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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여행이 이보다 편한 적 있었을까?

자동차 여행이 이보다 편한 적 있었을까?

럭셔리 대형 SUV ‘스포츠’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레인지 로버의 매력에 빠지다
2016년에 업데이트된 스포츠는 여전히 세련된 스타일의 SUV지만 곧 나올 신형 벨라에 빛을 잃을지도 모른다. / 사진 : JAGUAR LAND ROVER
근사한 신형 레인지로버 벨라가 올 후반 쇼룸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에 앞서 우리는 더 구형·대형에 실용적인 형님 ‘스포츠’ 모델의 도로 시범주행에 나서기에 적기라고 판단했다. 이보크(Evoque) 표준형 가격이 약 5000만원, 스포츠 표준형이 약 1억730만원 선에 근접하는 상황이니 벨라가 택할 수 있는 가격대는 넓다. 그러나 벨라의 가슴 떨리는 스타일링 그리고 실제 구매가를 약 1억원 선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옵션 리스트에 스포츠로선 전에 느껴보지 못한 동기간 라이벌 의식 같은 압력을 받을 듯하다.

스포츠가 여전히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레인지 로버를 원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골디락스(한 소녀와 곰 세 마리 소재의 동화에서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수프’) 모델일까? 아니면 매력적인 신형 벨라가 부풀어오른 스포츠 인기의 바람을 빼놓을까? 우리와 함께 잉글랜드·프랑스·벨기에를 드라이브하며 그 답을 찾아보자.

RR 스포츠와의 첫 만남부터 흔히 생각하는 평범함과 거리가 있었다. 한 친구가 운전대를 잡고 런던 동부의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기자는 뒷좌석 양쪽 발밑 공간에 한 발씩 걸치고 좌석 중간에 걸터앉았다. 모두 5명이 프랑스와 채널 터널(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한 철도용 해저 터널)을 경유해 벨기에 서북부 도시 브뤼헤로 향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을 대신한 IB타임스 기자는 (가장 키가 작기 때문인지) 가장 짧은 줄을 뽑아 좌석 가운데에 걸터앉은 채로 몇㎞를 더 가야 한다.
우리 시승 모델은 3.0L 6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해 306마력에 700뉴턴미터의 토크를 자랑한다. / 사진 : JAGUAR LAND ROVER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차를 간단히 소개하겠다. 2017년형 레인지 로버 스포츠다. 최상급인 ‘오토바이오그래피 다이내믹(Autobiography Dynamic)’ 모델의 최상급 트림(장식 부품 재질), 3.0L 6기통 디젤 엔진, 그리고 모든 RR 모델에 표준인 자동 8단 기어박스를 장착했다.

기본 가격은 약 1억1480만원이지만 색상 입힌 프라이버시 보호 유리, 적응식 헤드라이트(adaptive headlight, 도로조건·조명·날씨에 맞춰 비추는 방향을 조절), 원격 냉난방 조절, 카메라, 마사지 기능이 내장된 온냉 시트, TV 스크린, 업그레이드된 사운드 시스템 등의 옵션이 추가돼 실제 총 판매가가 약 1억3550만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벨라 기본형 가격의 2배를 넘지만 올여름 선보이는 ‘퍼스트 에디션’ 모델의 풀옵션 가격에 비하면 약간 높은 수준이다.

신기능 중 일부는 예상과 다르지 않지만(마사지 시트가 어느새 신기한 기능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나머지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컨버세이션 어시스트(Conversation Assist)는 22 스피커 메리디언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약 592만원)과 묶음으로 통합됐다. 운전자와 탑승자가 스피커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는 기능이다. 운전자와 탑승자의 목소리를 스피커로 전달해 대화가 더 잘 들리도록 한다. 처음에는 우리 목소리가 왜 이상하게 들리는지 혼란스럽더니 나중에는 도로·바람·음악소리 속에서 모두가 조용히 이야기해도 단어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들렸다.

인테리어 기술 중 또 다른 기막힌 기술은 대시보드에서 2개의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듀얼 뷰(dual view) 터치스크린이다. 거의 대부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기본으로 표시되지만 설정 메뉴를 몇 번 누르면 운전자가 한 가지 그림을 보는 동안 앞자리 승객이 다른 이미지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사실상 스크린이 앞 좌석 양쪽에 각기 다른 이미지를 투영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탑승자 모두 하나씩 TV를 볼 수 있다(뒷좌석에 스크린이 2개 더 있다). 하지만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운전자 쪽 디스플레이 기능은 사라진다.
인테리어 장치로는 운전석과 조수석에 다른 인터페이스를 표시하는 중앙 터치스크린이 눈길을 끈다. / 사진 : JAGUAR LAND ROVER
운전자 교체 시간이 돼 IB타임스가 운전대를 잡고 채널 터널을 향해 나아간다. 프랑스 항구 도시 칼레로 향하는 이른 오후 기차를 잡기 위해서다(차를 그대로 기차에 싣고 해저터널을 건넌다). 레인지 로버가 오프로드에서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해도 고속도로를 (어쩌면 실망스럽게도) 미끄러지듯 달릴 때 가장 편하게 느껴진다.

도시 거주 SUV 운전자들이 한도 끝도 없이 욕심내는 ‘시야가 탁 트인 운전석’에 높이 올라 앉는다. 알맞은 위치에 팔걸이가 놓여 있다. 허리 마사지가 만족감을 주고 선택사양인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은 탁월하다. 팔걸이에 팔을 올려놓고, 엄지와 검지 사이에 운전대를 끼우고, 레이더 유도 정속주행 장치에 페달을 맡긴다. 두 앞 좌석 사이의 미니 냉장고에는 시원한 음료수가 마련돼 있다. 자동차 여행이 이보다 편한 적이 있었을까?

운전석에 앉은 채 지중해 슈퍼요트에 승선해 시원한 음료를 마시러 가는 기분으로 브뤼헤를 향한다. 그러나 레인지의 안락함은 부인할 수 없지만 탑승자 중 3명 이상이 최소 183㎝가 넘는 장신인 탓에 프랑스 고속도로를 두어 시간 달리고 났더니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틀 뒤 돌아오는 여행은 비좁은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곧바로 우리의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얼마나 큰 차인지 새삼 일깨워줬다. 상가지구와 도심에서 SUV는 현대 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 됐지만 그것을 비좁은 공간으로 끼워 넣으려면 카메라·센서·판단력 그리고 요행수를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

“봐, 로버가 달릴 만한 트인 공간이야!” 필시 차가 마음대로 달릴 수 있을 만한 인근의 평지를 가리키며 한 탑승자가 흥분해 소리쳤다. 그러나 올초 신형 디스커버리 차량에서 랜드로버의 전자동 지형반응(Terrain Response, 각 부품이 지형 조건에 맞춰 최적화) 기능을 테스트해본 터라, 비슷한 기능과 수심 85㎝의 물을 거뜬히 통과하는 기능을 장착한 레인지 로버 스포츠는 그런 시시한 오프로드 시도는 아이들 장난쯤으로 여길 게 뻔했다. 게다가 매뉴얼에서 지형반응 기능을 찾아내 서스펜션을 험로 주행(rock crawl) 모드로 높이고 기어를 저단으로 바꾸기는커녕 차에 진흙탕 물을 튀기려는 레인지 로버 오너가 얼마나 되겠는가?
뒷좌석 탑승자 용 10인치 스크린 2개는 370만원짜리 옵션이다. / 사진 : JAGUAR LAND ROVER
과거 미국 유타 주에서 디스커버리 모델을 시범주행했을 때 말했듯이 차가 거의 어떤 환경이든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무한한 만족감을 준다. 실제로는 세면대에 빠뜨리는 상황이 고작일 텐데도 수심 300m에서도 작동하는 다이빙 시계를 만들어내는 격이다. 그러나 수심 센서와 울퉁불퉁한 타이어보다 가죽, 온열 마사지 시트와 TV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 시승차의 3.0L 6기통 디젤은 306마력 그리고 1500rpm에서 700뉴턴미터의 토크(회전력)를 자랑한다. 칼레로 돌아가는 고속도로를 가볍게 주파한다. 이런 차는 특별히 듣기 좋은 소리를 내는 법이 없지만 액셀을 밟을 때마다 배기구에서 기분 좋게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토해 낸다. 잠시 멈칫하는 듯하다가 코를 치켜세우고 치고 나가는 힘이 만족스럽다.

금요일 오후 런던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스포츠의 덩치가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엔진의 엄청난 토크에 1억3500만원이 넘는 레인지 로버를 운전하는 우쭐함이 어우러지면서 앞차들을 밀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작은 차를 운전할 때보다 커진다. 어쩌면 진지한 운전자로서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지만 이런 차를 운전할 때는 왠지 그래도 될 듯한 느낌이 든다.

더 재미있는 도로를 찾아내 다이나믹 모드로 전환하고 차의 모든 기능을 팽팽하게 긴장시키고 기어박스를 자동에서 뽑아 운전대 뒤의 패들 시프터를 이용하는 수동으로 바꾸자 추억의 대형 버스가 잠에서 상쾌하게 깨어난다. V6가 문자 그대로 레브 리미터(엔진 회전제어 한도)까지 치닫지는 않지만 토크의 활용이 끝없는 만족감을 주고 차의 핸들링이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다. 물론 랜드로버에는 도로주행 성능이 훨씬 더 좋은 V8 스포츠 SVR도 있지만 가끔씩 이웃 마을의 농식품점에 쌩 하고 다녀오는 데는 V6만한 차도 없다.

- 앨리스테어 찰턴 아이비타임즈 기자
 [박스기사] 우리의 평가 - 레인지 로버 스포츠
화려한 벨라 모델이 곧 선보이지만 레인지 로버 중상급 클라스에서 스포츠는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다. 입문 모델인 이보크와 넘기 힘든 격차를 벌리는 한편 풀사이즈 레인지 로버의 위용에 약간 못 미칠 뿐이다.

스포츠 모델은 분명 형제 모델 벨라의 도전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재규어 랜드로버사도 유행을 앞서가는 그 신모델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이즈·실용성·가격·스타일링의 완벽한 조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스포츠는 여전히 사랑받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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