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차 당대회 앞두고 검열 강화한 중국, SNS에서 희화화 차단한다며 퇴출시켜 2013년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걸어가는 장면을 곰돌이 푸와 호랑이 티거에 비유한 패러디가 유행했다.곰돌이 푸는 세계 어린이에게 사랑 받는 디즈니의 만화 캐릭터다. 영국 작가 A.A. 밀른이 1926년 출판된 동화에서 창작한 캐릭터로 원래 이름은 ‘위니 더 푸(Winnie-the-Pooh)’다. 그런 귀여운 곰돌이가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 추방됐다. 그곳 누리꾼들이 곰돌이 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닮았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로 검열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7월 15일부터 중국 공산당 검열기관은 인기 메신저 위챗과 중국 최대의 마이크로블로깅 플랫폼인 웨이보 등 SNS 웹사이트에서 곰돌이 푸와 관련된 이미지와 글이 들어 있는 게시물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곰돌이 푸가 정치적으로 너무 민감한 캐릭터가 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곰돌이 푸를 묘사한 애니메이션 GIF 파일도 위챗에서 삭제된 것으로 보도됐다. 웨이보에서 곰돌이 푸의 이름을 중국어로 검색하면 ‘불법 콘텐트’이기 때문에 요청을 처리할 수 없다는 오류 메시지가 떴다.
중국이 소셜미디어에서 곰돌이 푸를 검열 대상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디즈니 만화에서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 사는 캐릭터 곰돌이 푸는 2013년에도 그 이미지를 시 주석에 견주는 패러디가 등장한 뒤 한동안 금지됐다.
중국 당국은 최근의 곰돌이 푸 검열과 관련해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관측통들은 오래 전의 그 패러디가 이번에 다시 중국 SNS에서 곰돌이 푸가 차단된 이유일 수 있다고 본다.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곰돌이 푸의 차단은 올가을 열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를 앞두고 더욱 엄격해진 중국의 온라인 검열에서 가장 최근의 사례다.
2014년에는 시 주석을 곰돌이 푸, 아베 총리는 슬픈 당나귀 이요에 빗대는 그림까지 나왔다차오무 베이징외국어대학 부교수는 “당대회를 앞두고 과거엔 ‘정치적 세력 규합’과 ‘정치적 행동’이 금지됐는데 올해는 ‘시 주석에 대한 언급’이 금지 대상에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 주석을 논평했다가 구금된 온라인 시사해설가도 있다. 곰돌이 푸에 대한 검열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굼뜨지만 성격 좋고 귀여운 곰돌이 푸가 처음으로 중국의 온라인 검열 대상이 된 것은 2013년이었다. 그해 미국을 방문한 시 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을 두고 중국 누리꾼들이 통통한 곰돌이 푸와 그 친구인 호리호리한 호랑이 티거가 함께 걷는 모습과 비슷하다며 사진과 그림을 패러디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 이미지가 중국 SNS에서 급속히 퍼져나가자 검열 당국이 곧 삭제에 나섰다.
이듬해 시 주석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땐 시 주석을 곰돌이 푸로, 아베 총리는 슬픈 당나귀 이요에 빗대는 그림까지 나왔다. 시 주석을 곰돌이 푸에 비교한 SNS 패러디는 2015년에도 다시 등장했다. 곰돌이 푸가 자동차를 타고 있는 모양의 앙증맞은 장난감 사진이었다. 그해 9월 시 주석이 군사 퍼레이드에서 무개차를 타고 사열하는 장면을 곰돌이 푸가 장난감 차를 탄 모습으로 패러디한 것이었다. 정치 컨설팅업체 글로벌 리스크 인사이트에 따르면 곰돌이 푸가 그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검열된 이미지가 됐다.중국 누리꾼들이 시 주석과 곰돌이 푸의 기이한 닮은 꼴에 댓글을 달기 시작하자 중국은 온라인 검열을 강화해 그런 게시물을 삭제했다. 글로벌 리스크 인사이트의 분석가 제러미 루에디는 곰돌이 푸 패러디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두고 “균형도 맞지 않고 이해도 가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사람들이 악의 없는 재미로 보는 것을 중국 정부는 시 주석과 최고 지도부의 위엄을 손상하는 심각한 문제로 본다.”
2015년엔 시 주석이 군사 퍼레이드에서 무개차를 타고 사열하는 모습을 패러디한 사진이 유행했다.중국 정부가 최근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의 사망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상황에서 곰돌이 푸의 검열이 다시 시작됐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류의 타계가 중국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셜미디어 콘텐트 단속을 강화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부 중국 누리꾼이 SNS를 통해 류를 추모하는 운동을 벌이면서 웨이보에서 ‘RIP’라는 약어가 차단됐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Rest In Peace’의 약자인 이 단어는 ‘평화롭게 잠들다’는 추모의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이 당국의 검열을 피해 류샤오보를 추모하기 위해 RIP를 쓰자 이 조차도 삭제에 나선 것이다. 검색하면 ‘관련 법률·법규와 정책에 따라 해당 검색 결과를 표시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나온다.
- 난디니 크리슈나무어티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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