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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골프계에 부는 이색 플레이 열풍] 6홀, 2인1조, 6일 진검승부로 흥행몰이

[세계 골프계에 부는 이색 플레이 열풍] 6홀, 2인1조, 6일 진검승부로 흥행몰이

PGA 취리히 클래식, 팀 매치 36년 만에 부활... 유러피언리그 6홀 국가대항전 대흥행
박인비가 5월 21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 2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 사진제공·연합뉴스]
6홀 매치, 2인1조 팀 매치, 리그제 매치, 5일 혹은 6일 매치…. 전 세계 프로 골프계는 스트로크 플레이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골프 매치를 시도하고 있다. 좋은 타수만으로 승부를 가리기엔 시장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소비자인 골퍼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위기감이 내포되어 있다. 홀마다 승부가 가려지는 매치에 새로운 흥미 요소를 더한 방식이 시도되는 것이다. 전 세계 프로 골프대회에서 올해 새롭게 시도되는 매치 방식들을 정리한다.
 PGA투어, 2인1조 팀 매치 취리히클래식
골프 경기 도중엔 갤러리들이 숨을 죽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예외다. 관중들이 일어나 큰소리로 환호하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루이지애나 애번데일의 루이지애나TPC에서 치러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취리히클래식은 36년 만에 도입된 2인1조 팀 매치 플레이 방식이었다. 특히 1981년 이후 36년 만에 재개된 팀 대항전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74년부터 81년까지 8년간 월트디즈니월드챔피언십이 이런 2인3각의 방식으로 치러졌으나 최근 부활하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팀당 2명씩 총 80팀이니까 무려 160명이 출전했다. 4일간의 게임 방식도 흥미로웠다. 1라운드는 2명의 선수가 하나의 공을 번갈아가며 치는 포섬(four some) 방식, 2라운드는 2명의 선수가 각자 공을 쳐 더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포볼(four ball) 방식을 취했다. 상위 35개 팀이 3라운드에 진출하자 다시 포섬, 4라운드는 포볼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렸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절친 관계가 파악됐다. 최경주는 이미 은퇴한 위창수를 동반해 한때 선두권에 오를 정도로 선전했다. 지난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저스틴 로즈는 은메달을 딴 헨릭 스텐손을 일찌감치 한 팀으로 꾸렸다. 제이슨 데이는 리키 파울러와 한 팀으로 출전했다. 두 선수 간의 궁합과 보완이 잘 이뤄질수록 유리한 경기였다.

대회는 치열하게 전개되어 마지막날 요나스 블릭스트(스웨덴)-카메론 스미스(호주)조가 케빈 키스너-스콧 브라운(미국)조와 27언더파 261타로 동타를 이뤘다. 스웨덴 팀은 다음날 가진 연장라운드 4번째 홀에서 가까스로 이기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매치플레이처럼 홀마다 바로 승부가 나는 장점에다 동반자와의 파트너십이 타수에 영향을 주는 긴장감이 매력적인 관전포인트였다.
 유러피언투어, 6홀 매치 퍼스 & 골프식시즈
올해 처음 메치 플레이를 시도하면서 흥행에 성공한 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김세영 선수가 우승했다.
올해 가장 신선하고 파격적인 게임 방식은 유러피언투어가 전격 도입한 ‘6홀 매치’였다. 유러피언투어는 지난 2월 16일부터 나흘간 호주 퍼스에서 스트로크플레이와 매치플레이를 섞은 월드슈퍼6퍼스를 개최했다. 호응도 좋았고 흥행은 대성공이었다. 사흘 동안 스트로크플레이를 진행해 상위 24명을 추렸다. 공동 20위에 8명이 올랐으나 플레이오프를 통해 4명을 떨어냈다. 챔피언을 가리는 연장전이 아니라 본선 자격 심사인데, 이 연장 매치가 정작 더 스릴 넘치는 승부였다. 게다가 이 대회에서는 색다른 시도를 했다. 어차피 매치플레이는 승부를 가리는 게 생명인 만큼 기존의 18홀 라운드를 대폭 줄여 6홀 승부 포맷을 꾸렸다.

마지막날은 3라운드까지의 성적에서 상위 8위는 부전승으로 올렸다. 9위부터 24위까지 16명은 6홀의 1차 매치플레이를 통해 8명을 추려졌다. 그리고 올라온 이와 부전승 8명이 맞붙는 2차 6홀 매치가 열렸다. 거기서 나온 8명이 3차 6홀 매치로 4명을 가리고,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통해 최종 승자를 뽑았다. 이 모든 과정이 하루에 끝났다. 6홀 매치였기 때문에 가장 많은 플레이를 한 선수라고 해야 5번의 매치 30홀에 불과했다.

3라운드에서 연장전 끝에 24위로 티켓을 얻었던 태국의 17세 골퍼 파차랏 콩와트마이는 마지막 날 6홀씩 5번의 매치를 벌인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루 만에 24명이 벌인 매치플레이는 다소 복잡한 면은 있지만, 6홀 안에 승부가 가려져서 스릴 넘쳤다. 같은 기간 PGA투어 제네시스오픈이 열렸지만 흥행과 재미에서는 이 대회가 앞섰다는 평가가 많았다.

유러피언투어의 6홀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6~7일 이틀간의 주말을 이용해 6홀 매치를 더 확장한 국가 대항전을 열었다. 영국 런던 외곽 센트리온클럽에서에서 6개 홀 국가대항전 골프식시즈(Golf Sixes)를 개최했다. 16개 국에서 2명씩 출전해 이틀간 총상금 100만 유로를 놓고 격돌했다. 4팀씩 4개 조로 나눠 첫날 조별리그를 3경기씩을 치른 뒤 각 조 상위 2개팀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방식은 6홀 매치로 승부를 가렸고, 한 팀의 두 선수가 각자 티 샷을 하고 가장 좋은 공을 선택한 뒤 다음부터는 번갈아 치는 포볼과 포섬을 섞은 그린섬(Green some) 방식을 채택했다.

오락 요소를 대거 가미했다.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주변에는 원형경기장 스타일의 갤러리 좌석을 만들고, 코스 곳곳에서 음악을 틀고 불꽃놀이까지 곁들였다. 4번 홀에서는 ‘샷 클락(shot clock)’ 제도가 도입돼 슬로 플레이를 체크했다.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 그린에 각각 계기판이 세워져 샷을 할 때마다 40초 카운트타운에 들어간다. 선수가 시간을 못 지키면 벌타를 부과했다. 미국의 폴 피터슨은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세컨드 샷에서 40초를 넘겨 벌타를 받았다. 현장 갤러리는 초시계가 10초를 남겼을 때부터 큰 소리로 카운트다운을 외치면서 흥을 돋궜다.

첫날에 리그전을 통해 절반 8개의 팀을 가린 뒤 둘째 날은 8강, 4강, 결승을 하루에 모두 치렀다. 그것 역시 게임 방식이 6홀 매치여서 가능했다. 지난해 골프 월드컵 우승자 토비욘 올레센-루카스 버제가드가 팀을 이룬 덴마크가 결승전에서 호주팀을 꺾고 우승했다.
 JGTO, 6일간 두 번 대결 한다매치
일본프로골프(JGTO)투어는 지난해까지 4일간의 스트로크 플레이인 ISPS한다글로벌컵을 올해는 두 번에 걸친 6일간의 매치플레이로 전환했다. 한 달 간격을 두고 총 6일간 매치로 챔피언을 가린다. 오는 8월 1일부터 이틀간 치바의 호마노골프클럽에서 두 번의 매치플레이를 통해 본선 진출자를 가려낸다. 그리고 한 달 뒤인 9월 6일부터 나흘간 같은 골프장에서 3, 4매치를 갖는다. 총 6일간 열리는 정규대회라서인지 상금은 21억 엔으로 올해 일본에서 열리는 가장 상금 규모가 큰 대회로 부상했다. 이전까지는 4일 대회에서 주말에는 하루에 두 번 36홀 승부로 경기를 치렀으나 이 대회는 6일간 치열하면서도 불꽃 튀는 진검 승부 대회를 기대한다.
 KPGA, 리그제 섞은 먼싱웨어매치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6월 8일부터 열리는 먼싱웨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이 유일한 매치플레이 대회다. 이 대회는 지난해까지 경기도 용인 88CC에서 개최했으나 올해는 경남 남해의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으로 대회 장소를 옮겨 치른다. 지난해는 2라운드까지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64명에서 16명을 추렸지만, 주말엔 토요일 오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세 경기를 4개 조로 나눠 리그전을 시도했다. 그 성적을 통해 일요일 오후 순위 결정전에서 최종 승부를 가린 결과 이상엽이 황인춘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색다른 방식이 주목받았으나 지난해 이 대회는 게임 방식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박상현 역시 3번의 주말 리그전을 모두 이겼지만 획득 포인트에서 뒤지면서 3, 4위전을 치러야 했다. 리그제 형식을 섞어 흥미를 높였으나 매치를 모두 이긴 선수가 결승전에 나가지 못했다. 첫 해여서 게임 방식을 보완할 필요를 남겼다. 올해 이 대회는 총상금이 지난해보다 2억 원 증액된 10억 원이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국내 최고의 코스에서 열리는 만큼 올해는 게임 방식에서 허점이 없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
 LPGA, 로레나오초아 레전드 매치
지난해까지 멕시코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은 시즌 막판에 열린 데다 관심도 떨어졌다. 하지만 스트로크플레이에서 올해는 매치플레이를 처음 시도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멕시코시티의 클럽 데 골프 멕시코에서 지난 4일부터 나흘간 열린 이 대회는 세계 랭킹 64위부터 출전해 짜릿한 승부 드라마를 연출했다.

방식은 각 대륙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선수 4명(박세리, 로레나 오초아, 줄리 잉스터, 안니카 소렌스탐)의 이름을 딴 4개의 조로 나뉜 16명씩의 매치 대결이었다. 이틀까지는 하루에 한 경기를 치러 조마다 4강을 가렸다. 셋째 날은 오전, 오후 두 번의 매치를 통해 각 조의 1위를 골랐다. 마지막날은 오전, 오후로 나눠 4개 조의 1위들이 맞붙어 준결승, 결승전을 치렀다.

한국의 김세영이 숱한 세계랭킹 상위 선수를 꺾은 뒤 태국의 아리야 쭈타누깐을 결승전 마지막 홀에서 1업(up)으로 이겼다. 허미정은 3, 4위전에서 미셸 위를 연장 4홀까지 가는 22홀 혈전 끝에 물리쳤다. 대회 흥행을 위해 각 대륙을 대표하는 박세리, 오초아, 소렌스탐, 잉스터와 같은 전설들이 이벤트 라운드에도 출전하면서 갤러리 관심도와 TV중계에도 볼거리를 더했다.
 KLPGA, 5일간 리그제 두산매치
애초에 골프 게임은 매치플레이로 시작했다. 1960년대 TV 골프중계가 보편화하면서 방송에 적합한 스트로크플레이가 대세로 자리 잡았을 뿐이다. TV중계를 하지 않는 전통적인 미국 US아마추어선수권은 오늘날도 매치플레이로 치러진다. 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은 1958년부터 매치에서 스트로크플레이로 방식을 바꿨다. 미국 PGA투어에서 매치플레이가 부활한 것은 1999년이다. 팬들에게 라이벌 선수 간 맞대결을 벌이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자는 취지였다. 그 후 2014년까지 16년간 64강부터 올라가는 방식이 유지됐다. 하지만 잘하는 선수끼리 맞붙어 일찍 탈락자가 나오면서 팬과 시청자의 관심이 급속도로 식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고민 끝에 나온 해결책이 2015년 도입된 라운드 로빈(round robin) 방식이다. 사흘은 리그전, 이틀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 탈락자가 늦게 결정되도록 한 것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유일한 매치인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은 올해 5일 경기로 확대하면서 이 방식을 지난 17일 수요일부터 시도했다. 지난해까지는 4일간 64강 토너먼트 매치로 진행했으나 올해부터는 대회의 변별력을 높이고 흥행을 유도할 수 있도록 라운드 로빈 방식의 조별 리그전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기존 4일 6라운드는 5일 7라운드로 확대됐다.

총 16개 그룹으로 나뉘어 치러지는 조별 리그전에서는 그룹별 4명이 2인 1조 매치플레이로 3일간 리그전을 치르며 승리 1점, 무승부 0.5점, 패 0점으로 합산해 각 조의 획득 포인트 1, 2위가 16강 본선에 진출했다. 4, 5일 차에는 기존 방식과 동일하게 16강과 8강이 토요일에, 4강과 결승전 및 3,4위전이 일요일에 열렸다. 방식을 바꾸면서 총상금도 1억원 증액했다. 스트로크 플레이는 방식이 제한적이지만 매치는 이처럼 홀 수와 경기 방식을 다이내믹하게 변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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