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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자동차 경매가 톱3

클래식 자동차 경매가 톱3

클래식 자동차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가치 있는 클래식 자동차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고, 이야기가 있으며, 시대를 앞서 나간 자동차여야만 한다.
페라리 250 GTO. ‘클래식 자동차의 모나리자’로 불린다.
페라리 250 GTO는 1962년, 페라리 335 S는 57년에 만들어진 차다. 메르세데스-벤츠 W196은 더 이른 54년에 제작됐다. 차를 산 지 10년만 지나도 고물 취급을 받는 시대지만 이들은 ‘전설’로 대접받는다. 단순히 오래된 차가 아닌, ‘클래식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오래되기만 했다고 모두 비싸고 가치 있는 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치 있는 클래식 자동차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고, 이야기가 있으며, 시대를 앞서 나간 자동차여야만 한다.

페라리 250 GTO가 대표적이다. ‘클래식 자동차의 모나리자’로 불릴 정도로 상징적인 차이며, 페라리 모델 전체에서도 수작으로 손꼽힌다. 1962~64년 사이 단 39대만 생산됐다. 62년 투르 드 프랑스 레이스에 출전해 2위를 기록하는 등 당시 진행된 자동차 레이스에서 애스턴 마틴이나 재규어, 포르셰를 꺾는 등 독보적인 활약을 보였다. ‘250’은 각 실린더의 배기량을 말한다. 해당 모델은 12기통 엔진으로, 총 배기량은 3000cc다. GTO는 Gran Turismo Omologato의 약자로, 장거리 및 고속 주행에 적합한 고성능 자동차이면서 ‘GT 레이스에 출전할 수 있는 차’라는 의미다. 당시 시속 254㎞의 폭발적인 속도를 자랑했다.

이처럼 시대를 앞서 나간 덕에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해지고 있다. 현재 기준 가격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2014년 8월15일 본햄스 퀘일 로지 옥션에 나온 페라리 250 GTO는 3811만5000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390억원)에 팔렸다. 공식적인 자동차 경매 사상 최고가다.
 1957년식 페라리 335S 428억
페라리 335 S. 역사상 4대만 제작돼 ‘레어 오브 레어’ 자동차로 꼽힌다. 158~
페라리 335 S 역시 당시 자동차 레이스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였고, 특히 역사상 4대만 제작돼 ‘레어 오브 레어’ 자동차로 꼽힌다. 가격이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2월 프랑스 파리 경매에 등장한 페라리 335 S는 3571만1359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28억원)에 낙찰됐다.

그 뒤를 잇는 것이 경매가 상위 10위 안에서 유일하게 페라리가 아닌 차가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의 W196이다. 2013년 7월 경매에 출품된 해당 차는 1950년대 전설적인 F1 드라이버인 후안 마누엘 판히오가 54년 독일 그랑프리와 스위스 그랑프리에서 직접 몰았던 모델이다. 전 세계에 단 10대만 남아 있는 해당 모델 차량 중 유일하게 박물관이나 기업이 아닌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차량이기도 하다. 경매가는 296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356억원)이다.

여기까지가 톱 3다. 그러나 이외에도 오래된 페라리 모델 중에서 경매 낙찰 가격이 2000만 달러가 넘는 차가 3대나 더 있다. BMW나 포르셰 등 주요 자동차 업체의 클래식 자동차도 몇 십억원을 우습게 넘긴다.

클래식 자동차를 가르는 기준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1976년이 기준이 된다. 75년까지 생산된 차를 ‘클래식카’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또한 1913~30년 생산된 차의 경우 특별히 ‘빈티지카’로 부르고, 클래식카 반열에는 들지 못하지만 생산 종료 후 30년 이상 된 차는 ‘올드 타이머’, 생산 종료 후 30년 이내의 차는 ‘영 타이머’로 부르기도 한다.

반면 미국 CCCA(Classic Car Club of America)에 따르면 클래식 자동차는 1920년부터 48년 생산됐던 자동차들을 말한다. 또 어떤 사전에서는 클래식 자동차의 정의를 ‘1925~42년 사이에 만들어진 자동차’라고 적어 놓기도 했고, 일부에선 60년 이전에 생산된 차를 클래식 자동차로 묶기도 한다.

이처럼 기준이 다양하지만 어떤 기준에 따르더라도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 중에는 사실상 클래식 자동차라고 불릴 만한 모델이 아직 없다. 76년 처음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1세대 포니 정도가 클래식 자동차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모델이다. 그러나 클래식 자동차의 의미를 ‘출시된 지 오래됐고, 현재는 단종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고전적인 차’로 의미를 확장시키면 얘기가 달라진다. 초고가의 경매에 등장할 정도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클래식 자동차의 면면을 갖춘 차가 늘고 있고 가치는 커지고 있다. 출시 당시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오래된 차가 거래되기도 한다.
 클래식 자동차 애호가 점점 늘어
메르세데스-벤츠 W196. 전 세계에 단 10대만 남아 있다.
클래식 자동차 애호가도 점점 늘고 있다. 회원수가 1만8000명에 달하는 온라인 카페도 있고, 관련 오프라인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 클래식 자동차를 즐기는 것은 해당 자동차가 출시됐던 당시 모습 그대로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즉 고장이 나더라도 제작 당시 사용됐던 부품만을 찾아 정비하고, 원래 없던 기능이나 최신 개발된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채 순정 그대로 남겨둬야 진정한 클래식 자동차로 인정받는 것이다.

최근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클래식 자동차 토크콘서트 ‘더 개러지’에 참가해 왔던 사람들이 모여 파티를 열었다. 클래식 자동차 전문가인 황욱익 자동차 칼럼니스트, 77년식 포니를 소유하고 있는 한장현 대덕대 교수와 자동차 업체 관계자, 클래식 자동차 애호가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2015년 9월 첫 번째 토크콘서트를 시작으로 몇 달에 한 번씩 모여 클래식 자동차 얘기로 꽃을 피운다. 황 칼럼니스트는 “세계적으로 보면 국내 클래식 자동차 문화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단계이지만 점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차종으로는 76년 처음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1세대 포니가 클래식 자동차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모델이다.
클래식 자동차 애호가인 현대차 클래식랩 권규혁 차장도 모임에 참가했다. 그는 73년식 알파로메오 2000 GTV를 자신이 가졌던 최고의 클래식 자동차로 꼽는다. “66년 처음 나와서 74년까지 만들어진 특유의 차체 스타일이 있는데, 거의 마지막 시기에 나온 모델이 2000 GTV다. 당시로선 충격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레이스에선 포르셰와 경쟁할 정도였는데도 가격은 높지 않아 ‘가난한 자의 페라리’로 불렸던 모델이다. 96년 미국 유학 시절 벼룩시장에서 샀는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문에 얼마 못 가 팔아야 했던 아픔이 있었다.”

권 차장이 말하는 클래식 자동차의 매력은 역시 감성과 추억이다. 그는 “아무리 시대를 앞서 나간 차라도 현재의 기술력보다 뛰어날 순 없고, 편할 수도 없다. 결국 클래식 자동차는 감성과 추억으로 타는 차다. 팍팍한 현실을 사는 사람 입장에선 클래식 자동차가 운전자를 다시 좋았던 시절로 되돌려 보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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