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산업의 블루오션 ‘무슬림’
한국 관광산업의 블루오션 ‘무슬림’
지난해 98만5858명이 우리나라 찾아 …의료 관광객도 3만3387명으로 전년 대비 23.7% 증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사드 후폭풍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분야가 관광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여행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12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5억2900만 달러) 대비 135.1% 증가했다. 지난 1~4월 누적 적자 규모(49억9000만 달러)는 지난해 같은 기간(25억1200만 달러)의 2배에 이른다.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이후 매달 1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 국내 저가항공 시장의 확장과 온라인 티켓 구매 등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늘어난 반면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 수는 크게 감소한 탓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지난 4월 중국인 관광객은 22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6% 줄었다. 국내 면세점도 타격을 입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고객 수는 99만806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5% 급감했다.
수출도 비상이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석달 째 고전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지난 5월 중국에서의 판매량은 5만248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1% 줄었다. 고공 행진하던 화장품 판매 증가세도 꺾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화장품 소매 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으로 관광객이 급감했던 2015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 내 한국 유통 업계도 수난을 겪고 있다. 롯데마트는 점포 99곳 중 74곳이 강제 영업정지 상태이고 13곳은 자율 휴업 중이다. 전체 점포의 90%가 사실상 문을 닫은 셈이다. 1997년 국내 대형마트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한 신세계 이마트는 20년만에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양국의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개선의 여지는 적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억 명에 달하는 무슬림 시장이 바로 그 대안으로 떠오른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에 따른 소비력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할랄 산업에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할랄’이란 샤리아(이슬람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다.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은 세계 인구의 23%에 달한다. 무슬림은 중동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까지 전 세계에 고루 분포돼 있다. 아랍연맹 22개국과 이슬람협력기구(OIC)에 가입한 57개국의 무슬림 인구를 합치면 8억 명이 넘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98만5858명으로 전년(74만1000명)보다 33%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30.3%)보다 높다. 올해는 100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국관광공사가 분석한 2014년 무슬림 관광의 경제적 효과는 3조2658억원에 달했다.
요즘 서울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 사원(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일대는 활력이 넘친다. 무슬림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할랄 식당이 호황을 맞았다. 사원 정문을 중심으로 들어선 할랄 식당은 예배가 끝나는 시간이면 무슬림들로 북적인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터키 같은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과 국내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이다.
사원 주변의 우사단로는 바비큐·치킨·샌드위치·디저트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5~6년 전만 해도 10여 곳에 불과하던 할랄 음식점이 현재는 30여 곳으로 늘었다. 무슬림이 즐겨먹는 고기는 소고기와 닭고기다. 돼지고기는 허용되지 않는다. 소와 닭도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것만 먹을 수 있다. 우사단로의 음식점 대부분은 할랄 인증을 받았다.음식점뿐만 아니라 여행사, 휴대전화·의류 매장 등도 성업 중이다. 직접 고기를 사먹는 무슬림 가정이 늘면서 할랄 정육점도 골목 곳곳에 생겨났다. 5년째 이곳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샤리포브 후르시드(37·우즈베키스탄) 사장은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할랄 정육점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관광객이 늘고 국내 거주자가 많아지면서 손님이 5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관광 산업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분야는 의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36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23%, 진료 수입은 8606억원으로 전년보다 29% 증가했다. 이 중 OIC 국가의 환자는 3만3387명으로 전체의 9.1%에 불과하지만 진료 수입은 1427억원으로 전체의 16.5%를 차지했다. 다른 나라보다 이슬람 국가의 환자가 진료비를 더 많이 쓴다는 얘기다.
실제 국가별 1인당 외국인 환자 평균 진료비를 보면 UAE가 119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평균 진료비(236만원)의 5배가 넘는다. UAE에 이어 태국 524만원, 카자흐스탄 417만원, 인도네시아 398만원 순으로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상위가 태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슬람 국가다.
국내로 유입되는 이슬람 국가의 전체 환자 수도 해마다 증가한다. 2012년 7169명, 2013년 1만1453명, 2014년 2만909명, 2015년 2만6980명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가장 많이 찾은 이슬람 국가 환자는 카자흐스탄 1만 5010명, 우즈베키스탄 4103명, UAE 3562명, 인도네시아 2338명, 사우디아라비아 1691명이었다. 파티마 무하마드 알카비(43·가명)는 불임 치료와 시험관아기시술을 받기 위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10개월째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생활한다. 그는 “한국은 암이나 불임을 치료하는 첨단 의료 기술이 발전한 나라로 잘 알려졌다”며 “국가 차원에서 질병에 따라 병원을 지정해 줄 정도로 한국 의료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말했다.
무슬림 관광객이 늘면서 전문 서비스업도 생겨나고 있다. 중동 국가 관광객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알라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이 여행사를 운영하는 박상원 대표는 지난해 3월 스타트업을 만들어 1년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유튜브 구독자를 각각 5만 명씩 확보했다. 직원과 단 둘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홍보만으로 매년 수백 명에 이르는 가족 단위 이슬람 관광객을 안내한다.그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1년 만에 그만두고 무슬림을 위한 전문 여행사를 차렸다. 대학 4학년 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최한 글로벌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6개월간 중동에서 지낸 것이 계기가 됐다. 족벌 사회인 UAE와 오만 등지에서 현지인과 쌓은 인맥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박 대표는 “중동에서 생활할 때 무슬림들이 한국을 여행하고 싶어도 언어와 음식 때문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꼭 만들겠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중국인보다 무슬림이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서울시가 추진한 ‘관광 스타트업 협력 프로젝트 공모전’에 선정돼 할랄 음식점 홍보와 고품격 요트·한옥호텔 체험 같은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한국관광공사는 시장 다변화의 주요 타깃인 무슬림 관광객을 잡기 위해 올해 ‘무슬림 프렌들리 코리아(Muslim Friendly Korea)’ 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올해 무슬림 관광객 12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을 전국적으로 136곳에서 17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할랄 음식 정보와 기도실 현황, 주요 이슬람 국가 동향 등을 담은 ‘무슬림 관광객 유치 안내서’도 발간했다.올 하반기에는 말레이시아의 국제관광전, 인도네시아의 이슬라믹엑스포 등 무슬림 국가의 주요 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지난 3월 말레이시아의 국제관광 전에 참여해 관광 상품을 홍보하는 등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도내 무슬림 친화 식당도 2곳에서 2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제주도는 신규 노선 취항을 위해 에어아시아X(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가루다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등 항공사들과 협의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할랄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한국할랄수출협회는 지난 5월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 국내 할랄 식품을 소개하는 할랄특별관을 선보였다. 전시회에는 동원 F&B, 부산식품, 풍기인삼농협, 옹고집 영농조합법인 등 7개 기업이 참가해 각종 할랄 제품을 선보였다.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세미나도 열어 그 전망도 확인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세계 이슬람 식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88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중국·미국·일본 등 각국의 식품 시장보다 더 큰 규모다.
이처럼 무슬림 시장이 우리나라 유망 산업으로 떠올랐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인프라는 미흡하다. 독실한 무슬림은 해외여행 중에도 하루에 5번 기도하고 할랄 음식만 먹는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식사와 종교 의식을 할 수 있는 곳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이태원이나 경기도 남이섬 등 식사와 기도 시설을 갖춘 곳에만 몰리는 등 무슬림을 위한 국내 관광지가 제한적이다.
만족도 조사에서도 무슬림 관광객의 불만은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2016년 방한 무슬림 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슬림 관광객의 여행 만족도는 평균 3.92점(5점 만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음식(3.46점), 관광지 내 기도실 구비(3.10점) 등 무슬림이 꼭 필요로 하는 관광 인프라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심지어 응답자의 27.4%는 할랄 음식점이 부족해 직접 조리해 먹거나 자국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136곳 중 105곳은 서울·경기·제주 지역으로 몰려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 중구의 ‘프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서울’ 등은 다른 호텔보다 무슬림 관광객 비중이 높다. 호텔이지만 조리 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프레이저 플레이스 관계자는 “전체 투숙객 중 무슬림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6개월 전에 비해 3%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 관광을 위해 3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는 중동 지역 관광객이 많다. 올 초부터는 조식 뷔페에 할랄 음식을 표기하는 등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의 장건 원장은 “사드 문제와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국내 관광 산업과 해외 수출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보다 다양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안정적인 관광 시스템을 마련하고 다양한 할랄 제품을 개발해 수출길을 열어간다면 할랄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강태우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이후 매달 1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 국내 저가항공 시장의 확장과 온라인 티켓 구매 등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늘어난 반면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 수는 크게 감소한 탓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지난 4월 중국인 관광객은 22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6% 줄었다. 국내 면세점도 타격을 입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고객 수는 99만806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5% 급감했다.
수출도 비상이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석달 째 고전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지난 5월 중국에서의 판매량은 5만248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1% 줄었다. 고공 행진하던 화장품 판매 증가세도 꺾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화장품 소매 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으로 관광객이 급감했던 2015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 내 한국 유통 업계도 수난을 겪고 있다. 롯데마트는 점포 99곳 중 74곳이 강제 영업정지 상태이고 13곳은 자율 휴업 중이다. 전체 점포의 90%가 사실상 문을 닫은 셈이다. 1997년 국내 대형마트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한 신세계 이마트는 20년만에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양국의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개선의 여지는 적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억 명에 달하는 무슬림 시장이 바로 그 대안으로 떠오른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에 따른 소비력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할랄 산업에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할랄’이란 샤리아(이슬람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다.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은 세계 인구의 23%에 달한다. 무슬림은 중동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까지 전 세계에 고루 분포돼 있다. 아랍연맹 22개국과 이슬람협력기구(OIC)에 가입한 57개국의 무슬림 인구를 합치면 8억 명이 넘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98만5858명으로 전년(74만1000명)보다 33%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30.3%)보다 높다. 올해는 100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국관광공사가 분석한 2014년 무슬림 관광의 경제적 효과는 3조2658억원에 달했다.
요즘 서울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 사원(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일대는 활력이 넘친다. 무슬림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할랄 식당이 호황을 맞았다. 사원 정문을 중심으로 들어선 할랄 식당은 예배가 끝나는 시간이면 무슬림들로 북적인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터키 같은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과 국내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이다.
사원 주변의 우사단로는 바비큐·치킨·샌드위치·디저트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5~6년 전만 해도 10여 곳에 불과하던 할랄 음식점이 현재는 30여 곳으로 늘었다. 무슬림이 즐겨먹는 고기는 소고기와 닭고기다. 돼지고기는 허용되지 않는다. 소와 닭도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것만 먹을 수 있다. 우사단로의 음식점 대부분은 할랄 인증을 받았다.음식점뿐만 아니라 여행사, 휴대전화·의류 매장 등도 성업 중이다. 직접 고기를 사먹는 무슬림 가정이 늘면서 할랄 정육점도 골목 곳곳에 생겨났다. 5년째 이곳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샤리포브 후르시드(37·우즈베키스탄) 사장은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할랄 정육점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관광객이 늘고 국내 거주자가 많아지면서 손님이 5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관광 산업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분야는 의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36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23%, 진료 수입은 8606억원으로 전년보다 29% 증가했다. 이 중 OIC 국가의 환자는 3만3387명으로 전체의 9.1%에 불과하지만 진료 수입은 1427억원으로 전체의 16.5%를 차지했다. 다른 나라보다 이슬람 국가의 환자가 진료비를 더 많이 쓴다는 얘기다.
실제 국가별 1인당 외국인 환자 평균 진료비를 보면 UAE가 119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평균 진료비(236만원)의 5배가 넘는다. UAE에 이어 태국 524만원, 카자흐스탄 417만원, 인도네시아 398만원 순으로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상위가 태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슬람 국가다.
국내로 유입되는 이슬람 국가의 전체 환자 수도 해마다 증가한다. 2012년 7169명, 2013년 1만1453명, 2014년 2만909명, 2015년 2만6980명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가장 많이 찾은 이슬람 국가 환자는 카자흐스탄 1만 5010명, 우즈베키스탄 4103명, UAE 3562명, 인도네시아 2338명, 사우디아라비아 1691명이었다. 파티마 무하마드 알카비(43·가명)는 불임 치료와 시험관아기시술을 받기 위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10개월째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생활한다. 그는 “한국은 암이나 불임을 치료하는 첨단 의료 기술이 발전한 나라로 잘 알려졌다”며 “국가 차원에서 질병에 따라 병원을 지정해 줄 정도로 한국 의료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말했다.
무슬림 관광객이 늘면서 전문 서비스업도 생겨나고 있다. 중동 국가 관광객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알라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이 여행사를 운영하는 박상원 대표는 지난해 3월 스타트업을 만들어 1년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유튜브 구독자를 각각 5만 명씩 확보했다. 직원과 단 둘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홍보만으로 매년 수백 명에 이르는 가족 단위 이슬람 관광객을 안내한다.그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1년 만에 그만두고 무슬림을 위한 전문 여행사를 차렸다. 대학 4학년 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최한 글로벌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6개월간 중동에서 지낸 것이 계기가 됐다. 족벌 사회인 UAE와 오만 등지에서 현지인과 쌓은 인맥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박 대표는 “중동에서 생활할 때 무슬림들이 한국을 여행하고 싶어도 언어와 음식 때문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꼭 만들겠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중국인보다 무슬림이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서울시가 추진한 ‘관광 스타트업 협력 프로젝트 공모전’에 선정돼 할랄 음식점 홍보와 고품격 요트·한옥호텔 체험 같은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한국관광공사는 시장 다변화의 주요 타깃인 무슬림 관광객을 잡기 위해 올해 ‘무슬림 프렌들리 코리아(Muslim Friendly Korea)’ 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올해 무슬림 관광객 12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을 전국적으로 136곳에서 17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할랄 음식 정보와 기도실 현황, 주요 이슬람 국가 동향 등을 담은 ‘무슬림 관광객 유치 안내서’도 발간했다.올 하반기에는 말레이시아의 국제관광전, 인도네시아의 이슬라믹엑스포 등 무슬림 국가의 주요 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지난 3월 말레이시아의 국제관광 전에 참여해 관광 상품을 홍보하는 등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도내 무슬림 친화 식당도 2곳에서 2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제주도는 신규 노선 취항을 위해 에어아시아X(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가루다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등 항공사들과 협의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할랄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한국할랄수출협회는 지난 5월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 국내 할랄 식품을 소개하는 할랄특별관을 선보였다. 전시회에는 동원 F&B, 부산식품, 풍기인삼농협, 옹고집 영농조합법인 등 7개 기업이 참가해 각종 할랄 제품을 선보였다.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세미나도 열어 그 전망도 확인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세계 이슬람 식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88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중국·미국·일본 등 각국의 식품 시장보다 더 큰 규모다.
이처럼 무슬림 시장이 우리나라 유망 산업으로 떠올랐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인프라는 미흡하다. 독실한 무슬림은 해외여행 중에도 하루에 5번 기도하고 할랄 음식만 먹는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식사와 종교 의식을 할 수 있는 곳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이태원이나 경기도 남이섬 등 식사와 기도 시설을 갖춘 곳에만 몰리는 등 무슬림을 위한 국내 관광지가 제한적이다.
만족도 조사에서도 무슬림 관광객의 불만은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2016년 방한 무슬림 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슬림 관광객의 여행 만족도는 평균 3.92점(5점 만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음식(3.46점), 관광지 내 기도실 구비(3.10점) 등 무슬림이 꼭 필요로 하는 관광 인프라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심지어 응답자의 27.4%는 할랄 음식점이 부족해 직접 조리해 먹거나 자국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136곳 중 105곳은 서울·경기·제주 지역으로 몰려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 중구의 ‘프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서울’ 등은 다른 호텔보다 무슬림 관광객 비중이 높다. 호텔이지만 조리 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프레이저 플레이스 관계자는 “전체 투숙객 중 무슬림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6개월 전에 비해 3%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 관광을 위해 3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는 중동 지역 관광객이 많다. 올 초부터는 조식 뷔페에 할랄 음식을 표기하는 등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의 장건 원장은 “사드 문제와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국내 관광 산업과 해외 수출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보다 다양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안정적인 관광 시스템을 마련하고 다양한 할랄 제품을 개발해 수출길을 열어간다면 할랄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강태우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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