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벵거 감독의 ‘마지막 승부’

벵거 감독의 ‘마지막 승부’

영국 아스널 FC,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13년 전의 영광 되찾을 수 있을까
벵거 감독은 다시 한번 아스널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보고 싶어 한다. 팬들의 요구가 바로 그것이란 사실을 그는 너무도 잘 안다.
영국 런던의 프로축구 클럽 아스널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건 13년 전의 일이었다. 2003~2004 시즌에 프리미어리그 사상 첫 무패 우승을 기록하면서 ‘무적팀(the Invincibles)’으로 불렸던 아스널이 잔인할 정도의 효율성과 스타일로 상대팀들을 격파한 이래 그토록 오래 잠잠했다는 뜻이다.

당시 구장을 누볐던 ‘무적팀’ 선수들은 오래 전 런던 북부의 홈구장이던 에미레이트 스타다움을 떠났다. 주장을 맡았던 패트릭 비에이라는 지금 미국 뉴욕시티 팀의 감독으로 활동한다. 데니스 베르캄프는 네덜란드로 돌아가 아약스 팀의 수석 코치를 맡았다. 티에리 앙리는 영국 방송 스카이스포츠의 해설가로 지난 10여 년 동안 아스널이 왜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렸는지 팬들에게 분석해주고 있다.

아스널은 그 이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대회에서 4차례 우승했지만 프리미어리그 타이틀에선 갈수록 멀어져 지난 시즌엔 톱4 팀에서도 밀려났다. 다음 시즌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지 못하고 한 단계 아래 대회인 유로파리그에만 출전하게 됐다.

하지만 아르센 벵거(67) 감독이 21년 동안 이끌어온 아스널에 기대를 걸 만한 이유도 많다. 어쩌면 아스널은 재기에 성공해 내년 5월엔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 다섯 가지 이유를 짚어 본다.
 1. 벵거 감독의 분투
지난 시즌 쏟아진 비난이 벵거 감독에게 경종을 울린 게 분명하다. 아스널 팬들은 벵거 감독의 사임을 거세게 요구했다. 그들은 ‘물러나라’고 적은 대형 광고 트럭을 동원했고, 경기장 상공에서 플래카드를 펼치는 비행기까지 띄웠다. 그러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고 아스널과 2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엔 그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벵거 감독이 아스널에 남기로 한 결정은 ‘무적팀’ 신화를 쓴 자신의 경력을 치욕스럽게 끝내진 않겠다는 절박함을 보여준다. 그는 FA컵에 머무르지 않고 프리미어리그 타이틀을 다시 거머쥐고 싶어 한다. 팬들의 요구가 바로 그것이란 사실을 그는 너무도 잘 안다.
 2. 스타 선수 영입
벵거 감독은 지난 시즌 말 아스널과 2년 연장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 가지 조건에 동의했다. 올여름 선수이적 시장에선 머무적거리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전처럼 선수 몸값이 오를대로 오른 시장 막바지까지 선수를 구하지 못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벵거 감독은 지난 6월 초 독일 FC 샬케 04에서 뛰던 보스니아 출신의 수비수 세아드 콜라시나치를 영입했다. 또 그는 AS 모나코의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18)를 스카웃하려고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어쩌면 음바페의 몸값이 세계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아울러 아스널 팬들이 원하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골잡이 공격수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를 올림피크 리옹에서 끌어오기 위해서도 애쓴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전부 아스널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조짐이다.
 3. 3월의 징크스 깨다
지난해 3월부터 아스널의 골 가뭄이 시작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헐 시티를 격파한 뒤 한달 동안 단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는 대진표가 아스널에 유리한 듯했다. 프리미어리그로 새로 진출한 브라이턴 & 호브 앨비언, 지난 시즌 고전한 왓퍼드와 레스터, 거기에다 스토크 시티가 아스널과 맞붙었다. 이번 시즌 또 다시 아스널이 뒤늦게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4. 산체스의 잔류
지난 시즌 아스널의 스타 선수는 단연 알렉시스 산체스였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24골을 기록해 팀의 득점 1위에 올랐다. 그러나 팀이 자신의 기준에 따라오지 못하자 그는 아스널에서 점차 좌절한 듯했다. 게다가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가 그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시즌이 끝나면 그가 아스널을 떠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산체스는 아스널을 떠나지 않았다. 그 역시 희망적인 조짐이다.
 5. 신진 선수들의 활약
벵거 감독은 지난여름 영입한 선수들이 팀에서 자리 잡으면서 올 시즌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중 지금까지는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그라니트샤카와 시코드란 무스타피가 특히 유망하다. 이제 그들이 아스널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난류 속 입자처럼 움직이는 축구 선수 - 선수의 힘과 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 될 수도
축구 경기 중 5분 동안 선수 4명의 움직임을 2차원 도면으로 보여주는 그림.
축구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움직이는 동선은 대기 난류의 혼돈 상황에서 입자가 움직이는 것과 유사하다. 과학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역동적인 난류 현상을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발견한 여러 단서 중 하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7년 ‘난류(turbulence)’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지 500년이 지났지만 물리 학자들은 아직도 난류 조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 현상을 정확히 묘사할 수 있는 방정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난류는 효율성의 주된 장애물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난류 상황에서 입자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효율적인 자동차와 비행기, 배를 만들어 수십억 달러를 절약하고 인명까지 구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난류는 치명적인 사고를 자주 일으킨다. 지난 6월 20일 파나마의 파나마시티에서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으로 향하던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가 난기류에 휘말려 기체가 크게 요동치면서 승객 9명과 승무원 1명이 다쳤다.

유체역학 학술지 피지컬 리뷰 플루이드에 발표된 연구에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네덜란드 출신 연구원 바우터 보스와 동료들은 난류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현실적인 사례를 찾다가 우연히 축구 경기를 발견했다. 축구 선수들은 직사각형 안에 갇힌 난류가 휘젓는 입자처럼 경기장을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보스 연구원은 “축구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유체입자처럼 방향을 바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축구경기장의 사이드라인으로 제한된 공간이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견고한 경계가 유체입자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하다.”

몇 년 전부터 스포츠 팀들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복잡한 수학·물리학의 분석 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보스 연구원도 이번 연구가 축구팀의 경기력 향상에 당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는 물리학,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유체역학의 도구가 스포츠 분석 분야에서 사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난 20년 동안 난류 속에서 유체입자의 움직임을 묘사하고 난류의 복잡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가 많이 등장했다. 궁극적으로 이런 수단과 통찰력은 축구 선수의 힘과 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톰 로디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롯데, 해외 부실면세점 철수 검토…케미칼, 자산매각 추진

211월 기록적 폭설에 車사고 60% 급증…보험료 인상 조짐

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4년만에 승인…통합 LCC도 출범

4이재명 “‘국장’ 떠나는 현실...PER 개선하면 ‘코스피 4000’ 무난”

5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2년 만 수장 교체…신임 대표는 아직

6상법 개정 되지 않는다면 “국장 탈출·내수 침체 악순환 반복될 것”

7열매컴퍼니, 미술품 최초 투자계약증권 합산발행

8‘펫보험 1위’ 메리츠화재, 네이버·카카오페이 비교·추천 서비스 동시 입점

9네이버페이, ‘펫보험 비교·추천’ 오픈…5개 보험사와 제휴

실시간 뉴스

1롯데, 해외 부실면세점 철수 검토…케미칼, 자산매각 추진

211월 기록적 폭설에 車사고 60% 급증…보험료 인상 조짐

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4년만에 승인…통합 LCC도 출범

4이재명 “‘국장’ 떠나는 현실...PER 개선하면 ‘코스피 4000’ 무난”

5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2년 만 수장 교체…신임 대표는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