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CEO(5) 홍성욱 스포츠몬스터 대표
스포츠 & CEO(5) 홍성욱 스포츠몬스터 대표
스포츠몬스터는 개장 1년만에 “다양한 재미와 즐거움이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스포츠몬스터를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키워낸 홍성욱(47) 대표를 만났다. 일요일과 공휴일(광복절) 사이에 낀 8월14일 월요일.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는 쇼핑과 영화관람 등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메가박스 영화관 옆 ‘스포츠몬스터’ 입구에도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세상에 없는 스포츠 놀이터’를 표방한 스포츠몬스터는 지난해 9월 오픈해 1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다양한 재미와 즐거움이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올라섰다. 2시간 기준 23000원(성인)의 입장료가 부담스러울 만도 한데 벌써 25만 명이 다녀갔다. 가족·친구·직장동료·연인끼리 온 사람들은 30가지에 달하는 콘텐트를 경험하며 땀을 흠뻑 흘린다. 농구·축구(풋살)·야구(타격연습)는 오프라인으로 즐길 수 있고, 디지털 존에서는 야구(투수), 축구(키커), 핸드볼(골키퍼)을 체험할 수 있다. 레이저 사격, 다트 게임, 사이클, 인공암벽 등도 인기다.
지상 6.5m 높이에서 6개의 장애물을 건너가는 ‘로프 코스’는 연인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고객들은 아찔하고 짜릿한 장면과 표정을 찍어 SNS에 올린다. 놀이터를 잃어버린 어른들, 휴대폰과 디지털 기기에 포위된 청소년들에게 스포츠몬스터는 신체활동의 새 경험을 제공하며 스포츠산업의 성공사례로 각광받고 있다. 8월 24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구파발역 인근에 ‘스포츠몬스터 고양’이 문을 열었다.
스포츠몬스터를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키워낸 홍성욱(47) 대표를 만났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건전하게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테마파크의 본고장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1국가 1스포츠몬스터’ 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개장해 11개월이 지났다.
방학과 연휴가 성수기인데 여름방학 기간인 요즘은 하루 1200명 정도 입장한다. 입장 정원을 1500명 선에서 제한하는 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기 있는 곳도 15분 이상 기다리지 않게 조절한다. 놀이기구 한번 타려고 기본 1시간은 기다리는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 비하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2시간이 지나면 10분에 1000원씩 더 받는데 2시간 이상은 힘들어서 못 논다.
키 120㎝ 이하 어린이는 입장시키지 않는데.
가장 큰 시장인 아이들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기존 테마파크는 어린이와 이들을 데려온 부모가 주 타겟층이다. 그런데 부모는 운전기사에다 놀이기구 기다리는 티켓맨 역할 밖에 못 한다. 아이를 위해 지루하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는 거다. 나는 청소년과 2030,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잃어버린 놀이터’를 찾아주고 싶었다.
다른 테마파크에는 있지만 여기에는 없는 건?
탈의실과 샤워실이 없고, 간단한 음료수만 팔 뿐 식당도 없다. 간편한 복장으로 와서 즐겁게 논 뒤 스타필드 하남 안에 있는 아쿠아필드에서 샤워하고, 식당 가서 맛있는 것 먹으라는 거다. 전기의 힘으로 가동하는 기계가 없는 건 100% 신체를 움직여 에너지를 만들고, 몸을 쓰라는 뜻이다.
신세계의 ‘스타필드 하남’ 개념에 맞춰 설계했다고 하던데.
신세계에선 유소년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을 맡아 달라고 찾아왔다. 그런데 아무리 검토해도 사업성이 없고, 새로운 쇼핑몰 개념에도 맞지 않았다. 스포츠를 갖고 노는 테마파크를 만들어 보자고 역제안했다. 이 콘셉트는 3년을 기획한 것이다. 처음 시도하는 거라 기존 시설과 차별화하는 게 어려웠다. 핸드볼 경기장 정도 되는 이 공간에서 30가지 종목을 즐긴다. 신세계가 믿어주고 고정관념을 극복하게 도와줘서 성공할 수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뭔가.
성별·연령별로 다 다르다. 디지털 존에서 야구공을 던지고 축구공을 차면서 내 속도와 순위를 확인하는 재미를 즐기고, 천장에 있는 장애물들을 통과하면서 연예인들이 하던 걸 나도 한다는 만족도 느낀다. 지상 4m 위에 설치한 트램펄린에서 어릴 적 뛰던 ‘방방이’를 추억하고 손오공이 된 듯한 느낌을 즐기는 분들도 많다.
해외에서 참고한 모델이 있나.
유럽의 익스트림 스포츠코스, 두바이의 미끄럼틀 등 단편적으로 참고한 건 있다. 일본은 볼링장 같은 공간에 1인 게임, 전자오락 등을 넣은 ‘라운드 원’이라는 모델이 있는데 혼자만 즐기는 형태라 우리와는 맞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도전 의식과 모험심이 강해 아주 쉬운 단계부터 어려운 단계까지 스텝별로 즐기고 싶어 한다. 주한미군방송(AFKN)에 스포츠몬스터가 소개된 뒤 미국인들이 하루 10명 정도 찾는데 이들도 ‘미국에도 이런 콘셉트는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해외 진출에 대한 계획은.
중국·동남아·유럽 쪽에서 같이 하자는 제안을 많이 해 왔다. 중국 업체와는 계약서 사인만 남기고 있었는데, 한·중 관계가 극도로 나빠지면서 올 스톱 됐다. 중국은 나중에 진출하기로 하고 테마파크의 본고장 미국에서 제대로 붙어볼 생각이다. 미국 최고 쇼핑몰 업체에서 제안이 왔다. 국내는 4호점 정도까지만 하고, 대신 규모를 좀 줄여서 중소도시형 스포츠몬스터를 보급할 계획이다. 도시마다 재미있고 땀나는 놀이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인터뷰 중에 홍 대표가 잠깐 전화를 받았다. 부산에 스포츠몬스터를 내고 싶어 하는 분인데 직접 찾아오겠다고 했다. 홍 대표는 “스포츠몬스터는 스타필드 쇼핑몰 내 건물을 임대해서 수익을 스타필드와 나누는 개념이다. 내 아이디어를 모든 투자자들이 외면했지만 신세계 덕분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 독자적인 건물에서 시작했으면 돈 엄청 까먹고 보기 좋게 망했을 거다. 이건 철저하게 산업간 융합에서 나오는 거지 아이디어 하나로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스포츠몬스터 고양은 하남과 많이 다른가.
하남에 30가지 시설이 있는데 고양에는 35개가 들어간다. 16가지가 다르다. 하남 옥상에는 풋살장과 야구연습장이 있는데 고양에는 유소년 축구 교육장과 3대3 농구 전용구장이 들어선다. 3대3 농구는 2020 도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화살을 쏘는 양궁장도 있다. 사격은 클레이와 공기소총 두 가지가 있는데 모두 과녁을 맞히는 거다. 스크린 상이라고 해도 절대 사람을 쏘거나 죽이는 건 못하게 했다. 요즘 게임을 보면 너무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다. 스포츠가 건전한 놀이로서 발전해야지 사람 죽이는 게 어떻게 스포츠라고 할 수 있나.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지만 사고가 안 생길 수는 없을 텐데.
아직까지 큰 사고는 없었지만 작은 사고는 있었다. 고객 입장에선 큰 사고다. 한번은 직원의 실수였다. 더 좋은 장비로 교체했는데 작동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 또 하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고객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일어났다. 두 사고를 겪으며 ‘안전에는 기준이 없다’는 걸 절감했다. 안전은 ‘오버한다’ 싶을 정도로 챙기라는 게 내 지론이다. 안전벨트 등 각종 용구도 아웃도어 업체에서 만드는 정품만을 썼고, 고객이 VR 게임을 하다가 현기증을 느껴 119를 요청하면 즉시 불러주라고 한다. 테마파크는 이미지가 생명인데 구급차가 왔다갔다 하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지만 감추고 쉬쉬 하는 게 더 나쁜 거다.
세상에 없던 놀이터를 만들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인허가 과정에서 규정이나 근거가 없어 어려움이 컸다. 디지털 스포츠라면 스크린이냐 게임방이냐, 트램펄린을 지상 4m 위에 달 법적 근거가 있나, 다트 게임은 사행성으로 들어가는데 설치해도 되나 등등. 유원지·대중집회시설·스포츠시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가 새 기준을 만들었다. 하남 지역 아동센터 입장객은 대폭 할인해 주고, 수익 일부를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기도 한다.
고객 반응은 어떤가.
11개월 동안 25만 명이 다녀갔다. 첫해 목표를 20만 명으로 세웠는데 초과 달성했다. 남·녀 비율은 비슷하고, 연령별로는 20대가 가장 많다. 입장료 23000원이 비싸다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만족하신다. 35만원 하는 연간회원권도 수백 장이 팔렸다. 즐겁게 노는 장면을 고객들이 SNS에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고 있다. 우리가 ‘스포츠몬스터는 이런 곳입니다’고 얘기 안 해도 스스로 이곳을 정의하고 ‘고급진 어른이 놀이터’ 같은 표현을 만들어서 공유한다.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이라고 하던데.
전체 직원 120명 모두 정규직이다. 파트타임을 안 쓰는 건 안정적인 인력 관리가 안 되고, 고객한테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손님들에게는 늘 격려와 칭찬, 위로가 필요하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어렵고 무서운 미션을 완수하고 돌아왔을 때 ‘정말 잘 하셨어요’, ‘대단하세요’라고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게 꼭 필요하다. 스포츠몬스터 같은 업종이 자리를 잡으면 체육 전공자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요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스포츠산업의 새 모델’로 스포츠몬스터를 내세우곤 한다. 정부의 도움을 받은 게 있나.
하나도 없다(웃음). 오히려 외면당했다. 스포츠인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인정 못 받는 분위기였다. 뭔가 기술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신체 움직임인 스포츠에 기술 기반을 일괄적으로 요구하는 게 무리일 수 있다. 각종 과제사업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이제는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다. 스포츠몬스터를 세계 각국에 수출하려면 지금과 똑같이 해서는 안 된다. 현지화를 위한 투자와 사전조사에 필요한 지원을 받고 싶다. 홍 대표는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고, 스포츠조선에서 문화사업 분야 일을 하면서 소비자들과 직접 부딪쳤다. 2008년 스포츠 교육업에 발을 들였고 교구 유통, 프로그램 개발 등도 해 왔다.
유명 골프 레슨 프로를 모셔다 ‘키즈 골프 아카데미’도 열었다. 오픈하는 날 무료 레슨을 해 준다고 했는데 아무도 안 왔다. 당황한 홍 대표가 아는 학부모에게 하소연했다. 그러자 “(그 프로가) 우리 애들 가르쳐 본 적 없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좋은 프로그램과 유명 강사를 유치하면 성공할 줄 알았지만 현실의 반응은 “하나뿐인 내 아이가 왜 검증 안 된 프로그램과 강사의 모르모트가 돼야 하나”였다.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홍 대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고민하자’는 결론을 얻었다.
홍 대표는 스포츠몬스터 홈페이지에 자신의 목표와 미션을 정리해 놨다. ▶ICT 융합스포츠를 기반으로 교육·여가·문화·엔터테인먼트 등과의 다양한 컨버전스 ▶생애주기별 신체활동 솔루션 제공 ▶신뢰받는 스포츠 빅데이터 구축 등이다.
스포츠를 통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
기업뿐만 아니라 다문화ㆍ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스포츠를 적용할 수 있다. 우리 센터에서 보육원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처음엔 아이들이 주위 사람들 아랑곳하지 않고 괴성을 질렀다. 축구를 시켰더니 그 중에 서열 ‘넘버1’은 상대 골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더라. 두 달 동안 축구를 하면서 배려와 협동정신을 익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더니 눈에 띄게 좋아졌다. 넘버1이 수비를 하더라. 스포츠의 가치가 무궁무진한데 원석을 창고에 넣어둔 모양새다.
신뢰받는 스포츠 빅 데이터는 어떤 의미인가.
손목에 차면 운동량이나 심박수가 측정되는 기구가 많다. 그런데 측정 수치가 부정확하고, 데이터도 획일적이고 활용할 수 없는 게 많다. 우리는 명확한 목적에 부합하는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놀이기구용 안전벨트와 헬멧을 통해 20대 여성의 허벅지와 머리 사이즈 등의 통계를 패션업체에 제공할 수 있다. 30명이 똑같이 줄넘기 100개를 해도 숨도 안 차는 아이가 있고, 죽을 만큼 힘든 아이도 있다. 개인별로 필요한 운동량을 제시한다면 수준별 체육수업이 가능하고, 엄살 피우지 말라고 윽박지를 게 아니라 격려하고 칭찬해 줄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홍 대표가 말했다. “스포츠는 무궁무진하다. 스포츠의 본질적인 가치를 어떻게 쓸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시장이 보인다.”
- 정영재 중앙일보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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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스포츠 놀이터’를 표방한 스포츠몬스터는 지난해 9월 오픈해 1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다양한 재미와 즐거움이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올라섰다. 2시간 기준 23000원(성인)의 입장료가 부담스러울 만도 한데 벌써 25만 명이 다녀갔다. 가족·친구·직장동료·연인끼리 온 사람들은 30가지에 달하는 콘텐트를 경험하며 땀을 흠뻑 흘린다. 농구·축구(풋살)·야구(타격연습)는 오프라인으로 즐길 수 있고, 디지털 존에서는 야구(투수), 축구(키커), 핸드볼(골키퍼)을 체험할 수 있다. 레이저 사격, 다트 게임, 사이클, 인공암벽 등도 인기다.
지상 6.5m 높이에서 6개의 장애물을 건너가는 ‘로프 코스’는 연인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고객들은 아찔하고 짜릿한 장면과 표정을 찍어 SNS에 올린다. 놀이터를 잃어버린 어른들, 휴대폰과 디지털 기기에 포위된 청소년들에게 스포츠몬스터는 신체활동의 새 경험을 제공하며 스포츠산업의 성공사례로 각광받고 있다. 8월 24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구파발역 인근에 ‘스포츠몬스터 고양’이 문을 열었다.
스포츠몬스터를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키워낸 홍성욱(47) 대표를 만났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건전하게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테마파크의 본고장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1국가 1스포츠몬스터’ 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놀이터 돌려주고 싶어”
지난해 9월 개장해 11개월이 지났다.
방학과 연휴가 성수기인데 여름방학 기간인 요즘은 하루 1200명 정도 입장한다. 입장 정원을 1500명 선에서 제한하는 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기 있는 곳도 15분 이상 기다리지 않게 조절한다. 놀이기구 한번 타려고 기본 1시간은 기다리는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 비하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2시간이 지나면 10분에 1000원씩 더 받는데 2시간 이상은 힘들어서 못 논다.
키 120㎝ 이하 어린이는 입장시키지 않는데.
가장 큰 시장인 아이들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기존 테마파크는 어린이와 이들을 데려온 부모가 주 타겟층이다. 그런데 부모는 운전기사에다 놀이기구 기다리는 티켓맨 역할 밖에 못 한다. 아이를 위해 지루하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는 거다. 나는 청소년과 2030,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잃어버린 놀이터’를 찾아주고 싶었다.
다른 테마파크에는 있지만 여기에는 없는 건?
탈의실과 샤워실이 없고, 간단한 음료수만 팔 뿐 식당도 없다. 간편한 복장으로 와서 즐겁게 논 뒤 스타필드 하남 안에 있는 아쿠아필드에서 샤워하고, 식당 가서 맛있는 것 먹으라는 거다. 전기의 힘으로 가동하는 기계가 없는 건 100% 신체를 움직여 에너지를 만들고, 몸을 쓰라는 뜻이다.
신세계의 ‘스타필드 하남’ 개념에 맞춰 설계했다고 하던데.
신세계에선 유소년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을 맡아 달라고 찾아왔다. 그런데 아무리 검토해도 사업성이 없고, 새로운 쇼핑몰 개념에도 맞지 않았다. 스포츠를 갖고 노는 테마파크를 만들어 보자고 역제안했다. 이 콘셉트는 3년을 기획한 것이다. 처음 시도하는 거라 기존 시설과 차별화하는 게 어려웠다. 핸드볼 경기장 정도 되는 이 공간에서 30가지 종목을 즐긴다. 신세계가 믿어주고 고정관념을 극복하게 도와줘서 성공할 수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뭔가.
성별·연령별로 다 다르다. 디지털 존에서 야구공을 던지고 축구공을 차면서 내 속도와 순위를 확인하는 재미를 즐기고, 천장에 있는 장애물들을 통과하면서 연예인들이 하던 걸 나도 한다는 만족도 느낀다. 지상 4m 위에 설치한 트램펄린에서 어릴 적 뛰던 ‘방방이’를 추억하고 손오공이 된 듯한 느낌을 즐기는 분들도 많다.
해외에서 참고한 모델이 있나.
유럽의 익스트림 스포츠코스, 두바이의 미끄럼틀 등 단편적으로 참고한 건 있다. 일본은 볼링장 같은 공간에 1인 게임, 전자오락 등을 넣은 ‘라운드 원’이라는 모델이 있는데 혼자만 즐기는 형태라 우리와는 맞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도전 의식과 모험심이 강해 아주 쉬운 단계부터 어려운 단계까지 스텝별로 즐기고 싶어 한다. 주한미군방송(AFKN)에 스포츠몬스터가 소개된 뒤 미국인들이 하루 10명 정도 찾는데 이들도 ‘미국에도 이런 콘셉트는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해외 진출에 대한 계획은.
중국·동남아·유럽 쪽에서 같이 하자는 제안을 많이 해 왔다. 중국 업체와는 계약서 사인만 남기고 있었는데, 한·중 관계가 극도로 나빠지면서 올 스톱 됐다. 중국은 나중에 진출하기로 하고 테마파크의 본고장 미국에서 제대로 붙어볼 생각이다. 미국 최고 쇼핑몰 업체에서 제안이 왔다. 국내는 4호점 정도까지만 하고, 대신 규모를 좀 줄여서 중소도시형 스포츠몬스터를 보급할 계획이다. 도시마다 재미있고 땀나는 놀이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
“폭력성 배제, 안전은 오버한다 싶을 만큼 챙겨”
스포츠몬스터 고양은 하남과 많이 다른가.
하남에 30가지 시설이 있는데 고양에는 35개가 들어간다. 16가지가 다르다. 하남 옥상에는 풋살장과 야구연습장이 있는데 고양에는 유소년 축구 교육장과 3대3 농구 전용구장이 들어선다. 3대3 농구는 2020 도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화살을 쏘는 양궁장도 있다. 사격은 클레이와 공기소총 두 가지가 있는데 모두 과녁을 맞히는 거다. 스크린 상이라고 해도 절대 사람을 쏘거나 죽이는 건 못하게 했다. 요즘 게임을 보면 너무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다. 스포츠가 건전한 놀이로서 발전해야지 사람 죽이는 게 어떻게 스포츠라고 할 수 있나.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지만 사고가 안 생길 수는 없을 텐데.
아직까지 큰 사고는 없었지만 작은 사고는 있었다. 고객 입장에선 큰 사고다. 한번은 직원의 실수였다. 더 좋은 장비로 교체했는데 작동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 또 하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고객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일어났다. 두 사고를 겪으며 ‘안전에는 기준이 없다’는 걸 절감했다. 안전은 ‘오버한다’ 싶을 정도로 챙기라는 게 내 지론이다. 안전벨트 등 각종 용구도 아웃도어 업체에서 만드는 정품만을 썼고, 고객이 VR 게임을 하다가 현기증을 느껴 119를 요청하면 즉시 불러주라고 한다. 테마파크는 이미지가 생명인데 구급차가 왔다갔다 하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지만 감추고 쉬쉬 하는 게 더 나쁜 거다.
세상에 없던 놀이터를 만들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인허가 과정에서 규정이나 근거가 없어 어려움이 컸다. 디지털 스포츠라면 스크린이냐 게임방이냐, 트램펄린을 지상 4m 위에 달 법적 근거가 있나, 다트 게임은 사행성으로 들어가는데 설치해도 되나 등등. 유원지·대중집회시설·스포츠시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가 새 기준을 만들었다. 하남 지역 아동센터 입장객은 대폭 할인해 주고, 수익 일부를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기도 한다.
고객 반응은 어떤가.
11개월 동안 25만 명이 다녀갔다. 첫해 목표를 20만 명으로 세웠는데 초과 달성했다. 남·녀 비율은 비슷하고, 연령별로는 20대가 가장 많다. 입장료 23000원이 비싸다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만족하신다. 35만원 하는 연간회원권도 수백 장이 팔렸다. 즐겁게 노는 장면을 고객들이 SNS에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고 있다. 우리가 ‘스포츠몬스터는 이런 곳입니다’고 얘기 안 해도 스스로 이곳을 정의하고 ‘고급진 어른이 놀이터’ 같은 표현을 만들어서 공유한다.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이라고 하던데.
전체 직원 120명 모두 정규직이다. 파트타임을 안 쓰는 건 안정적인 인력 관리가 안 되고, 고객한테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손님들에게는 늘 격려와 칭찬, 위로가 필요하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어렵고 무서운 미션을 완수하고 돌아왔을 때 ‘정말 잘 하셨어요’, ‘대단하세요’라고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게 꼭 필요하다. 스포츠몬스터 같은 업종이 자리를 잡으면 체육 전공자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요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스포츠산업의 새 모델’로 스포츠몬스터를 내세우곤 한다. 정부의 도움을 받은 게 있나.
하나도 없다(웃음). 오히려 외면당했다. 스포츠인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인정 못 받는 분위기였다. 뭔가 기술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신체 움직임인 스포츠에 기술 기반을 일괄적으로 요구하는 게 무리일 수 있다. 각종 과제사업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이제는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다. 스포츠몬스터를 세계 각국에 수출하려면 지금과 똑같이 해서는 안 된다. 현지화를 위한 투자와 사전조사에 필요한 지원을 받고 싶다.
“아이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고민”
유명 골프 레슨 프로를 모셔다 ‘키즈 골프 아카데미’도 열었다. 오픈하는 날 무료 레슨을 해 준다고 했는데 아무도 안 왔다. 당황한 홍 대표가 아는 학부모에게 하소연했다. 그러자 “(그 프로가) 우리 애들 가르쳐 본 적 없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좋은 프로그램과 유명 강사를 유치하면 성공할 줄 알았지만 현실의 반응은 “하나뿐인 내 아이가 왜 검증 안 된 프로그램과 강사의 모르모트가 돼야 하나”였다.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홍 대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고민하자’는 결론을 얻었다.
홍 대표는 스포츠몬스터 홈페이지에 자신의 목표와 미션을 정리해 놨다. ▶ICT 융합스포츠를 기반으로 교육·여가·문화·엔터테인먼트 등과의 다양한 컨버전스 ▶생애주기별 신체활동 솔루션 제공 ▶신뢰받는 스포츠 빅데이터 구축 등이다.
스포츠를 통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
기업뿐만 아니라 다문화ㆍ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스포츠를 적용할 수 있다. 우리 센터에서 보육원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처음엔 아이들이 주위 사람들 아랑곳하지 않고 괴성을 질렀다. 축구를 시켰더니 그 중에 서열 ‘넘버1’은 상대 골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더라. 두 달 동안 축구를 하면서 배려와 협동정신을 익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더니 눈에 띄게 좋아졌다. 넘버1이 수비를 하더라. 스포츠의 가치가 무궁무진한데 원석을 창고에 넣어둔 모양새다.
신뢰받는 스포츠 빅 데이터는 어떤 의미인가.
손목에 차면 운동량이나 심박수가 측정되는 기구가 많다. 그런데 측정 수치가 부정확하고, 데이터도 획일적이고 활용할 수 없는 게 많다. 우리는 명확한 목적에 부합하는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놀이기구용 안전벨트와 헬멧을 통해 20대 여성의 허벅지와 머리 사이즈 등의 통계를 패션업체에 제공할 수 있다. 30명이 똑같이 줄넘기 100개를 해도 숨도 안 차는 아이가 있고, 죽을 만큼 힘든 아이도 있다. 개인별로 필요한 운동량을 제시한다면 수준별 체육수업이 가능하고, 엄살 피우지 말라고 윽박지를 게 아니라 격려하고 칭찬해 줄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홍 대표가 말했다. “스포츠는 무궁무진하다. 스포츠의 본질적인 가치를 어떻게 쓸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시장이 보인다.”
- 정영재 중앙일보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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