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다는 ‘서울대 계란’ 목장 가보니] 소비자 직판매로 소매가 낮추고 사육장 자연 건조로 안전성 높여
[없어서 못 판다는 ‘서울대 계란’ 목장 가보니] 소비자 직판매로 소매가 낮추고 사육장 자연 건조로 안전성 높여
‘살충제 파동’ 후 주문량 30배 증가 … 민간 축사보다 1.6배 넓은 공간 ‘살균제 계란’ 파동 후 계란 판매량이 뚝 떨어진 가운데 주문량이 급증한 계란도 있다. 서울대 평창캠퍼스 실험목장에서 생산하는 일명 ‘서울대 계란’이다. 하루 평균 30~40건에 불과하던 주문량은 사태 발생 이후 30배가량 증가했다. 하루에 약 7500개의 계란이 생산되고 그중 4200개가 출하되지만 밀려드는 주문량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이진술 서울대 목장 선임주무관은 “한 달 치 주문량이 하루 만에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며 “지금 주문하면 3개월 후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기다리겠다는 답변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계란’은 ‘살충제 계란’과 뭐가 다르기에 이렇게 인기일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서울대 평창캠퍼스의 실험목장을 찾았다. 8월 24일 오후 해발 600m 높이의 목장 기슭에는 시간당 30mm 이상의 기습폭우가 쏟아졌다. 무더위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져 양계장에서 불쾌한 냄새가 날 것이 자명해 보였다. 목장에 들어가기 위해 방진복을 입고 장화로 갈아신었다. 소독실을 거친 후 문을 나서자 총 20개동으로 이뤄진 수익용 양계축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양계장은 닭의 성장 과정에 따라 크게 부화장-육추사-중추사-성계사-집란장으로 구분됐다.
부화장에서 21일 간 자란 알에서 병아리가 깨어나면 곧바로 계류장으로 옮겨 감별과 질병검사를 받는다. 건강한 병아리는 육추사로 옮겨져 7주 간 키운다. 어느 정도 큰 병아리가 되면 중추사로, 계란을 생산할 수 있는 14~15주가 되면 성계사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한다. 이곳의 닭은 약 4개월 간 4~5번의 ‘이사’를 하는 셈이다. 일명 ‘올 인 올 아웃(All in all out, 축사에 가축을 일시에 넣고 사육하다가 일시에 출하하는 것)’ 방식이다. 단계별 사육장은 약 4주 간 비워두는데 이때 살균·건조 작업이 이뤄진다.
박경제 서울대 가금관리팀 선임연구원은 “닭이 완전히 빠져나간 공간을 소독하고 햇볕에 자연 건조하면 살충제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며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인 양계장에서는 빈 건물을 운영할 여유가 없어 알에서 깨서 성계가 될 때까지 평생 한 축사에서 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온도가 섭씨 27도로 설정된 중추사에 들어서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문이 닫히자 빗소리 대신 6000마리의 닭이 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려와 달리 역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내부가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덕분에 바깥보다 오히려 쾌적하게 느껴졌다. 입구에서 케이지까지는 약 3m의 공간이 있었다. 입구에 놓인 붉은색 소독제에 한번 더 신발을 담궜다. 바깥에서 묻은 흙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형 케이지 안은 또 다시 수백개의 칸으로 나눠졌다. 한 칸 당 7~8마리의 닭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닭장 안이긴 해도 움직임은 자유로웠다. 몸집이 클수록 칸 하나에 들어가는 닭의 마릿수도 점점 줄어든다. 박경제 연구원은 “민간 축사보다 사육 공간이 1.6배 가량 넓다”며 “옴짝달싹 못하는 환경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야외에 풀어놓고 키우는 ‘친환경 축사’도 있지만 흙이나 공기 중으로 유입되는 균을 통제하기 어려워 실내에서 사육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목장에선 교육과 연구를 주요 목적으로 한우·젖소 250마리와 닭 1만8000마리를 사육한다. 그중 계란을 낳는 산란계 1만2000마리가 매일같이 계란 250~300판을 생산한다. 서울대는 2015년 11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계란을 판매했다. 수익은 목장 운영비와 연구비 등으로 활용한다. 목장에서 갓 낳은 계란은 중간 유통과정 없이 택배를 통해 2~3일 내로 가정에 배달된다. 산란 후 도매가격이 정해지기 전까지 보관되는 게 일반적인 일선 농가에 비해 신선할 수밖에 없다.
주로 교수와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소량 판매하던 계란이 외부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계란값이 급등하면서부터다. 서울대가 매긴 계란의 가격은 일반회원 기준으로 40구 기준 1만 5000원이다. 한 알에 375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살충제 파동 발생 하루 전인 8월 14일 발표한 계란의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7595원이다. 한 알에 약 253원 꼴이다. 판매 초기만 해도 시중 계란 가격보다 비쌌다. 올 들어 계란값이 크게 오르며 시중가와 큰 차이가 없어지자 찾는 소비자가 오히려 늘었다.
그러나 소비자 가격이 아닌 산지 가격을 놓고 보면 격차는 벌어진다. 실제로 계란 산지 가격은 소매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가격이 세 배 이상 오르는 것이다. 임정묵 서울대 목장장(농생명공학부 교수)은 “3년 전 처음 계란 가격을 책정할 때 한 알에 최소 300원은 받아야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학교 사업의 일환이지만 수익성 추구가 주된 목적이 아닌 만큼 일반 농가와 비교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주문량이 급증하자 서울대 목장은 계란 생산라인 추가 가동도 검토하고 있다. 여분으로 비어둔 축사를 활용할 경우 1일 생산량이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만5000개 정도로 늘어난다. 임정묵 목장장은 “일반 농가에서 학교 수준의 시설과 인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인프라가 부족하더라도 사육 밀도를 낮추고, 질병 예방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면 건강한 계란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목장은 대학 특성상 수익 극대화를 지양한다. 그렇다고 이윤이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 해 목장 운영비의 60%가량을 계란 판매 수입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대학의 교육·연구지원과 사회공헌 사업에 활용한다. 운영 방식 또한 단순하다.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육하고, 일반 인증제보다 한층 더 강화된 서울대 자체 인증을 통해 질병과 품질을 관리한다. 생산된 제품은 유통마진 없이 100% 직판매한다
살충제 계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뭐라고 보나.
.“터질 게 터진 것이다. 일반 농가에서 말하는 계란 생산의 손익분기점은 개당 120원 정도다. 그런데 현실은 이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저렴한 사료를 쓸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니 공급 업체는 싼 값에 대량 생산하는 방식을 택한다. 품질관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 과정의 중요성을 간과한 일종의 산업재해라고 본다.”
살충제를 아예 안 쓰는 것은 불가능한가.
“이번에 문제가 된 피프로닐과 비페트린은 가축이나 애완동물에 발생하는 진드기나 이를 퇴치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쓰는 살충제다. 다만 도포 방식이 피부에 직접 발라줘야 한다. 일선 농가의 절반 이상이 평균 3만수 이상의 닭을 키운다. 일일이 피부에 바를 수 없으니 소독하듯 뿌린 게 문제가 됐다. 우리 계사에는 이가 없어 살충제를 쓴 적은 없다. 다만 일반 소독의 경우에도 양계장을 완전히 비운 다음 소독하고, 충분히 건조한 후 다시 닭을 들여온다. 대규모 농가에서 가능한 일이긴 해도 닭을 빼고, 소독 후 다시 들이는 작업이 결코 쉽진 않다.”
이번 같은 사태를 방지하려면.
“정부는 시설 개선만 생각하는데 오히려 제조·품질관리에 관한 매뉴얼(SOP)을 철저히 지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AI 감염이 된 농가를 살펴보면 농민들이 사소한 안전수칙을 소홀히 한 게 나중에 큰 문제가 됐다.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매뉴얼대로 손과 신발을 소독하고, 발판 하나도 청결하게 관리해 예방에 힘쓴다. 이번 같은 사태가 터질 때마다 수조원이 드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예방에 쓰는 비용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개선방향은.
“오염원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추는 등 시설에 근본적인 변화를 줘야 한다. 농민들의 의식 개혁도 중요하다. 현재 유통구조에서는 중간마진이 70%를 차지한다. 유통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좋은 품질의 계란을 싼 값에 공급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직판장을 확대해 유통마진을 최소화해야 한다. 소비자 역시 무조건 싼 것이 아닌 좋은 식품엔 제 값을 준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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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계란’은 ‘살충제 계란’과 뭐가 다르기에 이렇게 인기일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서울대 평창캠퍼스의 실험목장을 찾았다. 8월 24일 오후 해발 600m 높이의 목장 기슭에는 시간당 30mm 이상의 기습폭우가 쏟아졌다. 무더위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져 양계장에서 불쾌한 냄새가 날 것이 자명해 보였다. 목장에 들어가기 위해 방진복을 입고 장화로 갈아신었다. 소독실을 거친 후 문을 나서자 총 20개동으로 이뤄진 수익용 양계축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양계장은 닭의 성장 과정에 따라 크게 부화장-육추사-중추사-성계사-집란장으로 구분됐다.
부화장에서 21일 간 자란 알에서 병아리가 깨어나면 곧바로 계류장으로 옮겨 감별과 질병검사를 받는다. 건강한 병아리는 육추사로 옮겨져 7주 간 키운다. 어느 정도 큰 병아리가 되면 중추사로, 계란을 생산할 수 있는 14~15주가 되면 성계사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한다. 이곳의 닭은 약 4개월 간 4~5번의 ‘이사’를 하는 셈이다. 일명 ‘올 인 올 아웃(All in all out, 축사에 가축을 일시에 넣고 사육하다가 일시에 출하하는 것)’ 방식이다. 단계별 사육장은 약 4주 간 비워두는데 이때 살균·건조 작업이 이뤄진다.
박경제 서울대 가금관리팀 선임연구원은 “닭이 완전히 빠져나간 공간을 소독하고 햇볕에 자연 건조하면 살충제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며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인 양계장에서는 빈 건물을 운영할 여유가 없어 알에서 깨서 성계가 될 때까지 평생 한 축사에서 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성장 과정에 따라 사육장 옮길 때 살균·건조 작업
끝이 보이지 않는 대형 케이지 안은 또 다시 수백개의 칸으로 나눠졌다. 한 칸 당 7~8마리의 닭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닭장 안이긴 해도 움직임은 자유로웠다. 몸집이 클수록 칸 하나에 들어가는 닭의 마릿수도 점점 줄어든다. 박경제 연구원은 “민간 축사보다 사육 공간이 1.6배 가량 넓다”며 “옴짝달싹 못하는 환경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야외에 풀어놓고 키우는 ‘친환경 축사’도 있지만 흙이나 공기 중으로 유입되는 균을 통제하기 어려워 실내에서 사육한다”고 덧붙였다.
중간 유통과정 없이 산란 후 3일 내 배달
주로 교수와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소량 판매하던 계란이 외부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계란값이 급등하면서부터다. 서울대가 매긴 계란의 가격은 일반회원 기준으로 40구 기준 1만 5000원이다. 한 알에 375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살충제 파동 발생 하루 전인 8월 14일 발표한 계란의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7595원이다. 한 알에 약 253원 꼴이다. 판매 초기만 해도 시중 계란 가격보다 비쌌다. 올 들어 계란값이 크게 오르며 시중가와 큰 차이가 없어지자 찾는 소비자가 오히려 늘었다.
그러나 소비자 가격이 아닌 산지 가격을 놓고 보면 격차는 벌어진다. 실제로 계란 산지 가격은 소매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가격이 세 배 이상 오르는 것이다. 임정묵 서울대 목장장(농생명공학부 교수)은 “3년 전 처음 계란 가격을 책정할 때 한 알에 최소 300원은 받아야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학교 사업의 일환이지만 수익성 추구가 주된 목적이 아닌 만큼 일반 농가와 비교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주문량이 급증하자 서울대 목장은 계란 생산라인 추가 가동도 검토하고 있다. 여분으로 비어둔 축사를 활용할 경우 1일 생산량이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만5000개 정도로 늘어난다. 임정묵 목장장은 “일반 농가에서 학교 수준의 시설과 인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인프라가 부족하더라도 사육 밀도를 낮추고, 질병 예방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면 건강한 계란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스기사] 임정묵 서울대 목장장 - “살충제 계란 사태는 일종의 산업재해”
살충제 계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뭐라고 보나.
.“터질 게 터진 것이다. 일반 농가에서 말하는 계란 생산의 손익분기점은 개당 120원 정도다. 그런데 현실은 이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저렴한 사료를 쓸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니 공급 업체는 싼 값에 대량 생산하는 방식을 택한다. 품질관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 과정의 중요성을 간과한 일종의 산업재해라고 본다.”
살충제를 아예 안 쓰는 것은 불가능한가.
“이번에 문제가 된 피프로닐과 비페트린은 가축이나 애완동물에 발생하는 진드기나 이를 퇴치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쓰는 살충제다. 다만 도포 방식이 피부에 직접 발라줘야 한다. 일선 농가의 절반 이상이 평균 3만수 이상의 닭을 키운다. 일일이 피부에 바를 수 없으니 소독하듯 뿌린 게 문제가 됐다. 우리 계사에는 이가 없어 살충제를 쓴 적은 없다. 다만 일반 소독의 경우에도 양계장을 완전히 비운 다음 소독하고, 충분히 건조한 후 다시 닭을 들여온다. 대규모 농가에서 가능한 일이긴 해도 닭을 빼고, 소독 후 다시 들이는 작업이 결코 쉽진 않다.”
이번 같은 사태를 방지하려면.
“정부는 시설 개선만 생각하는데 오히려 제조·품질관리에 관한 매뉴얼(SOP)을 철저히 지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AI 감염이 된 농가를 살펴보면 농민들이 사소한 안전수칙을 소홀히 한 게 나중에 큰 문제가 됐다.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매뉴얼대로 손과 신발을 소독하고, 발판 하나도 청결하게 관리해 예방에 힘쓴다. 이번 같은 사태가 터질 때마다 수조원이 드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예방에 쓰는 비용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개선방향은.
“오염원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추는 등 시설에 근본적인 변화를 줘야 한다. 농민들의 의식 개혁도 중요하다. 현재 유통구조에서는 중간마진이 70%를 차지한다. 유통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좋은 품질의 계란을 싼 값에 공급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직판장을 확대해 유통마진을 최소화해야 한다. 소비자 역시 무조건 싼 것이 아닌 좋은 식품엔 제 값을 준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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