인 이지라이더도 있다. 친절하고 영어도 잘한다. 오리지널 이지라이더(dalat-easyrider.com)가 믿을 만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커피 수출국이다. 한 해 평균 120만~150만t을 수출한다. 이중 97%가 로부스타종이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 맛이 쓰고 카페인이 강하다. 대신 원두 가격이 저렴해서 설탕·프림과 함께 타 먹는 인스턴트 커피로 많이 쓴다. 반면 달랏은 아라비카가 주종을 이룬다. 프랑스 식민 시절부터 소량 생산만 하다가 80년대 들어 대량생산을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전세계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유행하면서 달랏 커피 농가들도 커피 고급화에 돌입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달랏 커피를 파는 카페가 생기고 있다.
하얀 커피꽃, 진한 커피향
푸른 커피밭과 주변 산세를 바라보며 달랏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은은한 신맛과 목구멍을 묵직하게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달고 쓴 베트남 커피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커피 농장주는 자부심이 강했다.
“커피 맛의 70%는 농장에서 결정됩니다. 열매를 따서 건조시키는 과정까지 모두 손수 할 정도로 각별한 공을 들입니다. 아프리카나 남미산보다 풍미가 약할 수 있지만 바디감만큼은 뒤지지 않습니다.”
달랏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18㎞ 떨어진 멜린(Melinh) 농장에서는 사향고양이 분변에서 원료를 채취하는 루왁(Luwak) 커피와 같은 방식으로 족제비 분변에서 원료를 채취해 ‘위즐(Weasel)’커피를 만든다. 한 해 커피 8톤을 생산하는데 230㎏만이 위즐 커피다. 어떤 커피에도 없는 화학적인 맛이 난다. 그럴 수밖에. 족제비는 당도 높은 커피 체리 중에서도 가장 잘 익은 것만 골라 먹는다. 그리고 소화 과정에서 쓴맛이 줄고 풍미가 살아난다.
‘베트남의 가우디’가 꾸민 건물
사실 이런 유적보다 흥미로운 건 ‘크레이지 하우스’로 더 유명한 갤러리 겸 게스트하우스 항 응아 빌라(Hang Nga villa)였다. 베트남의 가우디(스페인의 천재 건축가)를 자처하는 건축가가 꾸민 공간으로, 가우디 못지않게 파격적이었다. 건축가 당 비엣 응아는 ‘어떤 건축 양식도 따르지 않은 비정형적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호러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건물들이 기괴하게 뒤엉켜 있었다. 아직까지 확장공사가 진행 중으로 2020년 완공이 목표란다. 이 또한 가우디가 설계한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처럼 미완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 달랏(베트남)=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여행메모
가는 길: 한국에서 달랏으로 가려면 하노이나 호치민을 경유해야 한다. 베트남 비엣젯항공이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 비즈니스클래스 개념의 ‘스카이보스’ 좌석을 운영하는데, 좌석 간격이 넓고, 공항 우선 수속·라운지 이용·기내식 제공 등 혜택을 준다.
음식·식당: 달랏 시장 주변에 맛집이 많다. ‘리엔 호아(Lien hoa)’를 추천한다. 김밥천국과 파리바게뜨, 빽다방을 합한 음식점이라고 보면 된다. 화가가 운영하는 ‘아티스트 앨리(Artist Alley)’는 그림이 잔뜩 걸린 식당에서 프랑스·베트남 음식을 판다.
기타 정보: 시내에 있는 여행사를 통하면 함께 차를 타고 다니며 하루짜리 시티투어, 산악지역 등을 여행할 수 있다. 오토바이 운전사 겸 가이드인 이지라이더도 있다. 친절하고 영어도 잘한다. 오리지널 이지라이더(dalat-easyrider.com)가 믿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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