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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짝 취급 받는 항공 여행은 이제 그만!

짐짝 취급 받는 항공 여행은 이제 그만!

인터넷이 최저가 제시로 항공사의 서비스 망쳐 놓았지만 AI 활용으로 새로운 방식의 항공 사업 가능해져
누구나 인터넷으로 가장 싼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항공사는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승객을 더 태우기 위해 발을 펼 공간조차 없앴다. / 사진제공·I22.COM
앞으로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에게 끌려나가거나 조종사에게 한 방 얻어맞거나 항공 여행이 너무도 우울하고 괴롭다고 느낄 때면 인터넷을 탓하라.

하지만 희망은 있다. 인터넷이 망쳐 놓은 것을 고치는데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스파이더맨이 손목에서 거미줄을 쏘듯 팔목에서 와인을 따라 줄 수 있는 로봇 승무원을 말하는 게 아니다(그런 로봇이 등장한다면 아주 멋지지 않을까!).

지금 항공사와 승객 사이에서 벌어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약 20년 전 우리 중 다수가 여행 예약의 첫걸음으로 익스피디어나 트래블로시티(항공권의 온라인 예약을 통합 관리해주는 서비스 플랫폼)를 이용하면서 시작됐다.

그전까지 만해도 항공편을 예약하려면 대부분 여행사에 전화를 걸었다. 여행사 직원은 컴퓨터 화면을 보고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그 정보는 1950년대 아메리칸항공과 IBM이 개발한 최초의 예약 시스템 세이버가 공급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시스템은 주로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항공편 순위를 보여줬다. 어느 비행기를 타느냐는 결정에 가격도 영향을 미쳤지만 비행 시간, 여행사의 추천, 브랜드 충성도도 그 못지않게 중요했다.

그러나 온라인 여행 사이트는 언제나 가격을 기준으로 항공편의 순위를 보여주도록 프로그램됐다. 요즘 우린 여행 예약을 대행하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여행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대다수는 온라인을 이용해 어느 항공편을 이용할지 선택하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집착한다. 가격을 몇 번씩이나 확인하고, 가격이 변동됐을 때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설치할 뿐 아니라 특정일의 특정 시간에 항공사가 실시하는 할인 행사를 찾는다.

가격 비교에서 가장 싼 항공사가 누구에게나 최고다. 따라서 항공사는 수익을 유지하면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앞좌석 사이에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을 대폭 줄이고, 수하물 탁송에 추가 요금을 받고, 승무원을 감원해 그들이 일에 지쳐 신경이 날카로워지게 만드는 등 우리가 항공 여행에서 싫어하게 된 모든 일을 다 한다.
지난 4월 초 유나이티드항공은 초과 예약을 이유로 베트남계 미국인 승객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끌어내려 항의를 받았다. / 사진제공·AP-NEWSIS
2012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의 이타이 아테르와 프랑스 파리 소재 에너지 경제 컨설팅업체 컴파스 렉스콘의 유진 올로브가 공동 실시한 조사 보고서는 “온라인 여행사가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비행 시간 준수에서 가격으로 바꿔놓았다”고 지적했다. 그들의 데이터에 따르면 여행객이 주로 가격을 기준으로 항공권을 구입하면서 항공기 연발·연착이 더 심해졌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항공사는 비행 일정 약속을 지키는 것은 뒷전이고 가격만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테르와 유진 올로브의 조사 결과는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항공사의 인센티브와 실적에 인터넷이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요즘 이코노미석을 타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고도 남을 지적이다.

항공사가 아무리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싶어도 지금은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다. 온라인 가격 비교가 너무 쉬워지면서 어떤 항공사도 요금을 약간 더 받고 좀 더 수준 높은 이코노미석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항공사보다 가격이 높았다가는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에서 가차없이 밀려난다.

항공사가 처한 상황은 사실 다음과 같다. 요즘의 평균 항공권 가격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1997년과 거의 똑같다. 유가는 그 당시보다 약 60% 올랐다(연료가 항공사의 최대 비용이다). 항공사는 가격 압박을 너무 심하게 받아 비용이 늘어도 요금을 올릴 수 없다. 항공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승객을 더 좁은 공간으로 밀어넣고 좌석을 추가로 설치해 돈을 벌어야 한다.

컨설턴트이자 ‘슈퍼컨슈머(Superconsumers)’의 저자인 에디 윤이 지적하듯이 우리가 식당이나 아파트를 검색하는 식으로 여행 사이트에서도 우리가 중시하는 기준에 따라 항공편을 검색할 수 있다면 사정이 달라질지 모른다. 항공 여행의 경우 거기엔 우리가 좌석에 앉아서 어느 정도의 다리 펼 수 있는 공간, 승무원의 서비스와 기내식 수준의 평가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상품 범주에서 만족도를 가격으로만 판단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격 이외의 것을 기준으로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별로 없다. 따라서 항공사 서비스의 수준은 갈수록 떨어진다. 고객이 감내할 수 있는 최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생 항공사 서프에어는 회원제 기반의 개인 제트기 무제한 이용 서비스 업체로 ‘하늘의 우버’를 자처한다. / 사진제공·SURF AIR
그러나 좀 더 넓게 생각해보면 지금 항공사들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기술이 이끄는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이 곧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에 본사를 둔 신생 항공사 서프에어(Surf Air)를 보자. 개인 제트기 무제한 이용 서비스 업체로 ‘하늘의 우버’를 자처하는 이 회사는 개인 항공 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는 좌석 8개짜리 소형 제트기들을 운항한다. 따라서 서프에어는 승객이 보안검색대와 복잡한 게이트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도록 편의를 제공한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의 10여 개 도시에서 운항 중이다. 회원 가입비 1000달러에 월 회비 1950달러를 내면 서프 에어가 취항하는 모든 노선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우버 택시를 부르듯 서프 에어의 앱으로 여행을 신청하기만 하면 된다. 월 4차례 이용하면 한 번에 약 500달러를 내고 전용기를 타는 것과 같다. 서프 에어에 따르면 곧 유럽에서도 이용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등록한 회원은 약 3000명이다.

서프 에어를 포함한 이 같은 주문형 항공 서비스는 AI를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덕분에 가능해졌다. 비행기가 언제 어디서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고 어떤 회원이 어떤 항공편을 탈 가능성이 높은지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에디 윤이 지적하듯이 회원제 운영이 항공사와 승객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그럴 경우 승객을 잘 대우하는 것이 항공사의 인센티브가 된다. 유효좌석마일(ASM) 당 매출이나 바보 같은 스프레드시트 계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어진다. 루프트한자의 자회사인 저가 항공사 유로윙스도 현재 회원제 운영을 실험하고 있다. 500달러 남짓한 회비에 10건의 편도 비행 패키지 제공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중이다.

때가 되면 거의 모든 주요 항공사는 AI 기반의 회원제를 공식 사업의 일부로 만들 수 있다. 그런 구조에선 혁신 가능성이 더 많다. AI 소프트웨어는 개인 고객의 여행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TV 프로그램과 드라마, 영화를 온라인으로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회원들의 영화 취향을 꿰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좌석 초과 예약을 이유로 베트남계 미국인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려 공분을 샀던 유나이티드항공이 이 기술을 채택했다고 가정해 보자.

먼저 유나이티드항공의 소프트웨어가 당신이 특정 도시에 가는 비행기를 많이 예약하며, 주로 발을 뻗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와이파이를 구매하며, 이륙 후 버번을 두 잔 마신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AI가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해 유나이티드항공의 비용과 가용 좌석 수를 따져본 뒤 맞춤형 회원 가입을 자동으로 권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거래로 당신은 약간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매번 예약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당신과 유나이티드항공 둘 다 가격 확실성까지 어느 정도 확보 가능하다. 그에 따라 유나이티드항공과 당신의 관계는 적대적이고 서로 의심하는 거래 상대에서 장기적인 애착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그들이 당신을 비행기에서 끌어내린다고 해도 그때는 적어도 버번도 함께 내려줘야 한다는 것 정도는 기억하지 않을까?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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